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나를 부른 걸 보면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소리겠지.’
강신에 대한 정보가 뒷세계에서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었으나, 최근 성신 그룹과 프로네시스가 더 퍼지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강신을 알고 있다는 건 이경석의 정보망이 생각보다 튼튼하고 정밀하다는 뜻이었다.
‘다른 건 모두 제쳐두더라도 이경석 의원이 프리메이슨의 어떤 로지 소속인지가 중요한데….’
최악의 경우, 성신은 대한민국 정치계의 큰손을 적으로 돌려야 할수도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강신의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이경석은 그런 강신을 보며 사람 좋아 보이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거참, 젊은 친구가 고민이 많아 보이는구만. 쓸데없는 고민하지 않도록 돌려 말하는 건 그만둘까….”
이경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얼핏 보이도록 놔둔 액자의 위치를 조정했다.
이젠 액자 속 프리메이슨의 로고가 새겨진 장식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
강신은 말을 아꼈다.
이 자리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내 친구가 자네 이야기를 참 많이 하더군. 지금은 성신 그룹의 U.M.A 포획팀을 맡고 있다는 것과 세상에 숨겨진 대부분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회사에서는 ‘정보꾼’이라고 불린다고 했었지?”
이경석은 강신이 정보꾼으로 불린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의 인자한 미소가 혐오감을 일으킬 정도로 불쾌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상대하기 싫은 타입이야.’
강신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경석 의원은 강신에게 있어서 꺼려지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정치인이라는 색안경 때문에 꺼려졌다면, 지금은 이경석이라는 사람 자체가 어려웠다.
척준신이나 권영식처럼 눈앞에 있는 이경석 또한 한 분야의 천재였다.
강신은 사람의 심리를 읽으며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이경석과 같은 부류의 천재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이경석의 입에서 회사에서 통용되는 정보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강신의 옆에 있던 임상무가 얼굴을 굳혔다.
뒤에 있는 척준신은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를 바꾸었다.
“그리 경계할 필요는 없네. 자네의 정체를 안다고 해서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고, 해를 끼칠 생각도 없지. 아니,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겠군.”
이경석의 말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그의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신 선임 자네를 도와주기 위해 말을 꺼낸 것이네.”
“…저를 도와주시겠다고요?”
자신을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말이 조금 뜬금없었기에 강신은 의문을 담아 말했다.
그러자, 이경석은 임상무와 카밀라, 척준신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둘이서만 했으면 좋겠는데….”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군요.”
이경석의 말을 듣고 강신이 아닌 임상무가 반발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런 임상무를 말리며 말했다.
“임상무님, 괜찮습니다. 아마 의원님이 저 로고를 보여준 이유도 신뢰를 얻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리고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건 의원님이 가진 비밀을 이야기하려고 하시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단둘이서 이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경석은 노련하게도 그런 강신의 해석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면 크게 소리치십시오.”
“허허…. 젊은 사람들이 걱정이 정말 많군. 정말 대화만 나눌 터이니, 어서 나가주겠나?”
이경석의 축객령이 떨어지자, 결국 일행들은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일행들이 나가는 중 카밀라가 조심스럽게 강신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강선임님, 원한다면 제가 매혹을 걸어서 다 불게 만들 수 있어요.”
카밀라의 매혹이라면 까다로운 이경석을 상대하지 않아도 그가 가진 정보만 빼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이 걱정이었다.
“아니요. 우선 저에게 호의적으로 보이니, 그 방법은 최악의 순간에 사용하는 걸로 하죠.”
카밀라의 목적은 이경석에게 정보를 얻어내고, 그 성과로 강신의 피를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강신이 거절하자, 김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그럼.”
일행들이 모두 나가자, 이경석은 자신의 책상에서 앞치마와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꺼냈다.
거기에는 이상한 문양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움찔.
강신은 그 물건을 보자마자 몸을 크게 떨었다.
“역시 이게 뭔지 알고 있나 보군?”
강신은 말을 고르다가 대답했다.
“프리메이슨의 계급인 크라프트가 새겨진 앞치마네요.”
“그게 끝인가?”
프리메이슨 내부에는 계급과 비슷한 의미로 크라프트라는 개념이 사용되었다.
그들의 심벌인 컴퍼스의 각도를 의미하는 크라프트는 1도, 2도, 3도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높은 크라프트였다.
이경석이 꺼낸 투박한 디자인의 앞치마에는 3도를 의미하는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강신이 놀란 건 크라프트 때문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크라프트가 아니야. 크라프트 옆에 달린 사이드 오더가 문제지….’
크라프트가 계급을 상징한다면 사이드 오더는 직책을 상징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는 사실 크라프트보다 사이드 오더라고 불리는 직책이 더 중요했다.
템플 나이트, 그랜드 마스터같이 잘 알려진 사이드 오더도 있었지만, 프리메이슨 일원들도 잘 모르는 사이드 오더도 여럿 존재했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인해 프리메이슨 사이에서도 극히 적은 인원들만 알고 있는 사이드 오더가 바로 키퍼였다.
그리고 이경석이 보여준 앞치마에는 키퍼를 나타내는 자수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크라프트만을 보고 그렇게 놀랄 이유는 없는데? 응?”
이경석이 얄밉게 웃으며 강신에게 물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프리메이슨에서 3도의 크라프트를 가진 사람은 적지 않았다.
아무리 계급이라고 해도 상하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로지에서 조금의 공헌만 해도 달아주는 게 3도였으니까.
“이게 어떤 사이드 오더를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거지?”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
강신은 키퍼의 표식을 보고는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퍼는 자신의 존재가 외부에 드러나는 걸 굉장히 꺼렸다.
그런데도 그들이 키퍼의 표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오로지 다른 키퍼들과의 접선을 위해서였다.
“설마 했는데, 키퍼의 존재까지 알고 있다니…. 그 친구가 어째서 자네에게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겠군.”
강신은 등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9선 국회의원, 사람의 심리를 읽는 천재 등 이경식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이 키퍼라는 사이드 오더 앞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강신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경석의 입꼬리가 더 올라가면서 소름 끼치게 변했다.
“처음과 태도가 완전히 변한 걸 보니, 정말로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군?”
“……네.”
도대체 키퍼라는 존재가 무엇이길래 강신이 이렇게까지 긴장한 것일까.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키퍼(Keeper, 지키는 사람), 그들은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를 지키는 이들이었다.
어떤 이는 무력으로, 또 어떤 이는 재력을 이용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건 달랐지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가 존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이것도 프리메이슨 내부에서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정확히 어떤 이들이 키퍼가 되는지 알고 있는가?”
강신은 소수에게 알려진 것들을 이야기해야 할지, 아니면 키퍼들만 알고 있는 감춰진 내용을 말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
심각한 내용이었음에도 강신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경석이 자신의 모든 걸 드러냈으니, 강신도 자신이 아는 것들을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키퍼는 프리메이슨을 지키는 사이드 오더죠.”
강신의 말을 들은 이경석은 강신이 대답이 틀리지 않았음에도 꽤 실망하는 눈치였다.
“음…. 그게 끝인가?”
“그리고, 당신들은 모두 환생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어지는 강신의 뒷말에 이경석이 흰 치아를 전부 드러낼 정도로 호탕하게 웃어 재끼기 시작했다.
“흐하…. 흐하하!! 그 친구 말이 사실이었군! 정말 우리들에 대해서까지 알고 있었어!”
키퍼 당사자들밖에 모르는 숨겨진 진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모두 환생자라는 사실이었다.
이들의 환생은 고작 1회로 끝나지 않았고, 여러 차례 계속됐다.
그리고 그들은 전생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오랜 세월을 존재해 왔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모든 전생을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전생의 특별했던 기억들만 남지.’
환생으로 인한 기억의 누락,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프리메이슨이라는 집단을 창립했다.
본인들만 볼 수 있도록 자신의 기록을 소속된 로지에 남겼고, 다음 생에 기억의 누락이 없게끔 준비했다.
환생자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단순한 힘과 재력 따위가 아니라, 연륜과 경험이었다.
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채 100년을 살지 못한다.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살아온 그들의 기억과 경험은 두려운 힘이었다.
그러니 강신이 이렇게 이경석을 어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경석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한참 호탕한 웃음을 이어갔다.
“하아…. 후우…. 너무 웃었군. 자네가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딱히 자기소개를 할 필요는 없겠군.”
“네….”
“끌끌, 너무 그렇게 어려워하지 말게나, 오랜만에 특이점을 봐서 즐거웠을 뿐이니까. 이제 자네를 부른 이유를 알려줘야겠군.”
프리메이슨이라는 집단은 애초에 키퍼를 위한 집단이었다.
그들은 다음 생에 어디서 누구로 태어날지 몰랐다.
그래서 전 세계에 로지를 만들었으며 인종, 종교 상관없이 가입을 받았다.
물론 인격 형성에는 시간이 걸렸기에 나이에 대한 제한은 존재했다.
또한, 로지의 실제 목적을 감추기 위해 키퍼와 관련이 없는 다수의 인원을 받아드렸다.
그리고 인류애를 실현해 좋은 일을 하자며, 친목과 봉사를 단체의 기본 이념으로 삼았다.
창립자는 키퍼였지만, 그들은 로지 운영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너무 많은 로지가 생겨나면서 키퍼의 손에서 벗어난 지하 로지가 생겼다는 거죠?”
“그것도 알고 있었나?”
키퍼들의 손을 떠난 지하 로지.
그들은 스스로가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로지였다.
문제는 중2병에 걸린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었다.
인원은 감춰져 있지만, 그들이 가진 권력이나 재력이 대단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뒤에서 세상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신격화한 광신도 같은 사람들이니까요.”
“음…. 틀린 말은 아니지. 그들을 알고 있으니 이야기가 빠르겠군…. 키퍼 중 한 명이 지하 로지로 잠입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네.”
지하 로지의 행동이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한 키퍼가 몰래 지하 로지에 잠입했다.
그리고 그는 우연히 그곳에서 어떤 계획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네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더군.”
강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듣고 되물었다.
“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