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60
259화
강신은 베이스캠프의 설치가 끝나자, 캠프를 지킬 소수의 인원을 정했다.
그리고 다음 날 진행될 작전을 브리핑한 뒤, 요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다음 날 아침.
강신은 예정대로 베이스캠프를 지킬 소수의 인원만 남기고, 일행들과 함께 칸다하르 거인이 거주하는 동굴로 향했다.
며칠 전에 미리 파견해두었던 현장 요원 한 명이 산에서 헤매지 않도록 길을 안내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일행들은 보고서에 왜 길이 험준하다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몸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헉…. 헉….”
산을 오른 지 고작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김대리와 카밀라뿐 아니라 뒤처지는 요원들이 발생했다.
그들이 체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 가파른 경사와 80kg 넘는 짐을 들고 이동하는 건 건장한 사람이라도 힘든 일이었으니까.
“조금 쉬었다 가죠.”
“벌써요?”
강신의 말에 가장 선두에 있던 이순자가 반문했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짐을 든 그녀는 전혀 힘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강신은 뒤따라오는 지친 요원들을 향해 가볍게 턱짓했다.
“이런…. 미안하네요.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팀원 상태를 제대로 확인 못 했네요.”
이순자가 그때야 자신의 팀원들 상태를 확인하고 멈춰 섰다.
“급하게 올라갈 이유는 없습니다. 최대한 체력을 보존하면서 올라가는 쪽으로 하죠.”
거인이 사는 동굴의 좌표는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어 길을 헤맬 걱정도 없었고, 강신의 말대로 급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동굴까지 올라갔는데 요원들이 지쳐 작전에 지장이 간다면 그게 더 큰 문제였다.
“그래요. 그게 좋겠네요. 그보다 저희 팀원들 체력이 이렇게 부족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이순자가 무심하게 3팀 요원들을 쓱 바라보자, 거칠게 호흡하던 요원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돌아가면 체력 측정부터 다시 해봐야겠네요.”
이순자의 한마디에 요원들의 사기가 빠르게 떨어졌다.
“3팀 요원분들의 체력은 충분합니다. 요원분들 때문에 휴식하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뒤를 보시죠.”
뒤에는 요원들의 배려로 가벼운 짐만 들고 있는 김대리와 카밀라가 뒤늦게 움직이고 있었다.
“훅……. 훅…….”
“헤엑, 헤엑….”
김대리는 그간 체력훈련을 꾸준히 해서인지, 조금 나아 보였지만 카밀라는 곧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표정이었다.
“흠……. 뭐, 지금은 그런 거로 해두죠.”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3팀 요원들이 강신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일까, 강신과 일행들은 오후가 되어서야 거인이 사는 동굴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지.”
전방에서 이순자가 수신호를 보내 모든 인원을 멈추게 하자, 따라오던 요원들이 자세를 낮추고 능숙하게 은엄폐했다.
요원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걸 확인한 이순자가 허리춤에서 손가락 크기의 망원경을 꺼내 그들의 목적지를 확인했다.
망원경으로도 작게 보일 정도로 멀리 있는 동굴이 이순자의 눈에 들어왔다.
“강책임님, 동굴 위치 확인했습니다.”
“잠시만요.”
따라가던 강신이 천천히 몸을 숙여 이순자가 있는 곳까지 갔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시스, 망원 기능과 열화상 기능을 함께 켜줘.”
-알겠어.
강신의 부탁에 프로네시스가 강신이 끼고 있는 다용도 렌즈의 기능을 활성화했다.
“동굴의 깊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곳에는 거인이 보이지 않네요.”
동굴을 확인한 강신은 이순자를 보며 말했다.
“저기서 여기가 보이진 않을 것 같으니, 이곳에서 작전을 준비하죠.”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요원들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다들 통신 패치 붙이고 작전 준비해.”
요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온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필요한 물건들을 나열하며 장비 점검을 시작했다.
그건 강신도 다를 게 없었다.
강신은 자신이 들고 왔던 군장을 풀어헤치며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기본적인 생존 도구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간신히 허락을 받아 가져온 물건들을 확인했다.
육각형 공 모양의 헥사곤 바인더가 열 개나 나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기존의 헥사곤 바인더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한 물건이 있었다.
모양 자체는 헥사곤 바인더와 똑같았지만, 육각형 틈새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이게 그건가요?”
전날 베이스캠프에서 이야기를 들었던 이순자가 아는 척하며 물었다.
“네, 이 물건이 이번 작전의 핵심입니다.”
“이게 정말 통할까요….”
이순자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통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만큼 다른 대안들도 충분히 준비했잖아요?”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작전을 준비하긴 했지만, 강신의 준비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강신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추가로 실패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몇 가지 작전을 준비해두었다.
“뭐…. 그래도 안 풀리면 도망가면 그만이니까요.”
그랬는데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현장을 포기하고 후퇴하면 그만이었다.
짐승으로 살아온 네피림은 동굴을 자신의 영역으로 생각했고, 그곳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강책임을 믿기는 하지만,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가…. 자꾸 걱정이 앞서네요.”
“현장에서 조심성이 많은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다가온 김대리가 이순자의 편을 들어주며, 녹색 박스를 내밀었다.
“강책임님, 드론 준비됐습니다.”
녹색 박스를 열자, 거기에는 잠자리처럼 생긴 작은 드론과 원격 조종 장치, 그리고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나왔다.
“그럼, 우선 거인의 상태를 확인해볼까요?”
김대리가 가볍게 손가락을 풀고 드론의 원격 조종 장치를 잡았다.
붕…. 붕…….
드론이 잠자리처럼 천천히 날아올랐고, 곧이어 빠른 속도로 강신과 이순자가 확인했던 동굴로 접근했다.
“자, 진입하겠습니다.”
김대리는 능숙하게 모니터를 보며 드론을 동굴 내부로 진입시켰다.
동굴은 어두웠지만, 김대리는 바로 야간투시경 기능을 작동시켰다.
모니터의 화면이 녹색으로 바뀌고, 동굴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론이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갈래 길이 나왔다.
“그럼 어디부터 확인해볼까요?”
“가장 왼쪽부터 가보죠.”
어차피 드론으로 모든 곳을 둘러볼 예정이라 어딜 먼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강신의 대답에 김대리가 드론을 가장 왼쪽 길로 진입시켰다.
그리고….
“으….”
왼쪽 길 내부를 확인한 김대리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동굴에는 동물로 추정되는 뼈들이 가득했고, 그중에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뼈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특이한 건 뼈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치 인간이 우승 트로피를 전시해 놓은 것처럼 각기 다른 생물의 뼈들이 나름 질서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일단 다른 곳도 둘러보겠습니다.”
김대리는 뼈로 장식된 장소를 드론으로 쓱 한번 둘러보고는 다른 길로 드론을 이동시켰다.
오물이 가득한 화장실 같은 방과 식량을 보관하는 곳으로 보이는 난도질 된 동물들이 있는 방까지 확인했다.
마지막 방으로 드론을 이동시키자, 드론을 통해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커어어! 휴우. 커어어어어! 후우.”
누군가 코 고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그런 소리를 낼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김대리가 소리의 주인을 찾아 동굴 더 깊숙이 들어가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 때문에 더는 나아갈 공간이 없었고, 김대리는 화면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응…? 소리는 이곳에서 나는데, 왜 아무것도 없지.”
하지만 이내, 김대리는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게 되었다.
거대한 바위라고 생각했던 물체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어어…. 저거 바위가 아니었네요.”
거대한 바위가 잠투정하는 모습에 김대리가 아연실색했다.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음에도 마치 CG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인의 모습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수치로 듣고 사진을 보는 것과 실제 영상으로 보는 건 확실히 다르네요.”
이순자는 김대리와 다르게 모니터 너머의 거인을 보고도 덤덤했다.
“그럼 김대리님은 드론의 조종을 프로네시스에게 넘겨주세요.”
“알겠습니다.”
김대리가 원격 조종 장치에서 손을 떼도 드론은 추락하지 않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거인을 관찰했다.
“자, 그럼 이제 저희는 거인을 포획할 준비를 하죠.”
-네, 알겠습니다.
강신이 통신 패치로 이야기하자, 요원들이 점검을 끝낸 장비들을 들고 이동했다.
강신은 이번 현장에서 사용할 계획은 총 세 가지였다.
첫 번째 계획의 핵심은 자신이 들고 있는 헥사곤 바인더와 김만복에게 부탁했던 물건으로 업그레이드한 거인 전용 헥사곤 바인더였다.
강신은 이 두 가지 물건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강대한 거인이라고 하더라도 포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 어디까지나 예상.’
그동안의 현장과 다르게 강신의 소설에 나오는 네피림은 약점이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신은 자신이 영감을 받았던 내용을 토대로 약점에 가까운 부분을 노릴 수 있는 물건을 찾아왔다.
만약 거인 전용 헥사곤 바인더가 통하지 않는다면 거인의 포획은커녕 사살도 어려웠다.
따라서 남은 두 가지 계획은 작전이 실패했을 때 거인을 피해 도망치는 방법이었다.
“그럼, 우선 유인부터 해볼까요.”
강신은 카밀라와 이순자, 그리고 요원 몇 명과 함께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거인의 동굴로 접근했다.
동굴의 근처로 접근했을 때, 강신이 통신 패치를 통해 말했다.
“네피림의 상태는요?’
그러자, 바로 김대리의 목소리가 통신 패치를 통해 들려왔다.
-아직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대로 작전을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강신은 통신의 내용을 듣고 뒤쪽에서 따라오는 인원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들은 동굴의 입구를 중심으로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넓게 퍼졌다.
그리고 각자 가지고 왔던 장치들을 바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장비 설치할 때,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요원들이 대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비 설치가 끝난 요원들이 차례대로 보고했다.
-1-1. 설치 끝났습니다.
-3-1. 완료.
그리고 강신과 함께 있던 이순자가 작은 박격포와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바닥에 고정했다.
“여기도 설치 끝났어요.”
“이제 계획대로 가죠.”
강신의 목소리를 들은 요원들이 각자 위치한 자리에서 조금씩 동굴로 좁혀 들어갔다.
강신과 일행들이 동굴 근처까지 접근하자, 요원들이 강신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원들은 품속에서 손바닥 크기의 사각형 장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그곳을 벗어났다.
강신은 마지막으로 요원들이 내려놓은 장치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뒤로 물렸다.
적당한 은폐물을 찾은 강신은 통신 패치로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김 대리님, 장치 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