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5
154화
강신 일행은 미행하던 차량을 보기 좋게 따돌렸고, 안전하게 세이프 하우스에 도착했다.
장웨이가 홀본역에 준비한 세이프 하우스는 큰 거실 하나와 쉴 수 있는 방이 여러 개 있는 셰어 하우스처럼 생겼다.
평범한 곳처럼 보였지만, 이곳은 확실히 일행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세이프 하우스였다.
“식량은 미리 일주일 치를 구비해 두었습니다.”
강신은 이틀 뒤에 있을 프리메이슨 집회에 참석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장웨이는 만약을 위해 충분한 식량을 구비해 두었다.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추격전을 찍게 될 줄은 몰랐네요.”
김대리가 온몸에 메고 있는 가방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툴툴댔다.
“차라리 저희를 쫓는 사람들을 잡아서 뒤에 누가 있는지 불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았어요?”
차가 격하게 움직여서 지금까지 안색이 좋지 않은 카밀라가 강신이 건네주는 시원한 물을 받으며 말했다.
장웨이는 그런 카밀라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오시기 전에 저를 미행하는 사람을 잡았는데, 모두 헛수고였습니다.”
“왜요? 입이 무거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가요?”
물을 마신 카밀라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되묻자, 장웨이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들은 그냥 저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의뢰도 비대면으로 받아서 의뢰인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들의 통장을 추적해봤는데, 입금한 계좌는 차명계좌로 통장 주인은 노숙자로 판명되었습니다.
프로네시스가 장웨이의 말에 덧붙여서 설명했다.
“뭐, 무사히 세이프 하우스에 도착했으니, 그 이야기는 넘어가죠. 그보다 저희가 세운 계획들을 조금 더 다듬었으면 하네요.”
지금 울프 팀을 미행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강신에게 중요한 건 이틀 뒤 집회에서 키퍼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읏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셋팅 끝납니다.”
김대리가 자신이 내려둔 가방에서 홀로그램 영상기를 꺼내 세팅하고 전원을 켰다.
그러자, 런던 홀본역에서부터 코벤트 가든 근처의 모든 거리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자, 준비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대리님, 그럼 계획을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강신은 김대리가 띄워준 홀로그램을 보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현재 저희가 있는 세이프 하우스는 원래 이용하려던 호텔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기존 이동 계획에서 조금만 경로를 수정하면 되니 큰 변동 사항은 없을 겁니다.”
홀로그램은 그들이 머무는 세이프 하우스를 붉은 점으로 표시했다.
“작전은 집회가 열리는 이틀 뒤, 위치는 코벤트 가든 근처에 있는 런던 프리메이슨 본부 홀에서 진행됩니다. 작전 당일 이곳에서 프리메이슨 홀까지의 이동 경로는 이렇습니다.”
프로네시스는 숙소 위치가 변경되어 바뀐 경로를 홀로그램으로 붉은 선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1팀 인원들과 런던 요원들이 정확히 어떻게 배치될 것인지까지 상세히 표시했다.
“잠깐, 프로네시스 방금 변경한 첫 번째 지점에는 병력을 배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척준신이 프로네시스가 표시한 작전 배치도를 보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곳은 적의 병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큰 지점으로 판단됩니다.
“지도로 보면 그렇지. 하지만 적들은 우리가 이 세이프 하우스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 첫 번째 지점은 적의 병력이 준비되기 전에 넘어갈 수 있을 것이네. 차라리 그 병력을 더 뒤쪽으로…….
-그곳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는 이쪽에….
척준신과 프로네시스는 병력 배치에 관해 의견을 나누며 계획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미 한 달 전에 세워둔 계획임에도 계속해서 변경해야 하는 요소가 나오는 건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러서야 최종 이동 경로가 결정됐다.
“좋아, 이동 경로는 이것이면 되겠군.”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이동 경로를 정했을 뿐이었다.
이후에도 일행들은 강신이 프리메이슨 홀에 들어가 있는 동안 외부 경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강신이 탈출해야 할 상황을 대비한 도주로도 체크했다.
“프리메이슨 홀에 들어가면 프리메이슨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보디가드를 붙여주기로 했습니다.”
강신이 이경석과 조율한 내용을 말했다.
사실 그들은 평범한 보디가드가 아니라 기사 출신의 키퍼들이었지만, 일행들에게는 그들이 키퍼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집회 장소는 교회와 비슷한 구조라고 하더군요. 미리 받아본 내부 구조를 보니 난입 가능한 입구는 총 다섯 개입니다. 이곳을 첫 번째로….”
그들의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갖는 걸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작전을 다듬는 데 소모했다.
* * *
드디어 집회가 열리는 날이 밝아왔다.
장웨이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강신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들을 런던 곳곳에 배치했다.
그리고 호텔에서 지내고 있던 1팀 인원들과 런던 지부의 요원들로 하여금 더미들을 쫓는 이들을 잡도록 했다.
김대리는 미리 준비한 무기들을 울프팀 인원들에게 전달했다.
영국은 미국과는 다르게 총기에 대한 규제가 상당히 단단했고, 면허가 있어야지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
“척부장님은 총기 면허가 있으셔도 본인 무기를 쓰는 게 더 편하시죠?”
김대리가 묻자,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럴 줄 알고 이미 척부장님의 무기는 평소 쓰시던 첼로 가방에 넣어두었습니다.”
“고맙군.”
“자, 이건 카밀라 당신 겁니다.”
김대리는 가방에서 조금 특이한 권총을 꺼냈다.
성인 남성 손바닥의 반 정도 되는 크기였고, 두꺼운 플라스틱 카드처럼 보였다.
김대리는 권총을 끈으로 된 권총집과 함께 카밀라에게 건네주었다.
“3D 프린트로 출력한 것이라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권총입니다. 딱 두 발만 쏠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니, 정말 위험한 순간에만 사용하십시오.”
“귀여운 총이네요, 잘 사용할게요.”
보호 장비인 드레스로 갈아입은 카밀라는 왼쪽 다리를 난간 위에 올린 고혹적인 자태로 권총집을 허벅지에 고정했다.
“강선임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는 강신에게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번 현장에 권영식이 만든 건틀릿을 챙겨 왔다.
“프리메이슨 홀 외부에서 대기 중인 분들이 제 장비를 맡아 주세요.”
강신은 어디까지나 이번 작전에서 미끼 역할이었다.
미끼로서 무방비한 모습을 노출해야 작전이 수월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네, 그럼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김대리 또한 1팀 인원들과 함께 프리메이슨 홀 밖에서 대기 중일 계획이었기에, 강신의 건틀릿을 자신의 거대한 백팩에 넣어두었다.
집회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울프 팀은 서둘러야 했다.
강신은 울프 팀 일원들에게 뿐만 아니라, 배치된 다른 요원들에게까지 들리도록 통신 패치의 채널을 변경했다.
“이제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작전 개시와 함께 장웨이가 가장 먼저 세이프 하우스를 나섰다.
“모두 조심하시고 다치는 곳 없이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장웨이가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건물 밖으로 나갔다.
강신을 포함한 울프 팀 일원들은 세이프 하우스 앞에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는 홀본역에서 곧바로 집회가 열리는 프리메이슨 홀까지 안전하게 움직였다.
-FB-3 섹터로 이동,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기 경계 중인 1팀 인원이 프리메이슨 홀에 도착한 강신을 보고 다른 이들에게 보고했다.
아침부터 장웨이가 강신과 비슷한 이들을 런던 곳곳에 뿌려 놓은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강신 일행이 정성 들여 계획했던 게 무색할 만큼 적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살짝 허탈한 마음도 들기는 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은 일행들은 차에서 내렸다.
강신이 카밀라와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 척준신과 김대리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조심하게.
-조심하십시오.
그와 동시에 척준신과 김대리의 목소리가 통신 패치를 통해 들려왔다.
그리고 둘은 예정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입구에서 가볍게 소지품과 몸 수색을 한 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엔틱한 느낌이 드는 석조 건물이었다.
강신은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물 내부가 신기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카밀라는 와봤던 곳이라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카밀라는 그런 강신을 데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라운지로 이동했다.
라운지 또한 모두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준비되어 있었다.
둘이 잠시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허리춤에 예식용 검으로 보이는 얇은 장검을 차고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밝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남자가 두 팔을 벌려 강신을 환영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프리메이슨은 강신씨의 가입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강신씨의 안내를 맡은 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파트너인 에드윈입니다.”
금발의 딘이 밝은 갈색톤의 머리에 조금 탁한 파란 눈동자를 가진 있는 에드윈을 소개했다.
에드윈은 딘과 달리 말 없이 그저 짧게 고개를 까딱했다.
이경석은 프리메이슨 최강의 전력이 자신을 호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다만 딘과 에드윈 둘 중 누가 이경석이 말한 인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하하, 이해해 주십시오. 이 친구가 묵언 수행을 하는 중이라서요. 굉장히 반가워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강신입니다. 그리고 저와 동행하신 이분은 카밀라라고 하죠.”
“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와 동행이라니, 부럽군요. 자, 집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그동안 제가 이곳을 가이드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딘은 강신과 카밀라를 에스코트하며 프리메이슨 건물을 돌아다녔다.
그는 이동하며 프리메이슨이 어떻게 창립되었는지부터 줄줄 읊기 시작했다.
강신은 그런 그의 이야기를 적당히 흘려 넘기면서 건물 내부를 구경했다.
대부분의 통로는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천장과 벽면에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그림과 조명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심지어 관광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점도 존재했다.
“다음은 도서관으로 안내하죠.”
복도에는 대외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프리메이슨 단원들의 사진과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딘이 안내한 도서관은 시간이 없어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많은 책이 보관 중이었다.
“다음은 전시관입니다.”
딘은 간단히 도서관을 설명하고, 곧바로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박물관처럼 프리메이슨의 보물, 역대 그랜드마스터들의 복장이나 그들의 유품이 유리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2층 난간에는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이들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 들어간 천들이 걸려있었다.
딘은 전시관을 구경하는 강신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카밀라가 살짝 강신과 떨어지자, 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저희에 대해서 알고 계시죠? 이곳은 키퍼들이 자신의 추억을 보관하는 곳들 중 하나입니다.”
딘의 입에서는 키퍼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어째서 그런 정보를 자신에게 알려주는 건지 강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딘은 그저 음흉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