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26
125화
“서로 구면이실 테니, 자기소개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비밀 감찰부 소속이신 장웨이 대리님이 울프 팀으로 오신다고요?”
“네, 저는 오늘부터 울프 팀 소속으로 발령났습니다. 이번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죠.”
“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게 되는 거죠?”
“강선임님이 정한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에서 울프 팀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감찰하는 역할입니다. 울프 팀이 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게 저의 임무입니다.”
장웨이의 브리핑에 강신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꼭 필요했던 인재가 오셨네요. 장 대리님의 울프 팀 합류를 환영합니다.”
강신이 손을 내밀어 장웨이와 악수했다.
이날 울프 팀에는 새로운 팀원이 충원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임상무가 사전에 얘기했던 대로 중국 지부에 있는 성신의 비밀 연구소들이 모두 철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중국 대련에서 2개의 용오름이 관측됐다.
용오름이 불법으로 개조한 어선들과 근처 해안가를 쓸고 지나가, 큰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졌다.
뉴스를 확인한 강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 중국에서 이무기 사냥을 하려고 한 건가…. 정말 반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군.”
용오름은 이무기가 승천할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강신은 속으로 오희와 오심의 승천을 축하했다.
그렇게 다시금 강신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 * *
불현 듯 영감이 떠올라 자신의 개인 큐브에서 글을 쓰고 있던 강신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임상무였다.
임상무는 갑자기 강신의 큐브로 들이닥쳐 강신을 데리고 월례회의를 진행했던 큐브로 이동했다.
성신 그룹에서는 반년마다 연구과제를 평가하는 성과 발표 자리가 있었다.
연구의 성공과 실패. 기업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회사는 큰 이익을 얻게 되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그만큼 회사의 자본을 까먹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회사는 실패를 하더라도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이 그를 통해 얻는 것이 있었다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죠.”
강신의 좌측에 앉아 있는 임상무가 영문도 모른 채 붙잡혀 온 강신에게 설명했다.
과학자는 이전 세대의 과학자들이 잘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지식을 쌓고, 끊어진 길에서 다른 과학자들이 그러했듯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중에 위대한 발명품들이 나오는 일들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저를 이곳에 데려오신 이유가 정확히 뭔가요….”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자네도 엄연히 우리 회사 연구원이네만?”
강신의 질문에 우측에 앉아있던 권영식이 강신을 나무랐다.
강신이 선임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하는 일은 기술의 연구 개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 강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건지 임상무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반년 동안 회사에서 진행했던 연구 과제들을 쉽게 소개하는 자리이니, 듣기에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임상무의 말을 듣고 흥미가 생긴 강신은 결국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도 비밀 연구소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지 전부 알진 못했기 때문이다.
“자, 지금부터 연구과제 성과 발표가 있겠습니다.”
그때, 커다란 무대 위로 김한수 수석이 올라왔다.
그리고 준비된 자료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러자, 해당 과제를 맡은 부서에서 연구원이 나와 진행했던 연구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 장비 연구 부서에서 만든 신형 보호 장비는 기본적으로 수납공간을 늘리고자….”
장비 연구, 소재 분석, U.M.A 관리 등등….
강신이 처음 듣는 팀들이 나와 반년 동안 진행했던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했다.
“얼추 끝나가는군요. 이곳에 나와 발표하는 팀 중 유의미한 성과를 낸 다섯 개의 부서에는 추가로 연구 자금이 지원되고, 팀원들에게 개인적으로 금일봉이 지급되죠.”
대부분의 팀이 자신들의 성과를 발표했을 무렵, 임상무가 강신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말인데 강선임님은 어느 부서들이 선택될 것 같으십니까?”
“글쎄요….”
임상무의 질문에 강신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최고의 연구원들만 모여 있는 연구소답게 그들이 진행한 연구들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렵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제일 감명 깊게 본 것만 알려주시죠.”
“음…. 굳이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고효율 배터리가 가장 인상 깊었네요.”
강신은 계속되는 임상무의 재촉에 에너지 연구 부서에서 연구했던 배터리를 떠올렸다.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나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과 용량, 그리고 얇은 두께, 마지막으로 플렉서블(flexible, 휘는)이 가능했다.
장점만 가득해 보이는 이 배터리에도 단점은 있다.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고, 들어가는 소재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단점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때, 성신의 에너지 연구 부서는 생각했다.
-무작정 따라가봐야, 큰 성과를 얻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보다 더 나은 배터리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나온 것이 정식 명칭이 미정인 ‘고효율’ 배터리였다.
고효율 배터리 연구 발표를 본 강신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연구해서 얻은 기술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대단한 성과임은 틀림없죠.”
배터리가 한 번의 충전으로 전기 화물차를 400km 넘게 이동하게 해준다면 과연 사람들은 믿을까.
“아직 차량용 배터리로밖에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연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 가능하겠네요.”
배터리를 더 작게 만들어 아예 제품 설계에 영향이 없게 만들던가, 아니면 기존의 크기에서 한 번 충전으로 오랜 시간 유지되는 제품을 만든다.
무엇이 되었든 그들이 공개한 연구 과제는 강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렇지. 양산만 가능하다면 사용할 곳은 무궁무진하겠지.”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신의 생각에 동의했다.
셋이서 대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연구소의 모든 연구과제 발표가 끝났다.
“여기까지가 이번 반년 동안 이루어진 연구성과 발표였습니다.”
발표자가 모두 내려가자, 김한수가 무대 중앙에서 사회를 봤다.
“권영식 팰로우님은 사전에 연구 내용들을 살펴보고 상을 받게 될 5개의 과제를 미리 선별해 두셨습니다. 그 발표는 임상무님이 직접 해주시겠습니다.”
강신의 옆에 앉아 있던 임상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의 중앙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임상무입니다. 이번에도 여러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긴 여러 연구과제 정말 잘 봤습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모든 연구 과제에 추가 예산을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임상무가 중앙에 떠 있는 홀로그램을 크게 띄우며 말을 이었다.
“뜸 들일 필요는 없겠죠.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추가 연구 지원금을 받게 될 첫 번째 연구 과제는 광사태 현상의 과제를 연구했던 빛 에너지 부서입니다.”
빛의 연쇄 증폭 반응을 연구했던 이 과제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아쉽게도 선수를 뺏긴 연구였다.
한국 화학 연구소와 해외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를 진행했고, 빛 에너지 부서보다 먼저 네이처에 논문을 등재했다.
“팰로우님은 만약 자금과 인원이 더 있었다면 성공했을 프로젝트였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다음 연구는 자금이 부족해서 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추가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임상무는 지원을 받게 될 네 번째 연구과제까지 발표했다.
그중에는 강신이 말했던 고효율 배터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선정된 연구 과제는 바로….
“마지막은 연구소장의 직할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U.M.A의 데이터베이스입니다. 해당 과제는 모두 아시다시피 비밀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U.M.A의 특성 연구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으며, 다른 부서의 연구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비밀 연구소의 목적은 포획한 U.M.A의 특성을 연구해 새로운 물건을 개발하고, 미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강신이 쓴 글의 내용은 U.M.A를 포획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U.M.A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연구원들이 진행할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주었으니, 다른 부서들보다 연구 성과를 높게 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 그럼 호명하시는 분들은 무대로 나와주십시오.”
임상무는 각 연구 과제를 맡은 팀장들을 불렀다.
강신은 얼떨떨한 얼굴로 우측에 앉아 있는 권영식을 바라봤다.
하지만 권영식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가라고 재촉하듯이 턱짓으로 무대를 가리켰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강신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른 팀장들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갔다.
“자, 다들 박수 부탁드립니다.”
큐브 내부는 연구원들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선정된 연구 과제에는 연구 지원금이 추가 편성될 예정이며, 금일봉은 이곳에서 임상무님이 직접 팀장님들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김한수가 임상무 옆에 서서 봉투를 임상무에게 건네주었다.
임상무는 받은 봉투를 해당 과제 팀장들에게 건네주며, 악수를 하고 소감을 들었다.
팀장들의 소감은 가지각색이었다.
간단한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소감을 하는 팀장도 있었으며, 진지하게 연구의 방향성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신의 차례가 돌아왔다.
강신은 임상무가 건네주는 하얀 봉투를 거절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양보하겠습니다.”
임상무는 강신이 그러리라 생각했는지 당황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김한수는 아니었다.
“네?”
“저는 연구 성과 발표를 하는 자리에 처음 왔지만, 연구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를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건 제가 받을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놀란 사람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받는 것보다 차라리 다른 연구원들에게 돌아가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비밀 연구소에서 자신이 크게 기여했다는 건 강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추가 연구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봐야 어디에 쓰겠는가.
이미 자신은 회사에서 충분히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지금 주어지는 연구비나 금일봉은 자신이 아니라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연구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했다.
그리고 그것이 회사를,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권영식은 좌석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강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연구소 직할 부서가 연구비를 양보하면서 다른 연구 부서가 대신 받게 되었습니다.”
임상무도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했는지, 홀로그램을 하나 더 띄웠다.
“우주 기술 개발 부서, 우주 쓰레기 청소 연구를 맡은 김지혜 수석님 나와 주십시오.”
임상무가 예비로 두었던 우주 연구 부서의 팀장을 호명했지만, 아무도 무대로 나오지 않았다.
“김지혜 수석님? 안 계십니까?”
한 남성 연구원이 다급히 무대로 올라와 김한수에게 귓속말했다.
“음…. 김지혜 수석님은 오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불참해서 다른 팀원이 대리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원들 대부분이 참가한 자리였지만, 김지혜는 이곳에 참석하지 않은 듯했다.
그때, 강신은 임상무의 혼잣말을 듣게 되었다.
“오늘도 없는 건가.”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