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밀항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가지고 있는 통신 장비로 본사로 전화하면 추적당할 수도 있으니, 다른 걸 구해보죠.”
울프 팀의 행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간단히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들어간 마트에 때마침 불법으로 사용되는 선불폰을 팔고 있었다.
현재 상황을 본사에 전하자, 회사는 밀항을 알선해주는 브로커가 웨이하이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꽤 큰 금액이 필요했지만, 회사에서는 기꺼이 그 금액을 브로커에게 입금했다.
마치 잘 짜인 하나의 공연을 보듯이 목적지로 가는 배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공안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이미 웨이하이 항구에는 이미 중국의 공안들이 가득했다.
“강선임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김대리가 묻자, 강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그들이 타기로 한 배는 늦은 새벽에 출발하기로 되어있었다.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아요. 일단 두 분은 아까 저희가 몸을 숨기고 있던 곳에서 기다려주세요.”
“강선임님은요?”
강신은 손목에 차고 있던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해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주변과 동화시켰다.
“저는 저희가 움직일 경로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척준신이 김대리와 함께 강신의 말대로 몸을 숨기기 위해 이동하자, 모습을 감춘 강신은 항구를 탐색했다.
‘한 번의 수색으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이곳을 점거하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찾고 있네.’
항구 주변을 돌아다니는 공안의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울프 팀을 찾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수십 대의 드론 또한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곳까지 꼼꼼하게 수색하고 있었다.
‘접선 장소까지 이동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 하지만 저들의 눈을 피해서 배를 타는 게 가능할까….’
이 항구에 정박한 배를 모두 조사하는 건 공안부로서도 꽤나 부담이 되는듯 했다.
대신 도망갈 구멍을 막아놓고 울프 팀을 잡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배를 타고 항구를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데….’
길과 주변 지형지물을 확인하던 강신은 공안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두 명의 공안은 현재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에 대해 주저리 떠들었다.
“이야…. 진짜 이게 뭔 난리래요.”
“그러게나 말이야. 갑자기 뭔 반동분자야. 심지어 무조건 검거하라는데, 반동분자면 그냥 사살하는 편이 낫지 않나….”
“에헤이, 위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산 채로 잡으라고 하잖습니까. 사살하면 오히려 징계를 받을 겁니다.”
“어휴. 그놈들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야….”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불평을 쏟아냈다.
“그래도 저희는 조금 편한 편이에요. 그 반동분자 잡겠다고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항, 항구로 사람들이 나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 동기는 운 없게도 교대할 사람도 없는 곳으로 나갔는데,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쉬지도 못한답니다.”
“그래? 그래도 우리는 2교대라 괜찮은 건가….”
“그래도 이번에 반동분자 잡으면 금일봉으로 꽤 큰 금액을 준다고 하던데요?”
“흥! 그래 봐야 윗대가리들이 다 챙기겠지. 뭘 기대해.”
“뭐…. 그건 그렇네요.”
강신은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었다고 생각해 그곳을 조심히 벗어났다.
그들의 대화에서 가장 도움이 된 정보는 울프 팀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우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갈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막고 있는 건가….’
이 사실은 강신에게도 울프 팀에게도 호재였다.
만약 이곳에 울프 팀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욱 삼엄한 경계를 뚫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강신은 최적의 루트뿐만 아니라 항구를 수색하는 인원들의 동선과 날아다니는 드론, 그리고 항구의 불을 비출 조명의 위치까지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일행들이 숨어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저 왔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강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대리가 화들짝 놀랐다.
“으앗, 놀라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요.”
강신이 카모플라쥬 기능을 풀고 모습을 드러내자, 척준신이 질문했다.
“그래서 어떻던가?”
강신은 항구의 상황을 약도로 만들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적어 넣었다.
강신이 만든 약도를 본 척준신과 김대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흠, 이건 좀 심하군.”
“와…. 들키지 않고 항구로 들어가는 건 힘들겠는데요….”
“자네가 만든 약도를 본다면 들키지 않고 배를 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군.”
척준신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차라리 강선임 혼자 우선 탈출하고 우리는 이곳에서 숨어지내다 조금 잠잠해지면 탈출하는 것이 어떤가?”
척준신의 제안은 틀린 게 아니었다.
어쩌면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는 강신이라면 혼자 편하게 귀국할 방법은 많이 있었다.
강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팀장에게 팀원을 버리라는 말을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제가 탈출하면 두 분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곳에서 함께 빠져나갈 겁니다.”
강신의 단호한 표정을 보자, 척준신은 더는 강신에게 혼자 이곳을 탈출하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럼, 강선임님은 따로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대로 가면 무조건 들켜요….”
김대리가 불안한 듯이 말을 꺼내자, 강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냥 들키죠, 뭐.”
“네…?”
“이왕 들키는 거 성대하게 들킵시다.”
“그게 무슨….”
강신이 씨익하고 음모를 꾸미는 악당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강신을 본 김대리가 몸을 흠칫 떨었고, 척준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브로커에게 소개받은 배가 출항하기 두 시간 전.
웨이하이 항구는 늦은 새벽임에도 많은 조명들로 인해 대낮처럼 밝았다.
여전히 공안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다들 피곤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 반동분자들이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는 나태했지만, 그런 부족한 정신을 채우는 게 많은 인원이었다.
그때, 권태감에 찌든 공안부 사람들의 정신을 깨워 주는 소리가 들렸다.
쨍강!
배가 정박되어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조명 하나가 깨졌다.
“어? 뭐야?”
“무슨 일이야?”
사람들은 갑자기 조명이 깨진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깨진 조명을 바닥에 눕혔다.
깨진 조명 안에서 이물질이 하나 발견됐다.
“돌?”
그 순간, 또다시 근처의 조명이 깨져나갔다.
쨍강!
“누가 돌을 던지고 있어!”
“빨리 찾아!”
“어떤 놈이야!!”
쨍강!
쨍강!
조명들은 바다 방향에서부터 항구의 입구 쪽으로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드론! 드론 띄워!”
갑자기 조명이 깨져나가는 모습을 본 공안부 사람들이 드론을 조명이 깨진 지점으로 보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강신이 중얼거렸다.
“지금이야. 초코야.”
-멍.
텅!
콰직!
초코가 쌓여있던 컨테이너를 무너트리자, 공안들이 띄운 드론들이 컨테이너에 깔려 부서졌다.
“어, 어…. 컨테이너가 무너졌다!”
“피해!”
강신이 모습을 감추고 난동을 피우자, 흩어져 있던 공안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남아있던 공안부의 드론들은 강신이 돌을 던져서 모두 격추했다.
마음만 먹으면 들키지 않고 난동을 피우는 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일부러 모습을 살짝 드러내서 공안부 사람들이 강신을 볼 수 있게 했다.
“어…? 저거 수배지에 나온 반동분자 아니야?”
“반동분자가 나타났다!!”
“잡아!”
강신이 잠깐 모습을 드러낸 곳으로 사람들이 몰렸지만, 그들은 무너진 컨테이너들 때문에 쉽게 강신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렇게 강신은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하며, 공안들이 자신을 쫓도록 만들었다.
가까이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근처 컨테이너를 쓰러트리거나, 카모플라쥬 기능으로 몸을 숨겼다.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범죄자는 아니니까.’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자신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이었다.
총을 꺼내 드는 공안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어둡고 정신없는 현장에서 강신을 맞출 수 있는 이는 없어 보였다.
‘정말로 오합지졸이네. 뭐, 총에 맞아도 다치지는 않겠지만.’
강신은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믿고 있었다.
공안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능했기에 오히려 강신은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공안들을 괴롭히며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일행들이 브로커와 만나기로 했던 지점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공안들은 이제 반동분자를 잡아 현상금을 받겠다는 의지보다, 무너진 컨테이너들의 배상을 위해 악착같이 강신을 쫓았다.
“우아악!”
“저기! 저기 도망간다!”
“누구든 빨리 잡아봐! 저놈을 못 잡으면 우리가 전부 손해 배상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강신이 공안들을 의도적으로 유인하는 동안,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척준신과 김대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신을 쫓는 공안의 소란스러운 외침이 점점 멀어졌다.
“이야…. 그동안 강선임님이 쌓인 게 꽤 많으셨나 보네요. 항구가 아주 난장판이 됐어요.”
“여기에 와서 참기만 했으니, 저 마음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김대리와 척준신이 항구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저렇게 날뛴다고 해도 생각보다 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네. 저기 보이는 조명들을 모두 깨지 않는 게 그 증거지.”
공안들의 시선이 모두 강신에게 몰려 있다고는 하나, 혹시라도 그곳으로 합류하지 않고 이곳을 지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강신은 김대리와 척준신이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조명은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그 길목과 조금 떨어진 곳에 적은 수의 조명만을 남겨두었다.
듬성듬성 남아 있는 조명의 빛이 시선을 끌어, 척준신과 김대리가 어둠 속에서 움직였을 때 그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브로커와 만나기로 한 곳이 여기 맞죠?”
“맞네. 생각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군.”
척준신과 김대리는 강신의 배려덕분에 편하게 약속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등장한 사람을 보고,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이렇게 두 분을 다시 뵙게 되는군요.”
브로커와 만나기로 했던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브로커가 아니었다.
남진수와 함께 포박해서 요트에 가둬두었던 장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