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요원들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자루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가 너무나 흉측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얼굴이 반쯤 녹아내린 듯이 보이는 건 둘째치고 좌우가 완전히 비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눈과 귀, 심지어 입꼬리마저 어느 곳 하나 멀쩡한 부위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인간으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왔다.
성인 남성의 허리밖에 되지 않을 괴상한 모습의 U.M.A는 자신을 보고 표정을 굳힌 요원들을 살펴봤다.
이미 이런 태도를 많이 봤던 것인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풀어준 강신이 다른 이들과 달리 눈을 돌리지 않았다.
강신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걸 확인하고는 살짝 놀란 듯 보였다.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이들은 오랜 삶을 살아온 U.M.A에게도 소수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היי(안녕?)”
강신의 입에서 이제는 인간들이 쓰지 않는 요정의 언어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고르가 준 번역 알약의 효과였다.
“(어떻게 인간이 우리 언어를….)”
U.M.A가 놀라서 대꾸하려다 말고 황급하게 작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강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U.M.A는 자신의 외형뿐만 아니라 목소리 또한 끔찍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인간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강신은 달랐다.
목소리를 듣고도 처음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괜찮아, 말해도 돼.)”
“(정말…?)”
“(물론이지.)”
U.M.A가 주변의 요원들 눈치를 살피자, 강신이 척준신에게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제압한 침입자들을 데리고 먼저 나가 있겠네. 자, 다른 인원들은 철수 준비해.”
척준신이 현장 요원과 함께 제압한 침입자들을 끌고 출구 방향으로 향했다.
그들이 모습을 감추자 이곳에는 강신과 U.M.A만이 남게 되었고, 둘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화를 시작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응, 도와줘서 고마워…. 설마 인간이 우리의 언어를 알고 도와줄 줄은 몰랐어.)”
강신에게만 들렸던 구조 요청.
인간이 알아들을 리 없겠지만, U.M.A는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던 강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강신이 들었던 단어의 뜻은 바로 ‘구해줘’였다.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었기에, 강신은 U.M.A를 잡고 있는 적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니야, 네가 우리에게 준 것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
강신의 말을 듣고 U.M.A가 화들짝 놀랐다.
“(너…. 우리에 대해 알고 있구나?)”
“(잘 알지는 못해. 그냥 너희가 노커라고 불린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 도와준 보답으로 너에 대해 알려줄래?)”
“(나에 대해서…?)”
노커는 강신의 태도에 당황스러워했다.
다른 이들이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태연하게 보는 걸로 모자라,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탐욕적이지 않은 강신의 태도는 그에게 생소했다.
보답으로 반짝이는 돌이 아닌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한 이는 처음이었다.
“(어…. 정말 그거면 되겠어? 차라리 반짝이는 돌을 주는 게 낫지 않아?)”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한 이들이 없었기에 노커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몰랐다.
“(이름부터 알려줄래?)”
“(아…. 우리 종족들은 나를 כָּתַת라고 불러. 그리고 나는 인간들이 콘월아일스오브실리라고 부르는 곳에서 태어났지.)”
그때부터 강신과 노커의 대화가 시작됐다.
이런 경험은 생소해서인지, 처음에는 고민하던 노커였다.
하지만 강신이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하자, 왠지 모르게 즐거워져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았으며 원래 살았던 곳에서 떠난 이유와 어째서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는지까지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쓴 동화에서 튀어나온 존재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었고, 노커의 이야기는 인간인 강신이 듣기에도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광산 은신처에 있었던 일들이 대부분이라 이야기는 길게 이어질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가 나에 대한 이야기야…. 재미없었지?)”
“(아니, 충분히 재밌었어. 고마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강신이 정말 즐거워했다는 사실에 노커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만약 네가 이곳이 마음에 든다면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줄게.)”
강신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강신이 쓴 동화 속에 나온 노커는 인간에게 발견되면 그 광산을 떠나는 것으로 묘사됐다.
노커가 떠나면 그곳의 광맥이 마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광업권을 얻은 상태에서 노커가 떠난다면 큰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강신은 노커가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노커는 그런 강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돼.)”
노커도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있고 싶었다.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인간과 마음 편하게 대화했다.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 호의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인간이 얼마나 드문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도 이 인간처럼 나를 대해주지 않겠지.’
물론 뭔가 원하는 게 따로 있는 듯했지만, 그간 자신의 정체를 알고 달려들던 탐욕적인 이들보다 차라리 강신이 훨씬 나았다.
“(어째서?)”
강신이 묻자, 입을 오물거리던 노커가 말했다.
“(다른 이에게 모습을 들키면 그 누구도 모르는 곳으로 은신처를 옮겨야 하는 게 우리 종족의 규율이니까.)”
아주 옛날부터 박해당해 왔던 노커가 세운 그들만의 규칙이었다.
웬만하면 이곳에 남고 싶었지만, 그 규칙에는 강제성이 있었다.
“(이곳에 남으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우리 종족이 가진 힘을 서서히 잃고 죽게 될 거야.)”
어린 노커들이 탐욕에 물든 이들에게 혹사당할 걸 걱정해서 만든 선조들의 지혜였지만, 이번만큼 이 규칙이 싫었던 적이 없었다.
강신이 쓴 동화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노커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결국, 강신은 노커가 이곳을 떠나는 걸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 그래도 만나서 즐거웠어. )”
강신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노커는 순간 강신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몸을 움찔 떨었다.
내민 손이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자,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노커가 멀뚱히 강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로의 손을 잡고 흔드는 인간들의 인사야.)”
강신이 경계하는 노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노커가 머뭇거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강신의 손을 맞잡았다.
강신이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만나서 즐거웠어. 아쉽지만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겠지…. 다른 곳에 가서라도 네가 평화롭기를 바랄게.)”
처음 잡아보는 인간의 손은 따듯했다.
그리고 그 따듯한 손을 가진 인간의 마음도 따듯했다.
이제까지 다른 이들에게 부정당해오던 자신이 누구에게 격려를 받는 게 이런 기분일 줄은 몰랐다.
간질간질하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이내,
투둑….
노커가 눈물을 흘렸다.
“…….”
강신은 크게 당황했다.
노커를 위로까지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었다.
그저 무심코 던진 한마디였지만, 노커에게는 크게 와닿았다.
누가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 준 적이 있을까?
노커가 흘린 눈물이 바닥에 닿자 투명하고 깨끗한 액체는 천천히 굳어 아름다운 결정이 되어갔다.
강신은 자신도 모르게 노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노커는 더 펑펑 울기 시작했다.
강신은 노커가 진정될 때까지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졌던 것인지, 노커가 흘린 많은 눈물은 굳고 굳어 주먹만 한 결정을 이루었다.
“(훌쩍….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인간이야. 잠시만 기다려봐….)”
노커는 마지막 눈물을 손등으로 쓱쓱 닦아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집만 한 바위로 다가가 양손을 갖다 대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평범했던 바위가 밝은 빛을 내며 점점 투명한 광석으로 바뀌었다.
“(인간들이 좋아하던 광석이야…. 헤어지기 전에 선물로 줄게.)”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될까?)”
강신이 조금 부담스러워하자 노커가 투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여기서 더 있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분명 나는 여길 떠나기 싫어하겠지. 이제 정말 가봐야겠어. 고마웠어.)”
그 말을 끝으로 노커가 막혀있는 벽에 손을 대자, 흙과 돌이 살아있는 것처럼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노커가 그 구멍으로 들어가자, 구멍은 순식간에 막혔다.
강신은 노커가 남기고 간 두 개의 광석을 침입자들이 가져온 자루에 넣고 출구로 향했다.
다행히도 침입자들이 사용한 자루는 일반적인 재질이 아니었다.
무게가 꽤 나가는 광석을 넣었음에도 찢어지지 않았다.
강신이 출구에 도착하자, 먼저 밖으로 나갔던 척준신과 현장 요원들이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본부에서 지원 나온 현장 3팀 팀장인 이순자가 3팀 요원들과 함께 있었다.
아는 얼굴을 봐서 반가웠지만, 강신은 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을리고 바위가 깨진 전투의 흔적들이 주변에 가득했으며, 바닥에 다수의 인원이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쓰러져 있는 이들은 대부분 강신이 모르는 얼굴이었고, 이순자가 그들을 잡아 심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출구에도 침입자가 있었습니까?”
“강책임, 나왔군. 우리가 출구에 도착하자 바로 습격해오더군.”
척준신이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해 기분이 좋지 않은지, 바닥에 쓰러진 침입자를 발로 툭툭 치며 화풀이했다.
“이 부장이 때마침 오지 않았으면 위험했겠지.”
“척부장님이요?”
강신은 척준신이 위험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녀석들 우리 기업과 준하는 기술력을 가진 곳에서 보낸 자들이네.”
척준신이 그들이 쓰던 물건들을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하나 같이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었다.
“이건 전파 방해 장치고, 이건 음파 발사기였네. 그리고 이건 아까 봤겠지만 주변과 동화가 가능한 위장천이고….”
척준신이 침입자가 가지고 온 물건들을 나열하며 설명했다.
그는 어째서 척준신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성신에서도 이제 막 요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장비에 준하는 물건들이었다.
심지어 아직 성신에서는 개발조차 안 된 물건도 있었다.
“으음…. 도대체 어디서….”
강신이 저들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이, 이순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 강책임. 볼일이 있어서 아직 광산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니, 이제 나왔나 보네요.”
“이 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덕분에 오랜만에 회사 헬기도 타보고 좋았어요.”
성신에서 빠르게 지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예전에 권영식이 탔던 특수 헬기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보다 침입자들이 어디 소속인지 알아냈어요.”
이순자는 심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강신과 척준신에게 알려주었다.
“이들은 와플 소속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