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70
169화
강신은 어째서 소녀가 고통스러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기는 시설에 작동 중인 내부 공기 순환 장치 때문에 일정 높이 이상 높이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소녀의 키가 작아 연기를 조금 마신 듯했다.
현재 살포된 연기는 벌레를 죽이는 효과가 있는 살충제였다.
약간의 독성을 갖고 있지만, 인체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을 터였다.
“어…. 네시스?”
뭔가 잘못된 것일까 싶어 강신은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그러자 프로네시스가 바로 답했다.
-걱정하는 게 뭔지 아는데, 우리가 살포한 살충제는 살충효과를 극대화ᄒᆞᆫ 것이긴 해도 인체에 저렇게 영향을 미치는 성분은 아니야. 실제로 저 아이를 빼고는 모두 멀쩡하잖아.
프로네시스의 말대로였다.
연기를 마시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녀 한 명뿐이었다.
“특이 체질인가?”
-그럴 수도….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쨌든 성신 그룹은 사전에 준비한 살충제 하나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여기서 제압해야겠네.’
광신도들이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그때, 고통을 호소하는 소녀의 쌍둥이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뜸 들이지 말고 그냥 지금부터 실행해! 로나가 잘못되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 말과 함께 열리지 말아야 할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황금 잉어를 기르고 있는 곳으로 이어진 숨겨진 통로의 문이었다.
광신도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문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소녀들을 안아 통로로 뛰어 들어갔다.
“뭐야, 갑자기 문이 왜 열렸지?”
누가 봐도 내부에서 연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열린 숨겨진 문을 보고 요원들이 당황하자, 이순자가 호통을 쳤다.
“정신 차려! 궁금한 건 나중에 알아보면 된다! 우선 침입자를 쫓아!”
팀장의 목소리는 잠시 당황한 요원들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이순자가 가장 앞장서서 광신도들을 쫓아가자, 강신도 곧바로 그런 이순자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모든 요원이 움직였다.
좁은 통로에서 빠르게 쫓아갔지만, 통로로 들어간 광신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네시스, 살충제 살포를 멈춰.”
-왜? 적을 제압하는 데 효과적이라는건 너도 잘 알잖아?
“그렇긴 한데, 통로를 통해 연기가 연못으로 들어가면 안 돼.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가 사는 연못에 영향을 주면 집단 폐사할 가능성이 높아.”
-개복치보다 심하네. 알았어. 방역을 멈출게.
강신과 프로네시스의 대화가 끝나고, 강신과 일행은 연못이 조성된 공간에 도착했다.
도착한 연못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미 국정원 요원 중 절반이 눈을 뒤집어 까고,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주변에 멀쩡한 건 하나도 없었다.
기생 벌레에게 아직 당하지 않은 국정원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반항하고 있었지만, 이미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그리고 광신도들은 연못에서 황금 잉어의 알을 채취해 고통을 호소하는 로나에게 먹이던 중에 성신 요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설마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안쪽부터 공격한 거지?”
“일단 3팀은 광신도들을 상대하겠습니다. 강선임님은!”
이순자가 의문을 가지면서도 요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강신을 불렀다.
강신은 이순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손에 장착하고 있는 건틀릿에서 발톱을 꺼내 들었다.
발톱에는 투명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맡겨 주세요.”
이순자가 강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광신도들을 향해 달려갔다.
강신은 최철수를 공격하고 있는 국정원 요원에게 달려들었다.
평소의 국정원 요원들이었다면 강신의 공격에 어렵지 않게 대응했겠지만, 분노에 몸을 맡긴 그에게 회피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사람을 마비시킬 수 있는 독이 발린 발톱으로 국정원 요원의 손을 공격했다.
촤악!
“끄르륵….”
강신에게 베인 국정원 요원은 얼마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건틀릿의 발톱에 있는 마비독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퉤, 감사합니다.”
도움을 받은 최철수가 입안에 고인 피를 뱉고, 강신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최철수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이 더러운 건 물론이고, 한쪽 손은 축 늘어져 어깨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머리를 부딪친 건지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시설 내부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갑자기 멀쩡했던 요원들이 돌변해서 주변 부하들을 공격했습니다. 저희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철수는 갑자기 돌변한 부하 직원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여기 계시면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피해 계시는 게 좋겠네요.”
최철수의 실력을 직접 본 건 아니었지만, 앉아 있는 자리와 척가의 수련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국정원 차장이라는 자리를 거저 갖는 건 아니니까. 단지 상대가 좋지 않았을 뿐.’
최철수는 부하에게 굉장히 무른 성격인 듯했다.
그 증거가 바로 최철수의 몸에 난 상처들이었다.
솔직히 분노에 휩싸인 부하들을 제압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었다.
‘총이라던가….’
부하들이 크게 다치는 걸 우려해 망설이지 않았다면, 저렇게 크게 다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강신은 부상당한 최철수가 다시 부하들과 싸울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피난을 권고했다.
“……고맙군요.”
강신의 배려를 이해한 것인지, 최철수는 별 말 없이 강신이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했다.
최철수가 이동하는 동안 강신은 분노로 날뛰는 국정원 요원들을 하나씩 제압했다.
강신은 무작정 날뛰는 요원들을 제압하는 것보다 멀쩡한 국정원 요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건틀릿에서 튀어나온 발톱이 국정원 요원들의 살을 갈랐고, 분노에 몸을 맡기던 요원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다.
도움이 필요한 국정원 요원들 사이에는 시설 내부를 안내해 주었던 수자원 공사 직원인 공낙원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저쪽에 최철수 차장님이 계신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그는 눈을 뒤집어 까고 덤벼드는 요원들을 보고 상당히 겁에 질린 상태였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최철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공낙원을 이동시킨 강신은 다시 움직였다.
강신은 마지막 국정원 요원의 옆구리를 가를 때까지 계속 움직였다.
“후우…. 이게 마지막….”
마지막 국정원 요원이 쓰러지자, 강신은 다시 주변을 살폈다.
성신 그룹 3팀 요원들이 아직 광신도들과 대치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갈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미 광신도들이 반수 이상 쓰러져 요원들에게 포박된 상태였다.
그리고 성신 그룹 요원들은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었다.
온도가 높은 실내에서 격하게 움직여서일까, 강신의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땀을 닦으며 최철수와 국정원 요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부상당한 국정원 요원들은 성신 요원들과 광신도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신…. 생각보다 전력이 더 강하네요. 내부 정보를 수정해야겠습니다.”
“장비가 좋아서 그런 거 같은데….”
“나도 국정원 선배와 후배들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다치지 않았어!”
마지막 국정원 요원의 말은 시기나 질투가 아닌 진실이었다.
동료들이 기생 벌레에게 당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몰려오는 광신도들을 막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광신도도 알고 있었기에 모종의 방법을 써서,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를 내부에 풀었을 것이다.
허나 광신도들의 노력은 성신 그룹에 의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곳에 성신 그룹이 나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광신도들은 그들을 경계하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만 있다면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장애물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시설 내부에서 방독 마스크를 써가면서 살충제를 살포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젠장…. 젠장….”
까득, 까득.
방패로 쓰기위해 데려온 평신도들이 강하게 저항했지만, 하나씩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메나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목표가 바로 앞인데, 여기서 실패라고? 이제까지 무시했던 녀석들과 똑같은 꼴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혼자서 중얼거리는 메나는 얼마나 손톱을 씹었는지 손가락까지 깨물어 피가 흘렀고, 그녀에게서 광기마저 엿보였다.
“메나…. 콜록, 그만해….”
아까 마신 연기때문에 아직 고통스러운지, 기침을 하던 로나가 메나의 손을 잡았다.
“로나? 괜찮아?”
“…응, 따로 가지고 온 아이들은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몸속’에 남은 거라면 조금은….”
“그래, 좋아. 아직 끝이 아니야.”
둘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그들의 앞을 지키던 광신도들이 모두 쓰러졌다.
쓰러지는 광신도를 발로 치우고, 가볍게 손을 턴 이순자가 천천히 소녀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자, 꼬맹이들아. 이제 못된 장난은 끝이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이순자는 광신도들을 상대할 때 두 소녀가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둘에게 무력은 없다고 판단했다.
무서운 표정으로 다가가는 이순자를 본 두 소녀가 동시에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항복.”
지금까지 저항했던 걸 생각하면 너무나 쉬운 항복 선언에 맥이 빠진 이순자가 되물었다.
“뭐라고?”
“항복한다고 이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방패로 데리고 온 평신도들도 다 쓰러졌으니…. 그냥 항복할게.”
“……폭력반대.”
“허…?”
자신들이 한 일들에 아무런 죄책감도, 반성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에 이순자는 화가 났다.
“너희들!”
저 소녀들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는 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피해 본 기업들은 둘째치고, 유혈사태까지 일어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는데도 저런 태연한 태도라니….
그런데도 이순자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화를 억누르는 것에 성공했다.
“후…. 그래, 벌을 주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지.”
이순자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소녀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소녀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래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U.M.A와 관련된 재판에는 촉법소년 법률이 적용되지 않으니까. 어서 손 내밀어.”
두 소녀는 이순자의 말에 따라 순순히 양손을 내밀었다.
이순자가 다른 요원과 함께 아라미드 로프로 두 소녀의 손을 묶으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무표정이었던 메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어른들은 우리를 상대로 항상 방심한단 말이지. 로나, 지금이야.”
메나가 로나를 부르자, 로나가 갑자기 크게 기침을 했다.
“콜록!”
기침과 함께 로나의 입에서 하얀 가루가 튀어나왔다.
소녀를 묶으려던 이순자와 현장 요원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 꼬맹이들이!”
“이미 늦었어.”
짝!
메나가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손뼉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