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7
226화
갑작스러운 소란과 더불어 30층 전체에 시끄럽게 사이렌이 울렸다.
-BF 지역에 코드 레드 발령, 근처에 있는 비전투 요원들은 신속하게 그 자리를 벗어나 주십시오. 다시 한번….
하필이면 다른 보안 요원들이 위험 등급이 높은 곳에 집중된 상황이라, 이곳에는 연구원을 경호하던 두 명의 보안 요원을 제외하면 U.M.A와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아 있는 보안 요원 중에 베테랑이라 불려도 좋을 요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큭, 기체형이다! 신입 멍 때리지 말고 빨리 물을 가져와!”
“네…. 네!”
“연구원분들을 어서 대피하세요!”
그는 사고가 터지자마자 미리 받았던 예방 교육대로 연구원들을 대피시키고, 신입에게 U.M.A가 취약한 물질을 가져오게 지시했다.
강신도 가만히 있지 않고 사고가 터진 지점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지시를 했던 보안 요원은 큐브에서 탈출한 U.M.A와 대치 중이었다.
검은 기체 속에 붉은 구체 두 개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가져왔습니다!”
그때 물을 가져오라 시켰던 신입이 근처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왔다.
그걸 본 선임 보안 요원은 얼굴을 굳히며 소리쳤다.
“야! 내가 물을 가져오라고 했지 언제 소화기를 가지고 오라고 했어!! 너 수송 계획에 나와 있는 U.M.A 정보 숙지 안 했어!?”
해당 개체가 물에 취약하다는 걸 아는 선임 보안 요원이 소화기를 가져온 신입을 나무랐다.
“죄…. 죄송합니다!”
“젠장, 더 늦기 전에 서둘러서 물을 가져와!”
선임 보안 요원은 다시 신입 요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탈출한 U.M.A의 앞을 막으며, 신입을 서둘러 다른 곳으로 보냈다.
대치하고 있던 U.M.A는 그동안 큐브에 갇혀 지냈던 울분을 토해내듯이, 인간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검은 기체로 이루어진 자신의 몸을 조금씩 팽창시키기 시작했다.
“으음….”
그 모습을 본 보안 요원은 침음을 흘렸다.
U.M.A가 적을 공격하기위한 동작이라는 걸 이미 자료를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안 요원은 자신이 현재 뛰어난 보호 장비와 화기로 중무장하고 있지만, 기체로 이루어진 U.M.A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U.M.A는 금방 사람 크기만큼 부풀어 올랐고, 검은 기체 속의 붉은 구체 두 개가 보안 요원을 섬뜩하게 바라봤다.
-기…. 긱…. 긱….
U.M.A가 이상한 소음을 내며 보안 요원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했다.
보안 요원은 자신이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U.M.A를 포획하는 현장 요원들과는 달리 보안 요원의 1순위 임무는 지키는 것이었다.
여기서 등을 돌려 도망치면 자신은 무사할지 모르겠으나, 그 대신 눈앞에 있는 U.M.A로 인해 피해가 커질 게 당연했다.
보안 임무를 맡은 이로써 그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도망칠 바에는 여기서 다른 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있지. 이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번다. 그나마 어리바리한 신입이라도 이곳에서 벗어났으니, 다행이군.’
신입이 소화기를 가져오지 않고 어디선가 물을 가져왔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 녀석을 평소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어.’
그는 이번 일을 사수로서 부사수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U.M.A를 보며 보안 요원은 쉽게 당해주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를 보이며, U.M.A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그대로 엎드리세요!”
선임 보안 요원은 그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급하게 몸을 숙였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구멍이 전혀 없는 이상한 투망이 지나갔다.
그 투망 같은 물건은 정확하게 보안 요원을 노리는 U.M.A 덮어 버렸고, 다시 한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시스! 도망가지 못하게 아예 말아버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U.M.A를 가둔 투망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물대며 작은 구형으로 변형됐다.
변형된 구형에는 작은 줄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끝에는 상의가 반쯤 사라진 사내가 보였다.
선임 보안 요원이 자신을 도와준 사내의 이름을 고마움을 담아 불렀다.
“강책임님!”
“코드 레드, 상황 종료.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죠?”
보안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은 보호장비를 U.M.A를 가둘 수 있는 소재로 변형시켜 멋지게 포획에 성공했다.
그때 뒤늦게 신입이 작은 양동이에 물을 담아 가져왔다.
“물 가져왔습니다!”
끝까지 어리바리한 모습의 신입을 본 선임 보안 요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넌 인마, 언제쯤 1인분을 할래?”
선임 보안 요원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신입을 갈구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대피했던 연구원들과 다른 보안 요원들이 탈출한 U.M.A를 제압하기 위한 장비들을 가지고 왔다.
도망가지 못하게 구속한 U.M.A를 간이 큐브를 옮기는 작업이 끝나자, 강신은 바로 사고가 터진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U.M.A를 담당했던 관리팀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갑자기 큐브가 오작동을 일으켰습니다.”
“…큐브가 오작동을 일으켰다고요?”
“네…. 간이 큐브가 준비되면 바로 U.M.A를 옮기려고 출입증으로 인증만 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흐음…. 네시스, 저 큐브 바로 점검이 가능할까?”
강신이 네시스에게 오작동한 큐브의 점검을 부탁하자, 큐브가 제멋대로 문이 열리고 닫혔고 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아무 이상 없는데?
“그래…?”
뭔가 찜찜했지만, 강신은 직접 점검한 프로네시스의 말을 믿었다.
‘연구원이 자기 실수를 감추려고 하는 말일 수도 있으니까, 우선은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게 좋겠어.’
어차피 자신이 아니어도 지금 일어난 사고는 추후에 원인 분석을 한 뒤, 윗선에 보고될 게 분명했다.
만약 연구원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가중 처벌을 받게 될테니, 굳이 자신이 이번 일을 들출 이유가 없었다.
상황이 모두 수습되자, 강신은 다시 30층을 돌아다녔다.
아무 문제 없이 수송 준비가 진행됐던 어제와 달리 방금 있던 코드 레드 상황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잘한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았다.
지정된 간이 큐브의 순서가 뒤바뀌고, 위치도 변해 작업에 혼선을 일어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리고 간이 큐브를 실은 승강기가 지상으로 올라가다 갑자기 멈추기도 했다.
게다가 수송 작전과 별개로 수원 지부 근처에서 위험 등급이 높은 U.M.A가 감지되면서 대기 중인 현장 요원 일부가 출동했다.
“흠…. 뭔가 불길한데.”
강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옆에서 있던 김대리가 물었다.
“네? 뭐가요?”
“왠지 모르게 하인리히 법칙이 떠올라서 말이죠.”
“하인리히 법칙이요?”
흔히 안전 교육을 하면 단골로 나오는 법칙이었다.
일명 1:29:300의 법칙.
대형 사고가 나기 전, 반드시 그 사고를 예지하는 징후가 나타난다.
이 법칙은 1명의 중상자가 나오는 사고는 그전에 비슷한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가 나오고, 비슷한 원인으로 300명이 다칠 수도 있다는 통계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지금 일어난 일들은 모두 별개의 사고잖아요.”
연구원의 안전 불감증으로 U.M.A가 탈출하거나, 급하게 간이 큐브를 옮기느라 순서가 뒤바뀐 일.
단순히 승강기의 오작동 등 모두 다른 사고였다.
하지만 강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어떻게 보면 모두 다른 사고로 보일 수도 있긴 한데…. 자세히 보면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잖아요?”
큐브는 멋대로 문이 열렸고, 큐브를 옮기는 장치는 입력된 순서가 꼬여 있었으며 승강기도 갑자기 멈춘 것이었다.
강신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김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래도 너무 포괄적이에요. 그렇게 치면 자동화가 진행된 공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기계 오작동입니다?”
김대리의 말이 맞았다.
모두 원인이 다른 사고를 전부 기계 오작동으로 몰고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실제로 오늘 사고의 원인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있었는데, 기계 오작동뿐만 아니라 사람의 실수도 더러 있었다.
“음…. 그런가.”
“뭐, 그게 아니더라도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이상하게 유독 문제가 많이 발생하긴 하네요.”
김대리는 다른 건 몰라도 오늘 사고가 잦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자잘한 문제들이 생기자, 카트를 타고 30층을 돌아다니며 지시를 내리는 권영식도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차질이 있었지만, 모두가 부지런하게 움직여준 덕분에 간이 큐브를 9시 이전에 전부 화물차로 옮길 수 있었다.
* * *
평택으로 향하기 전,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겼다.
“출동한 현장 요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위험 등급이 높았던 터라, 많은 현장 요원들이 투입되었고 그중에는 척준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신은 안전을 위해 그들의 복귀를 기다리려고 했다.
그때,
-키이잉.
“윽?”
통신 패치에서 쇠를 긁는 듯한 소음이 들린 후, 바로 권영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책임. 현장 요원이 복귀하면 바로 뒤따라 보내겠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으니까, 바로 출발하게.
“알겠습니다.”
사람이 빠진 만큼 중간중간 호위 차량이 비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위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기에, 강신은 권영식의 지시대로 바로 화물차들을 출발시켰다.
-선두 출발했습니다.
화물차가 하나씩 회사 부지를 떠났다.
강신이 탄 차량은 어제와 달리 현장으로 나간 요원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마지막 화물차의 뒤쪽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오늘은 조금 불안한데….’
자잘한 사건, 사고때문이 아니라, 왠지 이상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강신은 잔뜩 긴장하고 수시로 상황을 보고 받았다.
강신의 촉이 틀린 것일까.
수원 지부에서 출발한 화물차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모두 평택 지부에 도착했다.
“후미 도착했습니다.”
김대리가 통신 패치로 도착을 알렸다.
“후우…. 다행히 수송 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네요.”
“그러게요. 준비 과정에서 일이 생겨서 저도 괜히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평택 부지로 무사히 들어가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강신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강책임님, 연구소로 큐브를 옮기는 작업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굳이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네.”
강신이 대답하자, 가장 앞에서 대기 중인 화물차가 연구소로 연결된 화물 승강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쾅!!!
커다란 폭발소리와 함께 승강기에서 하늘을 붉게 만드는 불길이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