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은장도를 구은혜 씨에게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 방금까지 내가 했던 말들을 잊은 건 아니겠지?”
차녀를 현장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계획, 강신은 그걸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씀하셨는데, 잊었을 리가요.”
당당한 강신의 태도에 구 회장은 이어질 말들을 더 듣고, 판단하기로 생각했다.
“계속해 보게.”
“현재 주인을 찾아야 하는 은장도, 그리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구은혜 씨. 이 두 가지만으로도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까?”
어렵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구은혜가 위험한 현장으로 가는 게 불안하다면, 그녀의 몸을 지켜 줄 수 있는 은장도는 그녀를 위한 물건이었다.
“은장도를 쥐여 준다고 해도 어찌 될지 모르는 게 현장이야. 아무리 좋은 보호 장비를 지급해도 현장에서는 항상 사고가 끊이질 않지. 그래서 내가 딸을 아예 현장에서 배제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구 회장의 고집스러운 성격이 느껴졌다.
“압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정말로 따님을 걱정하신다면 오히려 은장도를 구은혜 씨에게 줘야 합니다.”
강신은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어 딸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주세요,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만난 기간은 짧지만, 강신은 구은혜와 구 회장이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닮은 건 바로.
‘고집.’
“회장님이 구은혜 씨가 하는 일을 방해해서 더는 현장으로 가지 못하게 만든다고 해도, 구은혜 씨가 현장에 가는 걸 포기할 거라고 보십니까?”
“흥…. 포기 안 하면 어쩔 건가, 내가 계속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면 그만이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뜸 들이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해!”
“제가 그동안 겪은 구은혜 씨는 이곳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의 비밀 연구소로 이직할 사람이었습니다.”
U.M.A.를 포획하는 현장이 있는 곳은 HG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동안 이곳에서 누려 온 특권들은 사라지겠지만, 그녀는 분명히 안락할 삶을 버리고서라도 U.M.A.가 있는 위험한 현장을 택할 게 분명했다.
“HG 그룹의 현장에서 일한 스펙만 가지고 봐도 구은혜 씨는 매력적인 요원입니다. 그리고 그런 스펙을 가지고 있는 분이 이직한다면 채용을 고민할 기업은 별로 없을 겁니다.”
만약 HG 그룹의 압박으로 인해 구은혜가 아무 곳도 가지 못한다면 강신은 그녀를 성신으로 데리고 올 의향도 있었다.
‘울프 팀으로 스카우트하면 여러 가지 일이 편해지겠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그녀는 금방 1인분 이상의 몫을 할 게 분명했다.
‘능력뿐만 아니라 HG 그룹에서 다뤘던 정보도 많이 알고 있을 거고….’
민감하고 HG 그룹에 타격이 될 만한 정보는 말해 주지 않겠지만, 소소한 정보만으로도 충분했다.
“……후우, 어쩌다가 U.M.A.를 마음에 들어 해서 아비의 속을 썩이는지….”
구 회장은 결국 강신의 말에 설득당해 체념한 듯이 투덜거렸다.
“그래, 차라리 자네 말대로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구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에 놓인 전화기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최 상무, 지금 바로 양재 연구소에 있는 구은혜 팀장 데리고 와.”
구 회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최호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시를 내린 구 회장이 다시 자리에 앉아, 조금 풀린 표정으로 강신에게 말했다.
“은장도를 딸에게 주기 앞서서 부탁할 게 조금 있는데…. 들어주겠나?”
“네,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요.”
구 회장은 그가 그동안 구은혜의 일을 방해했던 것에 대해 함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은장도를 훔친 도둑을 강신이 잡은 것으로 꾸미자고 했다.
그다지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기에 강신은 그의 부탁을 수락했다.
구 회장은 회장실로 전략 기획팀 사람들을 불렀다.
그리고 강신이 어떻게 도둑을 잡았고 은장도를 가지고 왔는지, 이야기를 만들어 입을 맞췄다.
은장도는 회장실 내부에 있는 작은 비밀 금고에 보관 중이었다.
강신이 직접 은장도를 옮겨 탁자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어 놨다.
* * *
모든 준비가 끝나자, 때마침 구은혜가 도착했다.
똑똑.
두 번의 노크 소리가 들리자, 구 회장이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최호상과 함께 표정이 좋지 않은 구은혜가 들어왔다.
구은혜는 도둑의 흔적도 찾지 못해,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탁자에 놓인 고급스러운 상자에 담긴 은장도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이게 어째서 여기에…. 어떻게 된 건가요?”
구은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용의자로 끌려온 강신과 장웨이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건 둘째 치더라도, 은장도 도둑을 찾기 위해 발 벗고 움직였음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도난당한 물건이 있으니,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구 회장은 앞서 강신과 입을 맞춘 이야기를 구은혜에게 전했다.
“세상에…. 그럼 그 도둑은….”
“결국 U.M.A.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다지?”
구 회장이 강신에게 말하자, 강신은 맞장구를 쳐 주었다.
“네, 제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은장도를 훔쳤던 도둑은 사망해 있었습니다.”
“무지의 결과네요…. 그보다 이런 일을 예상하고 먼저 성신 쪽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두었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지어낸 이야기를 들은 구은혜는 선망이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런 구은혜를 보며 장웨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아직 어려서 그런지, 조금 어리숙해.’
장웨이가 들었을 때, 꾸며진 이야기는 급하게 만드느라 여기저기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
예리한 사람이라면 이상함을 느꼈겠지만, 구은혜는 구 회장의 말을 어떤 의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믿었다.
“어쨌든 은장도를 되찾았고, 또 이 은장도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 결정도 해서 너를 불렀다.”
“누구에게 주실 건데요?”
“너.”
“…저요? 아버지, 진심이세요?”
“회사에서는 회장님이라 불러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진심이세요? 회사에는 이 물건을 저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아시잖아요.”
은장도의 가치는 구은혜가 생각해도 탐나는 물건이었다.
‘저 물건이 있으면 위협적인 U.M.A.에게서 몸을 지킬 때 도움이 많이 되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면서도 은장도를 탐내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인 구 회장은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은장도를 더 잘 다룰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분명 그렇겠지.”
“그런데, 어째서 저에게….”
“네가 처치 곤란인 운석을 더 가치 있는 물건으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이걸 잘 다루는 사람보다 유의미한 성과를 낸 사람에게 포상으로 줄 생각이다. 단지, 그게 너였을 뿐이야.”
“정말로…. 저에게 이걸 주신다고요?”
“몇 번이나 물어보는 거냐, 그렇다니까.”
구은혜는 구 회장의 확답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일로 인정을 받아 감격한 것이다.
“크흠. 그럼, 강 선임. 뒷일을 부탁해도 되겠지?”
감동적인 분위기를 간질거려서 싫어하는 구 회장은 서둘러 다음 일을 진행했다.
“물론이죠.”
구 회장이 잠시 뒤쪽으로 빠지자, 강신이 상자에 놓인 은장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집에서 은장도를 뽑았다.
아름다운 은장도의 검집에서 투박한 검날이 나오자, 강신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다잡고 검집과 은장도를 잠시 상자에 다시 내려놓았다.
“은혜 씨 이쪽으로….”
강신이 손짓하자, 구은혜가 그에게 다가왔다.
“손을 주시겠어요?”
강신의 지시대로 구은혜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강신은 미리 준비한 볼펜처럼 생긴 물건을 구은혜의 손끝에 가져갔다.
그리고….
달칵.
강신이 볼펜처럼 생긴 물건의 상단부를 누르자, 바늘이 튀어나와 구은혜의 손끝을 찔렀다.
“아얏.”
깜짝 놀란 구은혜가 손을 빼자, 바늘로 찔린 부분에서 피가 몽글몽글 맺혔다.
강신은 상자에 놓아두었던 은장도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제 여기에 피를 떨어트려 주세요.”
잠시 당황한 구은혜는 강신의 말대로 손끝에 맺힌 피를 강신이 들고 있는 은장도에 떨어트렸다.
그녀의 피가 검날에 닿자, 신기하게도 물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피가 흡수됐다.
그리고 은장도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웅…. 웅…. 웅….
은장도의 검날이 혼자서 진동하며 작은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진동과 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끝났네요.”
주인을 정하는 의식을 치르는 거로 은장도는 완성되었다.
강신은 검집을 닫고, 구은혜에게 은장도를 건네주었다.
구은혜는 은장도를 건드리면 깨지는 물건처럼 조심스럽게 받았다.
“이제 U.M.A.의 주인은 구은혜 씨입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고마워요….”
구은혜는 감격한 눈으로 은장도를 보면서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걸 구은혜는 알고 있었다.
“별말씀을요.”
강신도 처음 계획했던 일에 성공했다.
이제 구은혜는 현장에 나갈 때마다 은장도를 챙겨 갈 것이다.
현장에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자신을 지켜 주는 은장도를 보면서 강신이 자신에게 주었던 도움들을 계속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강신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구 회장이 다가와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자네, 우리 회사로 올 생각은 없나?”
강신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한 기업의 회장인 자신의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지만, 조금의 단서만으로 이번 일을 해결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보고로 들었던 그림자에서 나타나는 개도 충분히 전력이 될 만하다고 했지. 정보꾼을 은혜에게 붙여 주면 안심이 될 것 같은데.’
무력도, 지능도, 재능도 모든 걸 갖추고 있으니, 구 회장의 입장에서는 강신이 탐이 날 만했다.
“음…. 저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지금 있는 곳이 더 좋습니다.”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보게. 지금 성신에서 무엇을 어떻게 받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상으로 챙겨 주겠네.”
이런 제안을 성신에 들어가기 전에 받았다면 정말로 기뻤겠지만, 강신에게 이제 돈은 그리 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강신을 성신에 붙들어 놓은 건 통장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이제까지 동고동락하며 함께 현장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이었다.
“저는 지금 직장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망설임 없는 강신의 대답을 들은 구 회장은 강신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HG 그룹으로 데려오는 걸 포기했다.
“그런가…. 그럼 언제라도 좋으니, 성신을 나오게 되면 우리 회사로 오게나.”
“그럴 확률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HG 그룹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겠습니다.”
“좋아, 그거면 됐네.”
강신이 구 회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는 것으로 HG 그룹에서 진행된 구은혜의 의뢰는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