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2
181화
대량의 특수 소재, 그 값어치는 일반적인 금액으로 환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강신이 내거는 조건이 꽤 무겁게 느껴졌다.
“따로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네.”
“현금은……. 아니실 테고, 무엇을 원하십니까?”
임상무는 강신이 돈에는 큰 욕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제가 구한 소재들은 장비 개선에 우선적으로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제와서 장비를 개선해 준다고 해도 사상자가 나왔던 사건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해온 현장 요원들에게 강신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강신의 요구에 답한 건 권영식이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아니, 아니지. 자네가 가지고 오는 소재는 연구에 일절 쓰지 않도록 하겠네.”
권영식은 고민도 없이 강신의 조건을 수락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 요원들의 장비 개선에만 사용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연구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권영식치고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강신은 권영식이 어째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겠지.’
권영식이 아무리 연구에 미쳐 산다고 해도, 연구소 소장으로서 시설을 지키는 보안 요원과 현장에서 U.M.A를 포획하는 현장 요원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연구소의 일원이었다.
그들 덕분에 자신이 연구소에서 마음 편히 U.M.A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권영식 또한 항상 목숨을 거는 그들을 위해 장비 개선에 많은 자원을 배분해 주고 싶었다.
허나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책은 연구소에서 누구보다 공평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는 상부에서 직접적으로 편애를 허락받은 강신을 제외한 누구도 편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특수 소재가 회사의 자원일 때 이야기였다.
강신이 개인의 물건을 팔아 가지고 오는 특수 소재는 어디까지나 강신 소유의 자원이었다.
요원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 편의를 봐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는 일은 달라도 모두 자신이 관리하는 SL 부서의 사람들이었다.
현장 요원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권영식의 마음을 알기에 강신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워해야지. 그래서 일정은 어떻게 정할 건가?”
강신의 인사에 괜히 멋쩍어진 권영식이 일정으로 말을 돌렸다.
“분석기 쪽은 이미 금속 가공 공장에 발주를 넣어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셸러는 성신으로 전향한다고 했지만, 아직 NASA에서 정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때 임상무님이 적성 검사와 면접을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겠군요. 시간은 제가 연락해서 조율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세그레드 조라는 내일 가볼 생각입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질문과 답이 오가며 회의가 이어졌다.
정확한 일정과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뒤, 회의는 끝났다.
강신을 포함해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은 모두 회의 결과에 만족하고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돌아갔다.
* * *
다음날, 강신은 민석영이 준비해준 트럭을 타고 대전에 있는 세그레드 조라를 찾아갔다.
강신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던 한국 지점의 점주인 김태식은 강신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그러나 강신이 챙겨온 물건들을 보고는 태도를 바꾸었다.
그야, 강신이 가지고 온 물건들이 이전에 강신에게 강탈당하다시피 빼앗긴 자신의 컬렉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물건이 필요하셔서 저희 지점을 방문하셨습니까?”
이전에 거래를 이끌었던 종업원이 웃으며 강신에게 용건을 물었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클레이모어와 독을 생성하는 단검을 이곳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재들과 바꾸고 싶습니다. 종류는 딱히 가리지 않으며 점장님이 수집하지 않는 물건들도 상관없습니다.”
“정말 그것만으로 괜찮다는 거지?”
“네, 다른 건 원하지 않습니다.”
김태식이 가장 원하는 건 척준신이 가지고 있는 번개를 두를 수 있는 검이었지만, 강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좋아, 최대한 값을 많이 쳐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김태식은 혹시라도 강신이 말을 바꿀까, 빠르게 특수 소재를 꺼내기 시작했다.
강신이 들고 있는 컬렉션이 김태식에게 가지는 가치는 상당했는지, 가치 있는 소재들이 진열된 장식장 한 라인을 통째로 내놓았다.
게다가 창고에 있던 악성 재고들까지 모두 서비스로 주었다.
그중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양이었기에 강신은 별 불만 없이 소재와 물건들을 교환했다.
트럭 가득 쌓인 소재를 가지고 회사로 복귀하자, 지원팀이 나와 소재를 분류하고 정리했다.
강신이 가지고 온 소재는 분석이 끝난 후, 약속대로 장비 개선에 이용됐다.
그런데 강신이 가지고 온 소재들 가운데 장비 개선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소재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남은 소재를 연구에 사용해도 될 법했지만, 권영식은 한사코 이번 소재들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강신은 남은 소재들을 20층에서 야장일을 하는 이승훈에게 전해주었다.
이승훈은 특별한 소재들을 받고 굉장히 기뻐했다.
비밀 연구소 소속 요원들은 강신이 구해온 소재와 프로네시스가 만든 새로운 분석기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장비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 * *
강신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영감을 통해 새로운 소설을 작성하고, 그걸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했다.
시간이 남으면 해결되지 않은 미확인 현장들을 확인했다.
직접 나가지 않더라도 현장에 도움이 될만한 코멘트를 달았고, 울프팀이 나갈 현장도 물색했다.
세상에는 음모론이 가득했다.
그리고 세간에 떠도는 음모론 중 극히 소수만이 U.M.A와 관련되어 있었다.
U.M.A 국제회의는 U.M.A를 일반 시민들에게 숨기기 위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임의로 거짓된 음모론들을 만들어 진짜 U.M.A와 관련된 사건을 숨기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만들어낸 음모론이 진짜 U.M.A와 연관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거지.’
강신은 미확인 현장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흥미롭네.”
강신이 관심을 가진 미확인 생물 포획 현장은 일본이었다.
사건은 한 달 전, 일본 교탄바조에 있는 다카오카라는 시골에서 일어났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네 명의 고등학생이 실종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현지 언론에서도 대서특필 되었다.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고등학생들이 실종되기 전, 그들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들이 실종되기 전 함께 있었다고 하는데, 발견 당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서인지 이상한 소리를 했다.
-한야가…. 한야가 절 쫓아와요.
겁에 잔뜩 질려 도망가야 한다고 소리치는 고등학생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아이를 말리기 위해 경찰관 세 명이 달라붙었다.
“한야라….”
한야는 가면의 일종으로 일본과 관련된 매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본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눈꺼풀이 반달 모양으로 처지고,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에 억지로 웃고 있는 듯한 입꼬리.
그리고 머리에 뿔이 달려 일본의 요괴인 오니를 연상하게 하는 가면이었다.
일본 경찰이 실종된 학생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이어갔지만, 현재까지 한 명의 실종자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목격자는 정신적인 충격을 털어내고 그 당시 있었던 일들을 증언했다.
하지만 그 학생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격자의 이야기가 너무 허무맹랑했기 때문이었다.
“U.M.A의 존재를 모른다면 그냥 미친 사람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을 증언이었겠지.”
학생의 증언을 들은 강신의 평이었다.
* * *
다섯 명의 학생은 모두 같은 학교, 심령연구부 출신이었다.
그들은 평소 유명한 심령 스팟이나 폐가로 자주 놀러 다녔다.
이번 여름 방학에도 심령 체험을 하기 위해 한 폐가를 찾아갔다.
동아리 사람들은 방학이라는 이점을 살려, 폐가에서 1박 2일을 보내기를 결정했다.
폐가에서 묵기로 한 학생들은 무서운 이야기와 여러 가지 레크리에이션들을 준비해 갔다.
폐가를 경험하는 게 처음이 아니었던 터라, 준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령 스팟, 폐가 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과 가슴을 뛰게 만드는 스릴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불빛을 만들어 공포감을 줄이려고 하지만, 경험이 많은 이들은 빛을 낼 수 있는 공간을 정해 두곤 했다.
실종되었던 학생들은 후자에 속했다.
폐가로 들어가기 전, 이들은 분위기가 깨지는 걸 막기 위해 핸드폰을 걷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무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녹색 빛이 나는 작은 야광봉과 양초만 챙겨서 폐가로 들어갔다.
모든 건 학생들이 계획한 대로 흘러갔다.
분위기는 으스스했고, 학생들은 그 스릴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자극도 계속되면 질리는 법.
그때 한 사람이 조금 독특한 레크리에이션을 제안했다.
그 학생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놀이라며 미리 준비해 온 물건을 꺼냈다.
그가 꺼낸 건 술래잡기에서 사용할 가면이었다.
흔히 노(能)라고 불리는 일본 전통 가면극에서 사용하는 온나멘 (おんなめん (女面))이라 불리는 가면이었다.
가면은 달걀형으로 도자기처럼 하얬다.
눈은 가면의 크기에 비해 작은 편이었는데, 이마가 굉장히 넓었고 그 이마에 눈썹이 달려 있었다.
기괴한 느낌을 주는 가면으로 공포 게임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괴상해 보여도 실제로는 일본 헤이안 시대의 미의 기준이 되는 얼굴을 본뜬 물건이었다.
온나멘을 꺼내든 학생이 제안한 건 바로 가면 술래잡기였다.
그리고 그 술래잡기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술래는 준비한 온나멘을 착용한다.
가면을 써서 시야가 좁아진 상태에서 녹색 야광봉 하나에 의지해 다른 사람들을 잡는 게임이었다.
폐가는 2층으로 꽤 넓은 크기를 자랑했기에, 술래가 원한다면 박수를 쳐서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야했다.
단 그 기회는 세 번뿐이었다.
-처음에는 즐거웠어요.
어두운 폐가에서 무서운 가면을 쓴 술래가 자신을 쫓아오는 건 그들에게 극한의 스릴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함께 왔던 모든 일행은 모두 만족하며 술래잡기를 즐겼다.
하지만 즐거운 술래잡기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자정이 지나고 온나멘 술래잡기를 제안했던 학생이 술래가 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처음에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 남겨진 그는 위화감이 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이전까지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과 발소리로 가득했던 폐가 내부가 갑자기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제 귀가 멀어버린 줄 알았죠….
잠시동안은 자신을 놀리기 위해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한야 가면…. 그래요, 그건 분명 한야 가면이었어요.
소리도 없이 자신의 등 뒤에 나타난 오니 형상의 가면.
목격자는 그 가면을 보자마자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태양은 하늘 중앙에 걸린 정오였고, 함께 폐가 체험을 하던 친구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마치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의 손에는 온나멘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