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6
165화
“당했네요.”
“아니…. 왜 경고를 해줬는데도 사고가 난답니까?”
김대리가 사고가 난 기업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투덜대자, 강신이 몇 가지 예를 들어 주었다.
“저희의 경고를 무시한 것일 수도 있지만, U.M.A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벌레가 기생 중인 사람들을 조사해서 U.M.A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다가 일어난 일일 수도 있죠.”
“쯧쯧,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는 것을….”
권영식이 혀를 차며 사고 난 기업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온 물건들을 일행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촤르륵.
“반지?”
권영식이 꺼낸 물건은 은색을 띠고 있는 얇은 반지였다.
디자인은 밋밋했지만, 반지 정중앙에는 불투명한 하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준비한 물건이네.”
권영식이 테이블에 있는 반지 중 하나를 집어, 불투명한 보석을 툭툭 치며 말했다.
“평범한 보석처럼 보이겠지만, 액체를 보관할 수 있는 용기일세.”
안쪽이 보이게 반지를 돌리고 말을 이어갔다.
“이 안쪽에 있는 구멍에서 침이 나와 용기에 들어있는 액체를 착용자에게 주입하는 형식이지.”
반지의 사용법은 쉽게 이해했지만, 어느 순간에 사용하라고 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 그런데, 이 용기 속에 있는 액체는 뭡니까?’
그러자, 권영식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흑막처럼 불길하게 웃어보였다.
“후후…. 즉효성 마비약일세.”
“네? 뭐라고요?”
마비약이 들어있다는 소리에 김대리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적에게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반지를 낀 사람에게 마비약을 주입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영식이 가져온 물건을 살펴보고 있었다.
“좋네요. 확실히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 이게 괜찮다고요?”
김대리가 눈을 크게 뜨며 강신과 권영식을 한 번씩 바라봤다.
“네, 구충제나 항정신성 약물을 넣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아니…. 어째서요?”
“팰로우님이 이걸 만드신 이유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 부분은 김대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구충제나…. 항정신성 약물을 넣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죠. 김대리님 잘 생각해보세요. 구충제가 몸속에 있는 U.M.A를 잡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
“그거야….”
구충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문제는 또 있습니다. U.M.A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U.M.A가 내뿜었던 호르몬이 사라지겠습니까?”
“으음…. 그건 그렇네요…. 그러면 정신 안정제 같은 약들은요?”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안정제들이 U.M.A가 뿌리는 호르몬에 효과가 있을지 아직 확인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강신의 말을 들은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건의 주범은 U.M.A가 뿌린 호르몬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그냥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비시키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화를 주체하지 못 해서 동료를 공격하는 것보단 말이죠.”
Simple is best.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적이 된 아군을 배제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음….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렇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지급했으니, 어서들 착용하게나.”
권영식이 준비한 반지는 울프 팀에게만 지급된 게 아니었다.
현장 요원은 물론 회사 내부에 있는 보안 요원, 그리고 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까지.
비밀 연구소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에게 지급되었다.
강신이 반지를 끼자, 반지가 작은 기계음을 내며 손가락에 자동으로 맞춰졌다.
“신기하네요.”
“아무래도 제대로 접촉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마비약이 주입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손가락 크기에 맞춰지도록 만들었지.”
신기한 듯 반지를 바라보던 강신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임상무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임상무님 혹시 사고 난 기업들의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고 계십니까?”
기사 내용은 인명 피해와 화재 피해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 추가적인 상황 설명은 없었다.
만약 누군가 이 사태를 일으킨 것이라면 목적이 따로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 정확하지는 않은데, 개발 중인 샘플 몇 개가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샘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해당 기업에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밀리에 개발되는 물건이라 쉽게 알려주지는 않겠지만, 강신은 임상무의 능력을 믿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 * *
잠시 자리를 비웠던 임상무는 잃어버린 샘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돌아왔다.
“개발 중인 안티에이징 크림, 발모제, 식물 촉진제였습니다. 대부분 ‘영양제’ 종류의 샘플이 사라졌다고 하는군요.”
“혼란을 틈타 누군가 그 샘플들을 가져간 듯합니다.”
물건들의 품목을 들은 김대리가 의문을 표했다.
“아니, 도대체 그 물건들을 어디에 쓰려고 이런 난리를 피운 것일까요….”
잃어버린 물건들은 획기적이라고 부르긴 어려운 물건들로 이미 시중에서 팔고 있는 종류의 샘플도 있었다.
물론 시중에 파는 제품보다 효과가 좋을지 몰랐으나, 그래도 나라를 혼란하게 만드는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얻을 이유는 없다고 김대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강신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아마도…. 사용하려고 가지고 간 게 아닐 겁니다.”
“음?”
권영식조차 강신의 말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가져갔다는 게 더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지금 임상무님이 말씀하신 물건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영양제라는 거?”
“아니요. 잘 생각해보세요. 안티에이징, 말 그대로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는 것이고, 발모제는 죽은 모근에서 새로운 털이 나도록 하는 것이죠.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예요. 대부분 재생과 촉진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입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그런 물건들은 이미 판매되고 있잖아요.”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과 비밀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물건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죠.”
김대리는 강신의 설명에도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권영식은 강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단번에 깨달았다.
“허…. 그렇군! 원료! 원료를 노린 것이었어.”
“네, 바로 그겁니다. 비밀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물건들은 기본적으로 U.M.A를 연구해서 얻은 것들을 토대로 개발이 진행됩니다. 이번 일을 벌인 이들은 아마 재생, 촉진과 관련된 U.M.A의 샘플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생과 촉진이라…. 어, 설마?”
김대리가 뭔가를 눈치챈 듯 놀란 눈으로 강신을 바라보자, 강신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생과 촉진, 넓게 보자면 이는 생명력과 연결된 것이었다.
생명력 하면 떠오르는 단체는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 신을 부활시킨다는 명목으로 생명력과 연관된 물건과 U.M.A에 집착하는 단체는 단 한 곳뿐이었다.
“네, 아마 비밀 종교 집단. 크툴루를 믿는 자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그놈들입니까….”
광신도가 개입했다는 소리에 일행들은 모두 다른 표정을 지었다.
김대리는 지겹다는 듯이 말했고, 옆에 있는 카밀라는 자신이 당한 일들이 떠오르는 건지 몸을 살짝 떨었다.
장웨이는 처음 부딪혀보는 단체에 호기심을 가졌다.
“광신도들이라…. 그치 들이 꾸미는 일들은 항상 좋지 않았는데 말이지.”
크툴루를 믿는 자들은 자신들이 믿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이 어찌 돼도 상관하지 않았다.
주위에 악영향을 끼치는 그들을 누구라도 좋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고로 끝이 아닐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봤을 때, 광신도가 노릴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강신이 사건이 일어났던 지점과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가 감지된 곳을 함께 표시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정 수 이상의 U.M.A가 나타난 곳과 광신도들이 샘플을 가져간 장소가 일치합니다.”
정부와 기업에서 U.M.A의 소탕 작전을 진행해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유독 기생 벌레의 개체 수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기업에서 사건이 생겼다.
“그리고, 이건 현재 U.M.A가 남아 있는 곳들입니다.”
처음 보여준 지도에 비하면 빨간 점이 많이 사라졌지만, 유독 한 지역에 U.M.A들이 몰려 있었다.
“강원도?”
“네, 정확히는 양구와 화천 사이인 것 같네요.”
“양구와 화천 사이라….”
김대리는 강신이 말한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근처에 위치한 기업은 없었다.
“제가 알기로 그 근처엔 기업이 없을 텐데요….”
그때, 임상무가 지도를 확대했다.
거대한 강.
주변에 유명한 기업은 없었지만, 그곳에 표기된 지명을 본 임상무가 말했다.
“이거 평화의 댐이군요.”
“평화의 댐?”
강신이 댐의 이름을 되뇌자, 김대리가 무언가 떠오른 듯이 대답했다.
“아! 거기 분명 국가에서 관리하는 박물관 같은 게 있었죠?”
“네. 기업 시설은 아니지만, 평화의 댐 지하엔 국가에서 관리하는 U.M.A 관련 시설이 있죠.”
평화의 댐 지하에 위치한 시설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정부에서 함께 관리했는데, 주로 수생 U.M.A들이 있었다.
그곳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U.M.A를 다루는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은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임상무와 김대리는 이미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거긴 연구소라기보다는 박물관? 관광지? 같은 곳인데요.”
“음…. 그러게나 말입니다.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굳이 이런 일을 벌일 필요가 없는데….”
국가가 선뜻 다른 기업에게 시설을 공개한 이유는 누군가가 탐을 낼 정도로 귀한 U.M.A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지도를 보면 강선임님의 말대로 다음 습격 장소는 저곳일 확률이 높겠네요.”
임상무와 김대리는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장웨이는 강신의 편을 들어주었다.
“뭐, 밑져야 본전 아닌가. 우선 정부에 연락을 넣어 보는 걸로 하지.”
권영식의 말을 끝으로 그날 회의는 마무리됐다.
이 내용을 정부에 알리자, 정부는 정부 요원들만으로 대처가 힘들다고 생각한 건지 긴급히 다른 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성신에서는 방제 작업에서 제외된 3팀과 함께 울프 팀이 파견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