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74
173화
강신은 최태원과 싸웠던 상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만큼 그와 벌였던 싸움은 강신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설야와 초코, 둘과 함께하며 만난 인간 중에서 가장 대처하기 힘들었던 사람이 바로 최태원이었다.
특히 그가 사용하는 유파를 알 수 없는 유술은 상대방의 힘을 돌려주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힘은 노련하게 회피해서 강신을 꽤 애먹였다.
납치범들은 그런 달인의 제자들이었다.
강신은 그들이 가벼운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둘을 얕보지 않았다.
‘설야를 큐브에 놓고 온 게 아쉽네.’
강신은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를 처리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할 계획이었고, 혹시 나쁜 영향이 있을까 봐 설야를 개인 큐브에 놓고 왔다.
강신이 납치범들을 향해 온 힘을 다한 주먹을 내질렀다.
건틀릿에서 튀어나왔던 발톱을 기억하고 있는 납치범들은 몸을 틀어 회피했다.
그리고 강신의 몸을 타격했다.
퍼퍽!
납치범들이 강신의 몸을 두들겼음에도 보호 장비 덕분에 그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신은 그대로 뻗었던 손을 다시 몸쪽으로 당겨,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납치범의 품속으로 파고들려 했다.
파고드는 순간에도 적들의 공격은 계속되었지만, 실질적으로 강신의 몸에 누적되는 데미지는 없었다.
“칫.”
모든 공격을 무시하고 달려드는 강신의 모습에 납치범이 가볍게 혀를 찼다.
접근하는 강신의 왼쪽 어깨를 밀고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틀어 회피했다.
그렇게 강신과 납치범들은 탐색전을 계속 이어나갔다.
2대 1의 상황은 강신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납치범들은 최태원에게 들었던 충고대로 강신의 공격을 막지 않았고, 계속 피하면서 빈틈을 노렸다.
어째서인지, 평소 강신답지 않게 공격을 피하지 않고 무식하게 접근을 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납치범들은 다시 강신과 거리를 두고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납치범들은 강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다시 한번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이대로라면 끝이 나지 않겠는데….”
“그래, 타격으로는 전혀 데미지를 줄 수 없는 것 같아.”
“입고 있는 보호 장비가 너무 튼튼한데…. 어쩔래?”
“어쩌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째로 비틀어버리면 되겠지.”
보호 장비는 차단력이라고 불리는 수치가 붙는다.
기본적으로 방검, 방탄, 방폭, 그리고 여러 환경에 대한 저항력들을 고루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제작되었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대치 중인 광신도들은 그런 보호 장비를 입고 있는 상대를 제압한 경험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보호 장비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보호 장비는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유연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 유연함이 바로 단점으로 작용됐다.
보호 장비를 비튼다고 해서 장비 자체가 훼손되는 건 아니었지만, 내부에 있는 내용물은 달랐다.
보호 장비를 비틀면 당연히 속에 있는 내용물 또한 비틀릴 테고, 그렇게 된다면 보호 장비를 입고 있는 사람의 몸이 멀쩡할 수 없었다.
그들은 강신을 비틀고 꺾어서 제압할 생각이었다.
납치범들의 스승인 최태원이 제자들에게 강신에 대한 주의를 주었던 건, 자신조차 흘려내지 못했던 괴력과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성가신 공격이었다.
계속되는 탐색전에서 납치범들은 스승의 경고를 떠올렸다.
그 두 가지 모두 경계하며 상황을 지켜봤지만, 강신에게 무예에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스승님이 말한 괴력은 맞지 않으면 그만이고…. 그림자에서 튀어나오는 불시의 공격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지.’
광신도들은 강신이 처음에 갑작스러운 공격을 했을 때, 당황했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 덕분에 막상 큰 타격은 없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에서 초코가 튀어나온 특이한 공격은 탐색전을 이어가는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납치범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강신을 얕보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강신이 필사적으로 계속 달려들었음에도, 제대로 된 공격을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기만 했으니, 강신을 얕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허나 그들은 강신이 평소보다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강신은 혹시나 납치범들이 그걸 눈치챌까, 주먹을 휘두르는 공격에는 진심을 담았다.
건틀릿에 달린 내부 충격기를 작동시킨 이유도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를 쓰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방심을 유도해서 쉽게 처리할 기회는 한 번뿐이야.’
강신은 처음 공격으로 끝을 보려고 했지만, 차단력이 상당한 보호 장비를 입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강신이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제대로 된 수련을 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풋내기였다.
물론 다른 이들이 1년을 수련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달인이라고 불리는 이 밑에서 몇십 년 동안 수련한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이게 싸움이 아닌 대련이었다면 강신의 필패였겠지만, 저들은 강신이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내 옷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더는 시간을 끌지 않으려는 건지, 납치범 중 하나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강신에게 접근했다.
강신은 그런 납치범을 손으로 저지했지만, 납치범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유연하게 그 손을 피했다.
그리고 강신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의 옷깃을 잡아 그대로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강신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납치범은 강신을 넘길 때,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허나 강신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는 그렇지 못했다.
쾅!
강신이 지면에 부딪히자마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고 있던 납치범은 어느새 다가와 강신의 왼쪽 다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강신을 넘긴 납치범은 옷깃을 잡은 손을 풀고, 그대로 오른쪽 팔을 잡았다.
납치범들은 각자 잡은 부위를 비틀기 위해 힘을 주었다.
“으윽….”
강신의 입에서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보호 장비를 입고 있는 강신이라도 그대로 그들은 내버려 둔다면, 관절에 큰 이상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리고 강신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으윽…. 지금!”
-알았어!
-멍!
마치 미리 어떤 계획을 세워놨던 것처럼 프로네시스와 초코가 강신의 신호에 답하며 바로 움직였다.
강신의 건틀릿을 잡고 어깨를 비틀려고 했던 납치범은 그림자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대한 초코의 이빨에 무방비했다.
그는 잡고 있던 강신의 건틀릿을 놓친 채 그대로 끌려갔다.
“우아악!”
초코의 이빨은 납치범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뚫지는 못했지만, 강신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대로 저 사람을 잡아 둘 수 있으면 보호 장비를 뚫지 못해도 괜찮아.’
그와 동시에 강신의 다리를 잡고 있었던 납치범 또한 비명을 질렀다.
“으악!”
강신을 다리를 잡고 있었던 그의 손은 어느새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손이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강신의 보호 장비를 보면 알 수가 있었다.
납치범이 잡고 있었던 다리 부위에는 원래는 없던 길고 뾰족한 가시들이 솟아나 있었다.
강신은 보호장비를 변형시켜 뾰족한 가시를 만들어냈다.
‘보호 장비를 보호만을 위해 사용할 이유는 없지.’
강신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납치범에게 다가가 복부에 정권을 꽂아 넣었다.
“흐읍!”
일반적인 정권 지르기였다면 납치범이 입고 있는 차단력이 높은 보호 장비를 뚫지 못했겠지만, 강신이 착용한 건틀릿에는 아직 두 개의 원이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문제라면 강대한 U.M.A를 상대하기 위한 HG 그룹의 기술을 훔쳐 만든 건틀릿이 강신의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는 것이었다.
광신도라고 생각해도 때린 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콰드드득……. 쾅!!
강신의 주먹이 꽂힌 복부는 멀쩡해 보였지만, 그 충격이 보호 장비를 관통해 몸에 충격을 주었다.
그걸로 모자라 등 뒤를 뚫고 나와 등을 가리고 있는 보호 장비가 터져나갔다.
“쿠에엑!”
몸 내부를 헤집어 놓는 충격에 납치범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럴 줄 알았어. 암만 생각해도 사람에게 쓰기에는 출력이 너무 과하다니까.
생각지 못한 과한 반응에 강신은 그 자리에서 순간 얼어붙었다.
-그렇게 굳어 있을 필요 없어. 저 사람 아직 죽지는 않았어. 빨리 초코가 제압하고 있는 사람까지 제압하고, 응급 처치를 하면 살릴 수 있어.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굳어 있는 이유를 알고 재빠르게 충고를 했다.
그리고 임의로 건틀릿의 출력을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추었다.
프로네시스 덕분에 빠르게 정신을 차린 강신은 초코가 상대하고 있는 납치범에게 다가갔다.
강신은 초코의 도움을 받아 그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강신은 서둘러 자신이 타고 온 차에서 대기 중인 김대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대리는 바로 가지고 있는 응급 키트를 사용해 숨이 간당간당한 납치범의 목숨 줄을 붙여놨다.
“이걸로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 전에 병원으로 옮겨야 하겠지만요.”
피를 토하며 숨을 헐떡이던 납치범이 안정을 찾자, 강신은 그제서야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무리 광신도들이 죽일 놈들이긴 해도 살인을 하는 건 찝찝했는데….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강신은 납치범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잘 포박했다.
그리고 공낙원을 안전한 곳에 옮긴 후, 공낙원이 타고 왔던 차로 접근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은 채 정신을 잃은 국정원 요원의 모습이 보였다.
강신은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벌컥.
국정원 요원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고 쓰러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강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잃은 국정원 요원의 목덜미를 잡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밖으로 패대기쳤다.
“으억…. 여, 여기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잃었던 정신을 차린 것처럼 국정원 요원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그러니까 성신 그룹의 강신 선임님이었나요?”
“네, 성신 그룹의 강신 선임입니다.”
“어…. 어째서 성신 그룹이 이런 짓을?”
횡설수설하는 국정원 요원은 성신 그룹이 자신을 습격했다는 듯이 말했다.
워낙 연기가 능숙해 정체를 알고 있는 강신도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현장에는 그가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연기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었다.
“그야, 당신을 잡기 위해서죠.”
“저, 저를 왜…….”
“그야 탈출한 수배자를 다시 감옥으로 집어넣기 위해서죠.”
강신은 국정원 요원의 모습으로 변신한 위장자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