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
23화
일의 진행 상태는 쉬워졌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곳에서 검은 액체를 고체화시켜 포획하기 위해선 사고 차량들을 치우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 그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로를 부술 수 있는 장비들을 수배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
결과적으로 총체적 난제는 ‘시간’이었다.
요원들이 고민할 때, 강신이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차라리 이 개체가 액체화된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지금 저희가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이곳이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통제를 해도 괜찮은 지점까지 이 개체를 유인해서 포획한다면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게 되겠죠.”
“이 개체를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게 할 방법이 있는 건가?”
“U.M.A.의 이름에 ‘검은’이 들어간 이유는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이 있는 곳으로는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점도에 영향을 주는 많은 양의 물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 때문에 급수차로 물을 뿌리면서 다른 곳으로 새지 못하도록 하얀색 선을 그어서 목표 지점으로 유인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군.”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수많은 시간과 시행착오 끝에 도달했을 방법이었다.
“잠시 작전 회의다. 이쪽으로 집합.
시간이 없으니 빨리 움직여 지원팀에는 지도와 주변 교통 정보 좀 가지고 오라고 일러둬.”
[알겠습니다.]요원들이 신속하게 강신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모였다.
한곳에 모인 사람 중에는 지원팀 요원 또한 포함이 되어 있고, 그는 척준신이 이야기했던 커다란 지도까지 챙겨 왔다.
“이미 자세한 이야기는 강 선임이 했으니 생략하지. 이 시간에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이 어딘가?”
“경부 고속도로는 이 시간이면 다 혼잡합니다. 차라리 졸음 쉼터 쪽으로 유인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척준신이 묻자, 지원팀이 미리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어 왔는지 막힘없이 대답했다.
“음, 근처의 졸음 쉼터라……. 그래도 사람이 많은 지점은 안 되니, 자네가 볼 때는 어디가 제일 적당하던가?”
“교통 정보를 확인해 보니 이쪽으로 빠져나가서, 이곳에서 처리하는 편은 어떠십니까?”
“좋아, 그러면 경찰의 도움을 조금 받아야겠군. U.M.A.가 이동할 때, 이동 경로에서 움직이는 차량들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은 가능하겠지?”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을 뿌릴 급수 차량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고, 그럼 문제는 U.M.A.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막을 방법인가…….”
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에 레커차나 테이프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은 꽤 힘들 것 같았다.
그때, 강신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이야기했다.
“차선 도색 차량이 있으면 손이 덜 갈 것 같은데요.”
“차선 도색 차량?”
생소한 단어를 들은 요원이 되물었다.
“그…. 도로 위에 차선을 페인트로 그리는 차량이 있습니다. 그거면 될 것 같은데요.”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군.”
급한 마음을 탓하며 척준신이 지원팀 인원에게 차량 수배를 맡겼다.
“강 선임이 말한 차선 도색 차량과 급수차를 구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지원팀 인원은 척준신이 요구한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척 부장님, 차량 수배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팀원들이 차선 도색 차량과 급수 차량을 몰고 왔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수배한 급수 차량 열 대와 도색 차량 다섯 대로 꽤 많아 보였지만, 도색 차량은 그렇다고 쳐도 급수 차량은 현재 상황에서는 조금 적어 보였다.
“급수 차량은 교대로 사용할 겁니다. 일부 차량들은 예상 합류 지점에서 대기할 겁니다.”
“좋아, 준비는 끝난 것 같군.
U.M.A.의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강 선임이 있는 우리 조가 U.M.A.를 추적하면서 유도하는 방향으로 잘 이동하는지 확인하고, 나머지 조들은 최종 도착 지점에서 U.M.A.를 상대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착 지점에서 고체화시킬 불과 U.M.A.를 담을 상자도 필요합니다.”
“상자는 지원팀에서 준비할 테니까 넘어가고 불이 문제군.”
“요원분 중에 흡연자가 없나요?”
담배 불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불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요원 중에는 흡연자가 한 명도 없네.”
“네? 어째서요?”
“담배의 불빛과 냄새 때문이지.”
담배는 작전으로 투입되는 현장 요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개인의 건강은 둘째치더라도 야간 작전에서 위치를 들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고, 설령 작전 지역에서 흡연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흡연자의 몸에 밴 담배 냄새가 U.M.A.를 자극할 수도 있었다.
불빛과 냄새, 단 두 단어를 들었을 뿐인데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팀에 성냥이나 라이터를 준비해 달라고 해야겠네요.”
“그럼 계속하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페인트로 선을 긋고…….”
척준신은 지도를 보며 이동에 앞서 막아야 하는 길목을 빨간색으로 표시했고 그 지도를 지원팀에 넘겼다.
지도를 받은 지원팀은 각자, 맡은 구역을 확인하고 서로 전달하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현장 요원들은 척준신의 지시대로 도로를 파괴할 장비를 챙겨 최종 목적지, 졸음 쉼터로 떠났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도색 차량으로 그은 선 안쪽으로 사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강신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척준신에게 다시 한번 경고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고체화되었던 U.M.A.가 완전히 액체로 변화했다.
“이동합니다.”
촤아아악!!
강신이 타고 있는 차량에서 강한 수압의 물 대포가 발사되었다.
챠략.
U.M.A.는 정말로 물을 싫어하는지 굳지 않은 아스팔트처럼 지면을 출렁이며 잔잔한 물결을 만들었다.
작은 돌들이 모래와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물을 피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신이 타고 있는 급수 차량도 일정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라 천천히 달리며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U.M.A.가 도망갈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대의 도색 차량이 강신이 탄 차량 뒤를 따르며 일정 거리마다 도로에 흰색 선을 긋는 것도 잊지 않았다.
U.M.A.를 졸음 쉼터로 몰아가던 강신은 통신 장비의 채널을 지원팀 채널로 바꾸었다.
지원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열심히 움직여 준 덕분에 U.M.A.는 그들이 원하던 방향대로 움직였다.
[16구역 완료, 33구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좋아.] [U.M.A. 7구역에 도달했습니다. 예상 도착 시간은 10분 후입니다.] [빨리 움직여!]“급수 1번 차, 물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2번 차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강신이 통신으로 지원팀에 요청하자, 곧바로 다음 급수차가 교대로 등장하여 강신 일행에게 차량을 넘기고 물이 다 떨어진 차량을 끌고 사라졌다.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경찰이 도로를 봉쇄하고 있는 모습도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정부에서도 U.M.A.에 대해 이미 알고 있겠죠?”
“저기 봉쇄하고 있는 경찰들은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라네.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장관급 정도겠군.”
“그렇군요.”
비밀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보안을 유지하기 어려울 테니, 아랫사람들에게까지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저들은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대로 성신 그룹의 요구를 들어줄 뿐이었다.
U.M.A.를 유인하는 것이 이렇게 순조로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특별한 사건 없이 진행되었다.
[목표 지역 도착까지 약 5분입니다.] [쉼터 입구를 제외하면 모든 봉쇄 완료.]“모든 봉쇄가 끝났답니다. 목표 지역까지 5분 남았습니다.”
강신이 자신이 들은 내용을 척준신에게 전달해 주었다.
“좋아. 봉쇄 종료. 5분 뒤 도착입니다.”
지원팀의 통신을 듣고 있는 강신과 다르게 척준신은 현장팀의 통신을 듣고 있었다.
“음, 그렇게 하도록.”
척준신은 졸음 쉼터에서 대기 중인 요원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 지시는 명백한 실수였다.
강신이 만약 작전팀의 통신을 들었다면 방금 척준신이 허락한 일을 막았을 것이다.
“목표 지점이 보입니다!”
목표 지점에서 대기 중인 현장 요원들이 각자 공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최종 목적지인 졸음 쉼터의 모습을 본 강신의 입에서는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어째서?”
원래 작전대로였다면 하얀 페인트로 선을 그어 놓았어야 하는 구간이었음에도 흰색 선이 보이지 않았다.
강신의 얼빠진 소리를 감탄으로 들었는지, 척준신이 아까 주고받았던 통신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대기하고 있는 현장 요원들이 도로를 미리 끊어서 도주로를 막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러라고 했네.”
“왜 그러셨습니까!”
강신이 척준신에게 다급하게 외치자, 척준신은 그제야 무엇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제가 분명히 다른 색을 못 넘는다고 이야기했지. 도로를 파괴한 빈 공간을 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진 않았잖아요!”
“그게 무슨…….”
“도로를 끊는 걸로는 이동을 막을 수 없습니다. 도로가 끊어진 지점을 자기 몸으로 채우면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이번 U.M.A.가 보통의 잠식하며 흐르는 검은 액체였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 개체는 아스팔트를 걷어 내 맨땅이 드러난 지점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다들 그 자리에서 이탈해라!”
사태의 심각함을 알게 된 척준신이 현장 요원들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통신으로 들려온 것은 현장 요원들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어? U.M.A.가 넘어왔다!] [젠장, 빠졌어!] [끌려 들어간다!]아스팔트 도로를 깨 놓으면 이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U.M.A.는 현장 요원들이 서 있던 도로가 깨진 부분으로 몰려들었다.
당황한 현장 요원들이 그 자리를 이탈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오히려 늪에 빨려 들어가듯이 더 빠르게 잠식되어 들어갔다.
“불! 그냥 불씨를 던져요!”
강신이 다급하게 외치자, 누군가 불이 붙은 라이터를 바닥에 던졌다.
쩡!
불을 만난 검은 액체가 순식간에 얼어 버렸다.
요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강신과 척준신이 차량에서 급하게 내렸다.
“이런…….”
척준신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의견은 요원들이 냈지만 의견을 받아들인 건 어디까지나 척준신이었기 때문이다.
“매너리즘은 내가 빠져 있던 것인가…….”
“우선 구조부터 후회는 나중에 하죠.”
자책하는 척준신에게 강신이 한마디를 던지고 조심스럽게 요원들에게 다가갔다.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요원들의 반 이상이 무릎까지 검은 액체에 잠겨있었다.
“빨리 요원들을 구조해라.”
식은땀을 닦으며 척준신이 액체 속에 빠지지 않은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요원들이 얼어 있는 U.M.A.를 부수기 위해 가지고 온 공구를 사용했다.
“으랴아!”
한 덩치 좋은 요원이 흔히 공사판에서 오함마로 불리는 슬레지 해머를 큰 기합과 함께 강하게 내려쳤다.
쩡!
묵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가 내려친 U.M.A.에는 작은 흠집만 났을 뿐, 오히려 슬레지 해머를 든 요원이 손에 전해진 충격을 참지 못하고 해머를 놓쳐 버렸다.
“으윽…….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해.”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준비해 두었던 해머 드릴을 사용했지만.
두두두두두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해머 드릴조차, 고체화된 U.M.A.를 파고 들어가지 못했다.
모든 곳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체화가 진행된 U.M.A.도 액체였을 때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몸속에 있는 이물질들을 녹이려고 할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강신은 시간을 끌어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결국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척 부장님.”
“……왜 그러는가?”
“다른 요원님들이 입고 있는 장비 정도면 파편이 튀어도 다치지 않겠죠?”
“그건 그렇지.”
“제가 탈진하면 잘 부탁드립니다.”
“설마, 자네…….”
척준신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강신은 요원이 놓친 슬레지 해머를 주우며 입을 열었다.
“설야야 가루를 나눠 줄래?”
살랑.
설야가 오색의 아름다운 날개 가루를 뿌렸고, 강신은 지체 없이 그것을 흡입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몸 전체에서 힘이 솟아올랐다.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으며,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겁게 느껴졌던 슬레지 해머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후읍.”
짧게 숨을 들이마신 강신이 양손으로 슬레지 해머를 쥐고 강하게 지면을 내리쳤다.
쾅!!
단 한 번의 휘두름.
사방에서 지면을 부수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린 폭음에 놀라 그쪽을 바라봤다.
아무리 부수려고 해도 부서지지 않았던 지면이 깨져 나갔고, 강신이 들고 있었던 슬레지 해머는 모가지가 부러져 옆에 떨어져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느라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할 때, 소리의 중심에 있던 강신이 입을 열었다.
“슬레지 해머 남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