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2
241화
심문실로 문을 열고 들어간 강신이 할리 키튼을 바라봤다.
그는 처음 마주했을 때, 말끔했던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채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었는데, 얼굴은 흠씬 두들겨 맞은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할리.”
강신이 부르자 그제야 강신을 발견한 할리는 몸을 움찔했다.
그의 주먹에 맞았던 얼굴이 욱신거리는 게 느껴졌다.
“강신….”
겁에 질린 그의 모습을 본 강신은 예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한 마디의 말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이미 자신에게 분노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랬다.
“야.”
평소라면 절대 강신이 내뱉지 않을 말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서는 이보다 효율적인 말이 없었다.
목소리의 고조가 일정한 것이 할리 키튼에게는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할리는 강신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꼈는지, 최대한 강신에게서 멀어지기 위해서 뒷걸음을 쳤지만, 그가 갇힌 심문실은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었다.
강신은 손을 푸는 척, 손목을 만지작대며 할리가 위협감을 느끼도록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히익, 오…. 오지 마!”
‘이쯤 하면 되겠지.’
너무 심하게 위협하면 아예 입을 다물지도 몰랐다.
강신은 옆에 있는 의자를 가지고 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는 팔짱을 끼고 겁먹은 할리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겁먹지 마. 누가 보면 꼭 내가 너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잖아. 사실은 반대였는데 말이지.”
갑자기 바뀐 강신의 태도에 할리가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강신의 눈치를 살폈다.
“할리 키튼.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만 듣고 나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지…. 네 상상에 맡기도록 하지. 그럼 나와 대화할 준비는 됐나?”
강신이 묻자, 할리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할리의 입은 가벼웠다.
어째서 보안 요원들이 1차 심문에서 별다른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할리가 말한 정보 중 하나는 비밀 종교에도 각 나라의 지부가 있으며, 한국 지부는 작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한국 지부에 있는 사제들이 못 미더워서 해체하고, 다른 나라에 있는 사제가 파견되었는데 그게 너와 붉은 머리라는 거지?”
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종교 한국 지부가 연신 성신 그룹에게 당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사제가 화를 내며 한국 지부를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에 있는 사제들은 모두 다른 해외 지부로 인력을 돌렸으며, 평신도들은 모두 이번 일에 투입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숫자가 모일 수 있었나….’
이번에 모인 광신도들의 숫자는 이제까지 다른 곳에서 보아왔던 수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였다.
한국 지부를 없애며 한국에 소속된 모든 평신도를 이번 상황에 투입했으니, 그 수가 납득이 되었다.
“해외 지부라…. 뭐 좋아, 그럼 이제 다른 걸 묻지. 어째서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훔치려고 한 거지?”
강신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자, 할리가 오히려 머리를 갸웃거렸다.
“훔치려 했다고?”
“발뺌하는 건가?”
강신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할리가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니! 잠깐! 일어나지 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네가 말한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맞다면 노린 건 사실이지만 훔치지는 않았어!”
할리의 변명에 강신이 다시 의자에 몸을 맡기며 차분히 말했다.
“자세히 말해봐.”
“그러니까….”
비밀 종교는 음지에서 자신들의 신을 믿는 단체들이 모인 집합체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세력은 당연히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종말론자들이었으며, 그 외에도 작은 종교들이 함께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
U.M.A를 포획하는 기업들과 국가들이 경쟁하듯 이들도 그러했다.
이들은 사회에서 받는 억압을 피하고자 이해관계가 맞는 타 종교들과 억지로 뭉쳐 덩치를 키웠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믿는 신의 교리와 어긋나는 다른 종교와 서로 싸울 때가 많았다.
아무리 같은 집단으로 묶여 있어도 경쟁 상대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들이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가 믿는 분이 아직 현현하지 않았는데, 다른 종교의 신이 현현한 걸 신도들이 알면 불안함을 느낄 테니까.”
종교라는 건 결국 믿음이 전부였다.
그들이 믿는 게 아무리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믿음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이 믿는 곳이 아닌, 이제까지 경쟁하던 타종교의 신이 현현한다면?
당연히 신도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믿고 있는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믿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파괴하려고 했어.”
크툴루를 믿는 광신도들은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이 받들었던 존재를 제거하고 싶었다.
“파괴라…. 어떤 방법으로 파괴하려고 했지?”
강신이 묻자, 할리가 큰 비밀이 아니라는 듯이 쉽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약점?”
“그래, 애초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기계 장치로 이루어진 신이라는 거지.”
얼핏 듣기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강신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설마 EMP가….”
“그래 맞아, 우리가 너희에게 사용한 EMP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정지시키기 위해서 가져온 거야.”
할리가 진실을 털어놓았지만, 강신은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표정을 보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처음 회차에서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잔해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직접 본 건 아니었지만 분명 김한수 수석이 ‘탈취’당했다고 말했었다.
‘파괴가 아니라 탈취였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만약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면 그는 탈취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정보들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할리는 정말로 모르는 눈치였다.
‘이건…. 우선 넘어가자.’
여기서 할리를 더 겁박한다면 더이상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좋아. 다음은 프랭크야.”
이번 사건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적, 프랭크.
인간과 비슷해보였지만 강신의 직감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프랭크는 인간이 아닌 거지?”
“그, 글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말을 더듬고 시선을 피하는 게 분명 숨기는 게 있었다.
“말해 봐, 프랭크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으음…….”
강신이 재촉했지만, 다른 것에는 주저리 입을 열었던 할리가 입을 다물었다.
“빨리 말하는 게 좋을걸….”
“잠…. 잠깐, 이 내용은 원래라면 나도 알아선 안 되는 내용이라고….”
프랭크에 대한 정보는 사제들에게도 극비에 속하는 정보였다.
원래라면 할리는 이 정보에 대해 알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해커인 할리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프랭크의 자료를 찾아보았고, 그 내용을 함구해야했다.
“다른 정보들은 함구하라는 명령이 없었으니까 상관없지만, 이 정보만은 달라…. 내가 만약 프랭크에 대해 발설했다는 게 알려지면 교단은 분명 날 쫓아내고, 역적으로 삼을 거야….”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는 할리의 모습은 오히려 강신에게 역효과를 발휘했다.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넌 곧 특수 수감시설로 이동될 거고, 그러면 그곳에서 평생을 나오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런데 교단에서 쫓겨날 걸 걱정할 필요가 있어?”
“……뭐? 내가 아는 걸 모두 말하면 날 풀어주는 게 아니었어?”
강신은 어째서 할리가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왔는지 깨달았다.
‘도대체 머릿속에 어떤 꽃밭이 있으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강신이 어이없어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최대한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네가 한 짓이 있는데, 겨우 이 정도 정보를 내뱉으면서 풀어주길 바라는 건가?”
“내가 뭘! 결국, 내가 세운 계획 중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해서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잖아!”
할리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강신에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허나 할리가 세운 계획이 성공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았던 강신은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 없었다.
그는 할리에게 눈곱만큼의 자비도 베풀 생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국정원에 따로 연락해 특별 수감소에서 특별 취급을 받게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젠장…. 풀어줄 게 아니라면 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드르륵.
강신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자, 할리가 몸을 움찔 떨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보호했다.
“아무리 네가 폭력을 쓰려 한다고 해도 난 굴복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할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강신은 의자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놓고 심문실 밖으로 향했다.
“필요 없어. 어차피 너 말고 물어볼 사람들은 잔뜩 있거든.”
차가운 강신의 반응에 할리가 다급하게 강신을 불렀다.
“잠깐! 기다려!”
강신은 할리의 목소리를 듣고도 미련 없이 심문실의 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온 강신은 자신이 받았던 파일을 대기 중이던 보안 요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할리 키튼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약하니까, 강하게 밀어붙이면 심문이 어렵지 않게 진행될 겁니다.”
강신이 할리에 대해서 설명하자, 보안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문을 진행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강신이 다음으로 붉은 머리 사내를 찾아갔다.
그는 할리와 달리 심문실이 아닌 비밀 연구소에 있는 격리된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여러 의료기기가 놓인 1인용 병실은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병실 외부에는 붉은 머리 사내를 감시하는 요원이 있었고, 그는 강신도 잘 알고 있는 요원이었다.
“왜 여기에서 보안 업무를 하고 계십니까?”
“아, 강책임님. 제가 직접 잡았으니, 치료가 끝날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조금 그래서요.”
격리된 병실을 지키고 있던 건 붉은 머리 사내를 잡은 한승정이었다.
그는 현장 요원임에도 자진해서 보안 요원의 임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보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저 사람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이대로면 물어보기는 힘들겠네요.”
바이탈 사인은 정상적이었지만 그의 상태는 위중해보였다.
“네,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깨어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한승정은 자신이 의사에게 들었던 내용을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결국, 강신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강신은 프랭크에게 명령을 내렸던 평신도들을 찾아가 심문했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한정적이었다.
“하아…. 그저 사제가 알려준 대로 프랭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뿐이라니…. 음…. 할리에게 다시 찾아가 봐야 하나….”
강신이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 회사 외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대부분 수습됐다.
평택 지부에서 일어난 일들은 단순 화재로 발표되었다.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광신도를 제외한 나머지 평신도들은 특별 수감시설이 아닌 일반 수감 시설로 보내졌다.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고, 정신을 잃고 있었던 붉은 머리의 사내가 깨어났다.
그런데 그는 강신이 찾아가기 전에 당돌하게도 강신에게 개인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