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49
148화
권영식에게서 받은 건틀릿의 클로가 부서졌다.
당황하는 강신을 보며 권영식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제는 소리 내 웃기까지 했다.
“큭큭큭,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네. 원래 그렇게 제작된 무기니까. 네시스.”
-네.
권영식이 프로네시스를 부르자, 건틀릿에서 새로운 클로가 튀어나왔다.
웃고 있는 권영식과는 달리 강신은 새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클로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표정을 굳힌 이유는 권영식이 자신을 놀렸다는 것보다, 클로가 어떤 용도로 제작되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살상용이군요.”
무기는 원래 살상의 목적으로 만들어진다고는 하지만, 사용자에 의해 조절이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건틀릿에 달린 클로는 달랐다.
“몸속에 박아 내부를 망가트리려 겁니까?”
지성을 가진 U.M.A라도 몸에 박힌 클로를 쉽게 제거하지 못한다.
그냥 살을 도려내서 뽑아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클로의 날카로움과 내구성에 있었다.
‘클로를 빼낼 때, 잘못 힘을 쓰면 클로가 그대로 안에서 부서지겠지. 그러면 날카로운 클로의 파편들이 온몸을 헤집어 놓을 거야….’
강신이 보기에 건틀릿에 달린 클로는 지독하게 잔혹한 무기였다.
“으음…. 그렇게 화내지 말게나. 나도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만든 건 아니니까…. 그냥 어쩌다 보니, 이런 물건 완성되어버렸군.”
권영식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단순히 강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U.M.A의 데이터와 부산물들을 조합해서 만든 물건이었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사용하셨길래 이런 흉악한 무기가 만들어진 겁니까?”
“그러니까…. 날카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번에 채취한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의 손톱을 베이스로 삼았네. 그리고 불어나는 물의 원천 데이터와 틈새 동거자의 의태 기능을 보조로 사용했지.”
권영식이 건틀릿의 클로가 완성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의도는 깨지거나 손상된 클로를 커터 칼처럼 끊어내고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태 기능을 사용해서 손톱의 베이스를 억지로 늘리려고 해서인지, 클로를 이루고 있는 구조가 많이 불안정해졌어.”
그렇게 아주 날카롭지만 작은 충격에도 잘 부서지는 클로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물건을 만들다 보면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지금 권영식이 만든 클로가 그 예시였다.
“예상외의 물건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사용자가 자네이니 우선 가지고 왔네.”
“후…. 저를 믿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은 기능이네요. 이 기능 말고 또 다른 기능도 있습니까?”
“물론이지. 그건 최악의 상황에서 사용하라고 만든 기능일세. 두 번째 기능은 지금 자네가 뽑아낸 클로의 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네.”
강신은 권영식이 말하는 대로 클로의 끝을 바라봤다.
상아색의 클로 끝에는 마치 이슬처럼 투명한 액체가 맺혀 있었다.
“?”
강신이 그것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권영식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보이는 액체는 독이네.”
강신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거 완전 살상용으로 만든 물건 맞잖아요!”
첫 번째 기능이야 우연의 산물이라고 할지라도, 두 번째 기능은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넣은 기능이었다.
“에헤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자네가 다른 기업의 요원들이나 광신도들과 부딪힐 때 그들을 제압하고 일일이 구속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야.”
“……네?”
“그건 많이 사용해도 생명이 위험하지 않네. 오로지 몸을 마비시키는 용도로 만들어진 마비 독이야. 절대 살상용이 아닐세!”
강신이 세그레드 조라에서 가지고 왔던 치명적인 독이 생성되는 숏소드에서 추출한 독을 이용한 것이었다.
숏소드에서 나온 독을 분석하고 중화제로 중화시켜 만든 권영식 특제 마비 독이었다.
“클로를 생성하기 전에 네시스에게 이야기하면 마비 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네.”
제압한 인원들을 일일이 구속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U.M.A 포획에도 이용할 수 있었기에 굉장히 유용한 물건임을 부정하지 못했다.
“…제가 오해했네요. 그래도 사용하려면 연습을 조금 해야겠어요.”
“그게 문제지. 아무래도 클로의 내구성이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클로의 끝부분으로 상처를 입혀 중독시켜야 했기 때문에 거리를 잘 조절해야 했다.
“그건 제가 연습해야 할 부분이죠.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동그란 것들은 뭡니까?”
강신은 건틀릿의 몸체에 있는 원형의 홈을 보며 물었다.
“그게 마지막 기능이자, 그 건틀릿의 핵심 기능이지.”
마지막 기능을 소개할 생각에 권영식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 기능은 실질적으로 자네가 가장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기능이네.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편이 빠르겠지. 네시스. 일단 1단계로.”
-네, 내부 충격 장치 1단계 작동합니다.
프로네시스가 어떤 기능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건틀릿의 몸체에 있는 홈 중 하나가 외각부터 붉은빛으로 빛나다가 나선형으로 돌며 원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건틀릿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이건….”
강신이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기능이었다.
“역시 바로 알아보는군. HG 그룹에서 사용했던 둔기, 자네도 기억하지?”
HG 그룹이 U.M.A를 제압할 목적으로 만들었던 둔기.
예전에 강신이 HG 현장 요원인 하성진과 부딪혔을 때 수거했던 물건이었다.
대U.M.A용 둔기에는 HG 그룹이 걸어 놓은 락이 있어서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경쟁 업체들이 쉽게 분석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견고한 잠금장치였다.
하지만 성신 연구소는 집요하게 연구한 끝에 락을 풀었고, 그 기술을 재현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자, 이 샌드백을 쳐보겠나?”
권영식이 멀쩡한 샌드백을 가리켰고, 강신은 왼손 잽으로 가볍게 샌드백을 쳤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투웅!
철렁~
가볍게 쳤음에도 샌드백이 크게 출렁이며 위로 튕겨져 나갔다.
주먹이 닿은 곳보다 내부를 타격하는 기술.
마치 척준신이 시범으로 보여주었던 발경이라고 부르는 기술과 비슷해 보였다.
“이러니 무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지….”
평생을 수련해야 도달할 수 있는 발경의 기술을 현대 과학으로 어느 정도 재현해냈다.
무예를 수련한 사람들이 이 기술을 본다면 엄청난 박탈감을 느낄 게 분명했다.
‘그래도 기술을 사용하는 건 사람이니까….’
강신은 결국 마지막에 믿어야 할 건 자신의 육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앞으로도 단련을 게을리할 생각은 없었다.
“크흠, 사실 네시스가 협력해 줬다면 더 빨리 완성되었겠지만….”
-저는 현재 강신 이외의 것들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래서 시간이 더 걸렸지.”
프로네시스가 권영식과 김대리에게 협력하는 건 어디까지나 강신과 관련이 있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강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 프로네시스는 무관심하게 상황들을 지켜보기만 했을 것이다.
“그게 저와 네시스의 관계니까요. 이런 장비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강신은 건틀릿을 벗으며 권영식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권영식이 건틀릿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일도 바쁘실 텐데, 이 건틀릿은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고 만드신 거야.’
좋은 물건을 받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팰로우님, 저에 대한 상부의 생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네요.”
처음 강신이 입사할 때는 강신을 보호하는 일에 주력했다.
현장에서 사고가 터져도 강신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그 자리를 이탈할 계획을 세웠을 정도였으니까.
회사 최고 전력인 척준신을 계속 강신에게 붙인 것도 그런 이유였다.
강신에게 지급되는 장비 또한 공격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강신에게 무기를 쥐여주었다.
이제 회사에서 생각을 바꾼 것이라고 강신은 판단했다.
“당연하지. 자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요원들을 붙여줬는데도, 자네가 스스로 튀어 나간 게 몇 번인가!”
“…….”
“그때마다 나만 조마조마했는지 아는가? 위에서도 그럴 바에는 무기라도 제대로 된 걸 쥐여주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권영식답지 않게 언성을 높이며 강신을 위한 무기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권영식이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스스로 위험으로 들어가는 강신을 보며 속이 타들어 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후…. 그게 어디 자네만의 잘못이겠나, 우리가 하는 일들이 모두 불확실성이 높아서 그러지. 그래도 최대한 자신의 안전을 생각했으면 좋겠네.”
“네, 명심할게요.”
“좋아, 잔소리도 했고 줘야 할 물건도 줬으니, 나는 이만 가봐야겠군. 이걸 만든다고 밀린 일들이 산더미거든.”
모든 용건을 마친 권영식이 후련해진 얼굴로 강신의 개인 큐브에서 나갔다.
강신은 권영식이 건네준 건틀릿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요즘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분명 한두 번 더 생각하고 움직였다.
허나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 때도 그렇고, 천둥새 포획 작전에서도 너무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자신의 행동들을 반성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개인 큐브에 또 다른 방문자가 찾아왔다.
* * *
아름다운 외모로 연구소에서 일하는 미혼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카밀라였다.
하지만 강신을 찾아온 카밀라는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건 물론이고, 피부는 거칠어졌으며 살짝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몇 날 며칠을 고민한 탓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았다.
강신은 그런 그녀의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그녀에게 원하는 일은 가끔 죽은 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다였고, 힘든 일은 배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성신 그룹은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들어주고 있었다.
매번 지원자를 받아 양질의 피를 제공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장 걱정했던 그녀 소유의 성 또한 회사에서 보수하고 관리했다.
“카밀라 괜찮습니까?”
“네…. 아니, 안 괜찮은 것 같아요.”
그녀가 대답하는 모습도 조금 이상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강신은 카밀라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눈이 살짝 풀린 카밀라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해도 당신과 함께했던 그 날 저녁이 잊혀지지 않아서 찾아왔어요.”
강신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