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58
157화
“하…. 잭, 그래 너였구나.”
“오랜만이네, 딘. 미안하지만, 우선 우리 로지의 간부부터 돌려받아야겠어.”
잭이라고 불린 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뒤에 서있던 두 사람이 강신에게 튀어 나갔다.
하지만 강신을 보호하는 이들이 그걸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에드윈은 혹시 몰라 김대리와 카밀라를 보호했고, 척준신과 딘은 강신의 앞에서 달려오는 이들을 막아섰다.
괴한들은 그들을 막아선 척준신과 딘으로 목표를 변경하고, 숨겨둔 검을 빼 들었다.
챙! 채챙!
그들의 움직임은 강신 일행을 덮쳤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전혀 달랐다.
모든 공격을 흘리는 검술을 쓰는 척준신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딘.
그들과 검을 나누는 모습만 봐도 상대가 정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몇 번의 검격이 오가고, 모든 사람들의 신경이 그들에게 쏠릴 무렵.
깨진 창문으로 지하 로지 사람들과 똑같은 복장을 한 이가 나타났다.
모두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틈을 타 강신을 향해 끝이 뾰족한 바늘 모양의 암기를 던졌다.
강신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암기를 보고 본능적으로 두 팔을 교차해 방어했다.
티디딩!
암기가 건틀릿을 강하게 때리자, 강신은 추가로 이어질 공격에 대비해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어지는 공격은 없었다.
강신을 공격했던 난입자들은 그대로 쓰러진 헨리만 챙겨서 물러났다.
척준신과 딘을 상대하던 두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난입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촤악!
“큿….”
딘에게 어깨를 베인 이는 신음을 흘리며 동료들과 함께 물러났지만, 척준신을 상대하던 이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 그르륵….”
털썩.
“호오…. 이거 제법 희귀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군요.”
자신의 부하가 감전되어 쓰러지는 모습을 본 잭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쪽에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것보다 헨리가 우선이죠.”
난입자들이 헨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잭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자, 헨리…. 보셨나요? 우리의 정보를 팔아넘겼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 저렇게 희생하는 단원들이 있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마스터…. 오해십니다! 전….”
헨리가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했지만, 잭은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쉬잇. 헨리, 당신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입이 가벼워 질 수도 있는 거죠.”
잭의 말투는 상냥했지만, 말에 가시가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실수는 다른 사람이 대신 희생해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헨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더 겁에 질렸다.
“오…. 그렇게 겁먹지 마세요, 당신은 우리 로지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는 선택 받은 사람이잖아요? 한 번의 실수가 있었다고 하나, 벌을 내릴 마음은 없습니다.”
헨리에게 말하던 잭의 눈빛이 순간 돌변했다.
“다만,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었으면 좋겠군요.”
“네,넵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헨리의 대답에 잭이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기 세 명의 동양인 중 정보꾼은 누구인가요?”
“그게….”
대답하지 못하는 헨리의 모습을 보고 잭의 미소에 금이 갔다.
“설마…. 지금까지 누가 ‘강신’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니겠죠?”
“죄, 죄송합니다!”
“데리고 와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다니. 이렇게까지 무능할 줄은 몰랐군요.”
잭은 인상을 찌푸리며 헨리의 오른쪽 검지를 잡아,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어버렸다.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헨리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헨리의 얼굴은 고통으로 인해 흘린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됐다.
“시끄럽네요.”
잭이 한마디 하자, 헨리를 잡고 있던 인원 중 한 명이 고통에 발버둥 치는 헨리의 경동맥을 눌러 기절시켰다.
“좀 낫군요. 스펜서 가문을 이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해서 들였는데, 이 정도로 무능할 줄이야…. 그래도 버리기 아까운 말이니 잘 챙겨두세요.”
“네, 마스터.”
잭이 지시하자, 기절한 헨리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강신 일행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자, 그렇게 경계하지 마세요. 전 정보꾼을 강제로 데려가려는 게 아닙니다.”
이어지는 잭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강제로 데려가려고 한 게 아니라는 말은 지금 상황과 모순되어 있었다.
“……강제로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도심에 폭탄을 터트리고 이런 놈들을 보냈단 말이지?”
딘이 쓰러진 적을 발로 툭툭 차며 말하자, 잭은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며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말했다.
“딘, 잘 생각해봐. 헨리는 성과에 욕심을 내서 스스로 용병을 구하면서까지 이런 상황을 만들었지만, 폭탄은 다르지. 폭탄이 터져 다친 이들은 ‘정보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상관없으면 다치거나 죽어도 된다는 거야?”
딘은 강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대변해 주었다.
“난 자네가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게 싫다고?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그들을 위해선 화내지 않지?”
“눈앞에서 벌어진 일과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다르니까!”
딘이 잭의 궤변을 듣고 소리치자 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지, 단지 우연히 태어난 환경이 좋지 않아서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것보단 우연히 폭발에 휘말려 죽는 게 더 나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딘이 크게 화를 내려고 하는데, 강신이 대신 입을 열었다.
“지금 다친 이들이 저와 무관했을지는 모르나, 제가 다친 사람들을 확인한 순간 더는 무관하지 않은 사람들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아도 당신들이 ‘가해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강신은 지구 반대편에서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벌어진 일에서 눈을 돌리긴 싫었다.
“하하, 그렇게 나서는 걸 보니 그쪽이 정보꾼인가 보군요.”
“이제 와서 알았다고 하지 마세요.”
강신은 잭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나의 정체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거겠지.’
잭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계속 강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그에게 정체가 발각되지 않았다면 강신은 아무 말 없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르는 척한 이유는 헨리의 기를 꺾어 그를 더 다루기 쉽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하…. 실례했군요. 그래서 강신 씨? 저희와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세계를 주무르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헨리도 분명 잭과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잭의 말에는 호소력이 있었다.
헨리의 말이 어린아이의 투정 같았다면 잭은 왠지 모르게 그를 믿고 싶어지는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강신의 대답이 바뀌진 않았다.
“싫습니다.”
“하하…. 이것 참,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하시는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대로 그쪽과 싸우면 우리도 피해가 클 것 같은데….”
“하, 큰 피해뿐이겠어? 너희는 우리를 이기지 못해. 우린 시간만 끌면 되거든.”
시간이 부족한 건 강신 일행이 아닌 비밀 로지 사람들이었다.
딘이 코웃음 치며 말하자, 잭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물론, 이대로라면 어렵겠지.”
“너….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잭이 너무 쉽게 인정하자, 딘이 표정을 굳혔다.
“그쪽은 키퍼가 둘이나 있고 정보꾼을 지키는 성신의 개도 생각보다 강한 것 같군.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꾼 본인도 꽤 싸움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네.”
“…그럼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거냐?”
딘이 묻자, 잭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 정체가 노출되었으니 이제 평생 키퍼들에게 쫓기게 될 텐데, 아무런 성과 없이 갈 순 없지.”
“그래서 불리한 싸움을 하겠다고?”
“이대로라면 불리하긴 하지, 그래서 말이야…. 내가 왜 굳이 폭탄을 터트려 주위를 분산시키고, 헨리를 먼저 이곳으로 보냈는지 생각해봤나?”
뜬금없는 질문과 함께 잭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딘은 뭔가 떠오르기라도 한 듯 다급하게 말했다.
“너…. 설마!”
“맞아, 전시관에 폭탄을 설치하느라 늦은 거야.”
“이 미친놈이! 거기에는 키퍼들의 추억들이 보관되어있어! 그곳을 훼손하면 그냥 쫓기는 거로 끝나지 않아!”
“이미 각오하고 있어. 자, 전시관에 설치된 폭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해체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
잭은 능글맞게 웃으면 말했다.
“빨리 가는 편이 좋을걸? 내가 이곳에서 대화하며 시간을 끌었으니, 폭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이 자식이!”
키퍼의 추억이 보관된 곳이니, 딘과 에드윈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러나 강신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딘은 분명히 자신의 추억들은 이곳에 없다고 했었는데….’
동료들 때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너희들이 이대로 전시관으로 간다면 옛정을 생각해 지나가는 걸 방해하지 않겠어. 어쩔래?”
잭이 손짓하자, 길을 막고 있던 비밀 로지의 단원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잭, 마지막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투항해.”
“그 대사는 내가 해야 할 대사인데?”
“젠장…. 네 말대로 전시관으로 갈 테니,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
“물론 키퍼의 명예를 걸고 나는 네가 전시관으로 갈 때까지 손끝 하나 건들지 않을 거야. 물론 내 부하들도 그럴 것이고.”
“하….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에드윈, 너는 여기 있어, 내가 갔다 올게.”
동요하던 딘은 결국 전시관으로 향하는 걸 택했다.
김대리와 카밀라가 딘을 허망하게 바라봤지만, 척준신은 결사 항전의 의지를 갖추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의 추억이 전시관에 없다고 했던 딘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강신이 심각한 표정으로 딘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잭이 웃으며 말했다.
“강신씨? 그렇게 허탈해할 필요는 없어요.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우선이니까요. 그건 키퍼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아니, 오히려 키퍼이기에 더 집착하는 겁니다.”
잭의 말은 사실이었다.
키퍼였기에 그들은 추억과 기억에 더 집착했다.
오래 살아도 백 년을 채우지 못하는 인간에게도 추억은 소중하다.
새로운 삶을 계속 반복하는 키퍼에게 추억은 그들이 살아가는 원동력과도 같았다.
딘이 검을 검집에 넣고, 천천히 움직였다.
잭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 순간!
푸슉!
얇은 검 하나가 딘의 몸을 꿰뚫고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