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6
185화
강신은 어떻게 다나카가 U.M.A를 이용해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다나카는 이 U.M.A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핸들링이 가능할 정도로 유대감이 깊었을 거야.’
다나카가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와 특별한 유대가 없었다면 이 계획은 실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강신이 다나카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오카다는 심각한 표정으로 강신이 알려주었던 이름을 되뇌었다.
“으음…. 다나카 군이라…. 아무래도 저희와 거래하려는 이매망량과 이번 실종사건이 연관이 있나 보네요.”
잔뜩 주눅 들어 강신에게 끌려다니던 오카다가 아주 쉽게 다나카와 U.M.A의 관계를 유추했다.
“…….”
“그 반응만 봐도 대충 알겠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라니…. 이매망량의 알을 수거할 사람은 오후에 따로 이곳으로 보내겠습니다.”
강신은 역시 과학기술청에서 일하는 엘리트의 수준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던 감사합니다. 덕분에 실종된 학생들을 찾을 수 있었군요.”
오카다는 주어진 정보만으로 실종자들을 찾아낸 것이 강신 일행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강신과 거래하기 위해 작성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는 서둘러 울프 팀이 머물고 있던 숙소를 벗어났다.
다나카가 U.M.A를 관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그를 끌어들이려면 최대한 언론에 노출되는 걸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강신은 급하게 떠난 오카다가 남긴 문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죠.”
그렇게 짧았던 일본 출장이 끝났다.
* * *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강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대리가 궁금한 게 많은지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저…. 강선임님, 제가 이번 현장에서 몇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강신은 김대리를 귀찮아하지 않고 흔쾌히 허락했다.
“다나카라는 학생이 어째서 동급생들을 해치려고 했던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다나카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그런 일을 꾸민 이유가 분명히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신은 이때까지 다나카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음…. 일부러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궁금해하시니,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도 다나카의 범행 동기가 궁금해서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은 정보들을 찾아냈죠.”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정보요?”
“다나카는 자의적으로 심령연구부라는 동아리에 입부한 게 아니었습니다.”
강신은 다나카뿐만 아니라 실종된 학생들의 라X과 디스X드 같은 메신저, 그들이 사용하는 SNS를 찾아 그들의 관계를 조사했다.
다나카의 비밀 SNS에는 그가 심령연구부 생활을 힘들어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다나카는 곤충이나 절지동물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에게 폐가 탐방이나 심령 스팟 탐사를 심령 연구부 활동은 고역이었다.
그런 그가 심령 연구부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동아리를 스스로 들어간 게 아니라고요?”
“네, 그 학교는 동아리 인원이 최소 5인이 되지 않으면 폐부가 된다고 하더군요.”
심령 연구부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부원들은 다나카를 억지로 심령연구부에 가입시켰던 것이다.
“아니, 싫다고 하면 되잖아요.”
“내성적인 사람은 싫다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카밀라가 당시 다나카의 기분을 이해한 것처럼 김대리의 말을 반박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나카에게 함께 부 활동하는 걸 강요하며 이것저것 준비하게 했다.
“그럼…. 그 학생들이 다나카를 괴롭혔다는 겁니까?”
김대리의 질문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직접적으로 다나카를 괴롭히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과 반대 성향에 있는 다나카를 배려하지 않은 것뿐이죠.”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운 다나카의 입장에서 그들이 한 행동들은 자각이 없는 괴롭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나카는 U.M.A가 산란을 준비하는 걸 보았을 것이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무리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U.M.A의 산란이라는 사건이 겹치자, 다나카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에이…. 설마 그 정도로 사람을 죽일 계획을 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김대리는 억지로 부 활동을 하게 했다는 것만으로 이런 범행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듯했다.
“뭐, 저도 김대리님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가 다나카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였고, 다른 아이들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면….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음…. 정말 그게 범행 동기면 찜찜하네요.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그냥 넘어가죠.”
이미 끝난 사건의 범행 동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강신이 과학기술청에 흘린 정보로 인해 다나카는 일본에서 운영하는 특수 수감시설에서 수감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은 죄 이상으로 고통받으며, 과학기술청에게 U.M.A에 대한 정보를 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포획한 U.M.A의 알들은 정말 그대로 일본 정부에 넘겨도 되는 겁니까?”
고작 두 마리의 U.M.A를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오기 위해 모든 알을 넘기는 건 김대리가 봐도 굉장히 아까웠다.
강신이라면 그 알들로 다나카 못지않게 부화시키고, 키우는 것까지 가능할 거라고 김대리는 생각했다.
“아…. 그거요.”
강신이 김대리의 질문에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강신이 U.M.A 두 마리를 얻기 위해 손해를 보는 거래를 한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지만, 사실 손해를 본 건 일본 정부였다.
“김대리님의 생각대로 제가 그 알을 부화시키고 키우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왜….”
“그야, 알이 부화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 새끼가 성체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년 이상으로 굉장히 길거든요.”
강신의 말을 들은 김대리가 그제야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가 사용하는 거미줄과 독니는 성체가 될 때까지 사용하지 못합니다.”
“아, 그래서….”
7년이라는 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었고, 강신은 당장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성체를 선택한 것이었다.
“더 물어보실 게 남으셨나요?”
“음…. 아니요. 궁금한 건 다 풀렸습니다.”
김대리의 질문이 끝나자, 강신은 검은색 수면 안대를 착용하고 짧은 비행시간 동안 휴식을 취했다.
* * *
강신이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를 한국으로 가져갔을 때, 가장 좋아한 사람은 당연히 권영식이었다.
권영식은 울프 팀이 일본으로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한국으로 U.M.A를 가지고 올 수 있으리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아서일까.
평소 회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권영식이 울프 팀이 인천 공항으로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마중까지 나와 있었다.
그는 공항에서 U.M.A를 건네받고, 이동하는 내내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를 어떻게 연구할지 고민했다.
“후후후…. 소리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거미줄은 노이즈 캔슬링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가사 상태로 만드는 독액은 마취제 쪽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개량해볼까….”
그는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U.M.A의 연구 진행 방향을 결정해 버렸다.
울프 팀이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폐가 체험 실종 사건을 다루던 일본 언론들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언론들은 그 사건이 마치 금기라도 되는 듯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강신은 일본 정부에서 언론을 통제했다는 걸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리를 먹는 가면 거미 사건은 막을 내렸다.
* * *
며칠 뒤.
강신은 개인 큐브에서 소설을 작성 중이었다.
옆에 있는 소파에 앉은 김대리는 최근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을 강신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해서 밤에 인형을 목격한 사람들이 꽤 있다네요.”
물론 듣고 싶지 않은 내용도 있었다.
“아 참, 강선임님. 이번에 평택 쪽에 연구소를 추가 증설한다는 소식 혹시 들으셨습니까?”
“아니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이곳도 이렇게 넓은데 굳이 연구소를 증설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강신은 거대 아파트 단지들을 합친 크기의 비밀 연구소가 있음에도 새로운 연구소를 짓는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수원과 평택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강선임님이 성신으로 합류하고 나서 U.M.A 포획률이 아주 높아진 건 알고 계시죠?”
“네…. 뭐, 그야….”
강신이 울프 팀의 팀장 자리에 있지만, 가끔 관심 있는 U.M.A가 있다면 다른 팀과 함께 현장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U.M.A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뿐만 아니라, U.M.A 포획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포획률이 오른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U.M.A를 관리할 큐브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걸로 아는데요?”
“네, U.M.A를 관리할 큐브를 놓을 공간이야 많이 있죠. 문제는 U.M.A를 연구하는 연구팀입니다.”
“?”
강신이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김대리가 하던 말을 이어갔다.
“U.M.A가 늘면서 연구원들이 많이 바빠져서요…. 마침 평택에 큰 공장을 짓고 있어서 그 아래쪽으로 작은 비밀 연구소를 만들어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U.M.A들을 옮기기로 했답니다. 그곳에 새로운 연구원들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구요.”
U.M.A만 있다고 기술 개발과 연구가 진행되는 게 아니었다.
연구에는 항상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특히 U.M.A 관련 연구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강신은 권영식을 떠올렸다.
권영식의 연구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모든 연구원이 권영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면, 굳이 증설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영식이 특이한 것이었다.
그의 연구 진행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라, 다른 연구원들에게 권영식의 수준을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강신이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구를 진행해야 할 U.M.A와 연구원들의 수는 황금 비율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강신 때문에 지나치게 연구 과제가 많아졌다.
수원의 U.M.A들을 다른 지부로 돌리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연구원들이 하소연이 늘어가자, 평택 연구소 설립이 결정되었다.
평택 연구소는 다른 지부들과는 조금 다른 개념의 연구소였다.
지금까지 수원 연구소를 포함해 모든 지부에서 연구원을 뽑을 때는 비밀 엄수를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친 소수의 엘리트 인원만 뽑았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연구원이 필요했고, 전과 같은 방법으로 인원을 뽑을 수 없었다.
평택 연구소는 비밀 엄수를 위해 철저한 검증이 된 인원이지만, 능력이 검증이 안 된 연구원들도 대거로 채용했다.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연구 과제들을 진행 시키기 위함이었다.
“평택 연구소라….”
아직 완공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강신은 새로운 연구소 건설에 흥미를 보였다.
“아…. 그리고 이상철 상무님의 따님이 이번에 결혼하신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대리는 계속해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과 소문들을 주저리 떠들었다.
얼마나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개인 큐브로 김한수 수석이 찾아왔다.
그는 강신을 보자마자 바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강선임, 이번에 HG에서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는데…. 혹시 시간 됩니까?”
그는 강신을 지명한 HG의 의뢰를 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