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권영식이 먼저 꺼낸 이야기는 용의 비늘과 관련된 일이었다.
“자네가 입원해 있는 동안 NASA에 외부 연구실을 빌려주었고, 장비를 들여오기 시작했네. 배를 통해서 와야 하는 부품들도 있어서 조립이 끝나는대로 분석기를 돌려 볼 수 있을 것 같네.”
“다행이네요.”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가능성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네.”
그다음으로 권영식이 꺼낸 건 이번에 강신이 포획한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네가 쓴 데이터베이스를 봐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 꽤 있더군.”
권영식은 U.M.A들의 특징을 강신이 쓴 글을 통해 비교적 편하게 파악했는데, 이번에 포획한 U.M.A는 조금 달랐다.
강신의 글에도 저 존재가 어째서 자신을 인지한 사람을 죽이는 건지, 목적과 동기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U.M.A를 인지할 수 있는 조건 또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프로네시스가 발견한 걸 보면 기계로 관측이 가능한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CCTV를 통해 U.M.A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으며, 무엇보다 성신 그룹에서 사용하는 U.M.A 감지기에도 감지되지 않았다.
권영식은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를 연구하기 위해 강신이 병원에 있는 동안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U.M.A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물건들을 큐브 안으로 집어 넣어봤다.
RC카나 드론 같이 움직이는 물건들에도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러나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는 내부로 반입된 어떠한 물건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U.M.A를 관찰해봐야 아무런 소득이 없었기에 권영식은 다음 실험으로 넘어갔다.
이어진 실험은 U.M.A의 불사성(不死性)에 대한 것이었다.
불사성을 가지고 있는 U.M.A들이 종종 있었는데, 강신이 작성한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불사성에도 종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노화를 피해 죽음이 찾아오지 않게 만드는 불사, 불로초나 카밀라가 이에 해당했다.
이 경우에는 외부적인 요인, 누군가의 공격이나 사고로 인해 죽음에 이를 수 있었다.
그다음은 육체가 상하더라도 빠르게 회복, 혹은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불사성이 있었다.
힐링 팩터라고도 불리는 초재생능력의 상위 호환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죽진 않지만, 잃어버린 걸 수복하기 위해 재생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런 불사성을 지닌 U.M.A는 그 대상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육체가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불사였다.
그야말로 완전한 육체를 가진 이들로 시간에 따른 노화뿐만 아니라, 어떠한 외부적인 요인에도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 포획한 U.M.A는 두 번째와 세 번째에 걸쳐 있는 것 같더군.”
“육체가 단단한 것만으로 세 번째 불사성과 걸쳐 있다는 건 조금 과한 얘기 아닐까요?”
강신은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가 몸이 단단하고 다치면 금방 재생하는 특성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권영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더 특이한 내용이었다.
“다른 충격은 모두 무시하면서 오로지 창과 화살 같이 찔리는 공격만을 허용하는 육체더군.”
심지어 폭발물을 터트려 충격을 가했을 때도 U.M.A가 가지고 있는 기형적인 3개의 날카로운 손톱만 깨졌을 뿐, U.M.A의 육체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액체 질소, 끓는 쇳물, 염산 같은 약품도 사용해봤지만, 기형적인 손톱을 제외하면 U.M.A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지.”
심지어 망가진 손톱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재생했다.
만약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를 포획할 때, 프로네시스가 작살총이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면 잡힌 건 U.M.A가 아니라 강신이었을 것이다.
“이번 연구도 용의 비늘만큼 힘들겠네요.”
권영식이 강신의 위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한 가지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평소 권영식이었다면 굳이 강신에게 실험에 대해 말하지 않고, 연구가 끝나고 난 뒤 결과만 알려주었을 터였다.
그런데 권영식이 저런 말을 꺼냈다면 이유는 한 가지뿐이었다.
“제가 도와드려야 할 게 있는 겁니까?”
강신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인데, 괜찮겠나?”
권영식도 진행하려는 실험을 계획하며, 강신에게 부탁을 해야 할지 상당히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강신에게 맡기려는 역할은 강신을 제외한다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을 하면 되는 겁니까?”
강신이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요구했다.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의 육체 샘플을 얻기 힘들다는 결론은 났지만, 충격에 의해 깨지는 기형적인 손톱은 다르네.”
날카로운 U.M.A의 손톱은 마치 한 자루의 칼과 같았다.
잘 벼려진 칼은 날카로운 만큼 쉽게 날이 상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U.M.A의 손톱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쉽게 벨 수 있도록 발달한 손톱은 U.M.A의 육체 강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U.M.A는 마치 자신의 손톱을 시중에 파는 커터칼의 날처럼 이상이 생기면 잘라내고, 다시 재생시켜서 소모품처럼 사용했다.
“U.M.A에게서 떼어낼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손톱이지. 연구를 위해 멀쩡한 손톱을 채취하고 싶네. 그러기 위해선 자네의 도움이 꼭 필요해.”
권영식이 U.M.A의 손톱을 채취하기 위해 세운 계획에 참여하는 인원은 3명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총괄 역할의 권영식과 U.M.A를 유인하고 행동을 막을 강신, 그리고 U.M.A의 손톱을 잘라낼 척준신이었다.
대상이 다른 U.M.A였다면 인원을 더 늘려서 안전을 확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U.M.A의 특성상 꼭 필요한 사람으로만 인원을 제한해야 했다.
“아, 그리고 자네뿐만 아니라, 프로네시스의 도움도 필요하네.”
“제가 함께하면 프로네시스도 도와줄 겁니다.”
강신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U.M.A에게 쫓길 때는 변수가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U.M.A를 인지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계획에 참여하는 사람도 적고, 보호 장비를 입는다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정말 고맙네.”
권영식은 강신이 수락하자,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좋아했다.
“작전은 어렵지 않네, 간단히 말하자면 강선임이 U.M.A를 유인하고 프로네시스가 서포트해서 행동을 저지하는 거지. 그러면 척부장이 움직임이 제한된 U.M.A의 손톱을 자르면 된다네.”
권영식은 바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U.M.A가 현재 들어가 있는 방공호용으로 제작된 큐브와 비슷한 내구성의 큐브가 준비됐다.
그리고 그곳에 프로네시스가 U.M.A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작살총들을 빽빽하게 채워 넣었다.
급조하느라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던 지난번과는 달리 쉽게 뽑히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도 작살총들을 제어하는 건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 * *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드디어 작전 당일이 되었다.
작전 시작 시간은 11시였다.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가 표적을 초기화하는 시간인 12시를 기준으로 한 시간 전인 11시로 잡았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한 시간이 지나면 U.M.A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표적을 다시 설정할 것이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새로 만든 큐브가 U.M.A가 들어있는 큐브 옆으로 이동했다.
그것을 끝으로 두 큐브 주변에는 차단벽이 세워졌으며, 강신과 권영식, 척준신만 남겨두고 모두 그 지역에서 벗어났다.
세 사람은 각자 보호 장비를 입고, 마지막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해서 이렇게 하면 되겠군. 나는 웬만하면 U.M.A를 보지 않을 것이네. 통신 패치를 통해 상황을 듣고 지시를 내리도록 하지.”
작전 총괄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U.M.A를 인지하는 사람을 하나라도 줄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권영식은 판단했다.
“알겠습니다.”
강신과 척준신이 대답하자,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둘의 어깨를 툭 치며 격려했다.
“잘 부탁하네. 자, 이제 각자 임무를 숙지했으면 시작해보지.”
권영식의 명령이 떨어지자, 강신과 척준신은 사전에 이야기했던 위치로 이동했다.
척준신은 빽빽하게 작살총으로 도배된 큐브로 들어가 자신이 가지고 온 장비들을 정비했다.
허리춤에 달린 검과 도뿐만 아니라 그의 발치에는 강철 톱과 슬레지해머 같은 공구들이 가득했다.
모든 장비에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한 척준신이 U.M.A를 보지 않기 위해 살며시 눈을 감은 채, 보고했다.
“절삭 조, 준비 완료.”
-절삭 조 대기, 제압 조는?
척준신의 보고에 권영식이 제압 조를 찾자, 곧이어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통신 패치로 들려왔다.
-제압 조. 전 장비 이상 없습니다.
-좋아, 유인 조?
권영식이 묻자 큐브와 큐브 사이에 위치한 강신이 길게 심호흡을 하고, 긴장을 이완시키며 대답했다.
“후우…. 아직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돌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좋아, 유인 조는 준비 중. 날개 가루 효과가 시작되면 바로 작전을 시작하지. 유인 조는 신호를 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강신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고 입에서 하얀 김이 흘러나왔다.
“스읍…. 시작합니다.”
-좋아, 시작하지. 표적이 있는 큐브 입구 개방.
-입구 열겠습니다.
권영식이 지시하자 프로네시스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몸이 가벼워진 강신은 큐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강신의 눈에는 U.M.A가 보이지 않았다.
12시가 지나 표적이 없는 상태가 되면, 다시 인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신은 해당 U.M.A를 쉽게 인지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네시스, U.M.A의 위치를 알려줘!”
-보고 있는 방향에서 45도 각도로 왼쪽으로 틀어서 정면!
프로네시스가 말한 방향으로 강신이 몸을 틀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지랑이처럼 흐릿했던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존재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는 강신이 자신을 인지했다는 걸 깨닫고 강신에게 다가왔다.
“유인 시작했습니다.”
강신은 U.M.A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척준신이 있는 새로 제작된 큐브로 이동했다.
아직 인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U.M.A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강신이 먼저 새로운 큐브로 들어온 상태에서 U.M.A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신을 따라가던 U.M.A의 행동이 조금씩 빨라졌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강신은 하얀 김이 나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U.M.A가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