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척준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신은 바로 회사에 지원을 요청해 천둥새에게 접근할 수 있는 더미를 제작했다.
천둥새가 언제 세 번째 구애를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비밀 연구소 연구원들은 각자 하고 있는 일들을 잠시 중단하고 더미를 만드는 작업에 투입됐다.
권영식은 조금이라도 빨리 더미를 만들기 위해 각 부서별로 만들어야 하는 부품들을 세분화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부서별로 담당한 부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즉시 연구소에서 각자 대기하고 있던 지원팀 요원들이 완성된 부품을 강신이 있는 철원으로 배달했다.
그리고 철원의 상황실에 파견 나온 장비 개발 부서 연구원들이 실시간으로 배달되는 부품들을 조립해 나갔다.
강신이 더미를 제작하기 위해 회사에 요청할 때, 구체적인 설계도를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필요한 기능만을 권영식에게 알렸을 뿐인데, 권영식은 실제 천둥새와 비슷한 외형의 더미 설계도를 만들어냈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천둥새의 정보들을 참고한 것이다.
물론 강신이 넣어달라고 했던 기능들도 빼먹지 않고 집어넣었다.
* * *
갑작스러운 지원 요청이었지만, 강신이 요청한 더미는 삼 일 만에 완성됐다.
“저도 비밀 연구소 소속이긴 하지만, 연구원들이 이렇게 전력으로 서포트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란다니까요….”
김대리가 눈앞에 완성된 천둥새의 더미를 보고 놀라워했다.
소설의 묘사를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실제 천둥새와 얼마나 닮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작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천둥새는 세 번째 구애 행위를 마치면 잠시 눈이 멀게 되니까, 제대로 보지도 못할 거야. 그러니 외형보다 중요한 건 다른 부분이지.’
강신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이는 더미의 몸통에 있는 갈라진 홈을 바라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결점으로 보일만도 했지만, 저 홈은 강신이 권영식에게 직접 부탁한 부분이었다.
“척부장님.”
강신이 척준신을 부르자, 그는 꺼림직한 표정으로 세그레드 조라에서 구매한 검을 꺼냈다.
그리고 더미의 몸통에 있는 홈에 끼워 넣었다.
철커덕.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검과 홈은 딱 맞아 들어갔다.
그걸 본 척준신의 착잡한 마음은 얼굴에 모두 드러났다.
“검을 구매하고 처음 사용하는 일이 고작 U.M.A를 흉내 내기 위한 것이라니….”
만들어진 목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검을 본 척준신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성신에서 만든 더미를 암컷 천둥새로 착각하도록 만들려면 척준신의 검이 필요했다.
“천둥새를 외형만으로 속일 순 없어서요.”
눈이 먼 수컷 천둥새는 자신을 찾아온 게 정말 암컷 천둥새인지 확인할 것이다.
천둥새는 동족을 파악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천둥새는 구애가 끝나고 아주 조금 남아있는 번개의 힘을 상대방에게 살짝 흘려 상대의 상태를 확인하죠. 문제는 상대방 또한 번개를 받은 만큼 그대로 돌려줘야 합니다.”
평범한 전기로는 천둥새의 힘이 담긴 번개를 구현할 방법이 없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천둥새가 눈치챌 테지.’
강신은 척준신의 검으로 수컷 천둥새가 흘리는 번개를 그대로 검에 축적했다가 다시 방출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강신은 권영식에게 전도율이 높은 물질을 통해 천둥새가 보내는 번개가 더미 속에 숨겨진 검에 모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시간을 들이면 검과 비슷한 장치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지금 저희에겐 시간이 부족해서요.”
특별한 장치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천둥새가 더미를 자신의 짝으로 인정하고 몸을 비빌 때, 더미에서 천둥새를 포획할 수 있는 장치가 튀어나오도록 제작했다.
이제 천둥새가 세 번째 구애를 시작할 때까지 남은 건 기다림뿐이었다.
강신은 적어도 일주일 내에 천둥새가 마지막 구애를 진행하리라 판단했다.
기다리는 동안 더미를 확인한 프로네시스가 강신에 말했다.
-이거 카본이 있으면 천둥새 포획에 용의하게 개조할 수 있겠는데?
“개조를 더 한다고?”
-응, 더 유용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 부분은 내게 맡겨줄래?
“으음…. 대신 갑자기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걱정 마!
프로네시스는 시간이 없어서 만들지 못했던 더미의 빠진 부분을 캐치했다.
추가로 비밀 연구소에 부품을 요청해 더미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더미의 입에 달아 놓은 음향 장치였다.
-피루루~ 피루루~
만들어진 더미의 입에서 맑은 물방울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둥새의 모습이 목격됐을 당시 천둥새의 울음소리로 추정되는 소리를 수집했고, 프로네시스가 음향 장치로 재현한 것이었다.
-어때? 이 정도면 비슷할까?
프로네시스의 말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혹시 모르니까 수컷 천둥새가 소리를 내면, 방금 낸 소리와 비교 분석해서 새롭게 소리를 만들어 사용하기로 하자.”
-알겠어.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더미의 개조를 완전히 맡겼다.
그러자, 프로네시스는 음향 장치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이것저것 추가했다.
김대리가 직접 조작하려고 했던 더미를 프로네시스가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조작하는 것보다 A.I인 자신이 조작하는 편이 더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더미가 도착한 지 72시간이 지났다.
* * *
늦은 저녁.
갑자기 프로네시스가 통신 패치를 통해 일행들에게 U.M.A가 감지됐음을 알렸다.
-철원 소이산 부근에서 U.M.A를 감지, 위험 수치는 실시간으로 상승 중이며 천둥새로 예상!
“드디어 나타났네요. 얼른 U.M.A가 감지된 곳으로 가시죠.”
“네, 언제든 이동할 수 있게 준비해두었습니다.”
강신과 척준신, 김대리는 갑작스러운 프로네시스의 통신을 듣고 서둘러 출동할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더미를 미리 실어두었던 차를 타고, 프로네시스가 안내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울프 팀이 소이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천둥새는 구애 행위를 시작한 상태였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항아리 모양의 빛이 나타났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UFO였다.
“정체를 모르고 봤으면 정말 UFO라고 생각했을 정도인데요….”
김대리의 말에 강신과 척준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UFO 모양의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그리고 이내,
콰르릉!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UFO 모양의 빛이 북쪽으로 빠르게 날아가 사라져버렸다.
“앗! 강선임님! 천둥새가 도망가는데요!?”
“이런, 정말 듣던 대로 엄청난 속도로군.”
김대리가 빛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강신의 시선은 천둥새가 빛을 발산했던 곳에 고정되어있었다.
“천둥새가 움직인 건 아닙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번개를 쏘아낸거죠. 멀리서도 다른 천둥새가 구애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럼, 천둥새는 아직 여기 있는 거군요.”
“네, 다들 준비하세요. 이제 천둥새가 움직일 겁니다.”
그때, 프로네시스가 통신 패치로 일행들에게 감지기의 감지 상황을 알려주었다.
-강신의 말대로 이곳을 벗어난 번개의 에너지는 빠르게 감소 중! 곧 소멸할 것으로 예상. 처음 발견한 곳에 남아있는 U.M.A 수치도 조금씩 감소!
“날개를 접어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는 거야. 네시스, 내가 착용하고 있는 다용도 렌즈의 망원 렌즈 기능과 열화상 기능을 동시에 작동시켜줘.”
-알겠어.
프로네시스는 강신의 말대로 다용도 렌즈의 기능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던 강신의 눈에 붉은 열기로 감지되는 천둥새의 모습이 들어왔다.
“척부장님!”
강신이 척준신을 부르며 천둥새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척준신은 허리춤에 메고 있던 도를 꺼내 들곤 강신 옆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시선이 천둥새에게 고정되어 다른 곳을 보지 못하는 강신을 위해 척준신이 잔가지들을 빠르게 베어내며 함께 달려갔다.
부웅! 붕~
서걱, 서거걱!
나무들이 마치 종잇장 베어지듯이 베어졌고, 그 어떤 장애물도 강신의 몸에 닿을 수 없었다.
강신은 척준신을 믿고 천둥새를 따라 앞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천둥새를 쫓아 산속으로 들어가는 강신과 척준신.
김대리는 차에 실린 천둥새의 더미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전원을 켰다.
푸르르르~
전원이 켜진 천둥새 더미가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몸을 털더니 말했다.
-김대리님, 저희도 천천히 따라가죠.
“그래야지!”
프로네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대리는 더미와 함께 강신이 사라진 방향으로 이동했다.
천둥새의 둥지는 구애 행위를 했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구애 행위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했었다.
세 번째 구애 행위를 하고 나면 잠시 눈이 멀어버리니, 거리가 가까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눈이 먼 천둥새는 다른 장애물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상태로 날아다녔고, 천둥새를 추적하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덕분에 천둥새 추격전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천둥새가 자신이 만든 둥지에 도착하자, 강신은 망원 기능으로 천둥새가 간신히 보일 정도로 떨어진 곳에서 더는 추적하지 않고 멈춰섰다.
“여기까지입니다. 더 접근하면 천둥새에게 들킬지도 모릅니다.”
“둥지와 거리가 상당히 떨어졌는데 더 접근하면 들킬 수도 있다니…. 이 정도로 예민할 줄은 몰랐군.”
척준신이 천둥새의 예민함에 놀라며 도를 다시 집어넣었다.
강신은 통신 패치를 통해 프로네시스에게 물었다.
“네시스, 더미는 어디까지 왔어?”
-네가 있는 곳까지 앞으로 5분이면 도착할 예정이야.
“그렇게나 빨리?”
강신은 자기 생각보다 더 빠르게 더미가 도착한다고 하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 천둥새 더미의 모습이 나타났다.
강신은 더미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빨리 쫓아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거 어떻게 날고 있는 거야? 천둥새의 더미는 날지 못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프로네시스가 조작한 더미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들어가는 부품들의 무게가 상당했기에 날개는 있었지만, 날 수 없는 더미였다.
천둥새의 더미는 우아하게 강신이 대기하고 있는 나무 위에 내려앉아 말했다.
-팰로우님이 제작한 최초 설계도에는 날지 못하게 되어있었지. 근데 이왕이면 날 수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조금’ 개조했을 뿐이야.
“도대체 그게 어딜 봐서 조금인데….”
강신은 단기간 내에 날 수 있도록 개조된 더미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천둥새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뭐,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강신이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작전을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