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카밀라가 개인 큐브로 찾아온 이유는 강신의 피 때문이었다.
강신이 인지하면 안 되는 존재에게 쫓겼을 당시, 그는 카밀라를 구하다가 옆구리를 크게 다쳤다.
그때 강신의 피가 카밀라에게 튀었는데, 소량의 피가 우연히 카밀라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자기도 모르게 강신의 피를 맛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느끼는 피의 맛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건강 상태와 피를 추출할 때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밀라가 강신의 피를 섭취할 당시, 강신은 미확인 생명체에게 공격을 당한 상태였다.
강신의 피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고통과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초조함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피는 카밀라에게 형용할 수 없는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카밀라의 뇌리에는 강신의 피 맛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다른 이들의 피로 갈증을 해소하며 그 강렬한 맛을 지우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그녀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그녀가 순간 이성을 잃고, 강신을 덮친 건 한 가지 의문 때문이었다.
‘만약 즐거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피를 추출했다면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보통 사람들이 레몬을 떠올리면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상상만 했을 뿐인데, 카밀라는 순간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가 현재였다.
“다들 헛다리를 짚었네요.”
강신이 개인 큐브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아니, 분명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보였단 말이죠….”
“그래서 다들 오해한 거 아닌가.”
“강선임님의 피라…. 혈액을 분석할 때는 평범한 사람과 별다를 게 없었는데….”
청문회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해명을 모두 끝낸 카밀라는 다시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힘없이 말했다.
“회사에 물의를 일으켜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어떤 처벌을 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카밀라가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강신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 그녀에게 질문했다.
“카밀라, 상황은 이해했습니다만…. 그런데 저와 대치했을 때, 어떻게 그런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던 겁니까?”
강신의 질문에 카밀라가 다시금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 그게 원래 그렇게 정신줄을 놓으면서 리미트가 풀려서 평소보다 강한 힘을 낼 수가 있었어요…. 물론 스스로 조절은 불가능하지만….”
카밀라의 말을 해석해보면 강신의 피 맛을 보려고 자신이 정신줄을 놓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할 만도 했다.
의문이 해소되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직 의견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 이번 일은 다친 사람도 없고 카밀라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쯤에서 그냥 마무리하죠.”
강신은 카밀라에게 어떤 징계도 요구하지 않았고, 청문회 자리를 파하려고 했다.
“카밀라씨가 언제 이성을 잃고 강선임을 찾아올지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일단 스스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고 문제의 발단이 저의 피니까, 그것만 해결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음? 어떻게 하려고?”
권영식이 묻자, 강신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피를 먹고 싶다는 욕구니까, 그냥 제 피를 공급하면 되겠죠. 많이는 주지 못해도 주기적으로 소량의 피를 주면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피가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강신은 헌혈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대답했다.
하지만 카밀라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가 눈을 빛내며 강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절망 속에서 자신을 꺼내준 구세주를 발견한 듯했다.
“저, 정말로 피를 주실 건가요?”
“네, 주는 건 어렵지 않죠.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네! 뭐든지 수용할게요!”
강신이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카밀라는 말을 끊고 바로 대답했다.
“어떤 조건인지 듣고 대답하시는 게….”
김대리가 조건을 듣지도 않고 흥분한 상태로 답하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강선임님의 성격상 제가 못 할 일을 시키시지는 않을 테니, 전혀 상관없어요!”
이미 강신의 인품을 보아왔던 그녀였기에, 강신이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제가 원하는 조건을 지키시려면 뭔지는 아셔야죠….”
“아아…. 그렇네요.”
카밀라가 강신의 말에 자신이 너무 앞서갔다고 여겼다.
강신은 민망해하는 카밀라에게 미소를 지으며 두 가지 조건을 말했다.
“카밀라의 예상대로 그리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겁니다. 첫 번째는 제가 피를 공급할 때, 카밀라가 직접 흡혈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첫 번째 조건을 들은 카밀라는 굉장히 실망한 기색이었다.
뱀파이어인 그녀가 흡혈한다고 해서 딱히 영화처럼 그녀의 노예가 된다거나, 카밀라와 같은 종족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강신이 흡혈을 경계한 이유는 바로 흡혈을 할 때 따라오는 쾌락 때문이었다.
카밀라가 흡혈하면 당하는 이가 엄청난 쾌락을 느낀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회사에서도 카밀라가 주는 쾌락을 경계했다.
신선한 피를 공급하기 위해 지원자를 뽑을 때, 반년에 두 번 이상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강신이 지속해서 그녀에게 피를 공급할 때 쾌락을 느끼게 된다면, 쾌락에 중독될지도 모른다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우우…. 알겠어요. 아쉽지만 그 부분은 제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네요….”
카밀라는 아쉬워했지만, 그녀도 강신이 무엇을 경계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럼 두 번째 조건은 뭔가요?”
“두 번째 조건은 카밀라가 저희의 일을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강선임님의 일을요?”
갑작스러운 울프 팀 영입 제안에 카밀라가 눈을 껌뻑이며 강신을 바라봤다.
“매번 도와달라는 건 아닙니다. 제가 요청할 때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물론 위험한 순간도 있을 수 있죠. 대신 특별 수당으로 일을 도와주실 때마다 제 혈액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죠.”
“할게요!”
추가 보상이 강신의 피라고 하자, 카밀라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렇게 그날, 다섯으로 시작했던 울프 팀이 카밀라를 포함해 여덟이 되었다.
카밀라와 협상한 이후, 설야는 강신이 다른 이에게 피를 나누어 준다는 사실이 언짢았는지 가만히 있는 초코에게 괜히 신경질을 부려댔다.
강신이 카밀라를 섭외한 이유는 위험한 일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을 상대할 때 카밀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유혹은 많은 도움이 될 거야.’
U.M.A라면 모를까 평범한 인간이 그녀의 유혹을 버텨내긴 힘들었다.
하지만 강신은 카밀라가 실제로 능력을 쓰는 일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들이 몸 담고 있는 성신의 이름값이면 보통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길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 * *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
강신이 자신의 생각을 전면 수정해야 할 일이 생겼다.
현재 강신은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가 있는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강신과 마주하고 앉은 남성이 있었다.
몸은 조금 말랐지만, 눈빛이 매서운 사람이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강신이라도 눈앞에 있는 남성을 모를 수 없었다.
‘9선 국회의원 이경석….’
한국에 딱 세 명뿐인 국회의원 선거에 아홉 번이나 당선된 남자였다.
그야말로 정치의 끝판왕 같은 사람, 그런 그가 강신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신 옆에 임상무가 앉아 있었고, 그들 뒤쪽에는 척준신과 카밀라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대화는 내가 하는 게 아니니까….’
임상무와 이경석은 강신이 잘 모르는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치 이야기라면 질색하는 강신이 어째서 이런 곳에서 있을까.
지난번에 있었던 천둥새 포획 작전의 포상을 위해서였다.
천둥새는 엄연히 국가에서 지원을 요청한 일이었고, 성신이 그것을 해결해주었다.
원래라면 간단히 포상하고 끝날 일이었지만, 소문을 들은 이경석이 갑자기 그들을 부른 것이었다.
강신은 이 자리에 참석하기 싫었지만, 이경석 의원 쪽에서 해당 현장을 처리했던 팀장과의 만남을 요구했다.
처음에 강신은 다른 사람을 대타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임상무가 찾아와 그런 강신을 설득했다.
결국 이경석과 직접적인 대화는 임상무가 맡기로 했고, 카밀라의 동행을 허락받고 나서야 강신은 이경석을 만나기로 했다.
다시 돌아와 현재.
임상무와 이경석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강신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해서일까?
‘차라리 그런 거라면 괜찮았겠지만….’
사무실 구석에 있는 액자 사이로 살짝 튀어나온 어떤 표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V로 꺾인 자와 그 위에 올려진 컴퍼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문양이었다.
‘프리메이슨.’
비밀 단체였지만,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친목과 봉사, 그리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는 단체였다.
이들의 모임 장소는 로지(lodge, 오두막)라고 불렸는데, 지역별로 로지가 있었으며 각 로지별로 성격이 조금씩 달랐다.
프리메이슨의 기본 이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로지가 많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들이 비밀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우월감에 빠져있는 로지도 다수 존재했다.
‘일부러 저렇게 해놓은 건가…. 일단 못 본 척하는 게 좋겠네. 좋아, 난 못 본 거야.’
이경석이 어떤 로지에서 활동 중인지 알 수 없었기에 강신은 모른 척하기로 결심했다.
강신의 생각대로 이경석은 일부러 표식을 저렇게 걸어 두었다.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라 감춰둔 것에 눈이 더 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감춰진 게 흥미를 자극하는 문양이라면 참기 어렵다.
강신이 분명 저 표식을 봤을 것이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강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프리메이슨의 표식을 보고도 모른 척한다…. 듣던 대로 재밌는 친구군.’
이경석은 흥미롭다는 듯이 강신을 바라봤다.
사실 강신이 저 문양을 보고 호기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이미 프리메이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 궁금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강신은 임상무와 이경석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입을 열지 않고 자리만 지켰다.
“그럼, 지난번 일에 대한 포상은 그렇게 해주시는 거로 알고 있겠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임상무와 강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방금까지 웃으며 대화하던 이경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잠깐 기다리게.”
“이 의원님,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모든 대화가 끝났는데 이경석이 자신을 불러 세우자, 임상무가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경석이 강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임상무, 나는 저 친구와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