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혹시 투탕카멘 하면 떠오르는 게 있으신가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구은혜는 강신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다.
“글쎄요, 투탕카멘하면 역시 저주겠죠?”
“그렇죠.”
한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투탕카멘의 저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음모론 중 하나였다.
파라오의 무덤을 파헤친 고고학자들이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려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무덤 내부에서 영면을 취하고 있는 미라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최근에는 수에즈 운하를 막은 거대한 배에 22구의 미라가 실려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투탕카멘의 저주때문이라며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다 지어낸 이야기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탕카멘의 저주를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무덤 발굴에 참여한 인원 일부가 연쇄적으로 사망한 건 사실이었지만, 기묘한 우연으로 여겨졌다.
총 21명이 사망했지만, 실제 발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약 1,500명이었고, 사망한 이들은 전체 인원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라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사고가 났던 건 조심하지 못한 사람들의 실수였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고들을 투탕카멘의 저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저주라는 게 전부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네……?”
순간 구은혜는 강신의 말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은 것도 사실이었고, 1,500명 중에서 21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모두 한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구은혜는 자신도 모르게 강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들이 파라오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 중 한 가지 물건을 탐했다는 거죠.”
구은혜는 강신이 이야기했던 물건을 떠올렸다.
“그게 투탕카멘의 단검이라는 건가요?”
“네. 바로 그겁니다.”
“……단검이 저주를 내리는 건 그렇다고 쳐도 그 단검과 이 운석이 무슨 관계가 있나요?”
“그야, 투탕카멘의 단검이 저 운석과 비슷한 석철질 운석으로 만들어진 검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투탕카멘이 살던 시대는 청동기 시대로 철기 기술이 부족했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철제 금속 단검이 발견된 건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원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니, 단검은 고고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투탕카멘의 단검을 분석했고, 그 결과 단검이 운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단검이 저주라 불리는 힘을 일으키는 것처럼 HG 그룹에 있는 석철질 운석 또한 비슷한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투탕카멘의 단검이 이 운석과 비슷한 재질이라는 거죠?”
“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이 운석이 투탕카멘의 단검과 재질이 같다면, 운석 내부에 있는 희귀 금속은 따로 추출하지 못해요.”
“네? 어째서죠? 불행을 일으키기 때문인가요?”
“음…. 불행도 불행이지만 그것보다는 운석 내부에 있는 희귀 금속도 크게 보면 U.M.A의 한 부분이거든요.”
“뭐라고요?”
“정확히는 일종에 무기체로 이루어진 미생물이지만 편하게 U.M.A로 구분하죠. 저희는 외계에서 온 금속 생명체라고 부릅니다.”
“외계에서 온 뭔 생명체요? 무슨 이름을 그렇게 대충 지은 거죠?”
누가 들어도 이상한 작명 센스에 구은혜가 인상을 찌푸리자, 강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현재 성신에서 사용하는 U.M.A의 개체명은 대부분 강신이 지어낸 이름이었다.
당연히 외계에서 온 금속 생명체라는 개체명 또한 강신이 지은 것이었다.
강신은 자신이 괴멸적인 작명 센스를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헛기침을 하고, 서둘러 U.M.A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크흠, 지금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해당 개체는 지구에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개체가 아니에요. 쉽게 생각하면 외계 생명체라고 보는 편이 좋겠네요.”
외계에서 온 금속 생명체는 아주 가끔 석철질 운석으로 발견된다.
외부를 감지할 기관이 없지만, 운석을 건드리는 게 누구인지 인지할 수 있는 특이한 감각이 있었다.
또한, 그냥 돌멩이처럼 보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지고 있었다.
금속 생명체는 운석을 만지거나 움직이는 생명체들에게 자신만 느낄 수 있는 표식을 새겼다.
이 개체에게 표식은 단지 자신을 만졌다는 증거였을 뿐이지만, 표식이 새겨진 사람은 그날부터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렸다.
이는 결코 U.M.A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U.M.A는 오히려 자신을 만지는 모든 걸 좋아했다.
광활한 우주에서 무엇과도 접촉할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구은혜가 원하는 운석의 희귀 금속은 U.M.A의 본체였다.
하지만 본체를 제외한 운석의 구성 요소들도 U.M.A를 이루는 부분들이었다.
“이 운석에서 희귀 금속만을 추출하는 건, 인간으로 치자면 멀쩡한 몸에서 심장만 꺼내는 것과 같은 거예요.”
조금 극단적으로 설명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희귀 금속을 추출하게 되면 분리된 희귀 금속, U.M.A의 본체는 대기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기화되어 사라졌다.
인간으로 치면 죽음으로 봐도 무방했다.
“그럼…. 아예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라면 아무런 방법이 없어요.”
“아, 아….”
강신의 확답에 구은혜의 얼굴이 실망으로 가득찼다.
어쩌면 이번 일은 그녀에게 있어서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HG 그룹의 회장이 아무리 구은혜를 아낀다고 해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구은혜의 눈에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불가능하다고 강신이 말하자, 왠지 모르게 그간의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어렸을 때 처음 U.M.A를 접하고 나서부터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이 신비한 생명체들이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구은혜는 HG 그룹 비밀 연구소에 들어왔고, 오너 일가인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진급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구은혜는 그 자리에 맞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피를 토하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은혜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이 보내는 시선을 구은혜가 모를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사실 구은혜,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르는 척한 이유는 스스로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앉은 자리는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앉기 힘든 자리였다.
다른 이들보다 월등한 재능이 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진흙탕 같은 사내 정치 싸움에서 버티고 버틴 사람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 구은혜는 그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다짐했다.
‘성과로 나를 인정하게 만들겠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면 자신을 다르게 봐줄 것이라고 구은혜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U.M.A를 직접 보고 만지며 포획하는 위험을 감수했다.
남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직접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마치 누가 방해하는 것처럼 그녀가 하는 일들은 실패만 했다.
실패들이 이어지던 그녀는 강신을 이곳으로 불러왔다.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강신을 부르는 것이 손해임을 알면서도….
그런데 그 결과가 불가능이라니.
‘또 실패야, 더는 물러날 곳도 없는데….’
괜히 모든 게 서러웠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그저 나는 이곳에서 많은 U.M.A를 만나고 싶었던 것뿐인데….’
구은혜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떨어지자, 앞에 있던 장웨이가 깜짝 놀랐다.
그런 장웨이와 다르게 강신은 우는 구은혜를 보며 그녀의 심정을 짐작했다.
‘심적으로 몰려 있는 것일까….’
강신은 고민 끝에 울고 있는 구은혜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처음 계획하신 희귀 금속 추출은 불가능하지만, 저 운석을 사용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강신은 원래 구은혜가 원한 희귀 금속의 추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말하고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정말 서러워서 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의 연민을 느꼈고, 구은혜를 도와주기로 했다.
‘이번 일에 도와주면 언젠가 나도 도움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구은혜는 강신의 이야기를 듣고 옷으로 눈을 문질러 눈물을 닦아냈다.
“저, 정말 다른 방법이 있나요?”
“네, 어디까지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게 아니라 운석 자체를 사용해야 하고, 시간을 들여 준비할 것들이 많겠지만요.”
그녀는 언제 서럽게 울었냐는 듯이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눈으로 강신에게 말했다.
“그 이야기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방금까지 모든 걸 포기했던 구은혜가 다시 기운을 차리자, 강신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하지만 강신은 바로 설명하지 않고 구은혜가 감정적으로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후우…. 기다려 주셔서 고마워요….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그럼 방금 하신 이야기가 뭔지, 제대로 설명해 주실래요?”
“네, 그러죠. 제가 말한 방법은 외계에서 온 금속 생명체를 특정 도구로 만드는 일입니다.”
운석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운석 그 자체를 녹여서 물건을 만드는 일은 가능했다.
아니, 가능한 걸 넘어 이 U.M.A는 그러길 원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도구라고요?”
“네, 도구요. 종류는 상관없습니다만, 저 운석을 이용해서 도구를 만드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운석을 녹이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보통 광석은 제련을 통해 순도 높은 금속을 추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운석은 한 번에 높은 온도로 단숨에 녹여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야 했다.
이때 소실되는 규산염 광물과 니켈, 철을 다른 금속으로 채워 주어야 했다.
그것도 정확히 소실된 양만큼만 채워야 한다.
“운석에 포함된 광석들의 비중을 재고 부피가 얼마인지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족분을 철이나 구리로 채운다고 했을 때, 오차 범위는 플러스마이너스, 5g이 되어야 하고….”
강신은 운석을 녹일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한참 떠들었고,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구은혜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런 과정을 위해서 녹이는 것만 해도 많은 장비가 필요합니다.”
“……조금 지켜야 할 내용이 많네요. 그럼, 그렇게만 준비하면 될까요?”
강신이 말한 것들을 주의하면서 광석을 녹이는 건 어렵긴 해도 구은혜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품이 많이 들겠지만, 성과만 낼 수 있다면야….’
하지만 이어진 강신의 말은 구은혜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고, 그녀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이제 겨우 운석 녹이는 단계에 대해서 이야기한 건데요? 중요한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만….”
운석을 녹이는 건, 운석으로 도구를 만드는 공정의 첫 단추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