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4
253화
마치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였다.
강신의 귓가에만 들렸는지, 다른 요원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생소한 단어였지만 들려온 소리의 의미를 이해한 강신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후두둑.
그런 강신의 발치로 작은 돌들이 굴러떨어졌다.
이걸로 강신은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듣고 본 걸 티 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척준신에게 말했다.
“척부장님,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으시겠지만…. 제가 힘들어서 그런데, 여기서 좀 쉬어가도 될까요?”
강신의 말에 척준신뿐만 아니라 다른 요원들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척준신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강신에게 되물었다.
“음…. 농담이 아니라 진담인가?”
“네.”
“……그래, 알겠네.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록 하지.”
그간 많은 현장을 함께했던 척준신과 몇몇 요원들은 강신이 휴식을 원하는 의도를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허나 눈치가 느린 요원들은 강신에게 다가와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 강 책임님도 사람이셨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그동안 강책임님 무슨 U.M.A인 줄 알았잖아요.”
평소라면 척준신이 실없는 농담을 하는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신이 살짝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말렸다.
현재 요원들의 농담으로 인해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에구구…. 힘들다.”
요원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앉았다.
강신은 자신의 어깨에서 나흘 동안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기분이 언짢은 설야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설야는 강신의 손가락을 더듬이로 쳐냈다.
토라진 설야의 모습을 보고 더 장난을 치고 싶어졌지만, 현재 상황을 생각하며 꾹 참아냈다.
그리고 설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끝이 날카로운 물건을 찾아 자신의 손끝을 살짝 찔렀다.
손가락에서 피가 몽글몽글 맺히자, 강신은 그 손가락을 설야에게 내밀었다.
또다시 손가락으로 자신을 귀찮게 하려는 것으로 착각한 설야가 더듬이를 이용해 손가락을 내려치려는 순간, 맺혀 있는 핏방울을 보고 멈칫했다.
마치 홀린 것처럼 핏방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설야의 모습을 본 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먹어도 돼.”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설야가 맺혀 있는 핏방울에 주둥이를 갖다 댔다.
설야는 강신의 피를 천하의 진미를 음미하듯 조심스럽게 빨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족할 때까지 피를 마시자, 설야는 언제 토라졌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져 연신 날개를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설야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설야야, 부탁이 있는데, 혹시 이곳에 수상한 게 있으면 찾아줄 수 있겠니?”
강신이 부탁하자, 설야가 강신의 어깨에서 살포시 날아올라 주변을 수색했다.
이곳에서 처음 정체불명의 소리를 들었을 때, 강신은 주변을 빠르게 훑어봤다.
물론 그의 눈에는 수상해 보이는 건 없었다.
하지만 설야라면 인간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설야는 그런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근처를 날아다니던 설야가 뭔가를 발견한 것인지, 구석의 어떤 지점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저기에 뭔가 있는 건가?’
강신이 봤을 때는 그냥 자연스러운 동굴의 벽이었다.
‘만능 렌즈가 있었으면 바로 확인했을 텐데.’
열화상 기능이면 설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는 작업에 방해되는 물건을 모두 회사에 놓고 온 게 못내 아쉬웠다.
자신의 눈으로는 아직도 저기에 뭔가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신은 설야를 믿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신이 갑자기 일어나자, 이미 상황을 짐작하고 있던 척준신과 눈치가 빠른 요원들은 슬그머니 자세를 잡았다.
강신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설야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지점으로 다가갔다.
‘아무리 봐도 그냥 벽 같은데….’
강신이 손을 내뻗자, 위화감이 없던 바위벽이 갑자기 강신을 덮쳤다.
“강책임!”
척준신이 깜짝 놀라 그대로 쏘아지듯이 강신에게 달려갔다.
그의 행동이 빨랐다고 해도 벽이 강신을 덮치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러나 강신을 덮친 벽은 그에게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진짜 벽이 아니라 벽으로 위장한 위장천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신을 덮친 위장천은 성신에서 개발한 물건만큼이나 좋은 성능을 가진 듯했다.
강신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위장천을 손으로 낚아채 시야를 확보했다.
그리고 도망가려는 침입자들을 보며 외쳤다.
“초코야! 잡아!”
-멍!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림자에서 초코의 앞발이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런 초코의 공격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침입자들은 묵직한 뭔가가 담긴 자루를 어깨에 걸친 상태로 출구 방향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강신과 척준신 그리고 현장 요원들이 곧바로 그들의 뒤를 뒤쫓았지만, 너무나도 재빠른 그들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
단순히 다리가 빠르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속도였다.
그들은 마치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듯,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침입자 3명 발견, 출구를 향해 도주 중.”
-출구의 경계를 강화하겠다.
현장 요원 중 하나가 현재 상황을 외부로 알렸다.
얼마나 그렇게 추격전을 이어갔을까, 눈썰미 좋은 요원이 뭔가를 발견하고 외쳤다.
“신발이요!”
그때야 강신과 척준신은 침입자들이 신고 있는 신발을 확인했다.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은 은은한 연두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신발이 지면을 박찰 때마다 아지랑이가 일어나는 것처럼 미세하게 왜곡 현상이 일어났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이 저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신발 덕분이 분명했다.
“나에게 맡기게.”
침입자의 기동성을 확인한 척준신이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며 그대로 손으로 지면을 쓸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몇 개의 돌이 들려 있었다.
척준신이 침입자들에게 들고 있던 돌을 투척했다.
팡!
돌멩이들이 공기가 터지는 소리를 내며 마치 산탄총의 탄환처럼 날아갔다.
퍼버버벅!
돌멩이들은 요령 좋게 그들이 들고 있는 자루를 피해 침입자들에게만 꽂혔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차단력이 높은 건지,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출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렇다고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공격을 받은 침입자들이 조금 동요했다.
그들의 행동은 미세하게 단조로워졌고, 척준신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엔 척준신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컴뱃 나이프를 던졌다.
쒜엑~
컴뱃 나이프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가장 뒤쪽에서 달리고 있던 침입자의 신발에 빨려 들어가듯이 적중했다.
퍽!
신발의 차단력도 높았는지, 나이프는 깊게 박히지 못했다.
하지만 침입자의 신발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침입자의 중심을 무너트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구당탕!
“아악!”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자,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침입자는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흠…. 아직 녹슬지 않아서 다행이군.”
척준신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며 흡족해했다.
강신과 척준신이 넘어진 침입자를 지나쳐가자, 뒤에서 따라오던 현장 요원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를 속박했다.
두 명의 침입자는 동료가 넘어졌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달렸다.
침입자의 속도가 빠르기도 빨랐지만, 뒤따라오는 현장 요원들의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는지 점점 뒤처졌다.
“이대로라면 침입자를 못 잡을 것 같네요. 그러니, 먼저 가겠습니다.”
“알겠네.”
척준신은 강신이 무엇을 할지 짐작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코야. 밀어.”
-컹!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의 앞발이 튀어나와 강신을 앞으로 밀어주었다.
한 번만으로 그들을 잡을 수 없었기에 강신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초코가 계속 밀어주었고, 어느새 침입자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다.
강신은 바로 그들이 메고 있는 자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강신의 손은 다시 한번 빈 허공만 갈랐다.
‘피했다고?’
강신이 자루를 노릴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인지, 침입자가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른 침입자 한 명이 자루를 들고 있는 침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강신에게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퍼억!
“큭!”
빠른 속도로 움직인 탓에 몸이 부딪혔을 뿐인데도 강한 충격이 강신을 덮쳤다.
하지만 그 정도로 포기할 강신이 아니었다.
바닥을 구르는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강신은 손을 뻗어 자루를 들고 있는 침입자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결국 강신과 두 침입자는 사이좋게 지면을 굴러야 했다.
쿠당탕!
넘어지면서 침입자는 들고 있던 자루를 놓쳤다.
자루가 바닥에 떨어지자, 강신의 걸음을 멈추게 했던 목소리가 들렸다.
-צַעֲקָה~!
강신이 침입자들보다 빠르게 자루가 떨어진 자를 선점하고, 몸을 일으키는 침입자들을 자세히 살폈다.
둘 다 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 그리고 푸른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복장은 현장 요원들이 입던 보호 장비와 비슷한 정장 차림이었다.
복장만 봐서는 그들이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없었다.
‘광신도들은 아니야.’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잘 숨기지 않았다.
상징을 숨기는 건, 자신들이 믿는 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외국인이라….’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강신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성신에서 광산을 구하는 절차는 비밀리에 진행되어 국내에서도 알고 있는 단체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외국인이라니.
‘어디 소속이지?’
강신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침입자들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강신의 뒤쪽에 있는 자루를 힐끗 쳐다보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동료 중 한 명은 잡혔고 목표인 자루까지 놓쳤으니, 저러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뒤따라오고 있던 척준신과 현장 요원들이 도착했다.
“고생했네.”
침입자들을 막은 강신을 보며 척준신이 칭찬했다.
현장 요원들도 침입자들을 잡았다는 생각에 지쳤지만, 사기만큼은 높았다.
그런 그들을 본 침입자들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품속에서 사람의 팔 길이 정도 되는 막대를 꺼냈다.
그리고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를 켰다.
끼기기긱….!!
“윽!!”
“큭!!”
칠판을 손톱으로 긁으면 나는 소리보다 더 듣기 힘든 소음이 강신과 요원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침입자들은 곧바로 들고 있는 막대를 요원들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었으니, 척준신은 소음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막대가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모르기에 척준신은 침입자의 손을 수도로 내려쳐 막대를 놓치게 했다.
그리고 빠르게 주먹으로 상대의 명치를 때렸다.
퍼억!!
“케헥….”
보호 장비를 걸치고 있었음에도 어마어마한 충격이 침입자의 속을 헤집어 놓았다.
“보호 장비가 단단하면 내부에서 공격하면 되지.”
척준신이 강신에게 알려준 내부를 타격하는 기술인 발경 중에서도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침투경이었다.
물론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내장을 파괴하여 즉사시키는 위력은 아니었지만, 적을 무력화시키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지자, 다른 침입자가 척준신을 노리고 막대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척준신에게 닿지 못했다.
“초코야!”
-컹!
강신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초코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보호 장비를 입고 있던 척준신조차 날려 보냈던 일격이었다.
그런 공격을 침입자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퍼억!
“아악!”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면서 들고 있던 막대를 놓쳤다.
그 모습을 본 현장 요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침입자를 제압했다.
모든 침입자들을 제압하자 강신은 그들이 가지고 도망가려 했던 자루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묶여있는 자루의 매듭을 풀었다.
그러자, 자루 안에 있던 어떤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걸 본 요원들은 하나 같이 모두 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