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강신은 몸을 숨기고 조용히 천둥새의 행동을 지켜봤다.
척준신과 김대리가 이곳에서 벗어나는 기척을 느끼고 방해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여긴 듯했다.
그리고 강신의 말대로 오래 기다린 자신의 짝이 나타났기 때문인지 천둥새는 조금 전에 자신이 당한 일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새로 나타난 천둥새는 더미가 했었던 행동을 똑같이 재현하다가 수컷 천둥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둥지로 들어간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신은 일단 밖에서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몸에 돌 때까지 기다렸다.
“후욱….”
후끈한 기운이 강신의 몸에 감돌자, 강신은 더는 지체할 생각이 없는지 나지막하게 말했다.
“간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보통의 천둥새였다면 들었을지도 모르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천둥새들은 강신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강신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프로네시스뿐이었다.
강신은 그대로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쿵!
지면에는 강신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지면을 박차는 순간 변형시켰던 보호 장비를 원래대로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강신이 빠르게 둥지로 몸을 날렸지만, 천둥새들은 강신이 냈던 소리에 놀라 이미 날개를 펴고 하늘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젠장, 짧아….’
강신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움직였지만, 그런데도 천둥새를 붙잡기에는 거리가 조금 모자랐다.
“초코야! 도망가지 못하게!”
-멍!
강신이 다급한 목소리로 초코를 불렀다.
그러자 초코가 그림자를 길게 늘이더니, 자신의 발을 꺼내 날아오르던 천둥새들을 그대로 짓눌러버렸다.
피루! 피루루!
갑자기 자신의 몸을 누르는 검은색 발을 보고 암컷 천둥새가 화가 난 것인지, 성질을 내며 몸에서 번개를 내뿜었다.
파지직! 콰릉!
급하게 번개를 내뿜어서 강하지는 않았지만, 번개는 자신을 짓누르는 초코의 발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깨갱!
초코가 따끔한 충격에 깜짝 놀라 짓누르고 있던 발을 황급하게 떼어버렸다.
하지만 강신에게는 충분한 시간 벌이였다.
강신은 초코의 발을 지나치며 초코에게 말했다.
“괜찮아, 잘했어 초코야!”
초코의 발이 다시 강신의 그림자로 돌아갔고, 강신은 어느새 천둥새 근처까지 접근했다.
암컷 천둥새는 접근하는 강신을 보고 피하기는커녕 번개를 쏘아낼 준비를 했다.
강신은 더 늦기 전에 천둥새에게 손을 뻗으며 서둘러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다.
“네시스! 보호 장비를 한 장의 절연 천으로 의태 시켜줘!”
다급함이 느껴지는 강신의 외침에 프로네시스 곧바로 강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조작해 강신 앞으로 커다란 절연 천을 만들어 냈다.
강신이 뻗은 손으로부터 거대한 천이 마치 바다에서 쓰는 그물처럼 튀어나와 두 마리의 천둥새를 덮쳤다.
강신이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프로네시스는 절연 천으로 변형된 보호 장비를 조작했다.
보호 장비를 축소시켜 빈틈없이 천둥새들을 구속했다.
그와 동시에 암컷은 자신이 준비했던 번개를 발사했다.
콰릉!
천둥새들을 가둔 천 속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U.M.A를 가둔 보호 장비는 의태로 인해 내구성이 극도로 떨어져 있었지만, 변형시킨 천의 재질이 절연성이 뛰어났다.
천둥새가 내뿜는 번개에도 아무런 이상 없이 원형을 유지했다.
피루! 피루!
두 마리의 천둥새가 뒤늦게 몸부림을 쳤다.
자신들을 구속하고 있는 절연 천으로부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고정된 보호 장비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암컷 천둥새는 그 이후로도 내부에서 몇 번이나 번개를 사용했지만, 절연천으로 변형시킨 보호 장비에서 나오지 못했다.
강신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통신장비로 현재 상황을 알렸다.
“천둥새 두 마리 포획 완료.”
-고생하셨습니다. 강선임님.
-고생했네, 금방 그곳으로 가지.
척준신과 김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곤 강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속옷만 입고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강신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
강신이 먼저 힘들게 손을 내밀어 말했다.
“탈진 상태라 움직이지 못해요, 죄송하지만 보시지만 마시고 걸칠 것 좀 주실 수 있을까요?”
그제야 척준신은 자신이 입고 있는 정장의 겉옷을 벗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척준신의 겉옷을 받은 강신이 몸에 걸치며 말했다.
“계획이 많이 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일은 어찌 해결은 했네요.”
“저게 천둥새인가요?”
“네, 절연 천으로 구속해놨습니다. 제 몸 상태가 좀 나아지면 같이 현장 정리를 하죠.”
프로네시스가 천둥새들이 숨이 막혀 죽지 않도록 작은 숨구멍을 열어 두었다.
덕분에 천둥새들이 호흡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강신의 탈진 상태가 끝나자, 강신과 척준신은 구속한 천둥새를 옮겼다.
“김대리님, 부서진 더미에서 검 좀 챙겨주세요.”
“네, 안 그래도 더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파손된 더미를 찾아 척준신의 검을 회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비밀 연구소 큐브로 옮겨진 천둥새들이 극심한 반항을 하리라 생각했다.
이에 강신은 철원에 있는 수컷 천둥새의 둥지를 그대로 옮겨서 큐브 안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신의 말대로 큐브에 둥지를 넣어주자, 천둥새들은 반항은커녕 서로 사랑을 나누기 바빠 보였다.
천둥새의 일은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어떤 커뮤니티에서 천둥새의 구애 행위를 보고, UFO로 착각한 사람이 계속 글을 업로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커뮤니티를 감시할 수 있는 프로네시스에 의해 계속 차단되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음모론자가 꾸며낸 이야기로 조용히 묻히게 되었다.
철원에서 며칠 동안 비상대기를 하며 피로가 누적된 일행들은 휴식을 취했다.
* * *
며칠이 지나고 강신은 개인 큐브에서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새로운 영감을 받아 글을 작성하던 중이었다.
그때 권영식이 연구원들과 함께 강신을 찾아왔다.
“이번 일도 고생이 많았네. 강선임.”
“팰로우님, 오셨습니까.”
권영식이 강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이어갔다.
“자네가 포획한 천둥새는 생각보다 빠르게 큐브에 적응하며 지내는 것 같더군.”
“그것 때문에 천둥새가 만든 둥지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니까요.”
함께 온 연구원들은 상자와 몇 개의 샌드백을 큐브에 설치하곤 용건이 모두 끝났는지 그대로 큐브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보다 저것들은 뭡니까?”
강신이 연구원들이 두고 간 물건들을 보며 권영식에게 묻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가지고 와봤네.”
“선물이요?”
권영식이 웃으며 연구원들이 두고 간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옛날 기사들이 손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건틀릿이 들어가 있었다.
새것처럼 번쩍거리며 광이 나는 건틀릿의 상단 부분은 금속, 하단 부분은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팔목 아래 금속 부분에 동그란 형태의 3개의 원이 존재했다.
“건틀릿?”
“건틀릿 맞네. 자네는 검이나 다른 무기를 쓰지 않고 체술을 쓰지 않나? 그래서 내가 직접 제작해봤지.”
강신이 척준신에게 배운 건 체술이었고, 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괜히 어설프게 익힌 무기를 써보다가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팰로우님이 직접 만드셨다면 평범한 건틀릿은 아니겠네요.”
“당연하지! 평범했다면 이곳으로 가지고 오지도 않았네. 우선 건틀릿을 착용해 보겠나?”
상자에서 건틀릿을 꺼내던 강신은 깜짝 놀라 권영식에게 말했다.
“어!? 이거 무게가 굉장히 가볍네요?”
아무리 반절이 가죽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나머지 반절은 분명 금속으로 보이는 물질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그런데 강신이 건틀릿을 들어보니 가죽 장갑 정도의 무게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무게가 가볍다는 사실에서 강신은 한가지 물건을 떠올렸다.
“혹시, 세그레드 조라에서 가져온 클레이모어를 사용하신 겁니까?”
강신은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클레이모어를 사용한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권영식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닐세. 그 물건은 기본 물성 조사만 끝마치고 자네에게 돌려주었지 않았는가. 아마 자네 장비 칸에 있을 텐데?”
“그럼, 이건….”
강신이 의문을 가지자 권영식이 건틀릿이 가벼운 이유를 설명했다.
“청동 돼지가 배설한 금속 중에 그 클레이모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물질이 있어서 그것을 사용했네.”
“아…. 그렇군요.”
“자자, 어서 손에 맞나 착용해보게나.”
권영식이 재촉하자 강신은 건틀릿에 자신의 손을 넣어보았다.
상판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손에 닿는 모든 부분은 보들보들한 가죽으로 착용감이 좋았다.
제작자가 건틀릿을 사용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건틀릿은 강신의 손에 맞춰 제작된 것인지 착 달라붙었다.
하지만 장갑은 장갑이라는 것일까.
아무리 가볍고 딱 맞는다고 해도 손을 움직이는 데 조금 불편함이 느껴졌다.
‘전투에서 손을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네.’
주먹을 휘둘렀을 때 손목이 꺾이거나, 단단한 물건을 타격할 때 확실히 도움이 될 듯했다.
강신은 그대로 주먹을 몇 번 휘둘렀다.
부웅! 부웅!
무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쁘지 않네요. 이게 끝인가요?”
“후후…. 그게 끝이라면 여기로 가지고 오지도 않았겠지. 프로네시스.”
권영식이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팰로우님이 넣어둔 기능은 모두 정상 작동 중으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하나씩 보여줘서 함께 강선임을 놀라게 해줘 볼까?”
-좋습니다.
“강선임 주먹을 쥐고 앞으로 뻗어보겠나?”
강신은 권영식의 말대로 주먹을 움켜쥔 상태로 앞으로 뻗어봤다.
그러자, 마치 X맨에서 나오는 울X린처럼 건틀릿에서 3개의 긴 발톱이 튀어나왔다.
발톱의 색깔은 상아색으로 금속 재질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보면 알겠지만 보통 클로라고 불리는 무기지. 다만 이것 역시 평범한 클로와는 다르네. 저기에 한 번 주먹질해보게나.”
권영식은 연구원이 설치하고 나간 샌드백 중 하나를 가리켰고, 강신은 그의 말대로 샌드백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톱밥이 아닌 모래로 채운 샌드백이었다.
하지만 건틀릿에 달린 클로가 뿌리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샌드백에 박혔다.
권영식이 만들었으니 클로가 날카로울 것이라 예상했기에 강신은 크게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 일어난 일에 강신은 당황하고 말았다.
콰직!
샌드백에 박힌 주먹을 회수하기 위해 주먹을 뒤로 빼려고 하는 순간, 건틀릿에서 튀어나온 클로가 맥없이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어, 어?”
받은 지 10분도 안 된 장비를 망가트렸다고 생각한 강신은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