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강신은 척준신을 가리키며 바로 용건을 말했다.
“저희 척부장님이 쓸만한 검을 찾고 있습니다.”
“검…. 검이라…. 그럼 AJ 열 10번, BC 열 3번….”
김태식이 진열장의 넘버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게에 진열해둔 모든 검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곧 가게 내부에서 종업원으로 보이는 말끔한 복장의 남성이 나와 거치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김태식이 말한 물건들을 유리 진열장에서 꺼내 강신 일행 앞에 놓인 거치대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종업원이 부지런히 움직여서 꺼내온 물건은 열다섯 자루의 검이었다.
열다섯 자루의 검은 모양도, 길이도, 심지어 재질까지도 모두 가지각색이었고, 어느 하나 평범해 보이는 물건은 없었다.
“두 분의 마음에 들만한 검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 있는 검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강신이 눈앞에 있는 검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김태식의 눈에는 이채가 서렸다.
“후후…. 물론이죠. 먼저 이것부터 시작할까요?”
김태식은 가장 길이가 짧고 검날의 한쪽 면이 넓은 톱날 형식으로 된 검을 들어 올렸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흔히 소드브레이커라고 불리는 단검의 일종이죠.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소드브레이커와는 조금 다릅니다.”
김태식이 소드브레이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손잡이 부분은 벼락을 맞은 나무를 숯으로 만들어 제작했습니다. 검날은 일인전승으로 내려오는 장인의 고유 제련 방법을 사용한 철로 월등히 뛰어난 내구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김태식이 검을 하나씩 설명하는 모습은 상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수집가에 가까웠다.
그제야 척준신은 강신이 이들의 본질이 수집가라고 한 이유를 확실히 깨닫게 됐다.
김태식이 가지고 있는 검은 모두 특수 공정과 특별한 재료,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척준신이 쓰던 사인참사검에 비할 만한 검은 없는 듯했다.
“자, 어떠십니까?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은 있으십니까?”
앞에 놓인 열다섯 자루의 검들에 대한 설명을 마친 김태식이 말했다.
그런데 강신은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더니, 지루하다는 듯이 김태식에게 대꾸했다.
“흐아암…. 마음에 드는 물건은 없군요. 설마 세그레드 조라에 겨우 이 정도 수준의 물건만 있는 건 아니겠죠?”
도발에 가까운 강신의 말투.
상인이라면 그냥 웃으며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수집가에게 이만큼 모욕적인 말도 없었다.
낮은 등급의 물건들을 내놓긴 했지만, 엄연히 자신의 수집품들이었다.
그런 수집품들을 보고 놀라기는커녕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 취급하는 강신을 보고 자존심이 상했다.
김태식은 굳은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며 강신을 노려봤다.
“하.하.하. 설마 이게 전부겠습니까. 민식아, 가게 제일 안쪽에 있는 검 세 자루도 마저 가져와라.”
김태식이 열다섯 자루의 검을 꺼내왔던 남자에게 지시하자, 무표정한 얼굴로 있던 종업원이 김태식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
“사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것들은 사장님이 상당히 아끼시는 물건들이잖습니까? 그걸 보여준다면….”
종업원은 강신과 척준신의 눈치를 살피며 말꼬리를 흐렸지만, 강신은 종업원이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그레드 조라의 실상은 수집가들이 모인 단체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상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물건을 보여주기만 할 뿐 팔지 않으면 상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창립자는 자신의 수집품을 팔기 싫어하는 세그레드 조라의 일원들에게 한 가지 규칙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수집품을 손님에게 보여주었을 때, 손님이 구매 의사를 밝히고 그 수집품에 상응하는 가치의 물건을 제시하면 무조건 판매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 아무리 점주가 아끼는 수집품이라고 해도 말이야.’
종업원이 걱정하는 부분은 이것이었다.
현재 김태식이 가져오라고 한 물건들 가운데는 점주가 정말 어렵게 손에 넣은 수집품도 있었다.
만약 강신과 척준신이 수집품의 가치를 알고, 비슷한 가치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점주는 거래를 해야만 했다.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괜찮으니까, 그냥 가져와.”
걱정하는 종업원과는 달리 점주의 목소리는 살짝 격양되어 있었다.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강신은 점주가 모든 상황을 계산한 뒤 행동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성신 그룹은 이곳에서 큰 거래를 단 한 번도 성사시킨 적이 없으니, 더 좋은 물건을 보여준다 해도 우리가 구매할 여력이 없으리라 판단한 것이겠지.’
종업원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김태식이 말한 대로 그가 아끼는 수집품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서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철제 상자들이 실린 카트를 끌고 나왔다.
세 개의 상자는 모두 전자식 잠금장치로 잠겨 있었다.
“첫 번째 상자부터 가지고 와.”
김태식이 짧게 지시하자 종업원이 가장 위에 놓인 가장 작은 상자를 앞에 내려놓았다.
김태식은 자신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모양의 펜던트를 잠금장치에 갖다 댔다.
띠리릭.
기계음과 함께 잠금장치가 풀리며 첫 번째 상자가 열렸다.
그 안에는 한 자루의 숏소드가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특별히 보관했던 물건이었던 만큼 평범한 숏소드와는 외형부터 달랐다.
아니, 숏소드뿐만 아니라 다른 검들과 비교해도 특이한 물건이었다.
김태식이 상자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숏소드는 재질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검날이 우윳빛을 띠고 있었다.
하나의 뼈 혹은 상아를 깎아서 검날부터 손잡이까지 조각해서 만든 검처럼 보였다.
“아주 먼 옛날 파르가에 살던 어부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바다로 나가게 됐는데, 바다로 커다란 번개가 내려쳤다고 합니다.”
김태식은 둘에게 우윳빛 숏소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번개가 떨어진 곳에서 팔 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어류를 건져 올렸습니다. 그 거대 어류의 뼈를 가공해서 만든 게 바로 이 숏소드입니다.”
길이가 팔 미터나 되는 거대한 물고기라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지만, 숏소드의 크기와 두께를 생각하면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총 12개의 숏소드가 제작되었는데, 지금 남은 건 이것뿐이라고 하더군요. 어류의 뼈로 만들어진 녀석이라 내구성이 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약한 내구성을 메우고 남는 특수한 기능이 있죠.”
“특수한 기능이라고요?”
“네, 숏소드의 검날에서 뼈의 주인인 거대 어류가 가진 특별한 독이 생성됩니다. 이 독은 코끼리도 얼마 움직이지 못하고 바로 절명시키는 극독이죠.”
척준신이 조금 놀란 듯한 반응을 하자, 김태식이 신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해독제를 만드는 일이 까다로워서 미리 제작해두지 않았다면, 중독된 이들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게 되는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죠.”
극악의 독을 스스로 생성하는 숏소드.
분명 특별한 검이었지만, 강신과 척준신이 찾는 무기는 아니었다.
울프팀의 목표는 U.M.A를 죽이는 게 아니라 포획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한 내구성도 걱정됐다.
“대인용으로는 굉장한 무기지만 저희가 찾는 종류의 검은 아니군요.”
“그렇습니까…. 그럼 다음 물건을 보여드려야겠군요.”
김태식이 말하자 종업원이 눈치 빠르게 다음 상자를 가지고 왔다.
김태식은 거대한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고 상자를 열었다.
두 번째 상자 속에는 조금 전 봤던 숏소드와는 정반대의 크기를 한 검이 들어있었다.
“클레이모어?”
척준신은 확신이 없어서 끝에 의문을 담아 말했다.
생긴 건 분명 양손으로 휘두르는 클레이모어 같았다.
그러나 평범한 클레이모어보다 2배는 컸다.
거대한 검은 아무리 힘이 센 성인 남성이라도 혼자 들기는 힘들어 보였다.
“맞습니다. 보시는 대로 외형은 클레이모어라고 불리는 검이죠. 이 거대한 무기는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7대 주신인 페룬이 가지고 있는 돌을 제련해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별한 광석으로 만들어진 이 검에 특수한 기능이 있죠.”
김태식은 설명을 잠시 멈추고는 상자 속에 있는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한 손으로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왜소한 체구를 가진 김태식이 한 손으로 커다란 검을 들어 올리자, 강신과 척준신은 깜짝 놀랐다.
“거대한 외형과는 다르게 보시는 것처럼 저도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구성이 약한 것도 아닙니다. 다른 검과 부딪혀 봐도 날에 이가 나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가볍고 튼튼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크기를 생각하면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강신이 클레이모어의 크기를 계산하고 척준신에게 물었다.
“평소 들고 다니시는 첼로 가방에는 안 들어가겠죠?”
“저 정도 크기면 들어가지 않겠지.”
강신과 척준신이 대화하고 다시 고개를 젓자, 김태식이 인상을 찌푸리곤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마지막 상자에는 강신과 척준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크기의 검 한 자루가 놓여져있었다.
검의 손잡이는 투박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조금 특이한 건 검날이 푸른 하늘을 담은 것처럼 하늘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었다.
김태식이 설명하기도 전에 척준신은 그 검을 보고 한눈에 반한사람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검날이 참 아름답죠? 이게 저희 지점의 마지막 검입니다. 제 모든 걸 걸고 고생 끝에 손에 넣은 물건이죠. 이 검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연관이 있는 무기라고 하더군요.”
제우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신이었다.
“제우스가 사용한 무기, 아스트라페를 만들어준 퀴클롭스 아시나요? 이 무기는 그가 아스트라페를 만들고 남은 재료를 제련해서 만든 무기라고 합니다. 신화 속에 나오는 번개 그 자체인 아스트라페를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죠.”
“비슷한 기능이라면 번개를 다룬다는 겁니까?”
강신이 묻자, 김태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쉽지만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다만…. 이 부분은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르겠군요.”
김태식이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검을 들어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검날에서 하늘색과 대비되는 노란빛의 전류가 흐르는 게 보였다.
파지직.
“보다시피 번개를 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전류를 검날에 두를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자체적으로 전류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전기를 충전하는 형식이라는 거죠.”
충전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 검이 굉장한 물건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노란빛의 전류는 그냥 사용해도 위협적이지만, 아스트라페와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면 파마의 힘이 깃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
“척부장님, 어떠십니까?”
척준신의 대답을 듣지 않아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알 수 있었다.
척준신의 시선이 아까부터 김태식이 들고 있는 검에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