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2
191화
깡! 깡! 깡!
강신이 망치질을 시작한 지 벌써 8시간이나 흘렀다.
그동안 강신은 단 한 번의 휴식 없이 운석을 두드렸다.
입고 있는 옷은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 어느새 하얗게 소금기가 올라와 있었다.
보호 장비를 입고 있었다면 열기가 차단되어 이렇게까지 땀을 흘리지 않았겠지만, 강신은 이승훈에게 배운 대로 열기를 느끼기 위해 오히려 얇은 옷을 입고 왔다.
“조금은 쉬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핼쑥해지는 강신의 모습을 보고 참다못한 구은혜가 장웨이에게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저러다가 정말 쓰러지겠어요!”
강신이 직접 운석을 두드린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강신이 운석의 표식을 무효화시킬 방법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강신의 상태를 보면 그런 방법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강선임님이 작업을 하기 전에 스스로 멈추는 게 아니라면 무슨 일이 발생해도 참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장웨이라고 해서 어찌 강신이 걱정되지 않을까.
그는 단지 강신이 사전에 언질을 주었기에 참고 있었을 뿐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구은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강신을 말렸을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강신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신의 망치질이 끝난 것은 6시간이 더 흐른 뒤였다.
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난 강신이라도 1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망치를 두드리는 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후…. 끄, 끝났다. 장 대리님.”
강신이 장웨이를 부르며 그대로 쓰러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강선임님!!”
갑자기 주저앉는 강신을 본 장웨이가 깜짝 놀라 강신에게 다가갔다.
강신은 더는 움직일 힘이 없는지, 들고 있던 장비를 놓아버리고는 그대로 大자로 누워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장웨이에게 말했다.
“후…. 기본적인 틀은 완성되었어요. 만든 날의 길이와 폭, 두께의 수치는 저기 쪽지에 적어놨어요.”
강신은 작업대에 놓인 쪽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HG 그룹에게 사진 촬영 허가를 받아서 사진과 함께 성신 그룹에 있는 승훈 아저씨에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아무도 절대 저 날을 만지지 못하게 해주시고요.”
“네, 확실히 전하겠습니다.”
“후우…. 저는 승훈 아저씨가 은장도의 다른 부분을 만들어 보낼 때까지 조금 쉬어야…….”
강신은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렸다.
강신의 의식이 물에 빠진 것처럼 가라앉는 동안 멀리서 장웨이가 자신에게 뭐라 소리치는 게 느껴졌다.
허나 강신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 * *
의식이 완전히 가라앉자,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던 몸이 갑자기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몸이 가벼워지자 강신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어두운 공간이 있었다.
강신은 이미 수도 없이 봤던 이 공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꿈인가….”
이 공간은 그동안 강신에게 꾸준히 영감을 주었던 곳이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강신은 홀로 무엇인가가 나타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평소라면 이 공간에 U.M.A로 보이는 생명체가 나타나고, U.M.A의 행동을 강신이 관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강신의 꿈이 평소와 많이 달랐다.
쿠구구구구…….
지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처음 보는 화려한 건축물들이 수면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위로 튀어나왔다.
그 건축물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새하얀 성을 연상하게 했다.
건축물 중앙에는 특이한 모양의 시계가 있었고, 금색과 하얀색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성 중간과 입구로 보이는 곳에는 병장 인형들의 모습이 보였다.
성안에서는 왠지 모르게 희망차고 밝은 멜로디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인데….’
강신이 시간을 들여 건물의 외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으음…. 도대체 뭐지….”
건축물에 조금 특이한 것이 있다면 성 내부로 들어가는 물길이 있다는 정도였다.
강신이 건축물 외부를 한 바퀴 돌고, 처음 있었던 곳으로 돌아오자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듯한 소녀가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강신을 발견하자,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뭐지?’
강신에게 다가온 소녀가 강신의 손을 덥석 붙잡자, 강신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잡은 손을 황급히 빼냈다.
‘나를 잡았다고?’
자신의 손에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소녀가 자신을 본 건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이 공간에 나타났던 U.M.A는 강신을 보기도 하고, 보지도 못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딱 하나 이 공간에서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이곳에서 나타난 모든 물건을 만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과 U.M.A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물건까지 강신이 만지려고 하면 마치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 소녀가 손을 잡았을 때 강신이 화들짝 놀란 것도 당연했다.
강신이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자, 소녀는 화를 내는 것처럼 볼을 잔뜩 부풀리고는 뭐라 말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의 귀에는 소녀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강신은 자신을 잡은 소녀에게서 익숙함이 느껴졌고,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했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은 마치 창문에 서리가 잔뜩 끼어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입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흐릿했다.
처음 겪는 일로 인해 강신이 고민에 빠져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화를 내던 소녀가 다시금 강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반대 손으로 눈앞에 있는 성으로 추측되는 건축물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고?”
소녀의 얼굴 중 유일하게 선명히 보이는 입가가 길게 호선을 그렸다.
활짝 미소를 지은 소녀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강신은 밝은 멜로디가 흘러나오지만, 이상하게도 불길함이 느껴지는 건축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소녀의 재촉에 못이기는 척 소녀에게 이끌려 움직였다.
‘설마, 잘못되기야 하겠어.’
어차피 꿈이었다.
이보다 더 악몽 같은 U.M.A를 본 적도 있었기에 강신은 현재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소녀가 안내한 곳에 도착하자, 강신은 이 성과 같이 생긴 건축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거 놀이기구였구나.”
물이 흐르는 통로와 그 물 위에는 12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보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보트에는 이미 외국인으로 보이는 4인 가족이 무표정으로 탑승하고 있었다.
소녀는 비어있는 가족들의 앞자리를 가리키며, 강신에게 보트에 탈 것을 강요했다.
“타라고? 이건 내 취향이 아닌데….”
소녀가 강신의 말에 답답하다는 듯이 발을 구르자, 강신은 한숨을 내쉬고는 소녀가 원하는 대로 조심스럽게 보트 위로 올라갔다.
강신은 소녀가 자신과 같이 보트를 타자는 건 줄 알았는데, 소녀는 보트 위로 올라오지 않고 강신에게 손을 흔들었다.
곧 작은 보트처럼 생긴 놀이 기구가 천천히 물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트가 성 내부로 통하는 물길을 따라 들어가자, 이때까지 들려왔던 밝은 멜로디가 더 크게 들려왔다.
‘아…. 이 멜로디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어렸을 때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동요가 떠올랐다.
-친구야 나는 너를 사랑해~♪ 친구야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나는 너를 사랑해~♪
가사만 떠올려도 뇌에서 자동으로 멜로디가 떠오르는 듯했다.
보트는 성 내부를 돌아다녔다.
각 나라의 전통 복장을 한 인형들이 낚시를 하기도 했고, 춤을 추거나 악기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인형들은 강신이 탄 보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마치 전 세계가 이 작은 놀이 기구에 담겨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강신은 빠르고 스릴 있는 놀이 기구를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느긋한 놀이기구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 멜로디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세계 각국의 인형들을 보며 강신은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의 짧은 세계 여행을 끝내자, 보트는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왔다.
보트가 출구로 도착하기 전, 강신은 문뜩 의문이 들었다.
“음…. 도대체 나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 거지….”
그냥 놀이기구를 태우고 싶었던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신은 놀이기구를 타면서 수상한 건 발견하지 못했다.
보트가 입구에 도착해 멈추길 기다렸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이 탑승한 보트는 입구이자 출구에 도착했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강신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소녀를 바라봤지만, 소녀는 다시 손을 흔들며 강신을 배웅할 뿐이었다.
“으응…?”
강신은 어쩔 수 없이 보트를 타고 그대로 방금 돌았던 곳을 다시 한번 돌아야 했다.
혹시나 첫 번째 바퀴에서 자신이 놓친 것이 있나 세세하게 살폈지만, 딱히 특별한 것이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보트가 다시 모든 구역을 돌아 출구로 향했다.
강신은 이번에는 멈추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이번에도 보트는 다시 이동했다.
“뭐야…. 이거 왜 안 멈춰?”
강신이 느리게 움직이는 보트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강신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어차피 꿈이야. 진정해.’
자신의 꿈이었고, 억지로 깨어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을 보트에 태운 소녀가 자신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는 걸 떠올렸다.
‘조금 더…. 타볼까.’
성 안의 인형들은 처음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계속 같은 노래가 반복되어 흘러나왔다.
* * *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놀이기구는 출구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같은 곳을 돌았다.
얼마나 많이 돌았는지, 이제는 인형들의 위치와 행동을 모두 외울 정도였다.
다시금 출구로 돌아왔는데도, 소녀는 계속 강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강신이 소리쳐도 소녀의 반응은 항상 처음과 같았다.
자세한 걸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강신은 이제 억지로라도 꿈에서 깨어나야겠다고 생각이 했다.
출구를 지나치기 전, 강신이 한숨을 푹 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거야.”
그 작은 혼잣말을 들은 것일까, 소녀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소녀의 행동은 손가락을 들어 마치 강신의 뒤쪽을 가리키는 듯했다.
수없이 같은 공간을 돌던 강신은 이때까지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 보트에는 자신만 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강신은 상체를 틀어 뒤쪽에 타고 있던 가족들을 바라봤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4인 가족, 그들은 소녀와 다르게 눈, 코, 입이 모두 뚜렷하게 보였다.
분명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매우 즐거워했던 가족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모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도와달라는 듯이 소녀를 향해 손을 내뻗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계속 놀이 기구를 관찰했던 강신은 그 이후로 4인 가족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놀이 기구가 멈추지 않고 계속 같은 곳을 다시 돌 때마다 가족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마치 빠져나가지 못하는 지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 같았다.
강신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지만, 외국인 가족들은 이제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트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출구에서 멈춰 섰다.
덜컹.
갑자기 보트가 멈추자, 소녀가 강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제야 힘이 들어가지 않던 하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의 손을 잡고 보트에서 나오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밝은 멜로디가 많은 사람의 비명처럼 바뀌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이 늪에 빠진 것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강신은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잡은 소녀가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강신을 잡아 억지로 끌어 올렸다.
강신이 소녀의 손에 끌려 보트에서 빠져나오자, 방금까지 자신이 타고 있던 보트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 타고 있던 가족들은 강신을 보며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4인 가족은 너나 할 것 없이 강신의 손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소녀가 강신의 몸을 잡고 뒤로 당겼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행동에 강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서…?”
강신이 묻자, 소녀가 강신을 잡으려 했던 가족들이 탄 보트를 가리켰다.
“뭐야…. 저건….”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괴상한 괴물로 변했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아귀가 그렇게 생겼을까.
강신을 향해 손을 내뻗는 모습은 보트에서 도망치기 위한 도움 요청이 아니었다.
보트에서 탈출한 강신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강신이 만약 저 손을 잡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고마워.”
강신이 자신을 구해준 소녀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소녀는 마치 강신에게만 비밀을 이야기한 것처럼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쉬잇.”
그리고 지금까지 들리지 않았던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은 순간 갑자기 멀쩡했던 건축물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