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09
208화
권영식의 연락에 좋은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강신은 무겁게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속에서 끌어나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고작 두 개라.”
사혈의 결정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성신 그룹은 광신도들이 용맥을 오염시키던 장소에서 이상한 기계 장치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혹시 몰라 그것들을 창고에 보관 중이었는데, 그중에 물질을 압축시키는 기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기계는 모든 물질을 압축하기만 할 뿐 다른 기능은 없었다.
권영식은 이번에 강신이 전해준 정보를 통해, 그 기계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연구원들은 바로 기계에 죽은 피를 넣어보았는데, 죽은 피를 뭉치고 뭉쳐 작은 결정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드는 방법이 간단했음에도 현재 사혈의 결정이 두 개뿐인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사혈의 결정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죽은 피의 양이 이렇게 많을 줄 전혀 몰랐네.
광신도들이 카밀라를 잡아두고 많은 평신도를 쥐어짜며, 대량의 죽은 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혈의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죽은 피가 필요했다.
“설마 동굴에서 수거했던 죽은 피까지 사용했는데, 결정을 두 개밖에 얻지 못했다니….”
연구소에 있던 죽은 피를 모두 사용하고도 작은 손톱 크기의 결정밖에 얻지 못했다.
“그래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양은 확보한 건가…….”
구역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 위해서는 2개의 결정이 필요했다.
결정의 여분은 없지만 계획을 실행할 수는 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열고 닫는 게 한 번밖에 안 되면 구역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보급을 기대할 순 없을 텐데….
프로네시스는 위험한 구역으로 들어갈 강신의 물자를 걱정했다.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방법은 사혈의 결정뿐인데.”
이러나저러나 강신은 결국 사혈의 결정을 쓰기로 했다.
‘구역의 입구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두 번 열 수 있어. 물자 보급은 바랄 수 없겠어. 그럼, 미리 대비해야지….’
미지의 구역으로 향하기 전, 강신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물자를 준비하기 위해서 회사로 돌아갔다.
미지의 구역으로 향하는 게 겁이 날 법도 했다.
하지만 미지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강해서인지, 강신의 얼굴에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강신이 회사로 돌아와 사혈의 결정을 이용해 구역으로 넘어간다고 하자, 팀 인원들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강신을 말렸다.
그러나 사실 그들도 이번 일의 적임자가 미지에 대해서 가장 많은 걸 알고 있는 강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준비만 철저하게 한다면 어떤 구역이라도 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어요.”
강신의 고집에 결국 울프 팀 인원들은 그가 구역으로 향하는 걸 더는 반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지켜만 본 것은 아니었다.
“저는 아직도 강선임님이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김대리가 내용물이 가득 들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트래킹 배낭과 함께 가져온 물건들을 바닥에 펼쳐 놓으며 투덜거렸다.
“하하….”
강신은 그런 김대리의 투정에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한 듯이 웃을 뿐이었다.
김대리가 저렇게 투덜대는 것이 모두 자신을 걱정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우…. 이제부터 이 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들이 무엇인지, 설명해드릴 테니 절대 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구역에서는 프로네시스와 연결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기에, 가지고 가는 장비들의 용도와 사용법을 미리 익혀야 했다.
김대리가 바닥에 깔아 놓은 물건 중 하나를 들었다.
“이건 가장 중요한 비상식량입니다.”
김대리가 들어 올린 물건은 정사각형의 모양의 녹색박스였다.
가로세로 10cm 크기로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았다.
“재질은 조금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쉽게 파손되지 않습니다. 원래라면 이렇게 전용 절단 도구로 열어야 하지만, 강선임님이라면 맨손으로도 어렵지 않게 개봉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김대리는 절단기와 비슷하게 생긴 도구로 박스를 잡고 힘을 줬다.
“흡.”
구득.
절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자, 내용물에는 아무런 영향 없이 플라스틱 끝부분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김대리는 잘려 나간 부분의 비닐을 손으로 잡아당겼다.
비닐 안에는 압축 밀봉된 곡물가루처럼 보이는 갈색 블록이 들어있었다.
“곡물가루를 뭉쳐 놓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람의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분을 특별한 방법으로 소성하고 압축해서 제작한 비상식량이죠.”
김대리가 비닐을 찢어 비상식량을 꺼냈다.
한 덩어리로 보였는데, 사실 작은 블록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블록 하나가 평균 남성, 한 끼의 열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이대로 섭취해도 문제는 되지 않지만, 생각보다 단단해서 이빨이 상할 수도 있으니 물로 식량을 불려서 섭취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강신은 비상식량을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봤다.
“상자 하나에 3일 치의 식량이 들어있는데, 트래킹 배낭에 열 상자를 넣어놨습니다. 제대로 섭취하면 30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지만 아낀다면 최대 90일까지 버티실 수 있을 겁니다.”
평범하게 식사를 한다면 30일을 버틸 수 있지만, 칼로리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했을 때 총 90일을 버틸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통계였다.
“다음은 이겁니다.”
김대리가 다음으로 들어 올린 건 짙은 파란색의 물병이었다.
몸통은 짙은 파란색이었고, 뚜껑은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통의 뚜껑에는 음료 취수관이 달려 있었다.
흔히 로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전거에 꽂아 놓고 사용하는 물통과 비슷해 보였다.
“외견은 스포츠 물통처럼 보이지만, 이 장비는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물통은 맞는 거죠?”
“물통의 기능이 있긴 하지만 메인은 다른 쪽이죠. 이 장비의 이름은 소형 수분 징집기입니다.”
“수분 징집기?”
“물통 하단에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포집하여 내부에 물을 채우는 물건이죠. 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10분이면 가득 채울 수 있고, 사막 같이 건조한 곳에서는 최대 5시간 정도가 필요합니다.”
서바이벌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물자는 당연히 식량과 식수였다.
대부분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리 준비하기 힘든 물건이기도 했다.
식량과 식수가 차지하는 부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대리가 준비해준 비상식량과 소형 수분 징집기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물건들이었다.
“이런 물건들이 있었다니, 특히 소형 수분 징집기는 정말 대단한 발명인데요….”
강신이 감탄하며 작은 소음을 내는 파란 물통을 바라봤다.
하지만 강신의 감탄과는 다르게 김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단한 물건이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거든요.”
“문제가 있는 물건들입니까?”
“……네, 비상식량은 마치 모래를 씹는 듯한 맛이 날 겁니다.”
“에이~ 비상식량이 맛이 없는 건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죠.”
모든 비상식량의 문제는 맛이었기에 강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글쎄요…. 드셔보면 아실 겁니다.”
솔직히 김대리는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강신에게 저런 맛없는 비상식량 따위는 챙겨주고 싶지 않았다.
성신에는 저것보다 몇십 배나 맛있는 비상식량을 구비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부피였다.
그런 비상식량들은 맛이 월등했지만, 트래킹 배낭의 모든 공간을 사용한다고 해도 들어가는 양이 고작 3일 치가 다였다.
얼마나 그곳에서 있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소형 수분 징집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전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소형 수분 징집기에 들어간 배터리는 지난번 성과 발표 회의에 나왔던 고용량 배터리였다.
아주 작고 두께 또한 얇은 배터리로 화물차를 움직일 정도로 강한 힘을 내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U.M.A의 부산물이 필요했기에 양산은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심지어 그마저도 소형 수분 징집기를 6시간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
“이건 예비용 배터리입니다. 절대 잊어버리지 마십시오.”
김대리는 품속에서 불투명하게 보이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불투명한 케이스 안에는 오와 열을 맞춘 작은 배터리 30개가 들어가 있었다.
“다음은…….”
김대리는 그 외에도 평소 자신이 작은 배낭에 들고 다녔던 응급 구급 키트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랜턴, 물속에서도 불이 붙는 라이터, 소형 동식물 도감, 아라미드 로프, 위성 전화기, 위성 GPS 등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뒤쪽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권영식이 말했다.
“혹시 몰라 배낭에는 헥사곤 바인더 세 개와 특수 재머 한 개를 넣어놨네. 그리고 보호 장비는 물론이고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소모형 보호 장치를 손을 봐놨지.”
“소모형 보호 장비라면…. 취약 부분을 보호해 주는 비닐 같은 그거 맞죠?”
계속 지켜보던 카밀라가 옆에서 김대리가 소개하는 장비를 보고 있던 척준신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원래 소모형 보호 장비는 자체적으로 산소 공급을 약 5분 정도 할 수 있게 만들어졌지. 하지만 자네의 보호 장비에 달아 놓은 건 조금 다르네.”
이제까지 소모형 보호 장비는 작동하면 위험을 모면하고 바로 뜯어서 버리는 일회용이었다.
그런 소모형 장비를 이번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권영식이 손을 본 것이었다.
“이번에 향하는 구역이라는 곳이 만약 인간이 버틸 수 없는 환경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나.”
이 우주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구역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권영식은 강신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호 장비를 손봤다.
차단력은 전보다 조금 더 높아졌고, 냉기와 열기에 더 버틸 수 있도록 개조되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게 바로 소모형 보호 장비였다.
권영식이 말한 것처럼 소모형 보호 장비의 산소는 대략 성인 남성이 5분 정도 호흡을 하면 산소가 고갈된다.
따라서 산소를 추가로 공급받기 위해선 소모형 보호 장비를 찢고, 새로운 소모형 보호 장비를 작동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강신이 향한 곳이 물속일지, 공기가 없는 공간일지 가늠할 수가 없었기에, 권영식은 트래킹 배낭에 보호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을 만들어 놓았다.
“이 슬롯과 보호 장비를 연결하면 소모형 보호 장비로 계속 호흡이 가능할 수 있게 바뀐다네.”
“배낭 속에 다른 특별한 장치가 있는 겁니까?”
“스피루리나라는 미세 조류(藻類:수중에 생육하는 부유 식물)를 태양등으로 강제로 광합성 시켜 산소를 만드는 장치가 들어있네.”
아직 개발 중인 우주 기술을 권영식은 당연하다는 듯이 만들어 놓고, 아주 쉽게 말을 내뱉었다.
“만약 산소는 풍족한데 식량이 부족하다면 배낭 속, 산소 발생 장치를 분해해서 스피루리나를 섭취해도 영양분으로는 충분할 것일세.”
원래 목적과 사용법은 달랐지만, 재난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모든 물건을 사용하는 게 당연했다.
“알겠습니다.”
권영식이 알려준 산소 생성 장치를 마지막으로 장비에 대한 모든 설명을 들었다.
강신은 HG에서 받은 무취의 브로치를 보호 장비에 걸고, 미지의 ‘구역’으로 향할 준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