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4
183화
허락은 받았지만, 다나카와 접견이 허락된 건 한 명뿐이었다.
다나카의 어머니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아들에게 어른들이 추궁하듯이 질문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당연히 다나카를 만나는 한 명은 강신이었다.
강신이 다나카의 방문을 노크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차광률이 높은 암막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채,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이 눈에 들어왔다.
다나카로 추정되는 한 학생이 눈이 퀭한 상태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강신을 아무 말 없이 올려다봤다.
“다나카 군?”
“……누구세요?”
학생은 친구들이 모두 실종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짓눌려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는 실종된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고용한 사설탐정입니다. 심적으로 힘든 건 알겠지만, 몇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강신의 질문에 다나카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트렸다.
“불쌍한 내 친구들…. 한야, 한야가 범인이에요.”
강신의 질문이 트리거가 되어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일까.
그는 미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며 혼자서 떠들기 시작했다.
가련하게 몸을 떨며 겁에 질린 그의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평소 강신이었다면 상대를 가엾게 여겼겠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무릎을 살짝 굽혀 앉아, 다나카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힘 있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범인은 이미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강신의 대답에 다나카의 시선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제가 궁금한 건 범인이 아니라, 당신이 깨어났을 당시 가지고 있던 온나멘….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동정을 끌어낼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단호하게 질문하는 강신.
그 모습에 다나카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고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어, 어…. 가면은 경찰에게 증거품으로….”
강신은 다나카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말했다.
“경찰에게 인계하신 게 확실합니까?”
“네….”
강압적인 강신의 태도에 주눅이 든 다나카는 당황한 목소리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건과 크게 관계없어 보이는 질문이었지만, 강신은 충분히 원하는 답을 얻었다.
강신이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오히려 당황한 건 다나카였다.
“어…. 잠, 잠시만요! 그게 끝인가요?”
“네, 궁금했던 건 그게 끝입니다.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신의 태도는 그가 정말로 질문할 것이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정말 이게 끝이라고요? 제 친구들을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요?”
“음…. 제가 오해하게 했군요. 방금 질문은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어서 질문한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물론이고, 실종된 친구분들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강신의 말이 꽤 충격적이었는지, 다나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정말 찾았나요?”
하지만 강신은 당황스러워하는 다나카를 힐끔 바라만 보고는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고 몸을 돌렸다.
“저…. 저기!!”
강신이 방 밖으로 나가는데, 다급한 다나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강신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무시하고, 태연하게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는 다른 일행들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김대리의 질문에 강신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 제 예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허…. 설마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다니….”
“그래도 지금은 심증뿐이네요. 제대로 된 증거는 현장을 봐야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조금 서두르죠.”
강신이 다음으로 일행들과 향한 곳은 학생들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폐가였다.
폐가는 정말 외진 산속에 있었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태양이 뜬 낮이라고 해도 꺼릴 정도로 흉흉했다.
폐가의 입구는 사람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 노란 띠를 둘러놓았다.
“그럼 카밀라, 장 대리님 부탁합니다.”
“걱정 마세요~”
“맡겨주십시오.”
강신은 폐가 안으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카밀라와 장웨이에게 부탁하고, 사고가 발생한 폐가로 진입했다.
강신이 울프 팀을 이끌고 폐가로 온 건 아직 실종자가 이곳에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판단은 정확했다.
“여기네요.”
폐가의 지하실, 김대리가 사전에 강신이 말했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 공간은 절묘하게 숨겨져 있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찾기 힘든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U.M.A의 특성 덕분에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거 정말 신기하네요.”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특성 때문이죠.”
강신이 김대리가 발견한 벽을 들고 있던 나무 막대로 두들겼다.
원래라면 나무 막대와 벽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나야 정상이겠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에 어떤 개체가 있는지 몰랐다면 사용하지 못할 방법이었다.
이 지하실 벽 뒤에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의 보금자리가 있을 것이다.
“거미의 특성 때문에 위치를 빨리 찾아서 다행이네요.”
허탈할 정도로 실종자들의 위치를 간단히 찾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숨겨진 공간을 찾았다고 해서 그 안으로 들어갈 방법까지 찾은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 공간을 어떻게 열죠?”
김대리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강신은 턱을 쓸며 대꾸했다.
“방법은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강신은 설야의 가루나 초코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설야의 가루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은 편이 좋겠는데….’
그러나 초코의 힘으로도 벽을 무너트리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다행히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흠…. 내가 한번 해보지.”
척준신이 강신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는 지하실의 벽면을 주먹으로 두들기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숨겨진 공간이 있는 곳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다른 벽들에서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통. 통. 통.
그렇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척준신이 벽을 두드리는 걸 멈추고 턱을 쓸며 고민에 빠졌다.
“흠…. 이 정도면 2번, 아니 3번인가…. 가능은 하겠군.”
뭔가를 정했다는 표정으로 척준신이 숨겨진 공간을 막고 있는 벽 앞에 섰다.
그는 몸을 올곧게 세우고, 살짝 주먹을 쥔 자세를 잡았다.
살며시 눈을 감고 깊이 호흡을 들이마셨다.
“스으…….”
척준신이 무엇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척부장님? 도대체 뭘….”
강신은 그런 김대리를 말렸다.
그는 지금 척준신이 하는 일련의 동작들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척준신이 강신에게 몸을 쓰는 방법을 지도할 때, 보여주었던 집중이었다.
‘발경이라는 기술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집중력.’
척준신이라고 해도 그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무기는 어디까지나 검과 도였으며, 체술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런 척준신이 발경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척준신이 정확히 발경을 쓰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에 준하는 기술을 준비 중이라는 건 확실했다.
척준신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핫!”
발경을 쓸 때는 미리 샌드백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 이번엔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탕!
오른발 주변의 먼지들이 일제히 떠올랐다.
그대로 왼쪽 발을 아주 조금 움직여 몸을 전방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쪽 주먹을 끊어치듯이 내질렀다.
형의권의 대표적인 기술인 붕권이었다.
그저 전진하면서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이었지만, 척준신의 붕권은 다른 사람들의 붕권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
부스스…….
주먹이 벽을 때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강신은 폐가가 흔들리는 걸 몸으로 느꼈다.
주먹이 부딪힌 벽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주변에 실금이 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위력적인 공격이라고 하더라도 벽을 무너트리기엔 부족했던 것인지, 척준신이 다시 기합을 내지르고 방금과 같은 자세로 몇 번이고 벽을 두들겼다.
결국 견고했던 벽은 척준신의 붕권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벽면이 와르르 무너지며 숨겨진 공간이 드러나자, 주위의 소리가 일제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U.M.A의 거미줄을 감추고 있던 벽이 사라지면서 주변의 소리를 없애는 특성이 그들이 있는 곳까지 적용되었기 때문이었다.
김대리는 소리가 사라지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강신과 척준신은 태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벽이 무너진 너머에는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
김대리가 뭐라고 이야기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강신과 척준신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둘은 김대리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들어가자는 소리겠지.’
강신이 척준신을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척준신이 앞장서서 무너진 벽 내부로 들어갔고 강신과 김대리가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숨겨진 공간은 전에 살던 집주인이 사용하던 은밀한 공간답게 지하 감옥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 공간은 이미 수많은 거미줄로 둘러싸여 있었다.
척준신은 뒤쪽에서 따라오는 김대리에게 나무 막대를 건네받아 거미줄을 걷어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그들의 눈앞에는 거미줄로 만들어진 4개의 고치가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그들이 찾고 있던 실종자들이 고치 안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김대리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급하게 고치로 다가가자, 강신은 김대리를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소리가 사라진 공간에서 강신과 척준신이 소리로 김대리를 말릴 방법은 없었다.
결국 척준신이 먼저 움직인 김대리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붙었고, 강신은 그런 그들의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척준신과 김대리의 사각에서 온나멘이 나타났다.
가면에서는 절지동물 특유의 털 많은 다리가 튀어나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온나멘은 자신의 알을 위해 만들어 둔 고치를 건드린 김대리를 노리고 있었다.
척준신과 김대리에게는 사각이었지만, 다행히도 주변을 경계하던 강신에게는 그 모습이 보였다.
이미 김대리가 고치로 다가가는 순간부터 강신은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가 나타날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강신이 거미줄을 타고 빠르게 다가오는 온나멘을 빠르게 낚아챘다.
강신의 손이 가면을 잡자,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가 다리를 움직이며 버둥거렸다.
온나멘이 붙잡히자, 곧이어 한야 가면이 나타났고 한야 가면도 온나멘 가면처럼 손쉽게 강신에게 붙잡혔다.
두 마리의 U.M.A가 강신의 손에 잡히자 더는 거미줄을 다룰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가 없는 것인지, 소리가 사라졌던 공간에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어? 소리가 다시 들리네요?”
고치를 풀고 있던 김대리가 뒤를 돌아 강신을 바라봤다.
“우악! 그거 뭡니까.”
김대리는 강신의 양손에 들려 있는 가면에서 나온 절지동물의 발을 보고 질색했다.
그런 김대리를 보며 척준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대리, 현장에서 제멋대로 움직이는 건 좀 참아주지 않겠나?”
“아, 죄송합니다….”
화가 난 척준신을 본 김대리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그리고 고치 안에 있던 실종자들의 상태를 본 김대리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