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78
177화
진급 축하 파티가 열린 다음 날.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내왔던 인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강신은 개인 큐브 내부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인형을 찾을 수 없었다.
개인 큐브의 출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물어봤지만, 인형을 가지고 나간 사람 또한 없었다.
결국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부탁해 지난밤 개인 큐브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강신은 개인 큐브로 놀러 온 김대리와 함께 프로네시스가 보여준 영상을 보고할 말을 잃어버렸다.
“…….”
“음…. 이거 고장 난 건 아니겠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강신의 옆에서 그를 대신해 김대리가 의문을 던졌다.
영상은 김대리가 의문을 품은 것처럼 정상적이지 않았다.
프로네시스가 보여준 영상은 어제 강신이 개인 큐브를 나오는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강신이 개인 큐브를 나가자마자 곧바로 노이즈가 낀 것처럼 화면이 지직거렸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직….
-Yo te conseguiré la felicidad. (내가 너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게).
지직….
그리고 화면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인형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영상을 촬영한 나노 카메라가 이상한 건가해서 점검해봤는데, 이상이 없었어.
“그래….”
-지금은 사라진 인형의 소재를 알 수 없지만, 인형이 목격되면 알려줄게.
“아니, 그걸로 됐어.”
“엥? 인형 안 찾으시려고요?”
강신이 덤덤하게 이번 일을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김대리는 강신의 그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허나 강신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인형의 주인은 누가 뭐라 해도 강신이었다.
고작 인형 하나 사라진 걸 찾겠다고 바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김대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강신은 살짝 떨리는 손을 애써 숨겼다.
강신은 어제 파티가 진행되기 전, 김대리가 머리에 숨겨진 배터리 팩에서 배터리를 꺼냈던 걸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상에는 인형이 스페인어로 말하는 소리가 담겨있었다.
어제는 그냥 듣고 넘겼던 김대리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개인 큐브로 자주 놀러 오는 소은이도 포섭했습니다. 강선임님이 없을 때, 배터리를 넣어달라고 부탁했었죠.
백소은을 포섭했다는 말이 떠오르자, 강신의 등 뒤로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인형이 움직이는 걸 처음 본 건 임상무님에게 인형을 받은 날 저녁이었어.’
백소은이 배터리를 몰래 집어넣은 날은 다음 날이었다.
즉, 처음 강신이 인형이 움직이는 걸 봤을 때 인형을 움직일 동력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버린 것도 아니고…. 사라졌으니, 굳이 찾지 않는 게 나을지도….’
강신은 애써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공포심을 억눌렀다.
그리고 인형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인형이 흔히 악령이라고 불리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종류의 U.M.A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인형이 개인 큐브에서 스스로 사라졌고, 강신은 더는 그 인형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세그레드 조라에서 보내온 소녀 인형은 결국 ‘분실’된 것으로 처리되었다.
그리고 그 인형이 분실되고 다음 날부터 비밀 연구소에서는 이따금 CCTV가 고장 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가끔 스페인어로 떠드는 소녀 인형이 목격된다는 이야기가 연구소 내부에 돌았다.
“하핳. 아쉽다. 그 인형 진짜 탐났거든요.”
강신의 개인 큐브를 찾아온 백소은은 인형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인형에서 나오는 오라 색이 정말로 이뻤는데….”
백소은의 이어지는 말을 들은 강신은 생각했다.
‘그래, 방금 소은이의 말은 못 들은 거로 하자.’
백소은이 오라를 보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무생물에서는 오라를 볼 수 없었다.
* * *
인형 사건이 있고 나서 며칠이 더 흘렀다.
강신은 애써 머릿속에서 인형의 존재를 지우며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곧 선임에서 책임으로 진급하게 되었지만, 강신이 하는 일이 달라지진 않았다.
강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26층에 준비된 헬스장에서 자신의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신단수의 열매를 먹으면서 인간 같지 않은 자연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력이 저절로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부족한 체력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더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했다.
“헉…. 헉….”
강신이 마지막 유산소 운동을 끝내고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었다.
그때, 강신보다 조금 일찍 운동을 끝낸 김대리가 수건을 강신에게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후욱…. 감사합니다.”
강신은 호흡을 진정시키며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헬스장 내부를 살폈다.
평소 사람들의 열기로 한 겨울에 에어컨을 틀어도 더웠던 헬스장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헬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그런 의문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났는지,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사람이 이상하게 적죠?”
“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것 같은데요.”
현장 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한다고 해도 회사에는 비번인 팀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비번이어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현장 팀 인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연구소를 지키는 보안 팀 요원들만이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고 있었다.
“이번 현장에서 조금 위험한 개체가 발견되어서 대부분의 현장 요원들이 그곳으로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위험한 개체라고요?”
“네, 강선임님이 작성한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개체입니다. 덩치도 크고 흉포한데, 인간에 대한 적개심도 굉장히 높다고 하더라고요.”
U.M.A의 정보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흉포하고 적개심까지 가지고 있다면 쉽게 포획할 수 없는 개체였다.
강신이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요원들을 걱정하자, 김대리는 강신을 안심시켰다.
“척부장님이 지휘를 맡으셨고 준비도 철저하게 했으니, 크게 다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감지기에 나타난 U.M.A의 등급이 그리 높지 않았거든요.”
“……그렇군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현장 요원들이 투입된 이유는 발견된 개체가 기동성이 좋아 도주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놓치게 된다면 U.M.A가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제가 듣기로 작전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니,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면 모두 돌아올 겁니다.”
조금 특이한 현장이긴 했지만, 강신은 평소처럼 요원들이 무사히 연구소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 * *
그러나, 강신의 믿음이 무색하게 다음날도 헬스장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전날 보이지 않았던 소수의 현장 요원들이 보였지만, 항상 활기가 넘쳤던 그들의 얼굴에는 암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뭔가가…. 잘못되었나?’
강신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지나가는 현장 요원에게 물어봤다.
“어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 강선임님…. 좋지 못한 사고가 좀 생겼었습니다….”
“사고가 있었다고요?”
“네, 그러니까…. 그게…….”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기에 현장 요원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 요원은 언제 강신의 마음이 바뀔지 몰라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현장 요원이 모습을 감추자, 강신은 조용히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네시스.”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지?
“맞아, 알아봐 줄 수 있겠어?”
-당연하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걸.
“그럼 부탁할게.”
강신의 부탁을 받은 프로네시스는 10분도 걸리지 않아, 전날 있었던 사건을 조사해 왔다.
-사고 난 현장에서 발견된 U.M.A는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개체라서 아직 정식 명칭을 부여하지 않았어. 회사는 그 개체를 U-20448이라고 부르고 있지.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개체라는 건 이미 어제 들었어.”
-그래? 그렇다면 이 U.M.A의 기본 성질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네?
“덩치가 크고 흉포하며 인간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 어제 대부분의 현장 요원들이 투입되었다는 것도 들었어.”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결과만 이야기해 준다면 특별한 사정으로 빠진 요원을 제외하고, 현장으로 총 212명의 요원이 나갔어. 그중에서 경상자가 45명, 중상자 12명, 그리고…. 사망자 1명이 발생했어.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말한 피해 상황을 듣고 깜짝 놀랐다.
“뭐?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U.M.A를 상대하는 건 항상 위험이 동반되는 일이었다.
다들 다치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U.M.A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을 때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번 작전에 정보가 조금 부족했다고 하지만, 발견된 U.M.A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했고 감지기를 통해 위험등급을 산출했다.
그리고 포획 작전을 실행하기 전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이미 U.M.A와 몇 번의 접촉을 시도했다.
덕분에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정보가 없는 U.M.A치고는 꽤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였다.
심지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필요 이상의 현장 요원들을 투입했다.
즉, 이번에 나타났던 U.M.A의 위험도를 충분히 인지했다는 소리였다.
‘위험한 걸 알고 있었다면 더욱더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소린데….’
철저하게 준비하더라도 부상자는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망자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의 대부분이 투입되었는데, 어째서 사망자가 나온 거야?”
강신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프로네시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회사에서 포획하려고 사용했던 마취용 용액이 U.M.A에게는 흥분제 효과를 보이면서 날뛰게 되었어.
현장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래서 U.M.A는 감지기에서 감지된 등급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 결국 척준신 부장은 포획을 포기하고, 사살로 임무를 변경했어.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지.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음….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있는데, 네가 쓰는 컴퓨터로 보내 놓을게.
“고마워.”
직접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는 게 이번 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강신은 곧바로 자신의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개인 큐브에는 이미 백소은과 김만복이 먼저 와서 각종 과자를 꺼내 먹으며 놀고 있었다.
강신은 사망자가 나온 현장이 촬영된 영상은 아이들에게 자극적이라고 생각했다.
홀로그램 대신 자신의 컴퓨터로 가서 이어폰을 사용해 혼자 조용히 영상을 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