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20
119화
빛나는 검을 가지고 있던 인간이 당하자, 다른 인간들은 더는 오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자신을 공격한 인간들을 처참하게 도륙한 오희는 그대로 다시 동생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굴로 돌아왔다.
-쉬익…. 쉭….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오희는 자신의 몸으로 동굴의 입구를 틀어 막았다.
그렇게 동생이 깨어날 때까지, 오희는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인간에게 당한 상처가 꽤 깊었던 모양인지, 동생은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동생의 잠꼬대가 오희에게 들려왔다.
-누나, 무서운 인간이 와…. 같이 도망가야 해….
이때까지 혓소리밖에 내지 못했던 동생이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그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잠꼬대의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오희는 동생이 어째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무식한 것. 나보다 자신이나 걱정할 것이지….
말로는 투덜댔지만, 오희는 자신을 걱정하는 동생이 싫지 않았다.
사실 구렁이는 무기를 가진 인간들에 대해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특히 빛나는 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을 전부 죽였고,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인간이 다시 나타나면 하나 남은 자신의 누이마저 위험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지 못했던 구렁이는 누이를 계속 귀찮게 했다.
오희가 둥지를 옮길 수 있도록.
그가 알고 있는 누이는 덩치만 컸을 뿐, 정에 약한 구렁이었다.
자신이 귀찮게 하더라도 죽이진 않을 거라 믿었고, 오희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녀를 찾아갔다.
처음은 구렁이의 생각대로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희는 더 이상 자신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
이렇게 계속 시간을 소비하게 되면 인간들이 누이를 찾아낼 것이다.
오희 역시 다른 형제들처럼 처참하게 죽을 거라고 생각한 구렁이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콰직.
구렁이는 오희를 있는 힘껏 물었다.
자신의 가족을 공격하는 건 굉장히 마음 아팠지만, 모두 누이를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누이는 그럼에도 자신의 둥지를 떠나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였다.
구렁이는 마지막 방법으로 인간들을 공격했다.
예상대로 인간들은 너무 강했다.
결국 구렁이는 큰 부상을 입고 자신의 은신처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구렁이는 인간들이 곧 자신을 쫓아오리란 걸 알았지만,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모든 걸 체념한 구렁이는 정신을 잃으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부디, 나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그들이 이곳에서 떠나기를….’
시간이 흘렀다.
죽음을 직감했던 구렁이는 몸이 회복되는 걸 느꼈다.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이 입구를 막아선 누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누나…? 으응?
오희를 보고 한번 놀라고, 자신이 의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하암~ 드디어 일어났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몸이 커진 오희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했다.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 혼자라도 도망을 가야지. 왜 인간들에게 덤벼서 이렇게 크게 다치는 거야?
-인간들을 봤어?
-그래, 내가 처리했어.
오희의 말을 들은 구렁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마워. 누나….
-흥, 갑자기 날 공격한 것들을 처리했을 뿐이야. 그보다 너는 아직 몸이 덜 나았으니까, 조금 더 쉬어.
-응….
그날 이후, 오희는 동생에게 오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어디를 가도 항상 함께 다녔다.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던 그때, 오심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는 용이 되고 싶어.
-용? 갑자기?
-응! 용이 되면 모든 이들이 나를 존경하게 될 거야!
세상 물정 모르는 대답이었지만, 오희는 오심의 결심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렁이가 용이 되려면 피나는 수련을 견뎌내야 했다.
오희는 오심이 용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수련했고, 먼저 길을 닦으며 동생을 돌봤다.
* * *
그리고 드디어 오늘.
“후후…. 그 어린 것이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되었네. 좋아, 마음이 바뀌었어.”
강신에게 받은 푸른색 돌을 품속에 조심스럽게 갈무리한 오희가 강신을 똑바로 바라봤다.
“원래라면 너와 거래를 하지 않겠지만,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도 없으니 특별히 거래를 받아주도록 할게.”
“괜찮으시겠습니까?”
오희의 정체를 짐작한 강신이 걱정스럽게 되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긍정했다.
“어차피, 필요 이상으로 수련을 쌓아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 전에 처리해야 할 게 있긴 하네.”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던 오희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리고 강신의 뒤쪽에 있는 일행들을 바라봤다.
“모처럼 기분이 좋은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너희들 때문에 온전히 즐기지를 못하는구나.”
오희가 갑자기 손을 들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갑자기 마른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울기 시작했다.
쿠릉…. 콰릉….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는 분명히 승천하는 동생에게도 방해가 되겠지.”
오희가 꽉 쥐었던 주먹을 펴며 밑으로 내리자, 그와 동시에 먹구름에서 일제히 천둥이 내리쳤다.
콰왕!!
콰르릉!!
강신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설야가 깜짝 놀랐다.
초코도 겁에 질렸는지 그림자가 살짝 일렁였다.
번개의 비는 마치 의지가 담긴 것 같았다.
강신이 타고 왔던 요트와 중형선박을 제외한 주변 모든 곳에 번개가 떨어졌다.
강신은 오희가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아니었다.
척준신과 김대리는 얼굴을 굳히고 오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갑작스런 자연재해가 처음인 남진수와 장웨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번개! 번개!”
하늘에서 내리꽂는 번개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번개가 더는 떨어지지 않자, 오희가 손을 탁탁 털어냈다.
파지직…. 파직….
바다에는 방금까지 떨어졌던 번개의 영향이 남아 있어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경고가 됐겠지.”
오희는 만족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오희는 갑작스럽게 번개를 불러냈을까, 강신은 오희에게 물었다.
“혹시 이 구역에 저희 말고 다른 이들이 있는 겁니까?”
강신의 물음에 오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것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말이야. 모처럼 좋은 날이니, 죽이지는 않고 경고로 끝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보던가.”
그 말을 끝으로 오희의 몸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모습은 오심이 이무기의 모습을 보여줄 때와 굉장히 흡사했다.
하지만 그녀의 본 모습은 강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패닉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머리에는 뿔이 달려있었고, 긴 수염과 4개의 발이 있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몸으로 가볍게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오희를 본 김대리가 입을 벌리고 중얼거렸다.
“용…?”
오희는 신화에 나오는 용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오심은 자신의 누나가 자기 때문에 승천을 미루고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사실 이미 오희는 승천을 끝내고, 용이 된 상태였다.
“이게 가능한 겁니까?”
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김대리가 강신에게 다가와 질문했다.
강신이 작성한 정보에는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게 되면 다시는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한다고 쓰여 있었다.
즉, 승천은 일방통행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그들의 눈앞에는 승천을 끝내고, 지상에 내려와 있는 용이 존재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신도 정말로 머리가 복잡했다.
어떻게 오희가 지상에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을 쫓아온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을 돕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머릿속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도 강신은 눈앞에 있는 용이 자신과 일행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자아, 이제 용건은 이걸로 끝이지? 그러니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파도가 출렁였다.
배가 크게 흔들리자, 강신과 김대리가 난간을 붙잡았고 척준신은 자세를 낮추어 중심을 잡았다.
조금 전, 번개로 인해 겁에 질려 있던 사람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우악….”
“악….”
파도뿐만 아니라 바람까지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하자, 강신이 서둘러 말했다.
“어서 선내로 들어가세요!”
강신의 외침에 남진수와 장웨이가 기어서 선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척준신은 선내로 들어가지 않고, 난간에 매달려 있는 강신과 김대리를 돕기 위해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파도와 바람이 더 거세지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시야가 차단될 정도로 굵고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큭.”
척준신이 손으로 억지로 시야를 확보하며 강신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귓가에 척준신에게만 오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훗날 끝없는 길목에 도달했을 때, 너는 어떻게 행동할 거야?
추상적이고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척준신은 질문에 당장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민 없이 바로 자기 생각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길이 나올 때까지 계속 걸을 겁니다.”
-그래? 그럼 지금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절대 포기하지 마.
척준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오희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다음으로 오희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김대리였다.
강신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오희의 목소리는 김대리에게만 들렸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너는 앞으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어. 그래도 너의 옆에 있는 인간과 함께 다닐 거야?
배의 난간을 붙잡고 있던 김대리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으읏…. 글쎄요. 그 위험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겠습니다.”
김대리는 솔직히 대답했다.
죽는 건 무서웠다.
하지만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서 현재하고 있는 매력적이고 재밌는 일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원하는 대답은 아니지만…. 그걸로 네가 만족한다면야…. 지금 내가 했던 질문이 너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랄게.
오희는 마지막으로 품속에 설야를 집어넣고, 난간을 잡고 있던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앞으로 굉장히 힘든 일을 마주하게 될 거야. 절망 속에서 죽지 못해 하루를 겨우 버티겠지. 하지만 참고 견뎌야 해. 아무리 힘들어도 하던 일을 손에서 놓지 말고 절대 포기하면 안 돼.
꽤 무서운 경고였지만, 오희의 목소리에는 강신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강신은 그런 그녀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용이라면 사람의 천기를 읽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강신의 호주머니 안이 두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잘그락.
-이건 내 비늘이야. 다른 이들이 탐을 낼 수도 있으니까, 아무도 모르게 줄게. 이곳까지 좋은 소식을 가져와 줘서 고마워. 덕분에 내 동생도 승천 전에 마음껏 포식했겠네.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걸 보면 거대했던 오심의 비늘과 다르게 오희의 비늘은 그렇게 크지 않은 듯했다.
-그럼, 잘 가.
마지막 오희의 인사를 끝으로 성났던 바다가 천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비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이미 오희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호화 요트 주변으로 불법 개조된 수십 척의 어선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