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7
206화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라….”
최철수는 강신의 설명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강신의 말대로라면 제일 좋은 상황은 실종된 고등학생이 며칠 뒤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 이미 죽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정세찬 의원은 손주가 죽었다면 분명 시체라도 찾길 원할 것이 분명했다.
소년이 목숨을 잃은 곳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들이 있는 곳일 가능성이 높았다.
정세찬 의원은 소년의 시체를 찾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은 물론 여러 기업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최철수는 이미 죽은 사람을 위해 소중한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소년의 생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죠. 소년이 흘러 들어간 장소를 저희로서는 찾을 수도,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구역을 펼친 존재의 허락이 필요했다.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구역의 주인 마음에 드는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물건들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소년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파악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이대로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그럴 수는 없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철수 차장님이 도와주시면 한 가지 시도해 보고 싶은 방법이 있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최철수는 강신의 도움 요청에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국정원보다 강신이 소속된 성신이 무력과 기술력에서 조금씩 더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들과 특수 범죄자들을 가두는 특별 수감시설. 그곳에 있는 범죄자들과의 면회권을 얻고 싶습니다.”
“…….”
강신의 요구에 최철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건 제가 들어 드릴 수 없는 일입니다만….”
아무리 강신의 요구라도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최철수의 재량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특별 수감시설의 범죄자들은 달랐다.
애초에 특별 수감시설에 수감 중인 죄수들은 U.M.A와 연관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다.
그곳에 들어간 범죄자들은 H나 비밀 종교 소속의 사제들처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특별 수감 시설은 그런 재소자들이 재능을 이용해 탈출하지 못하도록 견고하게 설계되었다.
“예전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탈옥 사건 이후로 더 윗선의 명령이 아니면 그 부탁을 들어드리기 힘듭니다….”
4차장이 관리하던 특별 수감시설에서 범죄자가 탈옥해 망신을 당했다.
성신에서 잡았던 위장자가 탈옥한 사건이었다.
정부는 그 이후로 국정원 4차장의 권한을 많이 줄였고, 현재 강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차장님이 힘드시면 위쪽으로 보고라도 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어려웠지만, 보고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최철수는 품속에서 시대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검은색 폴더폰을 꺼냈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이동해 어디론가 연락을 하고 돌아왔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강선임님이 원하는 게 있으면 보고하고 다 들어 주라고 하더군요. 거 참…. 제가 고민했던 것이 우스울 정도네요.”
강신은 정부에서 자신의 부탁을 거부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정부에서 강신의 부탁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정세찬이 듣는다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으니까.
그만큼 정세찬이 가진 권력의 힘은 대단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시려고 하는 겁니까?”
“우선 정부에서 관리하는 메나, 로나라고 불렸던 아이들을 먼저 보죠.”
메나와 로나.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인체 실험을 당한 아이들.
화를 돋우는 벌레로 사고를 쳤지만, 인체 실험과 세뇌 교육을 받은 것이 정상 참작되어 정부의 관리를 받는 아이들이었다.
강신은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들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에는 그 아이들의 협력이 필요했다.
* * *
최철수는 강신을 데리고 국정원 본관이 있는 내곡동으로 이동했다.
국정원 본관에 도착하자, 최철수는 곧바로 작은 방으로 강신을 안내했다.
범죄자를 심문하는 공간처럼 보이는 방은 조명이 상당히 어두웠으며, 한쪽 벽면에는 거울 같은 창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방안에는 이미 메나와 로나가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 지냈니?”
“……안녕하세요, 아저씨.”
“흥, 어쩐 일이에요?”
메나는 존댓말로 강신에게 인사를 건넸고, 로나는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로나의 입꼬리를 보면 강신이 꽤 반가운 듯했다.
강신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어.”
강신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메나와 로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도와주었던 이순자와 성신 요원들을 떠올렸고, 강신의 부탁이 어떤 건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 강신은 최철수와 함께 특수 수감시설이 있는 서해에 있는 섬으로 향했다.
* * *
최철수가 섬으로 이동한다고 했을 때 강신은 조금 당황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수감되어 있는 이들을 확실히 격리하기 위해서는 섬보다 좋은 환경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신은 국정원에서 지원해준 헬기를 타고 최철수, 메나, 로나와 함께 특별 수감 시설로 이동했다.
그들은 서해에서 유명한 제부도를 한참 지난 뒤 특별 수감시설에 도착했다.
워낙 작은 섬이라 지도에는 표기조차 되어 있지 않으며, 일반인들에게는 그 존재가 숨겨진 섬.
천연의 요새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모든 면이 절벽으로 둘러 쌓여있어, 배를 타고 접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강신이 헬기를 타고 도착한 특별 수감시설은 누가 어떻게 자재를 옮겨서 지었는지는 몰라도 견고한 유럽의 성을 연상하게 했다.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죄수들을 막을 수 있을까?’
아무리 튼튼한 자재들을 사용했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강신의 의문은 시설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풀리게 되었다.
시설 내부는 이전에 강신이 보았던 평화의 댐 지하 시설처럼 모두 두꺼운 금속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외부는 위장용인가요?”
“네.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 섬에 철로 지어진 성이라면 지금보다 더 눈에 띌 테니까요.”
돌벽으로 만들어진 성도 눈에 띄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외관은 허름했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사람들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특별 수감시설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최철수는 이전에 이곳을 관리했던 사람답게 강신과 일행들을 능숙하게 안내했다.
이동하는 동안 모든 통신 장비를 반납하고, 여러 차례의 철저한 검문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그들이 모든 검문, 검색을 마친 후 도착한 곳은 넓은 방이었다.
이곳에 수감되어 있는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CCTV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수백 대의 모니터가 놓여져있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인원만 열 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모니터들이 모두 범죄자들을 비추고 있었다.
위험하고 특이한 재능을 가진 범죄자들이 많아서인지, 재소자들은 모두 좁은 독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독방 관리라……. 관리하는 것도 힘드실 텐데 대단하네요.”
“그래서 철저하게 검증된 요원들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죠.”
그런 이들이 많을 리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곳은 U.M.A가 아닌 인간을 가두는 곳이라 U.M.A를 관리하는 국정원 4차장 소속이 아닌 국정원 요원들도 일할 수 있었다.
“그럼, 저는 지금부터 강선임님이 이야기한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최철수는 그렇게 말하곤 메나와 로나와 함께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들이 떠나자 강신은 죄수들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후우…. 잘되면 좋으련만….”
눈으로 CCTV에서 나오는 최철수와 아이들의 모습을 쫓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계획한 작전을 떠올렸다.
강신이 쓴 소설에는 구역에 들어가는 걸 허락받는 내용은 있었지만, 억지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얼마 없었다.
그 방법도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러던 중 강신은 과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별한 존재의 구역에 침입했던 이들을 떠올렸다.
‘신단수의 구역으로 들어온 광신도들이 있었지. 용맥을 오염시켜서….’
그들은 분명 신단수의 초대가 없었음에도 신단수가 펼친 구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신단수의 분노를 사서 그의 구역에서 영원히 나올 수 없었고, 신단수의 구역으로 가서 물어보려고 해도 그곳은 봄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강신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용맥을 오염시키던 이들이라면 뭔갈 알고 있지 않을까….’
용맥의 오염은 카밀라가 만드는 죽은 피를 이용한 방법이었다.
카밀라는 단지, 죽은 피만 만들어냈을 뿐 자세히 아는 게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카밀라를 지키던 이들이라면 말이 달랐다.
‘흙을 다루는 광신도 사제와 결벽증을 가진 무술의 달인. 그들은 뭔가를 알지도 몰라.’
물론 그들이 구역을 억지로 여는 방법을 안다고 해도, 그들이 강신에게 그 방버을 알려줄 리 없었다.
그래서 강신은 메나와 로나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
‘메나와 로나가 잡힌 건 최근이니까.’
외부와 단절된 수감시설의 독방에서 지낸 광신도의 사제들이 메나와 로나가 변절한 사실을 알진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이곳으로 잡혀 온 것처럼 꾸민 다음, 그들에게서 정보를 빼낼 계획이었다.
‘아무런 시나리오도 제공하지 못했어.’
강신은 이곳에 잡힌 이들에 대해 많은 걸 알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시설에서 생활했던 메나, 로나가 강신보다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내가 무슨 시나리오를 주는 것보다 메나, 로나가 평소처럼 행동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죄수복을 입은 메나와 로나가 CCTV 영상에 나타났다.
다른 CCTV 영상에는 죄수들을 가둔 독방이 열리고, 간수들이 범죄자들을 어디론가로 데리고 가는 모습이 나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이 특수 수감시설의 정중앙으로 넓은 공터가 있는 체육 시설이자, 유일하게 태양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일주일에 단 두 번 있는 체육 활동 시간.’
최철수가 광신도의 사제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다고 말한 시간이었다.
범죄자들에게 있어 유일하게 굳어진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죄수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수십 명의 간수들이 매의 눈으로 죄수들을 감시했다.
혹여나 일정한 시간에 같은 재소자들이 모이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매번 체육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과 함께 모이는 죄수들이 바뀌는 시스템이었다.
현재 메나와 로나가 갑자기 나타나더라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을 터였다.
강신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죄수복을 입고 있는 메나와 로나가 운동장에 나타나자, 강신이 잡아넣은 남성과 여성이 반가워하는 얼굴로 메나와 로나에게 접근했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어.’
강신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곳에서 모니터를 보며, 아이들이 잘 해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