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3
22화
지난번처럼 대기 중인 차량에 강신이 척준신과 함께 탑승하고 능숙하게 통신 패치를 착용했다.
이제는 출동에 익숙해진 강신의 모습을 본 척준신은 드물게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작전 인원을 태운 차량은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브리핑은 계속되었고, 본부에서도 추가된 정보가 계속 전달되었다.
[감지기에 잡힌 U.M.A.가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15중 연쇄 추돌 사고입니다. 현장에서 두 명 사망에 부상자는 스물세 명입니다.] [지원팀 현장에 도착 완료했고, 구급대와 경찰을 도와 인명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운전자들은 블랙 아이스 때문에 차가 미끄러졌다고 진술했습니다.]이런 정보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정보였지만 강신은 흘려듣지 않았다.
“짐작 가는 U.M.A.가 있나?”
“정보가 너무 적어요. 직접 현장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음…. 알겠네.”
[작전 지역 진입합니다.]작전 지역은 아직도 많이 혼잡한 상태였다.
부상자들은 이미 호송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경찰들과 야광 띠를 두르고 있는 사람들이 통행을 막고 있었다.
통행이 막혀 있는 지점에서 현장 요원들이 타고 있는 모든 차량이 갓길에 주차했다.
“우선 현장 요원들은 상황을 봐야 하니,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모이도록.”
현장 요원들이 타고 있던 차량에서 내려 빈손으로 집합하자, 사고 현장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때, 경찰과 함께 야광 띠를 두르고 있던 사람이 다가와 다른 사람들이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보험 회사에서 오셨군요! 빨리 사고 현장 확인하셔야죠!”
‘지원팀 사람이구나.’
강신은 그제야 그가 회사에서 나온 지원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원팀 인원은 함께 통행을 막고 있던 경찰에게 양해를 구하고 현장 요원들을 내부로 안내했다.
사고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도로 위에는 부서진 차량의 파편들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고 멀쩡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남겨진 핏자국만이 당시 이곳의 상황이 얼마나 위급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현장 보존을 위해서 레커차도 위험하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움직이지.”
[네!]척준신이 지시하자, 현장 요원들이 짧게 대답하고 사고 현장에서 U.M.A.의 흔적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강 선임은 나와 다니지.”
“알겠습니다.”
강신은 베테랑급의 현장 요원, 척준신과 한 조를 이루어 사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원칙적으로는 사고 차량에 접근하는 것을 조심해야겠지만, 현장 요원들은 거침이 없었다.
“혹시 도움이 될 정보가 있을까?”
척준신이 질문하자, 강신은 사고 현장을 어떤 식으로 조사해야 하는지 당장 떠오르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많은 차량이 한 번에 이상을 느끼고 사고가 난 것이면 차량을 조사하기보다는 지면 혹은 주변을 먼저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다들 들었지?”
통신 패치를 통해 강신의 의견이 전달되자, 차량에 접근했던 현장 요원들은 방향을 틀어 주변 환경을 확인했다.
강신이 포함된 일행도 차량 주변의 지면을 확인했다.
지면은 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얇게 얼어 있었는데, 아스팔트 색 때문에 구별이 잘 되지 않았다.
강신 일행 중 베테랑 요원이 얼음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그냥 얼음 같은데요? 사고 원인이 U.M.A.가 아닐 수도 있겠는걸요.”
“그럴 수도 있겠지.”
척준신도 그 요원의 말에 동의했지만 강신은 이곳에서 사고가 난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척 부장님, 죄송하지만 사고가 처음 난 곳부터, 끝난 지점까지 지면을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척준신은 이유를 묻지 않고 강신의 의견을 바로 수락했다.
강신이 맨손으로 바닥을 쓸며 사고가 시작된 지점부터 끝까지 지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아까 자연 현상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요원의 말을 반박했다.
“이거 자연적으로 생긴 블랙 아이스가 아니에요.”
단지 지면을 만졌을 뿐인데, 강신은 확신을 갖고 이야기했다.
“어째서?”
“여기는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엔 적합하지 않은 도로입니다.”
블랙 아이스는 도로 위에 얇게 생기는 결빙을 뜻했다.
얇게 얼어 그 투명함 때문에 아스팔트를 비추어 검은색으로 보여서 블랙 아이스라고 불렀다.
겨울철 도로 위에 암살자라고 부를 정도로 위험했고, 실제로도 잦은 차량 사고를 냈다.
블랙 아이스가 자주 생기는 곳은 따로 있었는데, 호숫가 주변의 도로 혹은 그늘이 있는 커브 길 등이었다.
물론 그런 곳에만 블랙 아이스가 생기라는 법은 없었지만 문제는 넓이에 있었다.
통신 패치를 통해 모든 요원이 들을 수 있도록 블랙 아이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친 강신은 마지막으로 이곳에 생긴 결빙이 자연적이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기온이 떨어지면 도로가 결빙될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결빙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긴 차량의 이동이 많고 근래에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어려운 곳에 이렇게 넓은 범위의 결빙이 있다는 것은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제야 척준신은 강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물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지 않은 한 많은 차량이 지나다녔던 고속도로 위에 이렇게 넓은 범위의 결빙이 생길 리가 없었다.
강신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이해하고, 지면을 얼린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전혀 없었다.
“물? 온도와 관련된 건가? 계절은? 시간은? 정보가 너무 부족해.”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라고 하면 위험 등급이 낮다는 것과 결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뿐.
[저번처럼 특정 조건이 있어야 모습을 보이는 개체가 아닙니까?]요원 중 한 명이 그런 의문을 던졌고 그 의견은 타당해 보였지만, 강신은 쉽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찾아보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알려 주세요.”
[으음…. 알겠습니다.]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강신이 요원들에게 부탁했지만, 그들은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대로 작전을 속행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요원들은 초조해져 갔고, 강신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도 특정 조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라고? 하지만 이번 사고와 관련된 정보와 연관되는 개체가 없어.’
때마침, 사고 지역의 외곽에서 조사 중이던 요원이 통신 패치로 특이 사항을 알려 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해가 지고 계속 추워지는 시간이어서 더 단단하게 얼면 얼었지, 얼음이 녹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얼음이 녹았다고?’
강신은 보고한 요원이 있는 곳으로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
그곳에는 그의 말대로 결빙되어 있던 도로가 살짝 녹아 질척이고 있었다.
‘얇은 얼음이 녹았다고 저렇게 질척거린다고?’
강신이 얼음이 녹은 지면을 검지로 찍자, 푹 하고 들어갔고 손가락을 빼자 주욱 하고 검은 액체가 딸려 올라왔다.
그 액체를 본 강신은 고민에 빠졌고,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요원들이 표정을 굳히며 극도로 긴장했다.
“뭐지……. 얼음이 녹은 게 아니라 도로가 녹았다고?”
강신의 검지에 붙은 검은색 액체가 주욱 하고 흐르며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강신은 그 액체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평범한 액체와는 다르게 액체를 만진 손가락이 마치 늪에 끌려 들어가는 것처럼 무거워졌다.
“다들 결빙 구역에서 벗어나세요!”
다급한 강신의 목소리를 들은 요원들은 결빙된 지역에서 벗어났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 보군?”
“이거 보이십니까?”
척준신이 묻자, 강신은 자신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검은 액체를 보여 주었다.
“그건 계속 보고 있었네.”
“이게 이번에 저희가 찾고 있는 U.M.A.입니다.”
“그게?”
아무리 봐도 생명체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U.M.A.를 경험한 척준신은 강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결빙 구역에서 물린 이유가 있나?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데?”
“우선 이 U.M.A.가 어떤 개체인지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U.M.A.는 잠식하며 흐르는 검은 액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식하며 흐르는 검은 액체.
검은 액체로 불리지만, 정확한 외형의 표현은 굳지 않은 아스팔트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계절, 날씨에 따른 제약이 없는 U.M.A.였지만, 유독 추운 겨울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개체였다.
영하로 떨어지는 온도에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움직일 수 있는 조금 특이한 몸을 가지고 있는 이 개체는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고체화됐다.
생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양분이 필요했고, 액체 상태에서만 섭취와 사냥이 가능했다.
사냥법 또한 꽤 특이했는데, 작은 곤충 혹은 동물들이 이 개체를 지면으로 착각하고 발을 딛는 순간, 액체 속으로 끌어들이고 천천히 소화했다.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먹고 사는 개체였지만, 강신이 요원들에게 피하라고 경고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개체의 원래 크기는 매우 작았다.
아무리 큰 개체라고 해 봐야 사람 손바닥의 크기, 그렇기 때문에 곤충이나 작은 동물밖에 사냥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개체는 차량을 열다섯 대나 연쇄 추돌을 일으킬 정도로 거대했다.
즉, 이 정도 크기라면 이 개체가 액체 상태로 돌아가는 순간, 인간까지 사냥이 가능했기에 강신이 물러나도록 한 것이었다.
강신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자, 척준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개체를 이대로 둘 수는 없겠군. 그럼, 어떻게 포획해야 하지?”
“검은 액체를 고체화시키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을 만족시켜 고체화되면 굳어진 U.M.A.를 깨트려서 포획하면 되겠죠.”
“일반 아스팔트와 구별이 가능한가?”
“그건 색깔로 구분이 가능할 겁니다. 자세히 보면 완벽하게 아스팔트와 색감이 일치하지 않거든요.”
“고체화 조건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조건을 몰랐다면 강신이 이런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
척준신의 재촉에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불입니다.”
“액체인데 고체화 조건이 불이라고?”
“잠식하며 흐르는 검은 액체는 불과 만나면 놀라 수축해서 고체화됩니다. 이번 사고는 아마도 액체 상태의 U.M.A.가 사냥을 나와서 차량들을 잡으며 생긴 일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고체화 상태인데?”
“아마도 차량의 추돌 사고로 인해서 스파크가 튀었거나, 불이 붙은 차량에 닿으며 고체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해결 방법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의 원인까지 파악하자, 모든 이야기를 통신 패치를 통해 듣고 있던 요원들이 감탄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네.] [이래서 연구원들이 그렇게 말을 붙이고 싶어 하는 거였구먼.] [나는 연구원들이 다들 오버하는 줄 알았어.]복잡했던 일이 강신 덕분에 쉬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