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으음…. 그게 무슨 말이신지….”
최승회가 애써 발뺌했지만 어색한 그의 연기는 오히려 강신에게 확신을 안겨주었다.
“딱히 화를 내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귀한 장면을 보여주셨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죠.”
자신 몰래 이런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으니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
화가 나지 않았다는 강신의 말에 최승회는 모든 걸 시인했다.
“으…. 들켰네요. 진짜 온 힘을 다해서 연기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승회의 말을 들은 강신과 김대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애초에 우연을 가장해서 만났던 것부터 굉장히 어색했다.
강신은 괜히 최승회가 상처를 받을까 봐 그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공항에서 처음 내릴 때부터 이상했죠.”
김대리가 두 대의 차량을 가지고 왔다는 것부터 수상했다.
경호 인력이 충분하다면 적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두 대로 움직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고작 두 명의 인력으로 경호 대상을 두 개로 나누는 건 강신으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제주도가 고향인 강민수를 부모님에게 붙인 것도 이상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강민수 요원이 가이드하는 척하면서 부모님에게 따로 다니도록 바람을 넣었겠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가족 여행에서 강신을 빼놓고 다닐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행의 계획을 세울 때, 네시스의 도움을 받았으니, 저의 일정은 어느 정도 알고 계셨겠죠.”
프로네시스가 이번 계획에 동참했다면 회사에서는 이미 강신의 일정을 모두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네시스가 수월봉 지질트레일를 방문하도록 일정을 짜준 것일 수도 있고요.”
후자가 맞는 것인지, 김대리와 최승회가 움찔 몸을 떨었다.
“아…. 역시 저의 연기 때문은 아니었군요.”
“에휴…. 저는 처음부터 들킬 줄 알았습니다.”
김대리가 최승회를 힐끗 바라보며 푸념했다.
최승회의 연기가 어색한 것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항상 비범한 모습을 보여주던 강신이 이런 계획에 속는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강신이 몰래 꾸민 이번 일을 기분 나빠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그래서 이번 계획은 누가 세운 겁니까?”
사실 짐작 가는 사람들은 있었다.
‘미확인 생물 출몰 현장을 이벤트식으로 보여주려면 적어도 팰로우님이나 상무님 정도 되어야 승인이 떨어지겠지.’
그리고 강신의 예상대로,
“팰로우님이 계획하셨습니다.”
권영식의 작품이었다.
강신이 휴가를 떠나겠다고 했을 때, 권영식은 그동안 고생한 강신의 노고를 풀어줄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이미 풍족한 통장을 가지고 있는 강신에게 휴가비는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항공편과 숙소를 제공하자니, 이미 모든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떠오른 게 이번 계획이었다.
강신이 회사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으로 나가는 이유는 순전히 U.M.A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권영식은 휴가에 알맞게 위험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관광지에 방문한 것처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현장을 떠올렸다.
“굳이 숨길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떠오르는 발광체는 꿈에서 본 것이 아니라, 해파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글을 썼다.
강신은 떠오르는 발광체에 대해 묘사할 때, 그 개체의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 게 한이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실제로 보고 싶은 U.M.A였고, 그냥 이야기했어도 강신은 이곳으로 따라왔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휴가인데, 괜히 끼어들기 미안해서 부득이하게 숨기게 되었습니다.”
권영식의 입장에서는 강신이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던 것이었다.
강신은 자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위험 등급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회사에서 관리하는 U.M.A가 있는 장소를 관광 목적으로 들어 올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을 테니까.
기분이 좋아진 강신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걸 보여주셨으니, 오늘 저녁은 제가 거하게 사죠. 두 분 모두 가실 거죠?”
강신의 눈치를 보던 둘은 그제야 안도했다.
“오…. 비싼 거 사주시는 겁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강신은 최승회의 말이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림자에서 나와 있던 초코가 발광체가 사라진 물웅덩이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켕!
초코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는데, 초코의 콧등에는 떠오르는 발광체가 붙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갑자기 떠오르는 발광체가 초코의 콧등으로 천천히 스며들어 사라졌다.
“어…?”
돌발 상황에 김대리와 최승회가 당황했다.
그런데 초코와 이어진 강신은 갑자기 몸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분명….’
생명력이라고 불리는 힘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이 현상은 강신도 전혀 모르는 현상이었다.
초코 덕분인지, 아니면 강신의 몸속에 남아있는 열매의 힘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어쨌든 새로운 현상을 권영식에게 알려주면 좋아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 * *
그날 저녁, 강신은 자신을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둘에게 호텔에서 가장 비싼 음식들을 대접했다.
그리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가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강신과 부모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수원으로 돌아왔다.
가족 여행은 즐거웠고 강신의 부모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가족들은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며칠 집을 비웠을 뿐인데, 깔끔했던 집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어지럽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둑이 들었나….”
강신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 편한 복장을 한 강찬이 배를 긁적이며 나타났다.
“하암~ 다들 재밌게 놀다 왔어요?”
집안 꼴을 보고도 태연한 강찬의 모습에 집안을 어지럽힌 게 누군지 가족들은 알 수 있었다.
“찬이…. 너!”
방금까지 기분이 좋았던 강신의 어머니는 강찬에게 한 시간이 넘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강찬은 자신만 빼놓고 가족 여행을 갔으니, 이 정도는 봐줘도 되지 않냐며 투덜대면서 자신이 어지럽힌 집을 치웠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강신이 눈을 살짝 감자, 떠오르는 발광체들이 보여주었던 아름답고 신비했던 광경이 다시 생생히 떠올랐다.
‘정말 이번 휴가는 푹 쉬다 왔네.’
휴식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휴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 * *
휴가를 다녀온 강신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그런데 연구소로 들어가기 전, 회사 부지 내부가 혼잡했다.
평소 부지 내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이 잔뜩 들어와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큰 설비라도 옮기는 건가….’
강신의 의문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별 관심 없이 화물차들을 지나쳐 연구소에 있는 자신의 개인 큐브로 향했다.
휴가를 만끽한 강신은 그동안 굳어있는 몸을 풀기 위해 바로 훈련 층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개인 훈련을 하고 개인 큐브로 돌아오니, 울프 팀뿐만 아니라 3팀 팀장인 이순자, CL인 김한수 등 평소 강신과 친분이 있는 이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어…? 무슨 일 있습니까?”
개인 큐브가 넓긴 해도 이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굳어 있는 강신의 표정을 확인한 권영식이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쩐 일이긴,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거지. 축하하네, 강신 ‘책임’.”
권영식이 모인 이들을 대표해 말하자, 강신이 되물었다.
“책임이요?”
“뭘 놀라나, 강책임. 진급 발표는 전에 이미 확인했잖아. 책임이라는 직책은 일을 책임지는 자리이니, 이만큼 자네에게 어울리는 자리도 없겠지.”
예전에 진급 발표가 나긴 했지만, 오늘에서야 드디어 정식으로 책임이 된 것이었다.
“아저씨, 축하해요!”
“축하합니다.”
“이미 진급 발표할 때, 케이크는 먹었으니 오늘은 다른 선물을 준비했네.”
척준신이 이들을 대표해 강신의 진급 선물을 들고 왔다.
“어…. 분재?”
무거워 보이는 화분에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소나무 분재였다.
보통 분재라 하면 기본 100년은 지나야 명함을 내민다고 했던가.
분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강신이 보더라도 100년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딱 봐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어서 강신이 부담스러워하자, 김대리가 강신이 거절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앞으로도 분재만큼 오랜 세월 잘 부탁한다는 의미가 있는 물건이니, 거절하시면 안 됩니다.”
결국 강신은 정성이 담긴 선물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중하게 키울게요.”
“분재 손질은 따로 해줄 사람이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임상무가 이미 분재를 관리할 사람까지 구해놓은 것 같았다.
진급 발표가 나왔을 때, 이미 많은 축하를 받았기 때문일까.
축하하는 자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사람들은 곧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개인 큐브를 떠났고, 큐브에는 권영식과 김대리만 남았다.
다른 이들보다 더 바쁜 권영식이 남아 있는 걸 확인한 강신이 그들에게 물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자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를 다녀오자마자 미안하지만 U.M.A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손이 좀 필요해서 말이야…. 도와줄 수 있겠나?”
명령이 아닌 부탁이었지만, 강신은 그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물론이죠.”
“설명은 여기 김대리가 해줄 것이네.”
권영식이 손짓하자, 김대리가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혹시 아침에 출근하면서 회사 부지 내에 있는 화물차들 보셨습니까?”
강신은 출근할 때, 부지가 혼잡스러웠던 걸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저번에 평택 연구소를 짓고 있다고 했잖습니까? 그 연구소가 거의 준공돼서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U.M.A들을 그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김대리에게서 평택에 새로운 연구소를 짓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옮기는 건 지원팀이 하고 있긴 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현장 요원들과 보안 요원들, 그리고 U.M.A 관리팀 연구원들을 배치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U.M.A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필요해서요.”
물론 적임자는 강신보다 연구소 소장인 권영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부의 승인이 없으면 연구소에서 나가지 못할뿐더러 그를 경호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붙으면 더 눈에 띌 것이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강신이었다.
“그럼, 정확히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