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1
240화
“으윽…….”
갑자기 귀신처럼 등장한 강신을 보고 백색 정장의 사내는 기겁했다.
퍼억!
쾅!
강신은 그동안의 울분을 담은 주먹을 사내의 안면에 날렸다.
힘 조절을 하지 않아서인지, 백색 정장 사내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 바닥에 부딪혔다.
“아아악!”
백색 정장의 사내가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강신이 쓰러진 사내를 다시 때릴 것처럼 손을 들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했네, 강책임.”
목소리의 주인은 카밀라와 함께 함정을 처리하고 지원을 온 척준신이었다.
“더 때릴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네만…. 죽이지만 말게.”
평소라면 강신에게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터였다.
현대 사회에서 살인은 어떤 경우에도 나쁜 것이라는 상식이 박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보고 들었던 강신의 눈에는 평소와는 달리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강신이 살기를 띤 이유는 그간 자신이 당한 일들과 백색 정장의 사내가 저지른 일들을 떠올리고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강신의 눈빛을 본 척준신은 오히려 안도했다.
그 모습은 아직 인간으로서 감정이 살아있다는 뜻이었으니.
척준신은 전쟁터에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했던 이들의 눈빛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감정이 죽어버린 공허한 눈동자.’
극한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동공이 극단적으로 확장되는 천 야드의 시선이라 불리는 현상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동공이 확장되는 걸 넘어 일부 감정이 죽어버려 어떤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상황에서 분노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
현재 강신의 분노는 이유가 있었고 정당했다.
그러니, 아직 강신의 상태가 괜찮다고 판단했다.
척준신의 목소리에 강신이 이성을 찾고는 주먹을 아래로 내렸다.
“이런 놈 때려봐야 제 손만 아프겠죠.”
“그래 잘 생각했네. 조금 쉬고 있게. 뒷정리는 우리가 하겠네.”
척준신은 우람한 손으로 바닥을 뒹구는 백색 정장 사내의 뒷덜미를 잡아 번쩍 들더니, 그대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살벌한 강신을 지켜보던 현장 요원들이 그제야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자, 빨리 움직여. 어여 이곳 수습하고 쉬자고.”
“부산 지부 이쪽으로 모여, 지하로 내려가서 빠르게 광신도들을 제압한다.”
현장 요원 중 일부가 백색 정장의 사내가 나왔던 입구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지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수습했다.
강신은 벽에 몸을 기댄 채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끝났어….’
릴리스를 통해 666번이나 반복했던 이 끔찍한 사슬을 드디어 자신의 손으로 끊어냈다.
비록 재산 피해가 많이 생겼지만, 자신이 아는 이들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 강신은 만족했다.
“고생하셨어요. 강책임님.”
“아, 카밀라였군요.”
카밀라가 어디선가 가져온 캔 음료를 강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강책임님 말대로 침입한 광신도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네요…. 아침에 다른 지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면 조금 힘들뻔했어요.”
지상에 있던 광신도들이 짧은 시간에 제압할 수 있었던 건, 성신 그룹도 각 지부에서 사람들을 불러 숫자로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오전에 계획을 세울 때, 광신도의 숫자를 들은 임상무는 다른 지부의 요원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전화나 메일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지원팀 사람을 각 지부로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해커로 추정되는 백색 정장의 사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 뒤에서 계속 내부 정보를 확인했다면 들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허나 강신은 그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직접 평택 지부로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강신이 이곳에서 한 일들은 오로지 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프랭크의 숫자를 줄이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상황을 오판한 백색 정장의 사내는 성신에 제대로 된 피해도 주지 못하고, 강신에게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방금까지 살기가 가득했던 강신의 눈이 어느새 평온하게 돌아왔다.
난장판이 된 평택 지부에서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장 요원들을 보며 밝게 미소지었다.
강신은 자신이 바꾼 현재를 말없이 계속 바라봤다.
시간이 흐르자, 시설 지하로 내려갔던 요원들이 제압한 광신도들을 데리고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깨에 몸이 까맣게 타버린 붉은 머리 사내를 짊어진 한승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승정의 보호 장비가 살짝 그을린 상태였다.
“오! 강책임님.”
그는 강신을 발견하자, 어깨에 짊어진 사내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제가 사제라는 놈을 잡았습니다.”
한승정은 강신에게 자랑하듯이 붉은 머리 사내를 가리켰다.
정신을 잃은 사내의 상태를 살펴보던 강신이 입을 열었다.
“불타는 시리즈였구나.”
“불타는 시리즈요? 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강원도에서 큰 화재를 일으킨 U.M.A였던 불타는 시리즈.
그때 불탔던 건 고라니였지만, 종을 구별하지 않고 생기는 현상이었기에 인간에게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다만, 이 현상을 겪는 개체는 얼마 살지 못했다.
자신의 몸이 한 줌의 재가 될 때까지 계속 타오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붉은 머리의 사내가 불타는 시리즈라고 생각지 못 했다.
단순히 몸에 불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불을 자유롭게 다루었으니까.
허나 지금 가까이에서 그의 상태를 살펴보니 붉은 머리의 사내는 불타는 시리즈가 확실했다.
불타는 시리즈의 몸에서만 나타나는 특징들이 그에게도 있었다.
‘광신도들은 이 현상을 제어할 방법을 알고 있는 건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제가 존재할 수도 있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겉보기엔 몸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숨을 쉬고 있었다.
‘나중에 깨어나면 물어보면 되겠지.’
강신의 궁금증은 정신을 잃은 사내가 풀어줄 것이다.
“에이, 그게 뭔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네요. 어쨌든 저는 이 녀석 좀 저쪽에 건네주고 오겠습니다.”
한승정은 다시 붉은 머리 사내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른 현장 요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노을이 질 무렵, 5층 큐브에서 안전하게 대기하고 있던 연구원들과 비전투요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울프 팀의 김대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책임님! 지하 시설은 대부분 정리됐습니다.”
김대리가 보고하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죠.”
이곳에 남은 일은 연구원들과 다른 인원들이 처리할 것이다.
강신은 그렇게 김대리와 카밀라, 셋이서 먼저 수원 지부로 돌아갔다.
수원 지부는 되돌려온 하루들과는 다르게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누가봐도 테러가 일어날 뻔한 현장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신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간의 노력은 오로지 이런 평화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었으니까.
* * *
회사로 돌아온 강신은 바로 개인 큐브로 향했다.
그는 휴식을 위해 마련해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할 일들이 남았지….’
더는 테러를 일으킬 사람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자잘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릴리스.”
계약의 반전을 노려 강신에게 지옥 같은 하루를 666번이나 겪게 만든 릴리스였다.
“말해 봐. 내가 왜 불렀을 것 같아?”
-…….
강신의 싸늘한 목소리에 릴리스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뭐, 좋아. 네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
그녀는 이미 계약의 반전과 정신 오염을 이용해 강신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만약 만복이가 주었던 십자가가 아니었다면 나는 꼼짝없이 너의 계략에 당했겠지.”
계약의 반전만 일어났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그보다 정신 오염이 먼저 진행되었다.
그 상황에 십자가가 없었다면 강신은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을 테니까.
“그러니, 나도 너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
계약의 반전이 꼬이며, 오히려 계약의 주가 된 강신은 릴리스에게 자신이 생각한 형벌에 대해 말했다.
“너는 지금부터 나에게서 절대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될 거야.”
깊은 트라우마로 강신을 지켜보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릴리스에게는 최악의 형벌이었다.
-안돼…. 제발….
악마의 애원이라니, 이렇게 진귀한 모습은 구마사제인 김만복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릴리스의 애원하는 목소리를 듣고 강신은 그녀에게 적당한 형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말을 걸기 전까지 나에게 말을 걸지 마.”
-…!!
릴리스의 소리 없는 절규가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어째서 그녀가 이렇게까지 좌절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정신 오염을 한번 겪은 강신은 그것을 경계하며 더는 하루를 돌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러면 더는 다른 방법으로 계약을 뒤틀 수 없다는 소리였다.
계약이 아닌 방법으로 계약을 바꾸려면 최소한 대화는 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강신은 릴리스의 입을 막음으로써 아예 기회조차 막아 버렸다.
시선을 돌릴 수가 없으니, 다른 이들과의 계약도 불가능했다.
그녀는 강신이 죽을 때까지 평생 강신만 바라보면서 살아야 했고, 그가 말을 걸기 전까지는 대화도 할 수 없었다.
악마인 그녀에게 있어서 인간의 시간은 짧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시간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우 길게 느껴질 것이다.
“일단 한 건은 끝났고….”
릴리스의 처부를 결정한 뒤, 다음으로 처리할 일은 붙잡힌 백색 정장의 사내였다.
원래라면 이번 사건에서 잡아들인 광신도들은 모두 특별 수감소로 보내는 게 맞다.
허나 성신 그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을 그곳으로 보내기 전, 물어볼 게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강신은 2층 격리 시설에 감금된 채, 심문당하고 있는 백색 정장 사내를 찾아갔다.
사내가 있는 방 앞에는 이미 1차로 심문을 끝낸 요원들이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책임님 오셨군요. 들어가실 겁니까?”
“네.”
“시간이 없어서 간단한 인적 조사밖에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보안 요원은 그렇게 말하며 강신에게 심문으로 알아낸 내용이 적혀 있는 파일을 건네주었다.
강신은 파일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
이름: 할리 키튼
나이: 35세
사는 곳: 미국 플로리다
그 외에도 여러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강신이 궁금한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내용이었다.
강신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길게 숨을 뱉었다.
그리고 백색 정장의 사내가 갇혀 있는 심문실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