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28
227화
설마 평택 연구소에 도착해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상황 보고!”
강신이 통신 패치로 상황을 물었지만, 통신 장비에서는 기이한 잡음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치이익…….
“네시스!”
프로네시스 또한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젠장!”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느낀 강신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때, 다시 한번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콰앙!!
쾅!
폭발물이 터지며 내뿜는 화마들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집어삼켰다.
시설 내부에 설치된 폭발물들이 여기저기서 터지며 상황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 보호 장비를 걸치고 있어서 목숨을 잃을 정도로 크게 다친 이들은 없었다.
“비전투 인원들을 최우선으로 대피 시켜!”
보안 요원들은 서둘러 연구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었다.
강신이 상황을 보고 함께 차에서 내린 김대리에게 외쳤다.
“김대리님! 본부에 이곳이 습격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바로 지원 요청해 주세요!”
하지만 김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는 폭발 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연락을 시도했다.
“안됩니다! 통신 패치뿐만 아니라 모든 통신 장비가 먹통입니다!”
김대리의 다급한 보고에 강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일을 계획한 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철저하게 강신과 일행들을 외부와 격리했다.
으드득….
강신이 강하게 이를 갈았다.
‘상황 수습도 수습이지만, 공격이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러면 이 인원만으로 얼마 버티지 못 할테니, 보고가 먼저야.’
수원 지부와 평택 지부는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회사에서 운영하는 특수 헬기를 사용한다면 이곳으로 빠른 지원이 가능했다.
그때, 연구원을 대피시키던 중무장한 보안 요원을 붙잡았다.
“죄송하지만, 요원님에게는 새로운 임무를 배정하겠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 깜짝 놀란 보안 요원은 그가 강신임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강책임님? 새로운 임무요?”
“네, 저기 김대리님을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 외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저분이 절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주세요.”
보안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김대리의 팔을 붙잡았다.
“어…. 어? 이거 왜 이러십니까?”
상황을 모르는 김대리가 당황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굳이 김대리가 할 필요는 없었지만, 강신은 위험한 상황에서 김대리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비교적 안전한 일을 김대리에게 맡기려는 생각이었다.
‘김병기 부장님과 약속도 했으니까….’
김병기 부장이 여유가 된다면 김대리를 챙겨달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김대리님, 그분과 이동해서 지원 요청해주세요!”
“하,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요!”
김대리는 현장의 책임자인 강신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큭…. 알겠습니다. 금방 지원 요청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폭발물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모르기에 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김대리와 보안 요원은 평택 연구소를 빠져나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김대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강신은 폭발이 일어난 지점으로 이동했다.
통신이 먹통이 되었음에도 요원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알아서 하고 있었다.
보안 요원들은 비전투 인원들을 경호하며, 최대한 폭발에서 먼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현장 요원들은 폭발의 원인을 찾고, 혹시 모를 침입자에 대비했다.
그들은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지만, 진정한 테러는 지금부터였다.
* * *
쾅!
다시 한번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이전과 비슷한 화력의 폭발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번에 터진 폭탄은 시설이 아닌 U.M.A를 싣고 왔던 화물차에 있었으니까.
폭발에 휩쓸린 화물차가 뒤집히고, 연결되어 있던 컨테이너가 그 충격으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간이 큐브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그 충격으로 인해 U.M.A가 밖으로 나오게 됐다.
“허억! 코드 블랙! 대량의 U.M.A가 탈출했다!”
“현장 요원들 집결해!”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시작이었다.
탈출한 U.M.A를 막기 위해 현장 요원들이 빠르게 집결했다.
강신도 U.M.A를 막기 위해 그들과 합류했다.
현장 요원과 합류한 강신은 처음 코드 블랙을 외쳤던 현장 요원에게 물었다.
“탈출한 U.M.A가 무엇인지 확인하셨습니까?”
현장 요원이 잔뜩 긴장한 채로 강신의 말에 답했다.
“완전히 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확인한 개체는 공허 유영체, 레드 팩맨, 풍선을 나누어주는 피에로였습니다.”
개체명을 들은 강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탈출한 개체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그것들은 하나 같이 관리하기 까다롭고 위험한 개체들이었다.
‘뭐지, 어째서 이런 개체들만 노린 것처럼 탈출한 거지?’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이상했다.
마치 어떤 U.M.A가 어느 화물차로 이동했는지, 아는 것처럼 위험한 개체만 골라서 탈출했다.
이상함을 느꼈지만, 강신은 계속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들 앞으로 광택이 나는 검은 장어처럼 생긴 생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U.M.A는 허공을 부드럽게 헤엄치고 있었다.
“공허 유영체다!”
공허 유영체를 발견하자마자, 강신이 현장 요원들에게 외쳤다.
“차단력이 낮은 보호 장비를 갖춘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세요!”
“신입들! 뒤로 빠져!”
강신과 선임 현장 요원들은 서둘러 보호 장비의 차단력이 낮은 신입 요원들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신입 요원들은 어째서 자신들을 급하게 대피시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의문 때문에 신입 요원 중 한 명은 움직임이 조금 늦었다.
“우왁! 떠…. 떨어져!”
뒤로 물러나는 게 늦은 신입 요원이 공허 유영체의 공격에 그대로 당해버렸다.
작은 이빨이 차단력이 낮은 장비에 박혔다.
공허 유영체의 공격은 강하지 않아 신입 요원에게 큰 상처를 남기지 않았다.
“큭!”
신입 근처에 있던 선임 요원 중 하나가 다급하게 공허 유영체의 몸체를 손으로 잡아 억지로 뜯어냈다.
그리고 다른 신입 요원들은 공허 유영체에게 공격당한 자신들의 동기를 보고, 선임 요원들이 어째서 다급하게 소리쳤는지 알 수 있었다.
“으…. 으…….”
살점이 조금 뜯겨나갈 정도의 상처였는데, 공허 유영체에게 물린 신입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아…. 으….”
동공이 크게 확대되더니 힘이 빠진 것처럼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정신을 놓아버린 것처럼 입을 벌리고, 침을 질질 흘렸다.
“젠장, 늦었나….”
공허 유영체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해당 개체가 가진 공격은 물리적으로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공격당한 신입처럼 모든 감정과 생각이 공허 유영체에게 먹혀 텅 비어 버리게 된다.
사냥감의 감정과 생각을 먹으며 대상을 완전한 공허 상태로 만들었기에, 공허 유영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게 한번 공허 유영체에게 먹힌 감정과 생각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저 개체에게 물리는 걸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공허 유영체는 보통 네 마리에서 다섯 마리가 무리를 이뤄 움직이는 개체라는 것이었다.
선임 요원이 억지로 뜯어낸 개체가 바닥에서 꿈틀대자, 그 개체와 같은 무리에 있던 다른 공허 유영체들이 화가 난 듯 선임 요원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선임 요원은 바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며 U.M.A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렇게 선임요원들이 공허 유영체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탈출한 U.M.A는 공허 유영체뿐만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갑자기 강신의 좌측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강신이 비명이 들려온 쪽을 보니, 사람 머리만 한 노란 공 모양의 U.M.A가 무엇인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붉은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아악! 내 팔!”
“부상당한 인원을 뒤로 옮겨!”
비명을 지른 요원의 오른쪽 어깨에는 원래 있어야 할 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빈 자리에는 보라색에 가까운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레드 팩맨.’
레드 팩맨은 육식성으로 움직이는 모든 걸 공격했다.
작은 체구임에도 치악력이 강해 뜯어내는 힘이 하마를 능가할 정도로 위험한 개체였다.
노란색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지만, 사냥감의 피로 노란 몸이 붉게 변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기에 레드 팩맨이라고 불렸다.
위험하긴 하지만 대응하긴 그리 어렵지 않은 U.M.A임에도 현장 요원들은 평소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탈출한 U.M.A는 어디까지나 회사의 자산이었으니, 사살하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현장 요원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모든 요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현 시간부로 포획이 힘든 위험한 U.M.A의 사살을 허가합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고 강신은 생각했다.
그리고 강신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춤했던 현장 요원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촥! 촤악!
“끼에에에!”
퍼버벅.
“그, 그륵….”
위험 등급은 높지만, 내구성은 그리 높지 않은 개체들이었고 현장 요원들은 순식간에 U.M.A들을 처리했다.
중간에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강신이 빠르게 끼어들어 도와주었고, 처음 생긴 희생자들을 제외하면 크게 다친 이들은 없었다.
더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고 탈출한 U.M.A마저 모두 정리됐지만, 그래도 강신과 요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직 이런 짓을 벌인 게 누구인지 모르니까….’
강신은 화재를 수습하고 탈출하지 않은 U.M.A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연구원들과 보안 요원들을 지상에 대기시킨 상태에서 현장 요원들과 함께 파괴된 시설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했다.
‘도대체 뭐지.’
누가 어ᄄᅠᆫ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전자 장치를 먹통으로 만들고, 폭발물을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면 개인이 저지른 일은 아닐 텐데.’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파악해봤을 때,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의 범주를 아득하게 넘어갔다.
‘뭔가 노리는 게 있나?’
여기서 노릴 것이라고 해봐야 U.M.A가 다였다.
그런데 굳이 폭발물을 사용한 걸 보면 U.M.A가 목적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단순 테러? 왜?’
기업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원한을 이렇게 푸는 건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이미 김대리를 포함해 몇 명이나 수원 지부로 지원 요청을 위해 평택 지부 밖으로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지원도 오지 않고 있었다.
강신은 시설 내부를 모두 둘러보았지만, 침입자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5층에 있는 큐브들이 열리지 않았다는 건가….’
강신이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한 건 이틀 동안 이송시킨 U.M.A가 풀려나 5층을 점거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5층은 전날과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색을 마치고 강신이 현장 요원과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참혹하디 참혹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