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9
168화
“진짜…. 덥다….”
“그러게나 말이야….”
댐 외부에서 경계하는 다른 기업 요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 중이었다.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위함이었는데, 그런 그들의 노력은 슬프게도 큰 의미가 없었다.
-평화의 댐 인근 U.M.A 이상 증식 확인! 전 요원은 서둘러 지급한 정신 안정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그들이 적을 발견하기 전, 지휘소에서 무전을 통해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의 이상 증식 사실을 알렸다.
외부에서 경계 중이던 각 기업의 요원들은 U.M.A에 대비해 지급받은 물건들을 사용했다.
그중 가장 많은 유형이 분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을 안정시키는 안정제였다.
요원들은 회사에서 지급한 캡슐을 물도 없이 입에 넣고 그대로 삼켰다.
이상 증식이라고는 했지만, 지금까지 출동한 현장에서는 회사에서 지급해준 약을 복용하면 U.M.A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빠른 약효를 보이는 약 덕분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상 증식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세상에 저게 뭐야.”
“호흡기 가려!”
마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처럼 U.M.A들이 바람에 날려 그대로 평화의 댐을 덮쳤다.
입과 코를 막아봐야 소용이 없었다.
U.M.A는 호흡기를 통해서만 숙주의 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은 U.M.A가 댐 위를 덮쳤지만, 놀라 넘어진 요원 하나를 제외한다면 피해는 제로에 가까웠다.
-경계를 늦추지 마!
-어디에서 나타날지 몰라!
-자리 이탈하지 말고 현 위치를 지켜!
각 기업의 지휘관들이 있는 지휘소에서 요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무전을 날렸다.
그리고 요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괜찮아?”
한 요원이 U.M.A 때문에 깜짝 놀라 넘어진 동료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 고마워. 별것도 아닌데, 식겁했네….”
넘어진 요원은 내민 손을 잡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그들의 귀에 장착된 이어폰에는 지휘실에서 보내는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하, 씨…. 진짜 시끄럽네. 아니 보통 이런 경우에는 부상자를 먼저 파악하는 게 기본 아닌가?”
“에이…. 이러는 게 뭐, 한두 번이냐…. 그래서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어, 그냥 넘어진 거니까. 다친 곳은 없지. 아니…. 다시 생각해봐도 열 받네….”
“야야…. 진정해, 너 아무래도 U.M.A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갑자기 화를 내는 동료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U.M.A의 영향을 받은 그를 말릴 수 없었다.
“회사에서 지급한 약을 먹었는데, 뭔 U.M.A 영향이야. 너 지금 내가 다혈질이라고 돌려 까는 거냐?”
“아니, 말이 왜 그렇게 돼? 걱정을 해줘도 지X이네.”
“뭐? 지X? 이 새끼가….”
사소한 대화가 말싸움이 되고, 그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번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평화의 댐 근처에 있던 요원들이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싸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요원도, 요원들의 숫자가 많아도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 * *
-멈춰!
-정신 차려!
-진정해. 지금 뭣들 하는 거야!
건물 내부에 있는 지휘관들이 부하 요원들을 멈춰보려고 했지만, 분노에 몸을 맡긴 이들에게 그들의 말이 닿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말리는 소리가 듣기 싫은 건지, 착용하고 있던 이어폰들을 바닥에 던지는 요원들도 여럿 있었다.
분노라는 감정은 전파가 굉장히 빨랐다.
결국 평화의 댐은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는 요원들이 단체로 싸우는 난장판이 됐다.
카메라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각 기업의 지휘관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아니 분명 약을 먹었는데.”
“말려야 해! 저러다가 죽는 거 한 순간이야!”
“저걸 무슨 수로 말립니까! 저희도 여기서 나가봐야 저들과 똑같은 꼴이 될 뿐입니다.”
도떼기시장처럼 혼잡한 지휘소에는 다행히 U.M.A의 영향이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지휘를 맡은 이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현 상황을 정상으로 돌릴 방법을 찾았다.
그나마 U.M.A의 영향을 덜 받아 대화가 통하는 이들을 찾았다.
그런데 그때 지휘소의 문이 열렸다.
벌컥!
현재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명의 소녀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크툴루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복장을 입은 괴한들이 있었다.
“치, 침입자!”
“전투태세 갖춰!”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지휘부 사람들은 베테랑답게 바로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베테랑 요원들의 모습을 보고도 가장 앞에 있는 소녀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아무리 자기 회사의 일이 아니라고는 해도 어떻게 이렇게 대충 준비할 수 있지? 지휘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더 볼 것도 없겠다. 국정원만 조심하면 되겠어.”
“……빨리 끝내자.”
“그래, 로나. 그냥 빨리 처리하고 내려가자.”
메나라고 불린 소녀는 자신을 재촉하는 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는 동안 광신도들은 지휘관들이 이곳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앞을 막아섰다.
그들의 퇴로를 모두 막자, 로나가 소중히 들고 있던 병에서 하얀 가루를 지휘부 사람들에게 뿌렸다.
하얀 가루의 정체를 알고 있는 지휘부 사람들은 그 가루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걸 보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밀폐된 장소에서 도망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가루를 피할 길이 없자, 그들은 외부에서 경계하던 요원들과 같이 회사에서 지급해준 알약을 먹었다.
결국 U.M.A의 영향을 받겠지만, 시간을 벌어 광신도들을 하나라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런 결의에 찬 요원들을 본 소녀는 지루하다는 듯이 길게 하품을 했다.
“하~암. 밖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나 보려고 아이들을 천천히 움직이게 했지만…. 굳이 이곳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메나는 요원들에게 하얀 가루가 붙는 걸 보고 곧바로 가볍게 손뼉을 쳤다.
짝. 짝.
그러자, 베테랑 요원들은 U.M.A에 노출된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큭! 그르륵!”
갑자기 입에서 하얀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었다.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든 걸 파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분노로 인해 뇌의 리미트가 풀렸는지, 인간이 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힘을 냈다.
책상을 내려치자, 나무 조각이 사방에 튀었다.
의자를 들어 사람에게 던지기도 했으며, 괜히 엄한 벽을 손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공격성은 광신도들에게 향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U.M.A의 숙주가 된 사람들을 본 메나는 금세 흥미를 잃은 눈으로 로나를 끌어안았다.
“정말 재미없네. 빨리 목표가 있는 곳으로 가자.”
“…응.”
광신도들은 난장판이 되어가는 지휘소의 문을 닫고 이동했다.
소녀들은 이곳에 처음 왔음에도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승강기를 바로 찾아냈다.
“너무 쉬워서 정말 재미없다.”
“응. 빨리 가서…. 쉬고 싶어….”
“그래~ 우리 귀여운 로나, 내가 빨리 일을 끝내고 쉬게 해줄게~”
지하로 내려가는 승강기에 탑승한 소녀들에게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여유가 넘쳤다.
하지만 그런 소녀들의 태도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덜컹!
끼이이이이익!!
승강기가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 강제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멈춰버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광신도들은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승강기가 멈추는 걸 본 소녀들은 그런 광신도들을 양팔로 밀치며 거만하게 말했다.
“어디 평신도 따위가 허락도 없이 우리 로나의 몸에 손을 대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흥! 그래도 이곳에 아주 멍청이들만 있는 건 아니네. 승강기를 멈춰서 우리를 이곳에 가둬 시간을 벌 생각인 것 같은데…. 우리가 이 정도도 준비를 안 했을 거라고 생각했나?”
메나는 이제야 조금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가지고 온 걸 사용해!”
“알겠습니다.”
소녀의 명령에 광신도들이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 있는 장비들을 꺼냈다.
가방에서 꺼낸 소형 용접기로 승강기 하부를 네모난 모양으로 잘라냈다.
광신도는 승강기와 연결된 줄에 도르래와 비슷하게 생긴 장치를 연결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내려가자.”
소녀의 허락을 받은 광신도들이 소녀들을 안고, 허리춤에 달린 링크에 도르래를 연결했다.
그들은 준비한 장비를 이용해 빠르게 지하로 내려갈 수 있었다.
광신도들이 지하에 도착하자, 들고 있던 쇠 지렛대로 승강기의 문을 억지로 열고 시설 내부로 들어갔다.
시설 내부에는 이미 성신 요원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광신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왔군.”
자신들을 보고도 덤덤한 성신 그룹의 요원들을 본 광신도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스크? 그걸로 기생 벌레를 막으려고? 정말 가소롭네. 그렇지?”
요원들이 끼고 있는 마스크는 평범한 마스크가 아니었다.
분진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나 쓸법한 방독 마스크였다.
거기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까지 쓰고 있었다.
“하아~ 일일이 반응해 주기도 지친다. 지쳐. 그냥 빨리 끝내자, 로나.”
“알았어….”
로나는 소중히 들고 있는 유리병에 있는 가루를 성신 요원들이 있는 방향으로 뿌렸다.
요원들과 광신도들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는데, 성신 그룹 요원들은 가루를 보고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서 있는 요원이 입을 열었다.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이건 벌레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쓴 게 아니야, 오히려 벌레를 죽이려는 용도지.”
“뭐?”
소녀가 순간 당황해 되물어 봤지만, 사내는 메나의 말을 기다려 주지 않고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시스, 시작하자!”
그 명령과 함께 시설 구석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푸슉!
키잉! 위이이이잉~
그리고 시설 내부에 갑자기 연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성신 그룹 요원들에게 날아오던 하얀 가루들은 연기에 맞고는 그대로 떠밀려 날아갔다.
“이건…. 뭐….”
메나는 발밑에서 천천히 차오르는 연기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때, 메나의 뒤쪽에 있던 로나가 연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자 갑자기 기침을 시작했다.
“콜록! 콜록!”
들고 있던 유리병을 바닥에 놓치고 고통을 호소했다.
쨍그랑!
“아아악!”
“로나!”
메나는 자신의 쌍둥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성신 그룹의 요원들을 강하게 노려봤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건 성신 그룹의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