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권영식과 임상무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된 강신은 그날 더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집으로 퇴근했다.
배신감 때문에 무관한 사람들에게까지 감정적으로 대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강신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안줏거리를 사서 홀로 맥주를 마셨다.
좋은 Bar 같은 곳에서 조용히 술을 마실 수도 있겠지만, 강신은 그런 분위기보다 이런 자리를 더 좋아했다.
마른안주와 맥주를 마시던 강신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나를 속였다는 것 말고는 31층에 문제는 없었어.’
강신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 정한 기준을 명확하게 갖고 있었다.
강신이 31층에서 봤던 연구들은 적어도 그의 기준을 넘지는 않았다.
‘그동안 너무 평화로운 모습만 봐와서 그런 건가….’
30층의 U.M.A들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생태를 조성해주었고, 그 U.M.A가 배출하는 부산물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강신은 그 방법이 정말로 미확인 생명체를 연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일지도 몰라.’
강신 처음 회사로 들어왔을 때, 이런 연구가 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간 30층에서 보여준 모습에 익숙해진 나머지 잊고 있었을 뿐….
인간도 알 수 없는 돌연변이 인자를 가진 자가 발견되면 혹시 ‘해부’ 당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존재 자체가 세상에 밝혀지지 않는 U.M.A들은 오죽했을까.
‘내가 지금 이렇게 화가 난 이유가 뭘까.’
강신은 현재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봤다.
‘31층에 대해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아니, 그건 아니야. 팰로우님과 상무님이 어째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대충 예상은 가니까….’
지금이야 많은 U.M.A들과 대면하고 잔혹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해 나아졌지만,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강신은 그냥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에게 그로테스크한 연구를 보여준다면 당연히 반감을 살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프로네시스를 붙여주기 위해서 꾸며진 무대를 만든 것.’
31층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좋게 말해 마련된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한 것이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어른들의 의도대로 뭔가를 해냈을 때, 옆에서 요란을 떨며 칭찬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칭찬을 받는 게 어른이라면 낯부끄러워서 얼굴을 제대로 들지도 못할 게 분명했다.
“하아….”
“뭔 고민이 있길래, 궁상맞게 이러고 있냐?”
“아…. 형?”
저녁을 먹을 때부터 옆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신을 본 강찬이 걱정되어 따라 나왔다.
강찬은 어느새 편의점에 들어갔다 나온 것인지, 들고 온 맥주캔 중 하나를 개봉했다.
딸칵.
꿀꺽, 꿀꺽.
“크으~”
강찬은 맥주 CF에서나 나올 듯한 모습으로 시원하게 맥주를 마셨다.
마시던 맥주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용히 강신에게 말했다.
“회사 일이 힘드냐?”
“글쎄, 힘든 건 아닌데…. 조금 기분 나쁜 일을 당해서….”
“왜? 상사가 공개된 자리에서 너를 모욕하던?”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가족이라서일까, 아니면 알코올의 기운 때문일까.
강신은 집요한 강찬의 질문에 결국 속에 있는 말들을 푸념하듯이 늘어놓았다.
“후우…. 형, 있잖아, 나는 내가 정말 잘나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근데, 그게 아니더라. 내가 스스로 해냈다고 생각한 일들이 사실 회사에서 내가 떠먹기 좋게 차려놓은 밥상이었더라고….”
“흠…….”
“근데, 사람들이 옆에서 차려진 식탁에서 밥을 잘 먹는다고 칭찬하니까…. 음식이 차려진 줄도 몰랐던 나로서는 사람들이 날 속인 것 같아 화도 나고, 배신감이 들더라.”
강신은 강찬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예를 들며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강신의 이야기를 들은 강찬은 남은 맥주를 마저 입에 털어놓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게 왜 화가 나는 거야?”
“왜라니….”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속았는데? 좋아해야 한다고?”
“결국 회사에서 널 위해서 밥상을 준비했고, 너는 그걸 떠먹은 거잖아?”
“그렇지.”
“그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너를 그렇게나 아끼고 있다는 소린데?”
“…….”
“그렇잖아, 다들 자기 음식 찾아 먹기 바쁜 사회에서 어느 회사가 개인에게 잘 차려진 음식을 떠먹여 주겠어?”
강신은 생각에 빠졌다.
비록 자신을 속였지만 생각해보면 권영식과 임상무는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강신을 위해 한 일들이었다.
31층의 존재가 밝혀지면 강신을 속였다는 게 들통날 걸 알면서도 그들은 프로네시스를 강신에게 붙여 주었다.
그의 안전을 위하여….
“그렇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봐. 회사가 날 위해준 부분도 있는데.”
“그래, 원래 그런 일은 심각하게 생각하면 더 머리가 아파지는 법이거든. 그럴 땐 그냥 가볍게 넘기는 편이 좋지.”
강찬은 강신의 표정이 풀린 것을 보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아, 그래도 회사에서 밥 잘 먹는다고 옆에서 칭찬받은 거로 좋아했다면 집에서 이불킥은 좀 하겠다.”
강찬이 농담하면서 웃었고, 강신은 수치심으로 부들부들 떨며 맥주만 연신 들이켰다.
그래도 강찬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 * *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급하게 출근하는 강찬을 보며, 강신은 전날 당했던 걸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했다.
강신이 개인 큐브로 향하는데, 이미 그곳에는 권영식과 임상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흠, 흠….”
그들은 출근한 강신을 보고 살짝 눈치를 보며 헛기침을 했다.
“강책임, 어제 일은 말일세….”
권영식이 강신에게 뭔가 말을 꺼내기 전, 강신이 먼저 권영식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팰로우님, 어제는 제가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러니, 그 ‘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다음부터는 저에게 숨기거나 속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자신들의 예상과는 다른 강신의 태도에 권영식과 임상무가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그…. 기분이 많이 나쁘지 않았나?”
아무리 강신을 위해서였다지만 강신을 속인 건 어디까지나 사실이었다.
“괜찮습니다. 그게 다 저를 위해서 했던 일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럼 됐습니다. 그보다 프로네시스와 있었던 일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입니까? 그리고 다른 현장에서도 저를 속인 적이 있습니까?”
“그건 제가 설명하죠.”
강신에게 프로네시스를 붙여주기 전까지, 프로네시스는 정말로 연구원으로 행동했으며 빅데이터를 쌓기 위해 여러 사람과 접촉했다.
그리고 프로네시스를 멈출 수 있는 바이러스 역시 모두 사실이었다.
다만, 프로네시스의 본체는 31층 큐브에 있으며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락이 걸려있었다.
프로네시스를 만들었다고 했던 중소기업 직원들은 사실 31층 성신 그룹 연구원들이 연기한 것이었다.
-나를 찾는 연극은 모두 회사에서 시킨 일이었지만, 이후에 너와 나누었던 대화는 모두 진심이었어. 그리고 그동안 내가 너를 대하는 것에 거짓은 없었어.
임상무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프로네시스가 자신을 해명했다.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어.”
강신이 피식 웃으며 프로네시스에게 대꾸했다.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자의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외에 모든 현장에서는 따로 강책임을 속인 적은 없습니다.”
“속여서 정말 미안하네.”
척준신과 임상무가 정말로 미안한 듯이 강신에게 다시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강신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그제야 권영식과 임상무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 수 있었다.
“그럼 어제 제대로 보지 못한 31층으로 다시 가겠나?”
권영식의 질문에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31층이 어떤 곳인지 알았으니,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굳이 찾아가서 다시 보고 싶지는 않네요.”
“그래, 알겠네. 자네라도 31층은 혼자서 출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하게나.”
“알겠습니다.”
강신이 상급자보다 먼저 사과함으로써 이번 일은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고,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다.
그렇게 강신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며칠 뒤 성신 그룹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다.
* * *
“젠장! 중요한 정보원을 잃었어.”
권영식이 드물게 화를 내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화를 내는 권영식 주위에는 급하게 소집된 울프 팀 요원들이 있었다.
울프 팀 요원들의 표정 또한 권영식과 마찬가지로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렇게 쉽게 침입해서 일을 벌일 줄은 몰랐습니다.”
표정을 굳힌 임상무가 테이블을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전날 저녁, 회사의 감금 시설에서 보호 중이던 할리 키튼이 암살당했다.
그는 블레이저 오튼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이미 설득이 끝난 상태였다.
할리 키튼은 성신과 국정원에게 비밀 종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넘겨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내뱉을 수 있었던 건 최후의 단말마였다.
회사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비밀 종교에서 할리의 입을 막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저지를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보안을 더욱 강화한 상태였다.
게다가 할리가 머무는 위치도 수시로 변경했음에도 결국 암살을 당하고 말았으니, 비상이 걸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테이블 중앙에는 할리가 광신도에게 암습을 당하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호화로운 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할리 키튼이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알몸의 남자에게 공격을 받았다.
그 남자는 우람한 체격이었는데 양손으로 할리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는 그 자리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네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김대리는 알몸의 사내가 어디서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으로 강신을 쳐다봤다.
강신이라면 저 현상이 무엇인지 설명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듯했다.
“당했네요. 공간 도약자라니….”
“역시 공간 도약자였나.”
강신이 능력에 대해 말하자, 권영식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게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대꾸했다.
공간 도약자는 공간을 접어서 이동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들을 말했다.
성신에서도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들을 찾고 있었기에, 권영식은 할리를 암살한 게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기습당하는 사람이 저 사람보다 육체적으로 뛰어나면 모를까, 저건 어떤 방비를 해도 막기 힘들죠.”
누군가 할리 곁에 24시간 밀착 경호를 했으면 모를 일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흐이…. 광신도 중에 저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많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이곳도 언제든지 습격받을 수 있다는 소리잖아요?”
카밀라가 걱정하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공간 도약자에게는 제약이 있어서 이곳은 괜찮습니다.”
“제약이요?”
“네.”
공간 도약자는 희귀한 만큼 알려진 게 없었다.
허나 강신은 공간 도약자가 나오는 소설을 작성한 적이 있었고, 그 재능에 제약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연달아 두 번 공간 도약을 사용하면 일정 기간 재능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공간 도약자는 이번처럼 두 번 연속 공간 도약을 사용하게 되면 약 한 달 동안 재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순수한 육체뿐이 없었다.
괜히 CCTV에서 공간 도약자가 맨몸으로 나타난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곳으로 오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은 구역으로는 공간 도약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으응? 그거랑 이곳으로 못 오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카밀라뿐 아니라 권영식과 임상무를 제외한 다른 울프 팀 요원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리 키튼이 머물던 곳은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20층 아래로는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가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니까요.”
“아….”
그제야 울프 팀 요원들이 모두 이해했다는 표정이었다.
“암살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 의문이 있으니, 저는 조금 더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장웨이가 자진해서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강신도 이번 일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공간 도약자가 할리 키튼이 있는 장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부터 시작해, 그가 혼자 있는 시간을 정확하게 노렸다는 것도 의문이었다.
‘해킹은 아니야.’
강신이 이렇게 장담할 수 있는 건 저번 일을 통해 위기감을 느낀 성신 그룹이 할리의 자문을 듣고, 자체적으로 전자 보안 체계를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회사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소리겠지.’
이미 놓친 공간 도약자는 더는 잡을 수 없었으니, 내부에 스며들어 있는 첩자라도 잡아야 했다.
장웨이도 강신의 생각과 같아 보였다.
“그럼 그쪽은 맡기겠습니다.”
임상무는 사소한 걸 놓치지 않는 장웨이라면 충분히 내부의 첩자를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해 조사를 맡겼다.
이날 이후, 성신 그룹에 잠입해 있던 기업 스파이들과 광신도들로 추정되었던 이들은 모두 쫓겨났다.
비록 귀중한 정보원인 할리 키튼은 죽어버렸지만, 성신의 보안은 더 단단해졌다.
* * *
할리 키튼이 암살당한 이후 며칠이 지나고, 오랜만에 백소은과 김만복이 개인 큐브로 놀러 왔다.
아직 어린 백소은과 김만복은 회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예전과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큐브 내부를 굴러다녔다.
그러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강신에게 백소은이 뜬금없이 물었다.
“아저씨, 혹시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