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6
25화
U.M.A.를 포획한 지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얼었던 눈들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태양 빛이 따뜻해지는 계절이 다가왔다.
따뜻한 햇살과 주방에서 분주하게 요리하는 소리를 듣고 눈을 뜬 강신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머리맡에서 함께 자고 있었던 설야가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화들짝 놀라 날아오르며 강신에게 신경질을 냈다.
“아, 미안 미안.”
자신 때문에 놀란 설야에게 사과를 하고 간단하게 출근할 준비를 마치자, 주방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아, 나와서 밥 먹으렴.”
“네~.”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는데, 그를 부른 소리와는 다르게 식탁 위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밥은?”
“한두 번 속냐. 여기 와서 밥이나 퍼.”
강신과 마찬가지로 그의 형인 강찬도 어머니의 부름을 듣고 나와 식기를 식탁으로 옮기고 있었다.
결국 강신도 그를 도와서 아침을 차리는 것을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강신과 강찬 형제가 아침 준비를 도와주자, 식탁은 금방 음식들로 가득 채워졌다.
중앙에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먹음직스러운 차돌 된장찌개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네.”
아직도 피곤함이 남아 있는지, 강신은 계속 졸린 것을 참으면서도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다는 것에 기꺼워했다.
아침상이 모두 차려지자, 어떻게 안 것인지 강신의 아버지가 그 시간에 정확히 맞춰 방에서 나왔다.
가족이 모두 모이자, 그들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요즘 회사에서 아침을 챙겨 주는 곳이 많음에도 강신의 가족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꼭 아침을 집에서 먹었다.
후르릅.
말랑말랑한 두부와 구수하고 따뜻한 찌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강신의 어머니는 요리를 잘하기 때문에 가족이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요즘 편의점 일은 어떠냐.”
최근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인지 저녁에 자주 집을 비우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강신을 보며 그의 아버지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아직 가족들에게는 성신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아직 하지 않았다.
일단 일을 시작했지만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연구소의 일원으로 적응하면서 조만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모두 삼킨 강신이 그런 아버지의 질문을 태연하게 받아 대답했다.
“뭐, 맨날 똑같죠.”
“취업 활동은 계속하고 있고?”
“네, 열심히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있긴 한데, 좀처럼 연락이 잘 안 오네요.”
“흠…. 정 힘들면 창업은 어떻냐? 초기 비용은 내가 일정 부분 도와줄 수도 있는데.”
강신의 아버지는 아들이 취업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큰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취업의 허들은 높았고, 차라리 취업보다 아들이 스스로 작은 가게를 차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제가 스스로 조금만 더 해 볼게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래, 정 힘들면 언제든 말해라.”
자기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아들을 대견하게 생각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TV를 틀었다.
마침 아침 뉴스 시간이었는지, TV에서는 어제 있었던 일들이 흘러나왔다.
모든 소식을 전하고 뉴스의 마지막 순서인 오늘의 날씨가 방송되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이 더 따뜻해졌습니다. 서울 낮 기온이 18.6도까지 오르는 등 예년 기온을 5도 이상 웃돌았는데요. 오늘만큼이나 내일도 포근한 날씨가…….]“이제 정말 봄이네, 올겨울은 유독 추웠던 것 같은데.”
“그래? 작년 겨울이 더 춥지 않았나?”
강신의 혼잣말을 듣고 강찬이 그의 말을 대꾸해 주면서 계속 식사를 이어 갔다.
[당분간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겠고 비 소식 없이 맑을 전망입니다. 한강 둔치에 나가 있는 이은지 아나운서를 불러 보겠습니다. 이은지 아나운서?] [네, 이은지입니다. 저는 지금 한강 둔치에 나와 있습니다. 곳곳에서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서 조금 특이한 상황인데요. 보통 따뜻한 아래 지방부터 피던 꽃들이 이례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저 꽃봉오리가 올라왔습니다. 이에 환경 전문가들은…….]“이제 아르바이트 가야겠네.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강신이 뉴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자신이 먹었던 식기들을 물에 담가 놓고 그대로 집 밖으로 나섰다.
* * *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의 게이트를 통과하고 자신의 사무실인 개인 큐브에 도착했는데, 그곳에는 강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팰로우님?”
권영식이 먼저 개인 큐브에 있는 것은 딱히 이상한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의 옆에 있는 물건이었다.
보호 장비를 받을 때, 이미 한번 본 적 있었던 마네킹이었다.
“좋은 아침일세. 강 선임.”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그보다 그 옆에 있는 건…?”
저번 마네킹이 멋들어진 코트를 입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남자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지난번 포획한 U.M.A.에 대해서 조언을 받았으니, 그만큼 챙겨 줘야지. 자네의 장비인 코트를 분해해서 다시 만든 장비일세.”
강신의 조언대로 증식을 성공시킨 검은 액체는 다른 곳으로 이동되어 배양 중이었다.
U.M.A.에서 나온 몇 가지 연구 성과만으로도 회사에는 막대한 이익이 창출되었다.
강신에게 이미 많은 월급과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권영식은 강신을 위해 장비를 개선해 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해서 저번과는 다르게 제대로 만들었어. 노출된 부분의 방어도 소모품이 아닌 것으로 대체했지. 편의성과 기능성도 새로 추가했네.”
“편의성과 기능성이요?”
“엄청 거창한 것은 아니네만. 슈트는 입고 움직이기 불편할 테니, 신축성을 월등히 높였네. 기능적으로는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장비의 상태와 착용자의 위치가 연구소로 전송되게 만들었지.”
강신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장비를 자랑하던 권영식은 강신의 표정을 보자, 그리 반기는 표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신은 권영식이 말한 기능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장비가 손상되면 본부에 자신의 상태를 알린다는 것이 조금 과보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옷이 좀 찢어졌다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보통 옷이라면 그렇겠지만 이건 그냥 옷이 아니지 않나. 알면서 왜 그러는가?”
이번에 만든 슈트형 장비는 저번에 만들었던 코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특제품이었다.
사용자가 사용자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내구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장비가 차단력이 아마 160이었지…….’
탄환을 막아 내는 것은 당연하고 날카로운 물건에도 찢기지 않을 정도로 질겼으며, 이번에 발견한 U.M.A.의 성분을 넣어 불에 타지 않게 제작되었다.
이렇게 제작된 옷이 손상되었다는 것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강신도 알고는 있었지만, 현장에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닌 강신에게는 조금 과하게 느껴지는 기능이었다.
“이건 너무 과보호 같아서요.”
“그래도 안 되네. 이 기능을 빼 달라고 한다면 나는 더는 자네가 현장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야.”
조금 유치했지만 단호한 권영식의 의지에 강신은 차마 이 기능을 빼 달라고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락은 했지만 강신은 권영식이 새로 준비한 기능을 현장 요원들이 알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알게 되면 엄청 놀릴 게 뻔하지.’
요즘 들어 살갑게 굴며 먼저 다가와 농담도 주고받게 되었는데, 이 기능을 알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했다.
“장비 하나 때문에 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또 다른 볼일이 있으신 거죠?”
“장비만 있었다면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넘겨주었겠지. 하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조금 곤란한 것이라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네.”
권영식이 품속에서 용도가 짐작되지 않는 주먹만 한 육각형 물체를 꺼냈다.
“그건 뭡니까?”
“바인딩 헥사곤, 잠식하며 흐르며 증식하는 검은 액체를 이용해서 개발한 물건이네.”
“용도가 뭔가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처음 구상한 건 구속이었지.”
“구속이라……. 고체화되면 단단해지는 특성을 이용했나 보네요. 크기를 보니, 손이나 발 쪽을 구속하는 목적인가요?”
강신이 물건에 대한 정보를 듣고 예측했지만 권영식은 고개를 저었다.
“고체화하는 특성을 가져온 것은 맞지만, 그 특성만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니라 어디에 맞춰도 상관없네. 불어나는 물을 베이스로 검은 액체를 합성했다네.”
“어? 그게 연구소에 있었어요?”
강신은 불어나는 물이라는 낯익은 개체명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어나는 물이라는 이름의 U.M.A.는 위험하거나, 특별한 능력을 갖춘 개체는 아니었다.
이름 그대로 물을 불리는 능력밖에 없었다.
물 부족 국가에 넘겨주면 좋아할 이야기 같지만, U.M.A.의 원천이 원래 있던 장소에서 일정 반경 이상 벗어나게 되면 그 힘을 잃었기 때문에 쉽게 옮길 수도 없었다.
사실 강신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개체는 애초에 찾기 쉬운 U.M.A.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지기로 U.M.A.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U.M.A.가 파동을 내뿜어야 한다.
이 개체가 내뿜는 파동은 너무나 미약해서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개체의 특성상 대부분 지하 깊숙한 곳에 존재했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려웠다.
발견 장소에서 이동하게 되면 바로 힘을 잃어버리는 U.M.A.를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강신이 U.M.A.계의 개복치라고 서술했을 정도였으니까.
“우리도 우연히 얻게 된 개체네. 비밀 연구소를 확장할 때, 발견했으니까.”
몇 년 전, 확장 공사를 하던 도중 우연히 불어나는 물을 발견했다.
마침 연구소에서 강신이 블로그에 올리던 글을 발견한 이후였는데, 강신의 소설 덕분에 연구소 옆에 있던 지하수가 불어나는 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U.M.A.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발견된 시기가 적절해서 운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강신의 글이 아니었다면 공사를 진행하며 시멘트로 메워 버렸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위험하지 않은 U.M.A.라 연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
“위치만 옮기지 않으면 따로 뭔가를 챙겨 줄 필요도 없으니 관리도 편하겠네요.”
“그렇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구체는 뭔가를 구속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사용법 자체는 심플해. 그냥 던지면 되네.”
“포X볼 같은 건가요.”
“응…? 그게 뭔가?”
강신은 모양이 조금 달랐지만, 주머니 몬스터에서 나오는 포획용 도구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권영식은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없긴. 자, 한번 던져 보게.”
권영식이 바인딩 헥사곤을 강신에게 건네주며, 자신이 만든 슈트를 입고 있는 마네킹을 가리켰다.
강신은 프로토 타입의 포획 장비를 받아 그대로 마네킹을 향해 힘껏 던졌다.
파킹!
마네킹과 부딪히자,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1차로 볼이 터졌다.
그 안에서 액체가 쏟아졌고, 함께 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구체가 나왔다.
액체가 마네킹을 적시자 손톱만 한 구슬이 터지며 작은 불씨를 만들었는데, 쩡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액체가 단단하게 굳어졌다.
검은 액체의 특징을 지닌 용액이 고체화되었을 때의 내구성은 지난번 작전에서 슬레지 해머를 휘두르며 몸소 경험했다.
절대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는 풀 수 없었다.
“이건…. 정말로 대단하네요. 불어나는 물의 특성으로 검은 액체가 불어나면, 불씨를 만들어 내는 장치가 한 박자 늦게 터지면서 상대를 구속하는 구조군요.”
“후후, 불어나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지.”
“그렇겠네요. 불어나는 물의 양이 적으면 제대로 구속이 안 될 것이고, 너무 많으면 검은 액체의 농도가 옅어져서 굳어진 용액을 깨고 구속을 풀 수도 있을 테니.”
“역시 말이 잘 통하는군. 알겠나? 여기에 내가 얼마나…….”
제작 의도를 알아주자, 권영식은 신이 나서 프로토 타입 포획 장비에 들어간 기술에 대한 열띤 강의를 시작했다.
이때, 강신은 바인딩 헥사곤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