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나폴리탄 괴담, 잘 알지.”
세상에는 많은 음모론과 괴담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나폴리탄 괴담은 일반인들에게도 꽤 유명한 축에 속했다.
나폴리탄 괴담은 다른 괴담들과 다르게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이었다.
짧게 추리하는 형식의 괴담부터 매뉴얼과 비슷한 형식까지 여러 종류의 나폴리탄 괴담이 존재했다.
나폴리탄의 괴담의 공통점은 바로 명확하게 어떤 게 무섭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괴담을 읽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 괴담 중 가장 유명한 게 아마 해리포x에 나오는 기숙사 매뉴얼이나, 어떤 캠핑장의 주의 사항 같은 거잖아.”
“헿, 맞아요!”
어떤 행동을 하지 마라, 언제 움직이지 마라, 누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피해라 등등.
정체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위험한 것이 있고, 그것들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긴 매뉴얼이었다.
매뉴얼에 적힌 정체 모를 존재는 읽는 사람들에게 신비함과 공포를 자극했다.
보통 이런 나폴리탄 괴담은 사람들이 지어내거나, 어떤 단체에서 인위적으로 퍼트린 것이었다.
나폴리탄 괴담을 퍼트린 단체가 어디인지, 강신은 알고 있었다.
바로 U.M.A 국제회의에 소속된 각 나라 정부였으니까.
‘나폴리탄 괴담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문의 괴담들을 만들어 인터넷에 뿌리고 있지.’
U.M.A의 목격 정보가 단지 음모론으로 취급당하도록 각국 정부들은 얼토당토않은 내용을 인터넷에 퍼트렸다.
누군가 실제 U.M.A를 발견하고 목격담을 이야기하면 정부는 교묘하게 그 글을 삭제했다.
“그런데, 그게 왜?”
“왜긴요. 아저씨라면 이런 괴담으로도 소설을 쓰셨을 것 같아서요. 헤헿.”
강신이 괴담과 음모론을 주제로 소설을 써왔던 걸 알고 있는 백소은은 강신이 썼던 나폴리탄 괴담을 보고 싶어 했다.
“오래전에 써서 잘 생각이 나질 않는데….”
강신은 기대가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소은의 눈길을 애써 피했다.
“하핳! 아저씨 기억 안 난다는 거 거짓말이죠?”
“…아닌데?”
강신이 애써 거짓말을 해봤지만, 사람의 오라를 볼 수 있는 백소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핳, 방금 아저씨의 오라가 살짝 흔들린 거 아세요?”
“윽….”
나폴리탄 괴담은 강신도 어렸을 때, 꽤 흥미롭게 읽었던 괴담들이었다.
그런 괴담을 강신이 주제로 다루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강신이 이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적은 나폴리탄 괴담의 수준이 얼마나 처참한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핳핳, 그러지 말고 아저씨가 쓴 괴담 보여주세요.”
백소은은 강신이 쓴 소설을 요구했다.
“그…. 안될걸?”
“하핳, 왜요?”
“내가 쓴 소설들은 대부분 회사 기밀이라서…. 보여주고 싶어도 마음대로 보여줄 수가 없어.”
강신은 소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지만….
“하핳, 그거라면 괜찮아요! 저 생각보다 보안등급이 높거든요!”
강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백소은의 보안 등급은 높았다.
확인해보니 강신의 소설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알았다…. 대신 웃으면 안 된다?”
“하하핳, 네!”
이미 보기 전부터 웃고 있는 백소은의 모습은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강신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쓴 나폴리탄 괴담을 찾아 프린트했다.
“자, 여기 있다. 나도 오랜만에 보는 거네.”
강신이 건넨 나폴리탄 괴담의 내용은 고작 한 장이었다.
백소은은 흥미롭게 강신이 건넨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폐교한 학교를 이용한 현대 예술 전시회 안내서>
안녕하십니까. 저희 현대 예술 전시회를 관람해 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 전시회는 늘어나고 있는 폐교된 학교를 재활용함으로써 관람객을 유치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실시되는 전시회입니다.
본 전시회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곳에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전시회를 관람하는 데 있어 꼭 지켜야 하는 사항들이 있으며, 이를 어길 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꼭 안내서의 지시사항을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1. 본 전시회는 이미 폐교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은 안전에 유의해서 작품을 관람해 주시길 바랍니다.
2. 본 전시회는 입구에서 대기 중인 안내원 한 명과 관람객 세 명이 함께 움직입니다.
3. 본 전시회의 운영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입니다.
4. 원활한 작품 관람을 위해서 휴대전화는 미리 무음으로 바꾸어 주시길 바랍니다.
5. 관람 시간은 정확히 40분이며 뒤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관람객을 위해 그 이상은 머무르실 수 없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6. 작품을 관람할 때, 절대 작품을 손으로 만지지 말아 주십시오.
여기까지는 평범한 안내서였다.
하지만 이상한 내용은 다음부터였다.
6. 복도를 이동하던 도중 발에 가시가 박힌다면, 그 즉시 관람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시회장의 바닥은 나무가 아닌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7. 작품을 관람하다 혹시 함께 온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말을 걸어도 무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시회의 관람은 1팀 4인으로 운영되며, 4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전시회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8. 만약 교실이 식물로 꾸며진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면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그 장소를 즉시 벗어나 주십시오.
본 전시회에는 식물을 이용한 작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9. 관람 중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리게 된다면 절대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이미 이곳에 들어올 때,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오.
10. 작품에 심취해 일행들을 놓치고 관람 시간이 40분을 넘기게 된다면, 혼자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다음 팀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만약 다음 팀이 당신이 있는 곳까지 왔다면 그들에게 어떤 말도 걸지 마시고,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라 퇴실하시면 됩니다.
11. 10번 상황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팀이 오지 않는다면, 즉시 관람을 멈추고 학교 밖으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12. 11번 상황에서 학교를 벗어나는 중 복도에서 작은 인형을 발견하게 된다면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마시고, 벽면에 붙어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시회 작품 중 인형으로 만든 작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3. 만약 운이 좋아 학교에서 벗어나셨다면 다른 사람들은 기다리지 마시고, 곧바로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제외한 관람객들은 이미 귀가했습니다.
14. 현대 예술 전시회를 찾아주신 모든 관람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보다 많은 관람객의 방문을 위해 재방문은 불가능하니, 방문하셨을 때 모든 작품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15. 마지막으로 이 안내서는 절대 외부로 가지고 나가서는 안 됩니다.
혹시라도 가지고 나가게 된다면 발견 즉시 태워 주십시오.
안내사항 뒷부분에는 기묘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하핳, 이거 아저씨가 지어낸 안내서죠?”
“그렇지….”
강신은 자신이 썼던 내용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다 멈췄다.
‘내가 15번까지 썼던가…?’
“핳, 나름 오싹하니 재밌네요! 폐교에서 열린 현대 예술 전시회라니, 배경도 좋구요.”
조금 부족한 글이었지만 그래도 백소은 요즘 나폴리탄 괴담에 빠져 있는 만큼 강신의 글을 보고 즐거워했다.
강신은 조금 꺼림칙한 생각을 지우고 백소은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때마침, 개인 큐브로 척준신이 들어왔다.
척준신은 백소은이 보고 있던 나폴리탄 괴담이 적힌 종이를 보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 어째서 현대 예술 전시회 안내서가….”
그는 갑자기 백소은에게서 종이를 뺏더니, 그 자리에서 가차 없이 찢어버렸다.
촤악, 촤악.
“앗…. 아저씨!”
백소은은 척준신에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평소답지 않은 척준신의 행동에 백소은뿐만 아니라 강신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척부장님?”
“제대로 설명할 테니, 잠깐만 기다리게.”
척준신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큐브 한쪽에 있는 장식용 항아리를 발견했다.
항아리 속에 담긴 물건을 모두 빼내고, 조각난 종이들을 그곳에 넣은 뒤 불을 붙였다.
곧 불길이 일어나며 매뉴얼이 적혀있던 종이가 불탔고, 항아리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프로네시스가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도록 조절해 두었다는 것이었다.
종이가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지자, 척준신은 그제야 굳어있던 표정을 풀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후….”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백소은이 묻자, 척준신이 말했다.
“저건 이곳에서 문서로 보면 안 되는 거니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강신은 척준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나폴리탄 괴담을 적을 때만 해도 그런 내용을 넣은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가 썼던 소설에는 없었던 내용이네. 우리가 마지막 줄을 추가한 것이지.”
위화감을 느꼈던 안내서의 마지막 줄은 강신이 적은 내용이 아니었다.
그 마지막 내용은 척준신과 다른 현장 요원들이 폐교에서 열린 전시회에 직접 방문하고 나서 추가로 적어 넣은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이지…. 자네의 소설을 발견하고 검증을 하던 무렵이니까.”
척준신은 과거를 회상하며 강신과 백소은에게 그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성신 그룹에서 강신의 소설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때마침 강신이 쓴 매뉴얼과 비슷한 장소를 찾은 성신은 강신의 소설을 검증하고자, 요원들을 현장으로 파견했다.
하지만 강신이 쓴 매뉴얼을 가지고 파견되었음에도 요원들은 모두 실종됐다.
결국, 회사에서는 척준신을 파견했다.
“그곳은 사람들이 찾기 힘든 위치에 지어진 한 폐교였네.”
힘들게 찾아간 폐교 앞에는 미리 짠 것처럼 안내원 1명과 두 명의 관람객이 있었다.
마치 마지막 한 명의 관람객이 될 척준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척준신이 폐교에 도착하자 관람 인원이 채워졌고, 척준신은 안내원을 따라 곧바로 전시회 관람을 시작했다.
그는 폐교로 들어가기 전, 매뉴얼에 나온 것처럼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꿨다.
자신과 함께 폐교를 들어갈 관람객들 역시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는 게 보였다.
척준신을 가장 먼저 반겨준 건 학교를 주제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었다.
과연 작가들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에 척준신은 깜짝 놀랐다.
“이름 꽤나 날린 예술가들이 만든 물건보다 훨씬 나은 작품들이 많더군.”
척준신이 작품을 보며 감탄사를 날렸던 것도 잠시, 곧이어 매뉴얼에 적혀 있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