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66
265화
탐욕.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7대 죄악 중 하나인 탐욕은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물을 남들에게 쓰지 않고, ‘인색’하게 구는 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탐욕의 정의였다.
그리고 그런 탐욕을 가진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스크루지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소설 속 인물이었지만,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스크루지가 인색한 사람을 빗대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왜 하냐고…? 그야….’
눈앞에 있는 사람이 탐욕, 스크루지의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이지! 신아 내 말 듣고 있지?”
“네…. 네, 그럼요 고모부.”
현재 강신 앞에서 신나게 떠드는 남성은 그의 고모부인 이태수였다.
이태수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며 나름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친척들 사이에서 구두쇠로 소문나 있었다.
“나 때는 말이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죽어라 일만 해서….”
이태수는 강신이 이미 가족 모임에서 수십 수백 번을 들었던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강신은 그런 이태수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빨리 찾아야 이 이야기를 더 듣지 않을 텐데.’
강신은 지금 이태수가 운영하는 공장에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는 이태수의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입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강신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 * *
강신이 칸다하르의 거인을 포획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그는 언제나처럼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을 물색하고 있었다.
“으음…. 어렵네.”
드물게 강신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강신이라고 해서 모든 U.M.A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강신이 보고 있는 건 강신이 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도 해결하지 못한 현장들을 모아놓은 자료였다.
그간 U.M.A에 대한 정보가 있는 미확인 현장을 찾아 해결해 왔지만, 사실 정보가 부족한 현장들이 더 많았다.
“이건 너무 정보가 부족하고…. 여긴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강신의 고민은 길게 이어졌다.
그런 강신을 보고 있던 김대리가 가볍게 말을 던졌다.
“지금 보고 계신 현장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면 새로 감지된 현장 쪽은 어떠십니까?”
“새로 감지된 현장이라….”
강신은 턱을 쓸며 고민했다.
새로 감지된 현장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대로 감지기가 이제 막 미확인 생물을 감지한 현장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감지기가 U.M.A를 감지하고 1차로 현장 요원들이 출동해 정보 수집을 끝난 현장을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현장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지속적인 관찰을 한 게 아니라 일어난 현상에 대한 정보밖에 없지만, 강신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게 김대리의 생각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김대리님 말대로 새로 감지된 현장 쪽을 확인해 봐야겠네요.”
아무리 찾아도 답을 찾기 어려운 미확인 현장을 계속 바라보는 것보단, 김대리의 말대로 자신이 아는 현상이 일어나는 곳을 살펴보자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조금 편한 현장으로 나가는 것도 고려해야겠네요.”
요즘 들어 고된 현장만 나갔던 강신에게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강신은 수원 지부에서 가까운 장소부터 확인했다.
“여긴 이미 다른 팀이 선점했고….”
최근에 감지기가 감지한 현장들은 다른 현장 팀이 이미 나가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한국 내 신규 현장을 확인하던 강신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여기는….”
경기도 파주시 오도동.
여러 공장들이 모여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공장 중 강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공장도 있었다.
그리 사이가 좋은 친척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었다.
강신은 오도동에서 감지된 U.M.A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현장에서 감지된 위험도는 낮았지만, 최근까지 꾸준히 감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U.M.A에 대한 정보는 그뿐이었다.
그 외에 적혀 있는 내용이라고는 현장에 있는 공장들과 각 공장의 사장 이름 정도였다.
강신은 열 개 정도 되는 공장을 살펴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삼화 정밀 금속.’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는 그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의 이름을 찾아봤다.
이태수.
“하아….”
강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강신이 현장을 찾다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자, 김대리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파주 오도동 공장 단지? 위험도는 낮긴 한데…. 왜 이걸 보시고 한숨을….”
“여기 공장과 이름 보이십니까?”
“네, 물론이죠. 그런데 왜요?”
강신이 보고 있던 자료를 가리키자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 저희 고모부입니다.”
“……엥?”
강신이 대답하자, 김대리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여기 적혀 있는 삼화 정밀 금속은 저희 고모부가 운영하는 공장입니다.”
“어…. 정말요?”
“네, 그래서 주변 공장들과 지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신이 고모부 공장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까지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강신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졸업을 앞두고 그곳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다.
“별로 좋은 추억은 아니지만요.”
강신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
그의 고모부는 일손이 모자란다며 방학 중인 강신에게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마침 할 일도 딱히 없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돈 들어갈 곳이 많았기에 강신은 흔쾌히 수락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큰 실수였다.
‘가족이라면 조금 더 챙겨주실 줄 알았지.’
친척 어른들에게 고모부가 구두쇠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설마 조카인 자신에게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강신이 공장에서 일한 약 두 달 동안 받은 금액은 고작 60만 원뿐이었다.
그때 당시 고모부가 했던 말을 강신은 아직도 기억했다.
-뭐? 최저 임금? 그걸 말이라고 해? 네가 잘못해서 폐기한 금속이 몇 갠데 지금 그런 소릴 해!
나중에도 쓸 수 있는 고오급 기술을 무료로 알려줬으니, 오히려 내가 돈을 받아야지!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분명 강신의 잘못으로 폐기된 물건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직 일이 능숙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한 내가 잘못이지.’
가족이라고 너무 믿었다.
지금이라면 바로 노동청에 신고했겠지만, 어렸던 강신은 일을 할 때 써야 하는 문서가 있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이태수는 처음에 한 푼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후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강신의 아버지가 여동생을 찾아가 받아낸 돈이 60만 원이었다.
그 이후 강신과 고모부 가족의 사이가 많이 틀어졌지만, 그때만 해도 살아계셨던 할머니의 중재로 다시 화해를 하긴 했다.
‘그래도 사이가 안 좋은 건 똑같지만….’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공장이 망하든, 고모부가 망하던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척 동생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이유희는 고모부나 고모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동생이었다.
어른들과 달리 강신은 친척 동생들과 사이가 돈독했다.
조금 멀리 살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아무리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던 고모부라도 자신의 딸에게는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미확인 생물의 위험도가 낮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고모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다음으로 갈 현장은 정해졌네요. 정말로 가기 싫지만 말이죠….”
강신이 성신에 입사하고 이만큼 의욕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고모부 번호로 전화를 걸어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 * *
그렇게 시간이 지나 현재.
“잘 알겠지?”
“네, 네.”
강신은 이태수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잘 알아들은 것 같으니 이제 나가서 일해라.”
“네….”
기름이 잔뜩 묻은 작업용 복장을 입은 강신이 힘없이 사장실을 나갔다.
이태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일하는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여겼고, 스크루지 같은 면모를 보였다.
강신이 이 공장에서 일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올 때 강신은 성신 그룹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하고,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이 일을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평범한 친척 관계였다면 조카가 걱정되어 가족들에게 알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태수는 강신의 약점을 잡은 것으로 여겼고,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수습 기간을 핑계 삼아 월급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급여를 지급하겠다며 못을 박았다.
‘정말 사람이 변하지를 않네.’
강신이 공장에서 맡은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금속이 사출되면 설계된 도면과의 오차 범위를 적어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사장실에서 나온 강신이 배정됐던 자리로 돌아오자, 피부색이 거뭇하고 이국적인 외모를 한 남성이 강신에게 말을 걸었다.
“오우, 강쉰. 사장놈이 모라 그랬숴?”
그는 어눌한 한국말로 강신에게 말했다.
강신에게 말을 건 이는 이 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은 이 공장의 사장인 이태수와 강신이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뭐, 맨날 하는 소리지.”
“하요튼 사장 놈은 일도 바빠죽겠는뒈, 종말 쓸뒈 없는 말뫈 한돠니꽈.”
“그러게나 말이야. 그보다 사가라, 오늘 함바집에서 한잔?”
강신이 넉살 좋게 손으로 술잔을 꺾는 듯한 모션을 취하자, 사가라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우, 좋쥐! 물론 강쉰 눼가 사는 고지?”
“물론이지.”
사가라는 강신의 대답에 얼굴이 화색이 돌았고, 처음 듣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오후 8시가 돼서야 일이 끝난 강신과 사가라는 근처 공장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한식 뷔페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공장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강신과 사가라를 발견하고는 아는 척했다.
“삼화 애들 왔다.”
“이리와! 같이 한잔하게!”
나이 든 중년부터 비교적 젊어 보이는 사람까지.
나이, 국적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강신이 일주일 동안 이들 속에 녹아들 수 있었던 건 모두 함께 일하는 사가라 덕분이었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 한국말이 서툴지만, 이 근방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었다.
그간 강신과 함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셨으니, 다른 이들과 친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 잔, 두 잔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각자 다니는 공장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래서 삼화는 오늘 어땠어?”
“뭘 어때, 뫤날 똑같쥐.”
“그래? 요즘 너네 사장 유독 더 짜게 군다고 우리 사장님이 그러던데.”
“흥, 우리 사장 놈은 옛놜부터 그뢨어!”
“삼화 사장을 보면 우리 사장은 정말 천사라니까. 우리 술 먹으라고 이렇게 카드도 준다고!”
사가라가 같은 스리랑카에서 온 친구가 들고 있는 푸른색 카드를 보며 부러워했다.
그들 사이에서 강신은 묵묵히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렇게 그는 정보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