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무너지는 건물을 보자,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
척준신은 생각지 못한 인형 포획에는 성공했지만, 실종된 현장 요원들은 구출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다.
학교를 나오기 전까지 꽤나 반항적이던 인형이 학교가 무너진 이후로 이상하게도 잠잠해졌다.
척준신은 불편한 마음을 뒤로 인형을 가지고 회사로 이동했다.
그가 회사로 돌아왔을 때, 놀라운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종되었던 현장 요원들이 모두 회사로 복귀해 있더군.”
돌아온 현장 요원들은 전시회에 갔던 것만 기억할 뿐, 그 이후 기억은 모조리 날아간 상태였다.
회사에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최면 요법을 사용해서 기억을 되살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불가능했지.”
기억을 살리는 건 실패했지만, 어찌 됐든 그들이 무사히 회사로 복귀했다는 것만으로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복귀한 요원들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방금 태웠던 그 매뉴얼을 보면 발작을 일으켰네.”
추가 조사 중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이 실종됐던 현장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강신이 썼던 매뉴얼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복귀한 현장요원들은 하나 같이 몸을 덜덜 떨며, 식은땀을 흘리더니 과호흡 증상까지 보였다.
몇몇은 정신 착란 상태를 일으켜 주변의 모든 물건과 사람들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착각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종되었던 당시 뭔가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더군….”
결국, 회사에서는 해당 문서의 보안 등급을 올렸다.
하지만 매뉴얼이 일으킨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보안 등급은 올렸지만 그래도 연구원들은 연구를 멈추지 않았네.”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었을까.
연구원들은 정신 착란 현상을 보이는 현장 요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해 매뉴얼로 여러 가지 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원이 실종되었다.
그가 지내던 사무실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사라진 연구원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였지만, 실종된 연구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연구원이 실종되었다.
회사는 연달아 사라진 두 명의 연구원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사라진 연구원들은 매뉴얼을 관리하던 사람들이었네.”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매뉴얼을 아무렇게나 둘 수는 없었기에,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그 매뉴얼을 관리하고 있었다.
관리라고 해봐야 연구를 진행하는 시간 외에 매뉴얼을 꺼낼 수 없도록 금고에 보관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하던 연구원들이 사라지고 그들이 사라진 사무실은 뭔가에 습격당한 흔적으로 가득했다.
누군가가 연구소를 침입한 상황이니, 보안 요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사라진 연구원도 연구원을 납치한 무언가도….
사건이 오리무중에 이르자, 척준신이 사라진 연구원들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엉망이 된 사무실을 확인하던 척준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굳어졌다.
“사라진 연구원의 사무실을 처음 봤을 땐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
처음에는 너무 엉망이라서 알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로 사라진 연구원의 사무실을 자세히 보니, 어디에서 많이 본 흔적이 있었다.
“그건 분명 내가 전시회에서 보았던 나무로 만들어진 작품의 흔적이었네.”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이상하게도 자세한 기억이 남지 않은 작품.
어째서 사무실의 흔적을 보고 그 작품이 떠올랐는지는 척준신 본인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작품의 흔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척준신은 그 사실을 바로 권영식에게 알렸다.
권영식은 척준신의 이야기를 듣고 강신의 매뉴얼에 한 줄을 추가했다.
그리고 한 장을 제외한 모든 매뉴얼을 소각시켰다.
그 이후 연구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하나 남은 매뉴얼을 이용해보았다.
몇 번이고 작전을 시도했지만, 사라진 연구원은 결국 찾지 못했다.
매뉴얼 주변에 한 명 이상의 사람이 있으면 연구원들을 데려간 무언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남았을 때는 어김없이 사람이 실종되었다.
피해만 늘자, 결국 모든 작전은 종료되었고 더는 사라지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매뉴얼은 소지하면 안 되는 물건이 됐지.”
“그랬군요.”
만약 백소은이 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매뉴얼을 살펴보았다면 실종된 사람들과 같은 처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강신은 그제야 척준신이 보였던 과격한 행동에 대해 납득했다.
“헿…. 이게 괴담보다 더 무섭네요….”
백소은도 자신이 위험했다는 걸 깨닫고 소름이 돋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와서 묻는 거지만, 어째서 작품에는 손을 댈 수 없고 인형에는 손을 댈 수 있었던 건지 알고 있나?”
강신이라면 혹시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척준신이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매뉴얼은 나폴리탄 괴담에서 받은 영감으로만 쓴 건 아니었거든요.”
“헿…?”
백소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내용은 나폴리탄 괴담의 형식이었지만 사실 강신은 이 글을 쓸 때, ‘구역’에 대해 영감을 받았다.
“척부장님도 아시겠지만, 구역은 정말 여러 종류가 있어요.”
신단수처럼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을 구역으로 꾸미기도 했으며, 산토처럼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그저 전기를 공급하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구역은 만든 이들의 소원이 담긴 공간이었다.
그리고 강신이 작성한 전시회 안내서는 강력한 힘이 적용되는 조건부 구역이었다.
“조건부 구역?”
처음 들어보는 말에 척준신이 의문을 표했다.
“네, 제가 쓴 매뉴얼에 나오는 주의사항들 기억하시죠?”
“물론이네, 그것 덕분에 많은 위험을 피했으니까.”
“구역을 만들 때, 특정 제약을 걸어두면 대신 그에 반하는 내용에서 더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구역을 조건부 구역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소모형 보호 장치가 쉽게 찢어졌던 것인가….”
척준신은 단순하게 그 지역에 존재하는 법칙에 의해 손을 다쳤다고 생각했다.
강신은 명확하게 그 전시회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었다.
“인형을 가지고 오실 수 있었던 건 매뉴얼에 나온대로 인형이 ‘작품’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일 겁니다.”
작품으로 취급되지 않은 인형은 구역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척준신이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렇군…. 다른 연구원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지만, 확신이 들지 않아서 말이지. 그럼, 사라진 연구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나?”
이번만큼은 강신도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아니요. 마지막 내용은 제가 적은 게 아니니까요….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날 줄도 몰랐습니다.”
연구원들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강신은 절대 나폴리탄 괴담이 적힌 매뉴얼을 인쇄해서 백소은에게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척준신이 찾아갔던 전시회는 그 이후로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도 어디선가 폐교된 학교에서 기괴한 현대 예술 전시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신과 척준신에겐 찜찜한 마음에 꺼내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었다.
사라진 연구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살아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새로운 전시회의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 사실은 둘을 포함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 *
매뉴얼 사건이 있고 며칠이 지났지만, 강신은 그동안 어떤 현장에도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가지 못했다는 말이 옳았다.
31층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강신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가 풀렸다.
그 정보들은 처음 강신이 회사에 입사할 때 숙지했던 것보다 방대한 양이었다.
며칠 사이에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한동안 강신은 출근하면 개인 큐브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울프 팀 인원들이 종종 강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나 매번 컴퓨터를 붙잡고 새로운 U.M.A를 탐색하는 강신을 방해하지 않았고,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무더웠던 여름과 쌀쌀한 가을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그동안 강신은 31층에서 진행되었던 연구들을 대충이나마 확인할 수가 있었다.
너무 오래 개인 큐브에서 있어서 좀이 쑤셨던 탓일까.
강신은 바로 다음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을 물색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현장이 세계 곳곳에 표시되어있었지만, 강신은 지역을 한국으로 한정했다.
그러자 현장을 나타내는 표시가 수십 개로 확 줄어들었다.
강신은 꼼꼼하게 하나씩 현장에 대한 정보들을 읽었다.
그런 강신의 눈에 띄는 현장이 있었다.
이미 현장 요원들이 몇 번이나 조사를 나갔던 지역으로 그들이 찍은 사진과 자세한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어…. 이거 잘하면 돈 좀 되겠는데.”
돈에는 큰 관심이 없던 강신이 흔들릴 정도였으니,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강신은 오랜만에 울프 팀을 소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울프 팀 요원들이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그중에서 가장 반가워한 사람은 바로 김대리였다.
“그래서…. 정보 탐색은 완전히 끝나신 겁니까?”
31층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김대리는 그간 강신이 프로네시스와 함께 어떤 정보를 찾고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네, 대충 정리가 됐습니다.”
“그럼, 드디어 다시 현장으로 나가는 거군요?”
김대리의 질문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내용은 모두 모이면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대리 또한 U.M.A가 가진 신비로움에 매료되어있었고, 그간 현장으로 나가지 못했던 그가 강신의 대답을 듣고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울프 팀 요원들이 모이자, 강신은 회의용 탁자 중앙에 설치된 홀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자신이 보고 있던 미확인 현장을 그들이 볼 수 있도록 띄웠다.
“강원도 정선?”
“화암 동굴이면 관광지잖아요?”
강신이 소개한 지역을 김대리가 알고 있는 듯했다.
“정확히는 광산 관광지역이죠.”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흠…. 어디 보자, 동굴 내부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 다라…. 현장 요원 조사 결과, 벽을 두드리는 소리같다고?”
권영식이 조사한 내용을 읽으며 중얼거렸다.
“감지기(UPD)에서 미약하지만 U.M.A가 관측되었군요. 위험 등급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임상무도 적혀 있는 내용을 보며 다른 요원들이 알 수 있도록 말했다.
“이런 현장은 꽤 많을 텐데, 굳이 여긴 왜….”
강신이 홀로그램을 띄운 현장은 범인이 누구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을 뿐, 매우 평범한 축에 속하는 현장이었다.
그때,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임상무님, 혹시 여기 광산을 포함해서 근처 산을 회사에서 매입할 수 있습니까?”
“…뭐라고요?”
강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임상무가 드물게 당황하며 되물었다.
“현장에 나타난 U.M.A의 정체를 추측해봤는데, 제 생각이 맞다면 이 근처에서 금맥이 터질 겁니다.”
“금맥이라고요?”
금맥이라는 뜬금없는 단어를 들은 울프 팀 요원 전원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