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8
187화
커다란 부지에 비밀 연구소를 만든 성신과는 반대로 HG 그룹은 비밀 연구소를 작게 쪼개 많은 곳에 숨겨두었다.
그래서 해당 연구소에서 관리하는 U.M.A가 무엇인지, 담당자만 아는 경우가 많았다.
“성신에서 저희 비밀 연구소들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데려가지 않으면 아저씨들이 시끄럽게 굴어서요. 이해 좀 해주세요.”
강신은 듣지 않아도 그녀가 말하는 아저씨들이 HG 그룹을 운영하는 상부의 인물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각 기업의 비밀 연구소의 위치는 성신 그룹뿐만 아니라 비밀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경쟁사의 비밀 연구소가 어디 있는지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은혜의 말처럼 강신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HG 그룹에서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상태였다.
그 사실을 구은혜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선팅이 짙은 차로 이동하는 이유는 내부에서 밖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반대로 외부에서 내부를 보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강신은 생각했다.
‘양재역 근처면 HG 그룹에서 운영하는 R&D 센터가 하나 있었지.’
강신은 양재동 근처에 있는 HG 그룹의 연구소를 떠올리며 연구소의 위치를 예측했다.
그러는 사이, 그들의 태운 차가 부드럽게 정차했다.
끼익….
철컥, 우우웅….
차가 멈췄지만, 미세한 떨림과 함께 외부에서 뭔지 모를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곧 미세한 떨림이 사라지고 외부에서 나던 소리도 사라졌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성이 그들이 타고 있던 차량의 뒷문을 열었다.
“HG 그룹 연구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말로는 환영한다고 했지만, 그의 말투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강신과 장웨이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보다는 그저 매뉴얼에 나오는 말을 형식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
“흥, 됐으니까 가서 일 보세요. 안내는 제가 직접 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 남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구은혜가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쫓아냈다.
남성은 아무런 불만 없이 절도있게 물러났다.
남자가 떠나자, 강신과 장웨이는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려 그들이 있는 공간을 둘러봤다.
성신 그룹의 비밀 연구소가 심플하고 깔끔한 이미지였던 것과 반대로 HG 그룹의 비밀 연구소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분위기를 장르로 설명하자면 사이버 펑크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연구소의 넓이 또한 성신의 비밀 연구소에 비하면 좁게 느껴졌다.
성신과 달리 작은 연구소들을 많이 만들어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수원에 있는 성신의 연구소와 차이가 컸다.
‘이런 곳에서 U.M.A를 연구하는 건가?’
얼핏 보면 열악하게 느껴질 정도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바로 문제의 물건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죠.”
구은혜가 차가 정차한 공간을 나와 긴 복도를 걷자, 강신과 장웨이가 그녀를 쫓아갔다.
구은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는데, 강신은 그녀가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를 곧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HG 그룹의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강신 일행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그런 시선들을 뒤로한 채, 구은혜와 강신 일행은 목적지의 입구로 보이는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은 전체가 금속으로 이루어져 매끈해 보였다.
구은혜가 자신의 출입증을 문에 가져다 대자, 매끈한 문이 디스플레이가 된 것처럼 구은혜의 사진과 녹색 글씨가 떴다.
그리고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띠릭, 구그그긍….
문의 두께는 2m 정도로 굉장히 두꺼워 보였다.
성신이 신소재를 이용해 U.M.A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면, HG 그룹은 U.M.A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문을 강화해 두었다.
어느 쪽의 방법이 맞고, 틀린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각 회사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다른 것뿐이었다.
육중한 문이 열리자, 크고 두꺼운 문과는 달리 원룸 크기의 작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방의 중앙에는 사람 가슴 높이의 원통형 금속기둥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셔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말씀드렸던 물건을 보여드릴게요.”
금속 기둥에는 작은 패널이 있었는데, 구은혜가 바로 패널을 조작했다.
그러자 금속기둥에서 수증기와 함께 약 60cm 크기의 원통형 유리 케이스가 천천히 올라왔다.
수증기로 인해 유리 내부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물건이 HG 그룹에서 이번에 도움을 요청한 물건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천천히 수증기가 가라앉고, 내부에 있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장웨이가 그 물건을 보고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음, 돌멩이?”
유리 내부에 있는 물건은 누가 봐도 조금 특이하게 생긴 돌멩이였다.
구은혜는 장웨이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평범한 돌멩이는 아니에요. 흔히 세간에선 석철질 운석이라고 부르는 물건이죠.”
운석이란 흔히 우주에서 날아온 암석을 말했고, 구은혜가 말한 석철질 운석은 철과 니켈 그리고 규소 광물로 이루어진 운석이었다.
“……평범한 운석은 아닌 거죠?”
석철질 운석이라고 하면 운석 중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굳이 강신을 이곳에 부를 필요는 없었다.
“네, 이 운석 안에는 지구상에서 발견된 적이 없었던 금속이 들어있어요.”
구은혜의 말에 강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철질 운석만으로도 가격이 상당했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금속이 지구상에 없는 금속이라면 그 가격은 천문학적일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인 운석이 HG 그룹, 그것도 비밀 연구소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표정을 보니, 이 운석이 가진 가치를 이해하시고 계신 것 같네요. 그래서, 본론이에요. 이 운석에 있는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걸 도와주셨으면 해요.”
강신은 구은혜의 말을 듣고 석철질 운석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운석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네, 아주 큰 문제가 있죠. 이 운석을 저희 회사에서는 불행을 부르는 운석이라고 부릅니다.”
“불행을 부르는 운석이요?”
그들 눈앞에 있는 석철질 운석은 남극에서 최초로 발견된 운석이었다.
운석은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는데, HG 그룹이 큰돈을 들여 경매에서 입찰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HG 그룹은 운석을 한국으로 가지고 오자마자, 곧바로 정부에 운석 등록증 발급을 요청했다.
그리고 비밀 연구소가 아닌 일반 연구소에서 운석의 연구를 시작했다.
운석의 성분을 확인하고 운석 내부에 희귀 금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만 해도 HG 그룹의 연구소는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갑자기 운석을 조사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고가 나거나 원인 모를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운석을 발견하고 판매한 사람과 운송했던 사람들, 그리고 연구원들에게도 같은 일이 생겼다.
더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사고가 계속되자, 결국 HG 그룹은 이 운석을 비밀 연구소로 옮겼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운석을 조사하려고 시도했지만, 비밀 연구소 연구원들도 운석을 만졌던 이들과 같은 일들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불행을 부르는 운석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운석을 다루다가 다친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죠.”
큰돈을 들여 구매했지만, 운석을 연구하거나 위치를 바꾸려 할 때마다 사람들이 다쳐나가니 이제 와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직접 손대지 않고, 간접적으로 만지거나, 움직여도 똑같습니까?”
장웨이가 질문하자 구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장갑뿐만 아니라 기계 팔이나 다른 기계를 이용해도 똑같았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케이스에 담아 옮겨도 문제가 생겼어요.”
“운석을 옮기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들이 생겼다는 거죠…. 그러면….”
장웨이가 구은혜에게 계속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질문을 주고받는 사이, 강신은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어디서 봤던 내용 같은데…….’
만지거나 연관되면 예상치 못한 사고나 병에 걸리는 물건.
음모론에서는 꽤 단골 소재로 나오는 소재였다.
그리고 강신은 그런 음모론들로 글을 쓴 기억이 있었다.
문제는 그런 내용을 가지고 있는 글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기억나는 것이 일단, 호프 다이아몬드. 그리고 또 뭐가 있지….’
강신은 자신이 작성했던 글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떠올렸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속에 사는 특이한 결정 생명체가 범인이었다는 설정이었고….’
결정 생명체는 깨끗한 보석류에서만 발견되기에 현재 사건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이 쓴 글에서 불행을 불러오는 U.M.A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장웨이는 궁금했던 질문을 끝냈음에도 혹여나 강신의 집중이 깨질까 봐, 구은혜에게 궁금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이어갔다.
“요즘 부자들은 운석을 가공해 물건을 만드는 게 유행이라면서요?”
대충 던진 말 같았지만, 장웨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도 몇몇 고급 시계 브랜드에서 운석이 들어간 한정판 손목시계를 제작했다.
또 운석으로 총을 만들기도 했으며, 자동차 브랜드인 B사에서는 내부를 운석으로 장식한 M850i 나X트 스카이라는 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장웨이는 그저 구은혜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질문을 던졌을 뿐이지만, 강신은 그 질문을 듣고 무언가 떠오른 게 있었다.
“아, 투탕카멘의 단검.”
투탕카멘, 이집트 18왕조의 12대 파라오였다.
그의 재위 기간은 9년으로 굉장히 짧았으며, 18세의 나이에 요절한 인물이었다.
그는 꽤 복잡한 삶은 살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의 삶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재위 기간도 짧고 큰 업적도 없는 투탕카멘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왕의 무덤과 걸맞지 않은 크기의 간소한 무덤은 많은 도굴꾼의 이목을 피해 오랜 기간 숨겨져 있었다.
덕분에 왕가의 계곡에 숨겨져 있던 투탕카멘의 무덤은 거의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다른 파라오들의 무덤이 도굴꾼들에게 파헤쳐져 온전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무덤에서 투탕카멘의 미라와 함께 수많은 유물이 발견됐다.
그리고 그 유물들에는 투탕카멘의 단검이 포함되어있었다.
“투탕카멘의 단검이요?”
구은혜가 강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흥미를 보였다.
“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이죠.”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요?”
“그 단검이 저 운석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거든요.”
확률이 높다고 말했지만, 강신은 확신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