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강신이 다시 붉은 머리의 사내가 있는 병실을 찾아갔다.
현재 사내의 몸에 연결되어 있던 수액들은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병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보안 요원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를 지키던 한승정은 사내가 정신을 차린 걸 확인하고, 임무를 양도한듯했다.
보안 요원은 강신을 발견하고, 살짝 묵례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책임님.”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아…. 네, 물론이죠.”
보안 요원이 강신의 부탁을 듣고 곧바로 병실의 문을 열어 주었다.
강신은 병실로 들어가, 붉은 머리 사내에게 말했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붉은 머리의 사내는 침대에서 살짝 몸을 일으키고는 회한에 찬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왔구나….”
“우선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내 궁금증부터 풀어주었으면 하는데.”
붉은 머리 사내가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찾았다는 건 뭔가 꼭 해야 할 이야기 있다는 뜻이었다.
강신은 그걸 약점으로 삼아 할리에게서 듣지 못한 정보를 이 사내에게서 캐낼 생각이었다.
“좋아, 내가 아는 거라면 뭐든 알려주지. 뭐가 궁금한 거지?”
붉은 머리 사내가 고민하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신의 제안을 바로 수락했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프랭크에 대해 말해봐.”
“프랭크라…. 어렵지 않지. 애초에 내가 이곳에 있는 건 프랭크와 관련된 일이니까. 우선 내 이야기를 해볼까. 내 이름은 블레이저 오튼이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 * *
블레이저 오튼은 비밀 종교,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소속이지만 사실 크툴루라는 괴물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비밀 종교에 있는 이유는 그가 대사제에게 받은 은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대사제님이 날 거두어 주셨어.”
블레이저는 어렸을 때부터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6살 때, 갑작스럽게 일어난 화재로 살던 집을 모조리 타버린 게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가족들은 누구도 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집이 잿더미가 되고 나서 살아남은 사람은 블레이저 오튼, 한 명뿐이었다.
블레이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소된 집이 보였고, 자신은 옷 하나 없는 맨몸인 상태였다.
이후 블레이저는 고아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가족과 집을 잃은 사고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긴 시간 동안 함께한 고아원의 수녀들과 친구들의 노력 덕분에 블레이저는 밝은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은 끝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집이 불타서 한 줌이 되어 사라졌던 것처럼, 그가 지내던 고아원에도 갑자기 화재가 일어났다.
그곳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원장과 친구들 또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블레이저는 이번에도 그런 화재 속에서 혼자 살아남았다.
그리고 화재는 계속 이어졌다.
블레이저가 새롭게 맡겨진 고아원에서도 화재가 일어났고, 운 좋게 입양되었던 부유한 집에서도 화재가 일어났다.
블레이저가 머무는 장소에서 화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두려워했다.
이젠 고아원에서도 소문을 듣고 블레이저를 쫓아내기 일쑤였다.
그때부터 블레이저는 혼자가 됐다.
더는 블레이저를 맡으려는 단체나 사람이 없었고,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구걸해서 하루하루 연명해 나갔다.
그렇게 뒷골목을 전전하면서 사는 것도 결코 쉬운 건 아니었다.
블레이저가 머무는 장소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주기가 점점 빨라졌다.
그때 그를 찾아온 게 바로 비밀 종교의 대사제였다.
대사제는 블레이저에게 그간 일어났던 일들의 진실을 말해 주었다.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가족들과 날 돌봐주던 원장님, 그리고 친구들이 사실은 나 때문에 죽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지.”
진실을 들은 블레이저는 대사제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차라리 지금처럼 운 나쁜 사고였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대사제의 말에 수긍하는 순간, 그간 일어난 모든 화재는 자신의 책임이 되니까.
큰 죄책감으로 절망에 빠진 블레이저의 인체 발화가 시작됐다.
이전에 일어난 인체 발화와 달리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자신의 몸이 불타는 모습을 보게 된 블레이저는 더는 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원래 인체 발화가 일어나면 모든 신체를 한 줌의 재로 만들고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불은 블레이저의 몸을 태우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대사제는 마치 보석을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빛냈다.
“대사제님은 나를 돌연변이라고 하셨어.”
한번 불타면 생명이 끝날 때까지 불타는 U.M.A인 불타는 시리즈와 달리 블레이저의 인체 발화는 불타올랐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돌연변이를 보고 흥미를 느낀 대사제는 블레이저를 거두었다.
대사제는 블레이저를 위해 모든 의식주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인체발화가 생겨도 불타지 않은 옷과 재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블레이저는 갈 곳이 없는 자신을 거둬준 대사제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고, 크툴루를 믿지 않았지만 대사제의 명령을 따랐다.
그리고 이곳에 블레이저가 있는 것도 대사제의 명령때문이었다.
“이번 일은 너희에게 경고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할리가 알아서는 안 될 일을 알아버렸던 게 문제였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고?”
“그래, 할리 키튼. 그 녀석은 우리 단체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을 몰래 조사했어.”
재능이란, 보통 두 가지로 구분된다.
어느 날, 갑자기 발현되는 특별한 재능과 어렸을 때부터 갈고 닦아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취를 얻는 것.
할리 키튼은 그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재능이라 볼 수 있었다.
그의 재능은 어디까지나 데이터 기반의 프로그램이 있을 때만 재능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만약 할리가 과거에 태어났다면 그의 재능은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비밀 종교에서 할리 키튼이 가지고 있는 위치는 매우 모호했다.
분명 할리의 해킹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종교 집단이었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재능보단 특별한 기적을 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재능들을 높게 쳤다.
할리 키튼은 대사제의 임명으로 사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사제들은 은연중에 그를 평신도와 같이 취급했다.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할리가 비밀 종교에 속해있었던 이유는 재능이 없을 때부터 비밀 종교에 심취해있었던 신도였기 때문이었다.
처음 사제가 됐을 때 매우 좋아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할리는 주로 해킹을 이용해 돈을 벌거나 정보를 탈취하는 역할을 맡았지.”
단지 그뿐이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자, 그는 다른 사제들처럼 현장으로 나가 자신들의 신을 위해 직접 활동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무리 요청해도 대사제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야 그랬겠지….’
강신은 대사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할리는 해커로서 매우 우수했다.
비밀 종교 입장에서 손에 넣기 힘든 정보들과 돈을 벌어다 주었으니, 괜히 현장으로 내보내 위험을 감수하게 할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대사제는 할리를 교단에 머물게 하면서 계속 재능을 사용하게 했다.
대사제는 그가 비밀 종교에서 기여하는 공로가 컸기 때문에, 바르지 못한 행실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 할리는 결국,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들까지 손을 대버렸다.
“평신도는 물론이고, 사제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과 프랭크에 대한 정보를 몰래 조사한 게 결국 발각되었지.”
할리는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대사제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깝지만 할리 키튼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냥 할리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할리는 꽤나 아까운 인재였다.
대사제는 그간 자신들의 일을 방해했던 성신을 공격하는 작전에 할리를 파견했다.
그를 감시하고 만약 일이 성공했을 때, 할리가 살아남으면 그를 처리하는 역할로 블레이저 오튼과 프랭크들이 함께 파견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할리는 원래 버리는 패였다는 거군….”
“본인은 몰랐겠지만 말이야.”
갑자기 해외에서 사제들이 파견된 것도 조금 특이했지만, 그간 한국에서 마주쳤던 다른 사제들은 아무도 없다는 게 이상했다.
그런데 이게 할리를 처리하기 위한 자리였다면 모든 게 설명됐다.
“좋아, 그럼 프랭크는 도대체 뭐야?”
강신이 묻자, 블레이저는 할리와 달리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프랭크라는 이름은 산성 용액의 재능을 가진 베이스의 명칭이고, 이곳에 왔던 프랭크들은 그를 통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다. 아니, 따지자면 인공 U.M.A로 봐야겠지.”
프랭크는 메나, 로나 같이 인체 실험을 통해 태어난 존재였다.
산성 용액의 재능을 가졌던 죽은 인간에게서 추출한 재능을 일반인의 몸에 주입하면 완성되는 게 프랭크였다.
간단히 설명했지만, 재능은 그 양이 한정되어 있으며 추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추출한 재능을 일반인에게 주입할 때, 각자 체질에 맞는 양을 주입하지 않으면 바로 붕괴가 일어난다.
그래서 프랭크 한 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재능을 주입 당한 인간은 대부분의 이지를 상실하게 되고, 세뇌가 완성되기 전까지 다루기도 까다로웠다.
블레이저가 이런 존재를 U.M.A라 부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프랭크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행동할 수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인간이 프랭크가 되면 더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였다.
베이스가 되는 프랭크와 다르게 재능을 주입한 인간에게는 산성 용액에 면역이 없었다.
그래서 주입된 재능은 인간의 내부를 조금씩 파괴했다.
“개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교육이 끝나면 3개월 정도만 그 형체를 유지할 수 있어.”
프랭크는 3개월 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병기였을 뿐이었다.
할리는 이 실험에 들어간 인간이 바로 평신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평신도에게 퍼지면 좋지 않은 여론이 생성될 게 분명했다.
대사제에게 있어 커다란 약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리에게 이런 정보가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프랭크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프랭크에 대한 비밀을 들은 강신의 얼굴엔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런 강신의 표정을 본 블레이저는 태연하게 물었다.
“왜 그런 얼굴이지? 우리가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했기 때문인가?”
“그래, 같은 인간이 인간을 가지고 실험한다니…. 너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항상 쉽게 넘으니까.”
강신이 질색하며 말하자, 표정이 없던 블레이저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쿡쿡쿡…. 선이라고? 무슨 선? 그 선이라는 도덕적 관념은 누가 정하는 거지? 네가? 사람들이? 의학과 과학의 발전은 항상 인간의 시체를 밟고 올라갔어.”
“적어도 그들에게는 대의라는 명분은 있었어.”
“명분뿐이지. 그렇게 치면 우리도 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넘고 있다는 선, 너희는 지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을 내뱉는 블레이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려던 강신은 순간 망치를 맞은 듯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뭐…?”
“네가 말하는 선을 넘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거지. 회사에서는 너에게 숨겼겠지만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화륵….
갑자기 블레이저 오튼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크학…. 큭큭, 그래. 그 잘난척하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 싶었어.”
고통스러워하며 불타오르는 블레이저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발화가 일어난 그의 손끝부터 재가 되어갔다.
“이게 무슨…. 젠장!”
강신은 다급하게 근처에 있던 소화기를 들어 블레이저에게 분사했다.
하지만 블레이저의 몸을 태우던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용없어. 이미 내 몸은 예전부터 한계였다. 애초에 죽을 걸 알고 왔던 거야.”
블레이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대사제는 단지 자신을 이용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은혜를 기억하고 있었다.
강신의 말대로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을 할 때 죄책감을 느꼈지만, 블레이저는 대사제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손을 더럽혔다.
하지만 죽을 때가 되자, 그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그래, 사실 나는 내가 속했던 단체를 끔찍하게도 싫어했구나.’
죽기 직전이 되어야 깨달았다.
사실은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많았지만, 오로지 대사제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버티고 버텼던 것뿐이었다.
교단이 싫지 않았다면 강신에게 비밀 종교의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블레이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강신을 보자, 지난날의 자신을 보는 것같아 아주 조금이지만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며 강신에게 한 가지 충고를 했다.
“내 말을 믿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제대로 말해주지. 연구소 ‘31층’으로 가봐. 그러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점점 블레이저의 몸이 재가 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신기하게도 불은 주변으로 옮겨가지 않고, 블레이저만을 온전히 태웠다.
그 자리에 혼자 남은 강신은 멍하니, 흩날리는 재를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