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71
270화
강신이 파주의 오도동 현장으로 나온 건 이곳에 있는 U.M.A가 특별하거나 큰 이득이 되어서가 아니었다.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친척의 안위가 걱정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철저히 일이라고 생각해야겠지.’
현장에서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했다.
U.M.A의 정체를 알아내고 표적이 누구인지 추려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판단을 잘못하면 자신을 믿고 함께해준 동료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현장에서 발견된 U.M.A처럼 지능이 높고 인간을 해치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존재라면 더더욱 그랬다.
심지어 현재 요원들은 사람들의 의심을 살까 봐, 제대로 된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현장을 지휘하지 못하면, 사고가 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의사가 자기 가족을 수술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자기 가족의 배를 가르고 멀쩡하게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강신의 기분을 아는 것인지, 척준신이 입을 열었다.
“굳이 자네가 포획 작전을 짤 필요는 없네. 필요하다면 본부에 요청하는 방법도 있으니.”
“하지만….”
본부에서 작전을 짜는 걸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보의 우위로 강신이 짜는 작전들이 현장에서 잘 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부가 무능한 건 아니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본부에서 더 좋은 작전을 짜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강신은 이태수의 이름을 듣고 동요한 걸 보고 자신을 작전에서 조금 떨어트려 놓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요원이었다면 작전에서 완전히 배제했겠지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주겠네. 그동안 자네는 다른 일은 생각하지 말고 우선 U.M.A의 행적을 계속 조사해 주게.”
척준신의 행동은 강신에 대한 배려였다.
그는 강신을 아꼈고, 그만큼 이번 현장에서도 원래 기량을 발휘하기를 바랐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강신은 그런 척준신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여 U.M.A의 행적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현장 요원들과 김대리는 강신을 제외한 상태에서 U.M.A의 타깃을 알아내는 작전을 수행했다.
요원들은 우선 불법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양주태 사장을 정부에 고발했다.
순식간에 사장에서 범죄자가 되어버린 양주태는 야간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는 성신 요원들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성신 요원들은 정부와 공조하며 양주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렸고, 그렇게 양주태는 경찰에 잡혀 오도동을 떠났다.
“양주태는 타깃이 아니었군요.”
강신이 피곤해 보이는 요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으으…. 정부, 좋은 일만 했네요. 특수 요원도 아닌 공장 사장님이 그렇게 잘 도망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흠…. 그 와중에 돈세탁을 맡긴 조직들도 상대했으니.”
양주태가 도주를 시도하자, 그의 뒤를 봐주던 조직이 나타나 그를 지키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을 잡아야 할 검찰 내부에도 뇌물을 받은 이들이 있었다.
양주태만 잡으면 끝이 날 것이라 여겼던 일이 생각보다 커져, 결국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사건이 되었다.
이번 사건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자, 성신은 정부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돈을 세탁한 공장의 위치를 비공개로 돌려달라 부탁했다.
덕분에 돈을 세탁했다는 내용보다 함께 엮인 조직이 저지른 범죄와 뇌물을 받은 검찰의 이야기로 떠들썩해졌다.
다행히 오도동에 위치한 공장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둘 남았군요.”
양주태가 사라지고 나서 강신과 리폰은 탐욕을 기르는 뱀을 다시 한번 발견했다.
U.M.A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는 건 아직 U.M.A의 표적이 남아있음을 뜻했다.
“그럼 다음은 누구입니까?”
“김주명입니다. 그리고 이미 작전은 실행 중입니다.”
범죄자인 양주태와는 다르게 김주명과 이태수는 그냥 탐욕스러운 일반인이었다.
이태수는 오도동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장이 망하지 않는 이상, 이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다음 목표를 김주명으로 결정했다.
성신은 김주명을 자연스럽게 이곳을 벗어나게 하려고,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을 조사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작전은 난항을 겪었다.
“완전히 연을 끊었다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과 연락도 안 한다는 건 좀 심하지 않아요?”
김주명은 아내와 아이들과 연을 끊은 건 둘째치고 다른 연고조차 없었다.
그래서 성신은 김주명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할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이벤트 당첨을 가장해 해외여행 티켓을 보냈지만, 김주명은 그 티켓을 중고 사이트를 통해 되팔았다.
김대리가 머리를 쥐어짜고 있자, 척준신이 의견을 제시했다.
“조금 험한 방법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떤가?”
“험한 방법이라면….”
“뭐, 내키지는 않지만 협박이라던가.”
어쩌면 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런 척준신의 의견을 들은 강신이 대꾸했다.
“정말 내키지 않는 방법이네요.”
척준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아무리 U.M.A를 잡기 위해서라도 협박이나 폭력, 납치 같은 방법은 요원들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있으니, 그런 방법은 잠시 미뤄두죠.”
강신이 불법적인 행동에 반감을 갖고 이야기하자,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책임님 말이 맞아요. 굳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잖아요?”
“흠…. 자네들 생각이 그렇다면야.”
의외로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그들의 말을 들어주었다.
사실 강신은 척준신이 저런 말을 꺼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척준신이 자주 그런 방법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자신과 현장을 나갈 때, 은연중에 편한 방법을 쓰려고 했을 테니까.
‘아마 경각심을 심으려고 하신 소리겠지.’
자신은 아직도 작전에서 배제된 상태였으니, 아마 김대리를 통해 지원팀을 더 재촉하기 위함이라고 강신은 판단했다.
이날 이후, 본부의 지원팀이 더 바쁘게 움직이며 김주명에 대해 캐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지체되는 상황 속에서 요원들은 지쳐갔다.
정보가 충분히 확보된 현장이었다면 이미 잡아도 진작에 잡았을 U.M.A이니,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 * *
강신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작전에 참여해도 큰 소득이 없던 어느 날.
탐욕을 기르는 뱀이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알게 되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강신과 리폰이 U.M.A를 쫓고 있었다.
리폰도 잡히지 않고 요리조리 도망가는 뱀을 추격하는 것에 지쳐갔다.
너무 잽싸게 움직여 쫓을 수 없는 건 둘째치고, 한번 발견했던 곳 근처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리폰뿐만 아니라 강신도 몇 번이고 진심으로 U.M.A를 잡기 위한 시도를 해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보지 못한다는 게 이렇게 답답할 줄은….’
눈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열화상 기능에도 잡히지 않으며,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으로 생기는 흔적을 추격해도 흔적을 꾸밀 정도로 U.M.A는 교활했다.
“아직 어렵다. 한국말.”
“한국말 어렵지…. 그보다, 오늘은 날이 좀 밝아서 그런가. 아직 안 보이지?”
강신이 묻자 고개를 리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일상이 된 것처럼 강신과 리폰은 빛나는 뱀을 찾아 공장 단지를 돌아다녔다.
평소보다 일이 일찍 끝나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이었고, 꽤나 많은 시간을 돌아다녔는데도 리폰은 빛나는 뱀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연치고는 정말 절묘한 상황이었다.
“신아, 여기서 뭐 하냐?”
강신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공장을 나오고 있는 이태수가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리폰이 다급하게 외쳤다.
“강신! 저기 있다! 뱀!”
리폰의 외침에 강신이 서둘러 고개를 돌렸고,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이태수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이 날씨에 뱀이 있어? 어디? 뱀이 어디 있다는 거야?”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강신은 탐욕을 기르는 뱀의 표적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만약 이태수가 표적이 아니라면, 리폰이 움직이는 방향만 주시해도 빛나는 뱀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탐욕스러우면서 탐욕을 기르는 뱀을 볼 수 없는 자는 U.M.A의 표적이 된 사람뿐이다.
‘이런, 아니길 바랐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 구만. 뭔 뱀이야, 뱀은. 그보다 신아. 내일부터는 일이 바빠지니, 야근해야 한다.”
야근 수당은 챙겨주지도 않으면서 이태수는 뻔뻔하게 말하고는 강신과 리폰에게 관심 없다는 듯이 집으로 가버렸다.
그동안 뱀을 쫓아갔던 리폰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은 강신에게 물었다.
“왜 안 따라오나, 강신?”
혼자서는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리폰은 식은땀을 흘리며 강신에게 항의했다.
그런 리폰을 보며 강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안 되겠어. 아무래도 뱀은 못 잡을 것 같으니까, 난 포기할래.”
“안 된다! 강신! 뱀 잡아서 팔아야 한다! 우리 큰돈 번다!”
“아니, 미안하지만 여기까지야.”
리폰은 부족한 한국말로 강신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강신은 완고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부의 의사를 나타냈다.
리폰은 단호한 강신의 태도에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 뱀이 준 공포를 잊지 못해 혼자 상대하는 건 무서웠으니까….
리폰이 돌아가자, 강신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돌아갔다.
강신은 모든 요원을 불러 모은 뒤, 입을 열었다.
“탐욕을 기르는 뱀의 타깃은 ‘이태수’입니다.”
강신은 조금 전 상황을 요원들에게 설명했다.
“이태수가 나타나기 전에 뱀이 도망간 건 아니었나?”
척준신이 물어보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만능렌즈를 통해 리폰이 뱀을 봤다고 소리친 시점에 뱀이 움직인 흔적을 발견했다.
이태수가 U.M.A를 볼 수 있었다면 충분히 볼 수 있는 거리였다.
“괜찮겠나?”
“네, 이미 마음의 정리는 끝났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괜찮겠지.”
강신의 표정을 확인한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었다.
이 순간까지 오는 게 정말로 길었다.
이보다 기간이 길었던 현장도 있었지만, 이번 현장은 체감상으로 더 지독하리 길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막힌 것처럼 이렇게까지 풀리지 않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단서를 잡지 못해 정체되었던 순간도 많았으니,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오도동의 골목골목이 눈에 익어버릴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곳에서의 일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강신은 일행들에게 선언하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이제 U.M.A를 포획할 작전 회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