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
19화
감탄사를 뱉는 것은 권영식뿐만이 아니었다.
기록 영상으로 현장을 봤던 연구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강신은 다른 것을 보고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겨울 나비가 들어가 있는 큐브를 보고 설야가 그 주위를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설야는 월광에 노출되어도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다.
‘깜짝이야…….’
설야는 자기가 다스렸던 무리를 보고 큐브 내부로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 큐브의 벽에 몇 번이고 몸을 부딪쳤다.
하지만 막혀 있는 벽을 뚫지 못하자, 실망한 듯이 축 늘어진 상태로 강신에게 돌아왔다.
강신은 남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그런 설야를 달랬다.
“미안해. 너의 무리를 구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하지만 강신의 말을 들은 설야는 부정의 의미로 긴 더듬이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럼 왜…….”
설야는 더듬이와 몸짓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려고 했지만 강신은 이해할 수 없었다.
“구출? 아니야? 그럼, 저기서 함께 살고 싶은 거니? 그것도 아니라고?
그럼 인사? 아,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거구나?”
강신이 결국 작별 인사라는 단어에 도달하자, 설야는 긍정의 뜻으로 더듬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작별 인사라……. 그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강신은 실험 성공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는 권영식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팰로우님.”
“하하하, 이제 제대로 연구할 수 있겠……. 응? 강 선임. 자 보게나! 저 아름다운 나비들의 자태를!”
과학자로서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지금처럼 성과가 있을 때가 아닐까.
그런 그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강신은 우선 순수하게 권영식에게 축하를 건넸다.
“정말 언제 봐도 아름답네요. 실험 성공 축하드려요.”
“고맙네!”
“기뻐하시는데, 죄송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응? 그게 뭔데 그리 뜸을 들이나?”
“지금 진행 중인 실험이 모두 끝나면 저기 있는 겨울 나비가 있는 큐브에 잠시 들어갔다 나와도 될까요?”
“혹시, 자네가 데리고 있는 겨울 나비 때문인가?”
권영식이 작은 목소리로 강신이 겨우 들릴 정도로 말하자, 강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 그렇다면 조건이 있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자네가 들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밖에서 볼 수 있게 해 주게.”
권영식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강신도 믿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네.”
권영식의 승인이 떨어지자, 강신의 머리 위에서 지켜보던 설야가 굉장히 기뻐했다.
여러 연구원이 권영식에게 다가왔다.
그는 김한수에게 어떤 말을 건넸고, 김한수가 다시 사람들을 주목시켰다.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남으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겨울 나비의 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선은 살아 있는 개체는 관리팀에서 관리하게 될 것이고 보관 중인 사체를 우선으로 초기 연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것으로 오늘 실험은 모두 종료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한수가 손목의 시계를 조작하자, 훤히 보이던 큐브의 내부가 보이지 않게 베이지로 뒤덮였다.
동시에 스탠드 조명에 연결되어 있던 월광등의 전원이 차단되었다.
다른 연구원들이 모두 떠나자, 권영식이 강신에게 다가왔다.
“이제 들어갈 준비를 해야지?”
“네?”
“자네가 부탁하지 않았는가? 바로 들어갈 준비를 하게.”
“이미 월광등이 부착된 스탠딩 조명을 모두 철수시키셨잖아요? 팰로우님은 어떻게 관찰하실 생각이시죠?”
강신이 들어간 것을 실시간으로 보겠다고 했던 권영식이었다.
그들이 강신이 들어간 큐브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월광등이 필요했다.
월광이 없다면 그들은 단지 강신이 큐브 안을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철수시킨 조명 말인가? 그건 필요 없다네.”
“네?”
조명이 필요 없다는 권영식의 말을 강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조명들에도 월광등을 장착한 것은 맞네. 현장용으로 제작된 것이지.”
“아……. 현장용.”
“월광등은 개발되자마자, 이미 30층 모든 큐브에 장착해 놓았네.”
“제가 가끔 여기가 어딘지 까먹는 경우가 있네요.”
나노 카메라, 큐브, 요원들이 입는 장비들까지 그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째서 스탠드 조명을 가지고 왔는지 한 번은 의심해 볼 만했었다.
“사실 대부분 그런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니,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그렇군요…….”
“그럼, 겨울 나비 큐브로 들어가기 전에 장비를 입지 않아도 되겠나?”
강신이 연구를 위해서 개인적으로 설야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상부의 사람들 몇 명과 설야가 보이면서 모르는 척하는 임 상무, 다 알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는 권영식뿐이었다.
임 상무와 권영식은 설야가 겨울 나비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굳이 강신의 안전을 걱정하며 장비를 거론한 이유는 아직 겨울 나비의 추가 연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혹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나?”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권했지만, 강신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설야의 모습을 바라봤다.
설야는 날개를 활짝 펴며,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당당하게 더듬이로 큐브를 가리켰다.
“정말 괜찮습니다.”
“알겠네. 만약 큐브 안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즉시 요원들을 투입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권영식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을 남기고 척준신을 불렀다.
권영식이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은 김한수 수석과 강신의 장비를 만들 때, 거들었던 이수진 선임이었다.
평소 하던 무장을 그대로 하고 온 척준신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권영식이 김한수에게 따로 이야기했다.
김한수는 지시받은 대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손목의 시계를 조작해 큐브 주변의 비상 외벽을 올렸다.
쿠구구구.
이미 청동 돼지가 탈출했을 때, 보았던 모습이었기에 강신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 기능, 이렇게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U.M.A. 탈출을 막기 위해 제작된 것이긴 하지만……. 가끔 이런 비밀을 요하는 연구를 진행할 때에도 사용하니, 외부에서는 그러려니 할 것이네.”
이유를 설명하자, 모든 준비가 끝난 김한수가 외쳤다.
“팰로우님,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외부 시선도 확실히 차단했겠다.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 보게.”
격벽이 올라오고, 큐브 안쪽에는 어느새 월광등을 작동했는지 다시금 겨울 나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큐브의 입구로 다가갔다.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보고 척준신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권영식에게 물었다.
“팰로우님 괜찮겠습니까?”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네만……. 혹시 몰라서 자네를 부른 것이니까. 만약 일이 생기면 바로 강 선임을 구출해 주게.”
“알겠습니다.”
척준신이 어떠한 보호 대책도 없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우려를 표했지만, 권영식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대기하며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강신이 큐브 입구에서 자신의 사원증을 가져다 대자, 큐브의 출입구가 열렸다.
외부에서 강신의 모습을 보고 있던 이들은 모두 긴장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 겨울 나비가 탈출하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강신이 들어가고 출입구가 닫히자 사라졌다.
큐브 안의 온도는 낮았고, 추운 계절에 꽃을 피우는 종들을 찾아 화단을 가꿨음에도 전혀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강신이 큐브 내부로 들어오자, 설야가 날개를 살랑이며 날아올라 주변을 맴돌았고 강신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꽃 위에서 쉬고 있던 나비들의 모습을 본 강신은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U.M.A. 관리팀 사람들이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것을 알겠네.”
설야가 꽃밭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중앙에서 강신에게 다가오라는 듯이 우아하게 날갯짓을 했다.
강신은 홀린 듯 설야가 있는 큐브 중앙으로 이동했다.
최대한 잘 관리된 꽃들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중앙으로 다가가 양손을 포개어 내밀자, 설야가 강신의 손바닥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설야는 강신의 손바닥 위에서 몸을 살짝 떨고는…….
후웅.
몸에서 미약한 파동을 뿜어냈다.
잔바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파동.
그 파동이 주변을 휩쓸고 나가자, 꽃밭 위에서 쉬고 있던 겨울 나비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포획 당시에 비하면 수가 많이 줄어든 무리였지만, 겨울 나비들이 설야를 향해 날아왔다.
강신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단체 비행을 하는 겨울 나비들은 신비로워 보였고, 나비들은 순서대로 설야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는 것처럼 각자의 더듬이를 살짝 꼬며 인사했다.
겨울 나비들이 전부 인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겨울 나비와 인사를 끝내자 설야는 아무런 미련이 없이 강신의 머리 위로 날아가 앉았고, 다른 겨울 나비들도 마찬가지로 강신의 양어깨에 주르륵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겨울 나비들의 행동 때문에 강신이 몸을 움찔했지만, 겨울 나비들은 자신의 더듬이를 강신의 몸에 비빌 뿐 위해를 가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으음…….”
혹시 겨울 나비들이 놀랄까 봐, 강신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설야가 다른 겨울 나비들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았다.
겨울 나비들이 시간이 지나도 강신에게서 떠나지 않자, 결국 설야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겨울 나비들을 내쫓기 위해 크게 날갯짓을 했다.
동화 속 요정의 날개 가루처럼 오색의 아름다운 가루가 넘실거렸다. 오색 가루가 사방으로 날리자, 겨울 나비들은 그 가루를 피해 강신의 몸에서 떨어져 거리를 벌렸다.
아쉬운 듯이 강신의 주변을 맴돌았지만 다가오지 못했다.
어째서 겨울 나비들이 설야의 날개 가루를 피한 건지는 몰랐지만, 그 중심에 있던 강신은 그 가루를 그대로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캑캑, 쿨럭쿨럭.”
기침을 하고 눈물을 글썽이던 강신이 가루가 얼굴로 오지 못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고……. 쫓아 준 건 고마운데 집에 있을 때는 이런 가루 날리면 안 된다.”
집에서도 이렇게 가루를 날릴까 봐 걱정한 강신이 설야에게 경고하자, 설야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더듬이로 강신의 머리를 탁탁 때렸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모든 용건이 끝나고 강신은 큐브 밖으로 나왔다.
겨울 나비들은 밖으로 나간 강신과 설야를 그리워하며 출입구를 서성일 뿐 탈출을 시도하는 개체는 없었다.
그들은 한참이나 출입구에서 서성이며 맴돌았다.
* * *
한편, 강신이 큐브 내부로 들어갔을 무렵, 그런 상황을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긴장을 하고 있었다.
“팰로우님, 진입할까요?”
척준신이 강신에게 몰려드는 겨울 나비들을 보고 권영식에게 물었지만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지켜보지.”
“알겠습니다.”
겨울 나비들이 강신에게 몰려들었지만 그 모습은 굉장히 통제된 모습이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겨울 나비에게 호감을 받는 호르몬제 같은 것을 완성하신 겁니까?”
김한수가 놀랍다는 듯이 나비들의 행동을 보며, 권영식에게 묻자 권영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먼저 사용했겠지.”
권영식은 강신이 개인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우두머리 개체 때문에 겨울 나비들이 저런 행동을 한다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겨울 나비들이 호감을 가지고 강신에게 더듬이를 비비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저건 우두머리를 따르는 행동이 아니라, 순수하게 호감을 갖고 있는 모습인데…….’
강신의 행동을 보고 고민에 빠진 권영식의 생각은 계속 이어질 수는 없었다.
때마침 강신이 큐브 내부에서 볼일을 다 마친 것인지, 밖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강 선임에게 부탁해서 다른 실험을 해 보고 싶구먼.’
권영식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동안 강신의 행동을 보면 우두머리 개체는 강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둘의 유대감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더 깊은 것 같았다.
사정을 알고 있는 권영식은 조금 신기한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았고, 그들은 모두 오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김한수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강신에게 다가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강 선임? 방금 어떻게 된 겁니까? 겨울 나비들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하하…….”
곤란한 듯이 웃으며 권영식을 바라보자, 김한수는 강신이 이유를 알려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섭섭해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알면 안 되는 일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김한수는 이유를 더 묻지 않고 감상평만 늘어놓았다.
“이야……. 아름다운 나비들의 군무라니,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더군요. 그 덕분에 눈이 호강했습니다.”
강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그때였다.
갑자기 찾아온 몸의 변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배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마냥 뜨겁고 고통스럽다기보다는……. 힘이 넘쳐 났다.
몸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전능감.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
“크하…….”
갑자기 강신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