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11
210화
현재 상황과 맞지 않게 가벼운 태도로 거울을 두드리는 강신의 모습.
누군가 강신의 행동을 봤다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겠지만, 거울이 가득한 공간에는 강신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 이제는 둘이었다.
“……너, 뭐야.”
거울 속에서 비친 또 다른 강신이 거울의 물결을 만들며 천천히 나왔다.
비추는 상은 강신의 태도에 당황했다.
원래 비추는 상은 홀로 구역을 펼칠 정도로 강한 개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는 것처럼 많은 개체가 모여 이런 구역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역은 적대적인 침입자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으로 구역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마을과 현재 강신이 있는 곳, 거울 미로였다.
보통 거울 미로에 흘러 들어온 많은 생명체들은 강신처럼 태연하게 있지 못했다.
이곳은 다른 생명체에게는 낯선 공간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강신 같은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신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거나 어떠한 일이 닥쳐도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종종 강신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라도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먼저 부르는 이는 없었다.
“평범한 인간입니다.”
“나를 보고 놀라지도 않으면서 퍽이나 평범하네.”
거울에서 튀어나온 비추는 상은 강신의 대답에 비아냥거렸다.
“뭐, 네가 뭐가 되었든 상관없어. 그래서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네, 그쪽과 적대할 마음은 없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강신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거울에서 튀어나온 비추는 상은 강신을 살펴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기다려봐.”
비추는 상은 그 말을 하고 다시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가, 곧 다시 나왔다.
“좋아. 그럼 대화를 하기 전에 자리를 옮기자.”
그는 강신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자신의 팔로 강신을 팔을 덥썩 잡았다.
강신은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뻗은 비추는 상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어째서 대화를 하는 데 자리를 옮기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끌어당기는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천천히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마치 한겨울의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차가웠다.
익숙하지 않은 한기에 강신이 몸을 움찔 떨자, 비추는 상이 거울 속에서 피식 웃었다.
“차가운 건 잠깐이니까, 조금만 참아.”
몸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자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이 들어가는 순간, 숨을 참고 거울 속으로 몸을 마저 밀어 넣었다.
거울 속은 마치 차가운 물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물과는 다르게 옷이 젖거나 숨을 쉬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강신이 천천히 눈을 떴는데, 마치 눈앞에서 미러볼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산란하는 빛의 향연이 강신의 눈을 아프게 했고, 어쩔 수 없이 눈을 다시 감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손을 잡은 비추는 상을 의지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을 이끌던 손이 하나가 아니게 되었을 때, 차가운 물 속 같은 거울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등과 어깨, 다리까지 수많은 손길이 강신을 거울 속에서 강제로 끄집어냈다.
촤아악~
강신은 차가운 느낌이 사라지자,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강신이 서 있는 곳에는 작은 개울이 있었다.
발밑으로는 깊지 않은 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주변은 조선 시대에서나 볼법한 초가집들이 즐비해 있었다.
마치 오지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을 연상하게 만드는 장소였다.
그리고 강신의 옆에는 자신을 이끌고 온 비추는 상은 다른 개체들과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미로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바로 마을로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
“아니, 이미 우리를 알고 있더라니까?”
“그게 말이나 되냐!”
강신은 이런 광경을 다신 못 볼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현재 비추는 상들은 전부 강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비추는 상은 다른 개체들에게 꾸지람을 들었지만, 열심히 항변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자, 주위에 있던 초가집에서 새로운 강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뭔데? 이리 시끄러워?”
“엥? 손님이 또 왔어?”
새로 나타난 이들은 다양한 표정을 한 강신의 모습으로 개울가에 모여들었다.
“마침 잘됐다. 아니, 글쎄 미로 지역의 감시 임무를 맡은 فوضى가 곧바로 마을로 인간을 데리고 왔어! 심지어 우리의 공간을 억지로 열어서 들어온 위험한 인간을!”
강신은 자신을 데리고 온 비추는 상의 이름을 듣고는 순간 당황했다.
이고르에게 언어팩을 받아 잊힌 언어까지 모두 알고 있는 강신도 그의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글쎄 저 인간은 이미 우리에 대해 알고 있었다니까? 감시 임무를 맡은 이들이 전부 동의하고 나서 움직인 거라고!”
점점 많은 강신이 모이자, 강신이 있는 개울가는 도떼기시장처럼 북적이기 시작했다.
짝! 짝!
결국, 강신은 그들을 말리기 위해서 손바닥을 부딪쳐 큰 소리를 내며 그들의 주의를 끌었다.
“잠시만요, 저는 여러분에게 절대 해를 끼칠 의도는 없습니다.”
강신의 말에 강신의 모습을 한 비추는 상들이 일제히 강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조금 특이한 모습의 존재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타났다.
다른 강신들은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하더라도 좌우만 바뀐 모습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나온 존재는 그렇지 않았다.
깨진 거울을 비춰본다면 저러할까.
자신의 모습이 조각조각나 여러 각도로 비추어진 존재는 다가가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를 해하지 않겠다고? 그럼 무슨 급한 용건이 있길래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가 사는 곳의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왔지?”
잔뜩 날이 선 말투에 강신은 자신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이곳으로 며칠 전에 흘러들어온 소년을 찾기 위해 왔습니다. 그 소년만 찾는다면 이곳에서 바로 나가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강신이 실종된 소년에 대해 말하자, 깨진 모습의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니만 그 소년과 연관된 인간이었나…. 너희들은 그만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
깨진 모습의 존재는 강신을 구경하고 있는 다른 비추는 상들에게 고함을 쳤다.
그러자, 그들은 깨진 모습의 존재에게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다.
고개를 축 늘어트리고, 아쉬운지 강신을 힐긋힐긋 쳐다보다가 되돌아갔다.
‘모습은 조금 그렇지만, 마을의 촌장과 비슷한 건가?’
그렇지 않았다면 깨진 모습의 존재가 오기 전까지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던 비추는 상들이 저렇게 조용히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다른 강신들이 모두 해산하자, 깨진 모습의 존재가 말했다.
“따라와.”
그는 강신을 데리고 초가집 사이를 지나 마을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강신이 초가집 사이를 지날 때마다 담벼락에서 강신을 동물원의 동물처럼 구경하는 다른 비추는 상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깨진 모습의 존재가 째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딴청을 피우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다다른 곳은 이제까지 걸으며 봤던 허름한 초가집과는 전혀 다른 기와집이었다.
깨진 모습의 존재는 강신이 기와집을 구경할 시간도 주지 않고, 대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강신도 뒤늦게 그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니, 마당에는 작은 평상이 있었는데 그 위에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소년이 보였다.
강신이 찾고 있던 그 학생이었다.
그의 상태는 겉으로 보기에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강신이 흥분하지 않고 깨진 모습의 존재에게 소년이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
그는 반쪽은 강신, 나머지 반은 소년의 모습이 된 상태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한 게 아니야. 장시간 물밖에 먹지 못해서 쇠약해진 것뿐이야.”
비추는 상이 사는 마을에는 인간이 먹을 음식이 있을 리 없었다.
이들은 생명체가 모습을 비추는 것만으로 살아갈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 음식을 섭취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소년의 모습에 강신은 트래킹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과 연결된 호스를 제거한 뒤, 비상식량을 꺼냈다.
손으로 힘을 주어 비상식량이 든 플라스틱 케이스를 부수고, 식량 블록 하나를 꺼냈다.
물이 가득 찬 소형 수분 징집기를 꺼내 블록에 물을 부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블록이었던 비상식량이 물을 흡수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음….”
소년이 평범한 상태였다면 그대로 비상식량을 먹였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에게 이 상태의 비상식량을 먹이는 건 힘들었다.
“혹시 그릇이랑 이걸 떠서 먹일 도구가 있을까요?”
자신의 행동을 뒤에서 지켜보던 깨진 모습의 비추는 상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얼마든지 있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릇과 스푼을 가져왔다.
강신은 비상식량에 더 많은 물을 붓고, 손으로 비상식량을 부숴 죽처럼 만들었다.
강신은 소년의 상체를 일으키고, 스푼으로 죽을 조금 떠서 소년의 입으로 가져갔다.
소년은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강신이 입가에 대준 죽을 아기처럼 천천히 빨아댔다.
“쯥…. 쯥…….”
한번, 두 번.
강신이 스푼으로 먹여주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죽을 겨우 먹던 소년의 음식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니까, 천천히 먹어. 양은 충분하니까.”
강신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소년의 먹는 속도는 변하지 않았고, 바빠진 건 강신의 손이었다.
그렇게 준비했던 비상식량을 모두 먹이고 시원한 물을 입에 따라주자, 물을 마시다 사레가 걸렸다.
“켈룩, 켈룩.”
강신은 소년의 등을 손으로 쳐주며 진정시켰다.
소년이 음식을 먹었다고 바로 기력이 좋아진 건 아니었다.
포만감을 느낀 소년은 고마움이 담긴 눈빛으로 강신을 바라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하듯이 잠에 빠졌다.
급한 불은 껐다고 생각한 강신은 그의 행동을 구경하고 있던 깨진 모습의 존재에게 말했다.
“어째서 저런 상태가 될 때까지 이곳에서 내보내지 않은 겁니까?”
강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명체에게 우호적인 비추는 상은 자신의 구역에 생명체가 들어오면 보통,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유도했다.
그런데 현재 소년의 상태는 마치 이곳에서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고 가둬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가게 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네.”
깨진 모습의 비추는 상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제가 그쪽 상황을 자세히 아는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살아있으니 됐습니다. 그럼, 불청객인 저는 처음 약속대로 저 소년을 데리고 이곳에서 바로 나가겠습니다.”
소년은 다행히 죽지 않고 버텨주었고, 강신은 늦지 않게 도착했다.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강신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곳에서 나갈 수 없어.”
진중한 표정을 한 깨진 모습의 존재가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