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2
201화
“후아….”
강신이 U.M.A를 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통신으로는 태연하게 임무에 성공했다고 말했지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정말 대참사가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선임님, 고생하셨습니다. 아슬아슬했네요.”
버둥대는 우산을 부여잡고 있는 강신에게 다가온 건 김대리였다.
이상한 시민들에게 잡혀 움직이지 못했던 요원들에게 지원을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아…. 김대리님,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희를 방해하던 시민들을 포박하기는 했는데, 정말 괜찮은 겁니까?”
“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문제없을 겁니다.”
“어…. 평범하지 않다고요?”
“네, 자세한 건 가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김대리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강신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강신은 억지로 펴지려는 우산을 끈으로 잘 묶은 뒤, 외진 골목을 빠져나왔다.
잠깐의 지진이었지만 주변을 살펴보니 약한 구조물들은 금이 가 있거나, 유리창이 파손되기도 했다.
진열대가 있는 상점은 대부분의 물건들이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많은 사람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으며,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건물 밖으로 대피한 사람들로 인해 강신이 U.M.A를 쫓을 때보다 거리는 북적였다.
사람들의 눈이 많아지자 강신은 시민들이 혹시라도 김대리와 요원들이 포박한 이들을 보게 될까봐 걱정했다.
그런 강신의 걱정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김대리가 강신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랑하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포박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 달라고 했거든요.”
강신이 우산을 쫓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김대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포박한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김대리는 강신과 함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외각의 아파트 건설 예정지로 이동했다.
* * *
강신이 도착하자, 때마침 척준신도 강신이 붙잡아 달라고 했던 사람을 어깨에 들쳐메고 나타났다.
척준신의 어깨에 있는 남성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그걸 본 김대리가 화들짝 놀라는 척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헉…. 척부장님, 설마…. 죽이신 건….”
척준신은 쓸데없는 장난을 치는 김대리의 말을 가차 없이 끊으며 대꾸했다.
“다 알면서도 그러는군. 설마 내가 사람을 죽였겠나. 그냥 정신을 잃었을 뿐이네. 내가 볼 때는 아직 작전은 끝나지 않은 것 같으니, 장난은 삼가게.”
“네…….”
척준신의 꾸지람에 김대리의 어깨가 축 처졌다.
강신은 척준신의 말에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척부장님, 그 사람을 잡을 때, 뭔가 이상한 걸 느끼셨나 보군요.”
척준신은 정신을 잃은 남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글쎄,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일반인치고 운동신경이 지나칠 정도로 좋다는 것뿐이군.”
척준신은 일반인보다 운동신경이 좋다고 말했지만, 사실 자칫 잘못했다면 그조차도 놓칠뻔했다.
척준신은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기절시킬 수밖에 없었다.
“상대하실 때, 저 사람의 눈을 보시지는 않았나요?”
“음…. 쫓는다고 바빠서 기억이 나지 않는군.”
“그렇군요. 우선 그 사람은 포박하고 이곳에 두고 추후에 오실 이 부장님이 오셨을 때, 데리고 들어오는 것으로 하죠.”
“……상관은 없네만,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네. 여기서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길어질 테니,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강신의 말이 끝나자, 척준신이 바닥에 내려놓은 사내를 김대리가 가지고 있던 아라미드 로프로 포박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이 끝나자, 척준신이 다시 그 사내를 안쪽에서 보이지 않게 잘 놔두고 강신 일행은 부지 내부로 들어갔다.
아파트 건설 예정지는 아직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기반 다지기도 끝나지 않은 공터에 몇몇 자재들만 지진의 영향을 받아 난잡하게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공터 구석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요원들과 팔과 다리가 포박되어 맨땅에 무릎이 꿇려진 시민들이 있었다.
“와…. 왠지 조폭 영화에서 나오는 한 장면 같지 않습니까?”
김대리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현재 상황을 알지 못한 사람이 봤다면 김대리의 말대로 조직 폭력배가 자기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핍박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요원들은 강신의 지시대로 포박했지만, 민간인에게 손을 썼다는 게 영 찜찜했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붙잡힌 사람들은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요원들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이런 육시랄 놈들! 사과하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너희는 어미, 아비도 없냐!”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은데!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당장 이거 풀어!”
“내가 얼굴 다 봐뒀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요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
요원들은 그런 폭언을 들으며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가끔 선 넘는 욕설에 눈썹이 움찔거리는 모습이었다.
요원들은 뒤늦게 강신을 발견했다.
이 일을 책임질 사람이 등장하자, 안도한 모습이었다.
요원들 사이에서 가장 고참으로 보이는 요원이 강신에게 다가왔다.
“강선임님, 오셨군요. 말씀하신 대로 포박해서 이곳으로 데리고 오긴 했지만…. 보시는 것처럼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 보이는군요.”
조급해 보이는 요원과 달리 강신의 대답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강신은 천천히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의 앞으로 다가가 손뼉을 쳤다.
짝짝!
일상복을 입고 우산을 들고 있는 강신이 손뼉을 치자, 시민들의 시선이 모두 강신에게 몰렸다.
“안녕하세요.”
강신이 그들 앞에서 담담하게 인사를 건네자, 시민들뿐만 아니라 대기 중이던 요원들까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들이 그런 눈으로 보든 말든 강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반갑습니다. 종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분들.”
* * *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침묵했다.
요원들은 강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
포박된 시민들은 강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 다양했던 그들의 표정은 감정이 사라진 것처럼 무표정하게 변했다.
그들의 얼굴에 매우 이질적인 부분이 있었으니….
“눈이….”
강신의 옆에 있던 김대리가 시민들의 눈을 보고 몸을 떨었다.
감정이 모두 거세된 사람이 저럴까.
썩은 동태눈깔과 비슷할 정도로 공허해 보이는 눈은 이질적인 걸 넘어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그렇군. 네가 그 ‘강신’이군.”
시민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노인이 강신을 아는 척 말을 건네자, 강신도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은 강신을 정보꾼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는데, 노인은 강신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왜? 우리가 너에 대해 알지 못하리라 생각했나?”
노인의 공허한 눈은 초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강신은 그가 확실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동요하면 안 돼. 동요하지 마.’
강신은 잠깐 흔들린 마음을 다잡고 당황한 기색을 지웠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스레를 떨었다.
“저를 알고 있다니, 저도 이제 비밀 종교 집단에서 나름 유명해졌나 보네요.”
“그야, 그렇지. 거대한 문어를 믿는 놈들을 방해해 댔으니, 우리가 모를 수가 없지.”
노인은 자신이 비밀 종교 집단이라는 걸 숨기지 않았다.
강신의 입에서 비밀 종교 집단이라는 말이 나오자, 척준신과 김대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 또 그 녀석들이었습니까?”
김대리가 이제는 지겹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자, 강신은 김대리의 말을 부정했다.
“저들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거대한 문어를 믿는 놈들과 같은 취급을 받다니, 불쾌하군.”
노인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는 전혀 관계없음을 스스로 밝혔다.
“어…. 소속이 다르다고요?”
“네, 저들은 종말이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 종말론자입니다.”
“종말론자…?”
종말론자들은 지구의 종말을 바라는 이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비밀 종교는 각 집단이 믿는 것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모두 달랐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크툴루를 지상에 현신시키기 위해 생명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은 기계 장치로 자신들이 신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리고 종말론자들은 세계의 종말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신념은 바로 종말을 통한 구원이었다.
이들은 흔히 길거리에서 이상한 피켓을 들고 지구의 종말이 온다며 시위하는 이들과는 달랐다.
비밀 종교 집단에 속한 종말론자들은 자신을 음지에 감추는 게 능숙했다.
입단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통 비밀 종교 집단에 들어가면 신자들은 호전적으로 종교 생활을 한다.
그러나 종말론자들은 다른 집단과는 다르게 자신의 본성을 감추고 사회에 스며들었다.
이들의 연기는 가히 대배우 뺨치는 실력이라, 종말론자들을 구별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친한 사람들까지도 이들이 종말론을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자신을 철저하게 감추는 이들이 본성을 드러낼 때가 있었는데, 바로 교단에서 사제급 이상의 사람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였다.
종말론자들은 특이하게도 직접 재해를 일으키기 위해 움직이진 않았다.
이 집단의 사제가 도움을 요청해 신자들이 움직이는 경우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강신 일행처럼 재해가 일어나는 걸 막으려는 사람들을 방해할 때였다.
“종말의 예언서는 어디에 있습니까?”
공허했던 노인의 표정이 진심으로 불쾌하다는 듯이 변했다.
“내가 그걸 알려줄 거라고 생각하나?”
종말론자들의 성유물이라고 불리는 종말의 예언서.
이 책들은 인간의 이치를 벗어난 물건이었다.
총 3만 권이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해가 적혀있었다.
이 책들은 쓰여 있는 언어가 모두 달라, 해석이 필요했고 책에 적혀있는 내용도 모두 달랐다.
어떨 때는 추상적으로 쓰여있는 해석이 필요한 반면, 어떤 책은 직접적으로 재해와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종말론자들의 대사제는 한평생 이 책들을 해석해 사제들에게 그 책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일어나게 될 재해를 방해하는 사람을 막도록 했다.
“뭐, 당신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파견된 사제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고요.”
강신의 확고한 대답을 들은 종말론자들이 적대감이 담긴 공허한 눈으로 강신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고 있던 김대리가 몸을 흠칫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