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29
128화
“그러니까, 허창수라는 이름이었지 아마….”
김지혜의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서로 성이 달랐다.
즉, 허창수는 김지혜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허탕을 치고 수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수원으로 향하는 차량의 내부.
강신은 토마토 농장의 주인이었던 허창수라는 사람을 찾아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단서를 찾아볼지 선택해야 했다.
‘허창수라는 인물이 김지혜와 어떤 연관도 없다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긴 한데….’
시간을 낭비하는 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단서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후…. 어떻게 해야 할까.”
강신의 고민은 수원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강신의 선택은….
“허창수라는 사람을 먼저 찾아가 보죠.”
“알겠습니다.”
장웨이는 딱히 강신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허창수를 찾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름이 흔하지 않은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 사람을 특정 지을 수 있는 정보가 강신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중년이고 수원에 살던 딸이 있었으며 근 1년 안에 부산에서 수원으로 전입해온 사람, 그것이면 충분했다.
회사에서는 강신이 전해준 정보를 토대로 조건에 맞는 2명의 허창수를 찾아냈다.
강신은 두 명의 허창수를 다 만나보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건네준 자료를 보고 생각이 바꿨다.
“장 선임님,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주소죠?”
“그렇군요.”
한 명의 주소가 김지혜의 아파트 주소였기 때문이었다.
“흠, 흥미롭군요. 아무래도 우연은…. 아니겠죠?”
장웨이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강신이 대꾸했다.
“네, 이건 우연이라고 보긴 힘들죠.”
“하지만 그분은 정말로 김지혜 수석님을 모르는 것 같던데요?”
장웨이는 화를 내던 사내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보이긴 했습니다만…. 다시 가서 천천히 대화를 나눠보죠.”
여기서 둘이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해결될 일들이 아니었다.
강신은 더 지체하지 않고, 이미 한번 쫓겨났던 아파트로 다시 찾아갔다.
1104호의 벨을 다시 한번 누르자, 지난번에 화를 냈던 남성의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들려왔다.
-다시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지!? 내가 못할 것 같아?
그는 인터폰으로 강신과 장웨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크게 화를 냈다.
“잠시만요. 혹시 허창수 씨 본인 맞습니까?”
강신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화를 내던 남성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했다.
“부산 대저동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던 허창수 씨 아니십니까?”
-도대체…. 당신들 누군데….
남성은 화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강신과 장웨이의 정체를 물었다.
“부정하시지 않으시는 것을 보니, 본인 맞으시군요. 저희는 성신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저번에 찾아온 사람들도 다들 성신 그룹에서 찾아왔다고 하더니만…. 저희 집은 성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허창수는 계속 집을 찾아왔었던 정장을 입은 남성들을 떠올렸다.
하나 같이 덩치가 큰 그들은 회사원보다, 조직폭력배 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자꾸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하니, 허창수는 당연히 그들을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했다.
지난번에 찾아왔던 강신에게도 허창수는 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강신이 김지혜라는 여자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왔다.
물론 그렇다고 불신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제가 그쪽을 어떻게 믿습니까?
“의심하시는 거야 당연하시겠지만 저희는 정말로 허창수 씨에게 그 어떤 피해를 줄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여쭤보고 싶은 게 조금 있어서요.”
대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던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강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듯했다.
“저희를 집으로 들이기 싫으신 것이라면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떻습니까?”
-으음….
강신은 최대한 저자세로 나갔음에도 허창수는 잠시 고민했다.
“저희가 궁금한 것들만 몇 가지 알려주신다면, 다시는 이렇게 찾아오지 않겠습니다.”
강신의 설득이 통한 것일까.
허창수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결국 강신의 말에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준비를 조금 하고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카페로 나가겠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강신은 허창수의 확답을 듣고 나서 장웨이와 함께 카페로 향했다.
* * *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허창수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생한 흔적이 가득한 깊은 주름을 가지고 있는 삐쩍 마른 한 중년이 카페로 들어왔다.
그는 강신과 장웨이를 발견하고는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와서 털썩하고 앉았다.
“제가 허창수입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성신 그룹 SL 부서 강신이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강신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주자, 허창수는 명함을 한번 쓱 살피고는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저희는 현재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 김지혜인가 뭔가 하는 사람 말입니까?”
“네, 그분은 저희 회사 연구원으로 정말 중요하신 분이죠. 그런데 갑자기 사라지셨습니다.”
강신이 사정을 설명하자, 허창수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아니, 사람이 사라졌으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그리고 그게 저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자꾸 찾아오는 겁니까?”
“허창수 씨가 사시는 집이 그분의 거주지로 등록되어있어서 찾아갔던 겁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래…. 지금 사는 집은 제가 사서 딸에게 넘겨줬던 집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지혜와 허창수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다.
그때, 강신은 부산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김지혜라는 분의 부모님도 부산에서 토마토 농사를 한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허창수 씨가 농사를 짓던 곳이더군요.”
“내가 살던 곳이라구요? 거참…. 특이하긴 하네요. 근데 저는 진짜로 김지혜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의 표정과 행동은 정말로 김지혜가 누군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허창수가 김지혜를 몰라도, 그녀는 분명히 허창수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장웨이가 강신에게 귓속말을 했다.
“허창수 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혹시 따님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현재 아파트에 허창수 혼자 사는 건 아니었다.
부인과 그의 딸도 함께 살고 있었다.
회사에서 허창수에 대한 정보를 줄 때, 딸에 대한 정보도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본명은 허지수, 수원에서 연기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강신은 바로 허창수에게 딸에 대해 물었다.
“혹시 따님이 김지혜 수석님을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딸에게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허창수는 카페 밖에서 딸과 통화를 하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허창수의 입에서는 실망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딸도 그런 사람은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장웨이가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데, 강신은 우연히 허창수의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게 되었다.
“잠시만요. 허창수 씨.”
“네?”
“정말 죄송하지만, 휴대폰 배경화면을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러시죠.”
허창수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여기 이 여성분은 누구십니까?”
휴대폰의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본 강신이 묻자, 허창수는 아무런 고민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 딸입니다만.”
허창수가 딸이라고 말한 여성은 김지혜와 굉장히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강신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배경화면에 있는 사진을 본 장웨이의 눈도 덩달아 커져 있었다.
단단히 묶여있어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실타래가 드디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혹시 저희가 따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네? 왜요?”
허창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딸이 신분을 속이고 성신 그룹에서 일을 하는 건가? 아니면 누군가 내 딸의 명의를 도용한 건가?’
무엇이 되었든 허창수는 강신의 말을 거절하려고 했다.
허창수가 딸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건 딸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거짓을 조금 섞어 그의 심리를 반대로 이용했다
“회사의 기밀 때문에 제대로 알려드리지는 못하지만, 따님이 저희와 만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딸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은 허창수는 결국, 강신과 딸을 만나게 해줄 수밖에 없었다.
허지수와 만나기 전, 강신은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려 허지수의 정보를 더 수집했다.
“허지수와 김지혜 수석님이 동일 인물일까요?”
장웨이가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의 사진을 보고 말했다.
“그건 아마 아닐 겁니다.”
회사에서 건네준 허지수의 정보에는 그녀가 예체능 계열의 학과를 나왔다고 적혀있었다.
즉, 이과와는 담을 쌓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천재들이 가득한 비밀 연구소에서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건,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이야기였다.
“그럼 김지혜 수석님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흥미롭군요.”
강신도 허지수와 김지혜의 관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 * *
시간이 흘러 허지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허창수와 만났던 카페에 앉아 있는 강신과 장웨이를 보고 당당하게 다가왔다.
“저를 보자고 하셨다고요?”
“허지수 씨 맞으시죠? 우선 앉으시죠.”
“그러죠.”
그녀가 자리에 앉자 강신이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허지수 씨 저는 성신 그룹 SL부서 소속의 강신이라고 합니다.”
“허지수라고 해요. 작은 학원 하나를 운영하고 있죠. 그보다 성신 그룹에서 왜 절 찾아오셨나요?”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건가요?”
강신은 허지수를 떠보기 위해서 되물었지만,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모르겠는데요.”
“허지수씨 혹시 김지혜라는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요. 전 그런 사람 몰라요.”
강신은 그녀가 정말로 김지혜를 모르는 건지, 시치미를 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장웨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역시, 연기 학원 원장님이시라서 그런지 연기를 잘하시는군요.”
“연기라니요? 저는 정말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
“이것 참…. 제가 하는 일을 자세히 말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전 사람들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파악하는 일을 합니다.”
장웨이의 말투와 표정은 여유로워 보였다.
“저는 지금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사람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나오는 습관이나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있죠. 어느 정도 연기로 감추실 수 있겠지만…. 동공이 커지고,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맞추려고 하는 행동만 봐도, 당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억지 부리지 마세요!”
허지수가 언성을 높이자, 오히려 장웨이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피식 웃었다.
“거짓을 들키면 언성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죠.”
장웨이가 본 허지수는 연기는 잘해도, 거짓말은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
“허지수씨 당신이 하신 일은 신분위조로 범죄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의 법무팀이 당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죠.”
“신분 위조라니! 전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요!”
허지수가 적개심을 갖고 장웨이를 노려보자, 장웨이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게 강신을 툭툭 건드렸다.
강신은 장웨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장 선임님이 채찍질을 했으니, 나보고 당근을 주라는 거겠지.’
“허지수씨, 진정하세요. 저희는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저희가 궁금한 것들만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당신이 저희 회사에서 무슨 짓을 했었든, 모두 눈감아 드릴 수 있습니다.”
강신은 우선 아무런 불이익이 없을 거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허지수는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정말로 겁을 먹고 있었다.
장웨이가 했던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허지수를 심리적으로 몰아세우는 데 성공했다.
조금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김지혜 수석과 지킬 의리는 없었는지, 한숨을 내쉬며 항복을 선언했다.
“…좋아요. 뭐가 궁금하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