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5
194화
“으으음…. 어째, 강선임님과 함께하면 매번 이런 일들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지, 장웨이는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하…. 이번에는 갑자기 발생한 일은 아닌데요….”
강신이 작게 웃으며 말하자, 장웨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저는 이제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지금은 그냥 준비하고 쉬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 강신의 준비는 끝나있었다.
평소 성신에서 하는 것처럼 U.M.A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운석을 은장도로 만들 때까지 다른 곳에서 방해하지 못하게 만들고 거짓 정보를 말해두었다.
구은혜를 노리는 세력이 움직이기 좋은 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지금부터는 이곳에서 그 세력이 자신이 만든 함정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HG 그룹의 보안 상태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새벽에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까, 쉬고 계세요.”
장웨이는 바로 출동할 수 있게 준비를 마치고, 강신의 권유대로 개인 큐브에 놓인 소파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동안 강신은 HG 그룹에서 작성했던 놀이기구에 대한 소설을 컴퓨터로 옮기고 나서야 휴식에 들어갔다.
* * *
다음 날 아침.
강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강신과 장웨이는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이 되어서 눈을 떴다.
‘연락이 없었다고? 이상한데…. 혹시 함정이라는 걸 눈치챈 건가?’
너무 절묘하게 함정을 파서일까, 새벽에 은장도를 도둑맞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강신과 장웨이는 보호 장비를 걸치고, 구은혜와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 HG 그룹의 비밀 연구소로 향했다.
일련의 절차를 밟고 어제 강신이 만든 은장도가 있는 구역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이미 구은혜가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다른 보안 요원과 안으로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은장도가 들어있던 금속 기둥을 보며 망연자실해 있었기 때문이다.
‘걸렸구나.’
구은혜가 성과를 내는 걸 원치 않는 세력이 은장도를 훔쳐 갔다.
강신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사정을 모르는 구은혜는 현재 상황이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
강신은 사정을 다 알면서 모르는 척 구은혜에게 다가가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은장도는 어디 갔습니까?”
그제야 구은혜는 강신과 장웨이를 발견했다.
“……사라졌어요.”
구은혜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탓에 제대로 듣지 못한 장웨이가 다시 구은혜에게 되물었다.
“뭐라고요?”
“어제 강신 씨가 만든 은장도가 없어졌어요….”
구은혜의 목소리에는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은장도가 사라졌다고요?”
이미 상황을 설명받은 장웨이였지만,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는 듯이 구은혜의 말을 맞받아쳤다.
“새벽에 이 구역의 보안 경보가 울렸고, 저희 회사 보안 요원들이 이곳에 왔을 때는 이미 은장도는 사라지고 난 뒤였어요….”
구은혜는 은장도를 훔쳐 간 도둑을 찾기 위해 요원들을 풀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누군가 도둑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오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도둑이 들었는데, 어째서 저희에게 연락하지 않으셨습니까?”
강신이 묻자, 구은혜는 고개를 떨구고 우물쭈물 말했다.
“피곤하다고 가신 분들에게 새벽에 연락하기도 조금 그랬고…. 쓰러질 정도로 힘들게 만든 물건을 도난당했다고 말하기가….”
또한 강신에게 연락을 한다 해도 외부인이 비밀 구역을 돌아다니며 도둑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구은혜는 어차피 아침이 되면 알게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연락하셨어야죠.”
강신의 말을 들은 구은혜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뭐라도 찾은 게 있습니까?”
“…아니요,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은장도를 훔친 도둑이 보안이 철저한 이곳에서 어떻게 물건을 가지고 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CCTV는 물론이고 지문이나 발자국 하나 남은 게 없어요.”
도둑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구은혜는 신출귀몰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강신은 구은혜에게 어떻게 움직일 건지 묻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조금 더 찾아보고 안되면 위쪽에 보고해야겠죠.”
구은혜는 은장도를 잃어버렸다고 바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전에 잠시 저희는 저쪽에서 따로 이야기 좀 나누고 와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어차피 당장은 할 일도 없는걸요…….”
구은혜가 울상을 지으며 허락하자, 강신은 장웨이와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럼 강선임님 다음 계획을 준비할까요?”
“잠시만요. 그전에 먼저 확인할 게 있어요. 네시스.”
-응…. 불렀어?
강신은 장웨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어제 새롭게 붙인 통신 패치에서 기운이 빠진 듯한 프로네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네시스는 특수 소재 분석기를 돌리는데 자신의 연산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기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감정을 흉내 낸 것이다.
“힘들 텐데 미안하지만, 전에 내가 쓰던 통신 패치의 위치 추적이 가능할까?”
-잠시만…. 찾았다. 통신 패치가 어디 있냐면….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은장도 검집 안쪽에 붙여 놓은 통신 패치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대해 들은 강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정말 그곳이 맞아?”
-응, 오차 범위를 생각해도 그 위치에 있는 건 그 ‘건물’ 뿐이야.
“그렇단 말이지…. 어쨌든 힘든데, 알려줘서 고마워. 네시스”
-뭘, 이 정도 가지고 어렵지 않은 일인데. 그보다 곧 분석기 알고리즘을 완성시키면 사용하고 있는 연산 능력이 부족한 현상은 해결될 거야.
프로네시스는 HG그룹 비밀연구소에 있는 강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니, 조심해.
“지금은 이 정도만 도와줘도 충분해.”
그 말을 끝으로 프로네시스와의 통신이 끊겼다.
원래 강신은 프로네시스를 통해 은장도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위치를 구은혜에게 알려 그곳을 급습하려 했다.
그러나 은장도가 있는 위치를 들은 강신은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만 했다.
“장 대리님,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서 지금은 현재 상황을 계속 모르는 척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통신 채널을 사용하던 장웨이는 강신과 프로네시스의 대화를 들었고, 아무런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제가 봐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결국 둘은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시 구은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강신과 장웨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어느새 구은혜의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꽉 끼는 듯한 정장을 걸치고 있는 장신의 남성.
하얀 새치와 검은 머리가 반 정도 섞인 그는 5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얼굴에는 입술부터 볼까지 사선으로 긴 흉터가 있었으며, 전혀 웃음기가 없어 딱딱하고 엄해 보였다.
“아가씨, 저는 분명 전했습니다.”
“으으….”
중년 남성 앞에서 구은혜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 더 생겼습니까?’
장웨이가 곤란해 보이는 구은혜에게 묻자, 그녀는 강신과 장웨이를 힐끔 한번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게…. 그러니까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구은혜를 보고, 중년의 남성이 크게 한숨을 내쉬곤 대신 입을 열었다.
“그쪽 분들이 성신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크흠, 저는 HG 그룹 회장님 전담 비서팀장인 최호상 상무라고 합니다.”
장웨이는 눈앞에 있는 중년의 남성이 상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두 분은 현재 이곳에 보관 중이던 HG 그룹의 점유물을 가지고 간 용의를 받고 계십니다.”
최호상의 말을 듣고 장웨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지금 저희가 은장도를 훔쳤다고 하시는 겁니까?”
“훔쳤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용의자로 지명되었다고 했죠.”
“그게 그 말이지 않습니까!”
도둑으로 의심받고 있었으니, 장웨이가 크게 반발하는 것도 당연했다.
‘일부러 흥분을 유도하는 것 같은데.’
강신은 덤덤한 태도의 최호상을 보고 장웨이를 말렸다.
“장 대리님, 잠시만요.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허 참….”
도둑 취급을 받아 크게 항의하려던 장웨이가 강신이 말리자, 화를 삭이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강신은 냉정하게 최호상에게 대꾸했다.
“저희가 어째서 용의자로 지목된 건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확실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저희가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의 알리바이가 담긴 영상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머물렀던 개인 큐브에는 나노 카메라가 있었고, 그들의 무죄를 증명하는 일은 간단했다.
“…….”
설마 저렇게 당당하게 증거가 있다는 소리를 할지 몰랐던 것일까.
최호상은 잠시 당황하며 할 말을 잃었다.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강신이 묻자, 당황한 최호상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두 분이 정말 죄가 없다면 저희 회장님 앞에서 직접 증명하시는 게 좋겠군요.”
강신은 곧바로 최호상이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 이해했다.
‘저게 목적이구나.’
분명 강신이 증거가 있다고 했음에도 최호상은 끝까지 둘을 용의자 취급했다.
누구라도 화를 낼 상황이었지만, 강신은 오히려 냉정해졌다.
“회장님을 만나 저희의 무죄가 입증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따라오시죠.”
강신과 장웨이가 최호상을 따라가려고 하자, 구은혜가 잠시 강신을 붙잡았다.
“아…. 저기…. 이런 일을 당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녀는 강신의 결백을 믿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명령으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자 강신에게 사과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결백하니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강신이 구은혜를 잘 타이르고, 장웨이와 함께 최호상을 따라 운석을 보관했던 구역을 벗어났다.
* * *
이동하는 동안 최호상은 강신과 장웨이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걸지 않았다.
가시방석 같은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여의도에 있는 HG 트윈 타워에 도착했다.
최호상은 강신과 장웨이를 용의자라고 했지만, 물리적으로 구속하지 않았고 소지품을 검사하지도 않았다.
그대로 그들을 HG 그룹의 총수가 머무는 회장실 앞으로 안내했다.
똑똑.
최호상은 회장실로 들어가기 전, 가볍게 노크를 하고 말했다.
“회장님, 말씀하신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와.”
최호상이 말하기 무섭게 회장실 내부에서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최호상이 조심히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둘은 그의 뒤를 쫓아 들어갔다.
안에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 고생했어, 최 상무. 자네는 이제 나가서 일 봐.”
“알겠습니다.”
최호상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회장에게 90도로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반갑군. 소문은 많이 들었네. 내가 HG 그룹의 회장직을 맡은 구성만일세.”
HG 그룹의 회장 구성만은 능글맞게 웃으며 강신과 장웨이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입만 웃고 있을 뿐,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강신과 장웨이를 탐색하는 그의 시선은 마치 온몸에 뱀이 지나다니는 느낌이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