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1
200화
어째서 놓쳤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국정원 요원이 본 우산이 정말로 도망가는 징조였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성신이 국정원에 지원해 준 장비 중에는 바디캠이 포함되어 있었고,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잠시 휴식 겸 강신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찾았다.
그리고 회사 본부에서 보내온 국정원 요원의 영상을 확인했다.
-어…. 저거 제공받은 영상 속에서 봤던 것처럼 움직이는데?
영상 속 국정원 요원이 말한 것처럼 그들이 발견한 우산은 비닐(원단)을 고정해 주는 팁 부분으로 마치 사람이 걷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영상을 보고 있는 강신은 잠시 영상을 멈추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도망가는 징조라는 게 확실해졌네요.”
강신도 내심 이번에 나타난 우산이 도망가는 징조가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처음 발견했던 SNS의 영상과 똑같이 움직임을 보이는 우산은 딱 봐도 U.M.A였다.
“그런데, 왜 놓친 거죠?”
함께 영상을 보고 있던 김대리가 의문을 표했다.
영상 속에 나오는 도망가는 징조는 기이하게 움직이기는 하나, 그리 빠르지 않았다.
성인 남성이 마음먹고 뛴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속도였다.
“계속 영상을 확인해 보면 알게 되겠죠.”
강신은 김대리의 의문을 듣고, 멈춰두었던 영상을 다시 재생시켰다.
-잡아! 놓치면 안 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불만이 쌓인 국정원 요원들이었지만, 그래도 임무를 수행하는 데 요령을 피우지 않았다.
그들은 달아나는 우산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고 점점 간격이 좁혀졌다.
그리 어렵지 않게 포획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던 그때….
퍽!
쿠당탕!
물건이 잔뜩 실린 카트가 갑자기 튀어나왔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국정원 요원들과 부딪혔다.
카트의 크기도 크기지만 실린 물건이 많아서인지, 부딪힌 요원뿐만 아니라 양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던 요원들까지 잠시 발이 묶여버렸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도망가는 징조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아….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김대리는 국정원 요원들이 물건들과 뒤엉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깊이 한탄했다.
부딪힌 충격으로 상자 속에 들어있던 옷가지들이 튀어나와 국정원 요원들이 착용한 카메라의 시야를 가려서 도망가는 징조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김대리와 다르게 강신은 영상을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자신의 억측일 수도 있었으며, 그보다 빨리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일단 넘겨버렸다.
강신은 영상이 끝나자, 통신 패치를 켜고 곧바로 수색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알렸다.
“국정원 요원분들이 포획에 실패한 우산은 현재 우리가 찾고 있던 ‘그것’이 맞습니다.”
강신은 회사 요원들뿐만 아니라 U.M.A에 대해서 잘 모르는 국정원 요원들이 같은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 에둘러 말했다.
회사 요원들은 강신이 돌려서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다들 탄식을 내뱉었다.
-아….
-이런….
그동안 확실하지 않았던 우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는 소리였고, 이틀 이내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가는 징조를 잡아야 했다.
“지금부터 작전을 조금 변경하겠습니다.”
강신은 넓게 흩어져 있는 요원들과 국정원 요원들을 집결시켰다.
그리고 도망가는 징조가 발견된 BS-1 구역, 포항 북구를 중심으로 재편성했다.
아무리 성신에서 이벤트를 내걸었다지만,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비슷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수상했다.
하지만 U.M.A의 존재가 확실해진 이상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수습하면 되니까….’
U.M.A가 특정되고 지역의 범위가 줄어들었다.
울프 팀을 포함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U.M.A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래서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도망가는 징조를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도망가는 징조가 발견된 곳은 외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 실외 주차장이었다.
-BC-3 지역, 목표물 발견! 이대로 추적하겠습니다.
도망가는 징조를 발견한 건 부산 지부에서 올라온 요원이었다.
목표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김대리는 이번에는 U.M.A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시 들려온 부산 지부 요원의 목소리는 김대리의 기대를 무너트렸다.
-큭…. 죄송합니다. 목표물 놓쳤습니다.
“아니, 왜요!?”
도망가는 징조를 놓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요원들이 설렁설렁 움직였을 리 없었다.
김대리는 도망가는 징조를 놓쳤다는 말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어린이집 차량이 튀어나와서 저희들과 충돌했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괜찮습니까?”
강신은 요원들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고 어린이집 차에 타고 있는 아이들만 걱정했다.
그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는 아파트 단지 내부에서 감속 운행하고 있는 차와 부딪힌다고 해서 망가질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네…. 다행히도 차 내부에는 아이들이 없더군요. 어쨌든 사고가 일어난 사이, 목표물은 모습을 감춘 상태입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현재 BC-3 지역 목표물 발견 그 지역을 중심으로 재집결합니다.”
강신은 통신으로 수색에 투입된 인원들의 포위망을 더 좁혔다.
“못 잡았다고 너무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냅시다.”
비록 도망가는 징조는 놓쳤지만 그만큼 포위망이 줄어들었으니, 아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강신의 격려에 요원들은 다시 힘을 내서 움직였다.
“우리도 이동하죠.”
강신은 척준신과 김대리를 데리고 도망가는 징조가 발견되었던 아파트 단지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동하는 동안 갑자기 초코와 설야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끼이잉…….
초코는 갑자기 겁에 질린 듯했고 설야는 자신의 긴 더듬이로 힘차게 강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경고했다.
“…….”
강신은 초코와 설야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자연재해.’
동물은 사람보다 뛰어난 육감으로 다가오는 자연재해를 먼저 아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자연재해가 일어날 장소에서 대규모로 이동하는 동물들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초코와 다르게 설야는 곤충이지만 한 때, 겨울 나비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였다.
무리를 이끌기 위해선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초코와 설야가 이상 반응을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면이 아주 약하게 흔들렸다.
초코와 설야가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강신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약한 정도였다.
강신은 지진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렸다.
‘시간이 얼마 없는 거야.’
최대 이틀로 잡고 있었지만, 약한 지진이 느껴졌다는 건 이미 자연재해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
“더 서둘러야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수색 중인 요원 여러분, 목표물이 발견되면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움직여주세요!”
강신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실려 있었고, 요원들도 심각성을 느꼈다.
그들은 거의 달리다시피 도심을 뛰어다니며 도망가는 징조를 찾아다녔다.
강신과 일행들도 도망가는 징조가 이동했을 것이라 예상되는 지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범위가 한정되고 조금 전에 놓쳐서일까.
도망가는 징조는 곧 다시 발견됐다.
-BD-3 지역, 목표물 찾았습니다!
요원의 보고에 강신은 곧바로 통신 패치를 통해 요원들을 집결시켰다.
“BD-3 지역으로 모두 집결!”
강신은 지시를 내리고 현재 울프 팀이 있는 곳과 멀지 않은 BD-3 지역으로 전력으로 이동했다.
강신의 전력 질주에 척준신은 쉽게 따라붙었지만, 김대리는 조금씩 뒤처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신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강신이 일행들과 이동하는 동안 도망가는 징조를 발견했던 요원에게서 심상치 않은 통신이 이어졌다.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좀 급해서…. 소매치기라니요! 아니, 부딪힌 건 죄송한데….
마치 누군가와 실랑이를 하는 듯한 목소리.
도망가는 징조를 쫓던 요원이 어째서 그런 통신을 했는지, 강신은 BD-3 지역에 도착하고 나서 알 수가 있었다.
“아니, 갑자기 사람을 치고 도망가려면 쓰나!”
세 명의 요원이 10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들을 돕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었다.
“목표물은 어디로 갔습니까?”
강신이 다급히 외치자, 시민들에게 붙잡혀 있는 요원들이 강신을 발견하고는 도망가는 징조가 어디로 향했는지 말했다.
“전방 50m 지점에 있는 상가 뒤쪽으로 빠지는 길로 사라졌습니다!”
“김대리님!”
도망가는 징조가 이동한 위치를 듣자, 강신은 조금 뒤쪽에서 쫓아오는 김대리를 불렀다.
“허억…. 헉…. 네!”
“김대리님은 저기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요원분들을 도와서 여기 있는 시민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모두 잡아주세요. 필요하다면 국정원 요원분들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허억…. 네?”
거칠게 숨을 내쉬던 김대리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지만, 강신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제가 책임질 테니, 우선 잡아주세요. 나중에 제대로 다 설명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김대리가 우선 강신의 말대로 요원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그 사이 강신은 속도를 높였다.
강신과 척준신이 빠르게 달려 도망가는 징조가 이동한 상가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어느새 쌓았는지 모를 주류를 담는 플라스틱 상자가 사람 키 높이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
쉽게 무너트리지 못하게 앞뒤로 대량의 상자가 놓여있어 진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상자를 나르고 있던 사람이 강신과 척준신을 발견하고는 무표정한 눈으로 조용히 상가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척부장님! 저 사람도 잡아야 해요!”
“혼자서 괜찮겠나?”
“네!”
“그럼 맡기겠네.”
척준신은 강신의 지시대로 건물 내부로 사람을 쫓아 이동했다.
강신은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걸 보고 그림자 속에서 대기 중인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나를 위로 밀어줘!”
-컹!
그림자에서 거대한 초코의 앞발이 튀어나와 강신의 몸을 밀어주었다.
강신은 반동을 이용해 무릎을 굽히고 도약해 상자들을 뛰어넘었다.
상자를 넘어 착지한 강신은 다음 코너를 돌아 도망가는 징조를 발견했다.
강신은 전력으로 우산을 쫓아갔다.
그때,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강신을 방해하려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어, 어…….?”
갑자기 사각에서 튀어나와 강신과 부딪히려고 했던 사람은 강신이 몸을 틀어 피하자, 당황한 듯했다.
중간에 물건들로 길을 막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강신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이리저리 잘 피해 다녔다.
“네시스, 방금 나를 방해하려고 했던 사람들, 나노 카메라에서 영상 추출해서 따로 정리해 줘.”
-알겠어.
강신이 도망가는 징조와 거리를 좁혀가는데 갑자기 지면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구구궁!!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지진.
이대로 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지면이 흔들리는 탓에 강신은 몸의 중심을 잡느라,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놓칠 거야.’
도망가는 징조를 놓치면 더 강한 지진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달려서 도망가는 징조를 붙잡을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강신은 생각했다.
‘땅이 흔들리면 지면에 닿지 않으면 되지.’
“초코야! 이번엔 앞으로!”
-멍!
방금 상자를 넘었던 것처럼 그림자에서 초코의 거대한 발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강신을 앞으로 밀어주었는데,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무릎을 굽혀서 반동을 이용했다.
타앙!
강신의 몸은 굉장한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도망가는 징조를 따라잡았다.
그가 도망가는 징조를 향해 손을 내뻗는 순간, 근처에 있던 낡은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건물 잔해들이 강신을 향해 쏟아졌다.
우르르!
강신과 도망가는 징조가 건물의 잔해에 깔리자, 거짓말처럼 지진이 멎었다.
그리고….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강신이 건물의 잔해를 밀어내며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우산이 들려있었다.
“후…. 목표물 포획 완료했습니다. 작전 종료.”
강신이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