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72
271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강신이 상황판을 가리키며 비장하게 말했다.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강신이 가리킨 상황판을 보고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U.M.A가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는 줄 알았는데 타깃이 누구인지 알게 되자, U.M.A의 행동반경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활동 반경이 목표 주변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었군.”
U.M.A의 활동 반경이 이태수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이러한 U.M.A의 행동 양상은 강신의 정보에도 없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점점 줄어드는 활동 반경이 완전히 줄어들면….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네요.”
“흠…. 사냥의 시간이 다가오는 건가. 타깃이 위험해질 수 있겠어. 상황이 좋지 않군.”
김대리도 강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수가 위험할 게 분명했음에도 강신은 동요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U.M.A를 유인하는 게 그만큼 쉬워진다는 소리죠.”
“확실히 그렇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잡아야 할지 걱정되는데….”
생사를 불문하고 잡는다고 하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상태로 잡으려면 방법이 한정적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교활한 개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하지만 척준신의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권영식은 회사에서 이미 U.M.A를 어떻게 잡을지 구상 중이었고, 강신 또한 작전에서 배제된 동안 U.M.A를 어떻게 잡을지 계속 방법을 찾고 있었다.
강신은 이태수가 타깃인 걸 알아내자마자, 본부에 전화를 걸었고 권영식과 함께 작전을 새롭게 구상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본부와 조율한 작전이 있습니다.”
강신이 본부와 이야기를 나눈 작전은 U.M.A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함께 짠 작전을 설명하는 동안 김대리가 문득 궁금한 게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강책임님, 표적인 이태수는 집으로 ‘퇴근’했는데, 어째서 U.M.A는 새벽에 공장 주위를 맴도는 거죠?”
“음…. 그러고 보니, 그렇군.”
강신은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했다.
“탐욕을 기르는 뱀은 타깃에게 특수한 페로몬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타깃이 오래 머문 장소에 그 페로몬이 강하게 남게 되죠.”
만약 이태수가 공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탐욕을 기르는 뱀은 그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컸다.
“뱀은 타깃이 주기적으로 다른 곳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타깃이 공장 내부에 없어도 사냥터를 확인하며, 주변을 맴도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이제 이해가 됐네요.”
“그보다 내일이면 본부에서 지원 물품이 올 겁니다.”
“지원 물품이요?”
“네.”
강신과 권영식은 U.M.A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U.M.A를 볼 수 있는 눈.’
열화상으로도 감지가 되지는 않지만, U.M.A를 찾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그 존재가 가진 질량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교활한 U.M.A가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준비한 것이 바로 적외선 방사기와 압력 센서였다.
“공장 내부의 적외선 방사기 설치는 제가 직접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압력 센서 쪽은….”
U.M.A뿐만 아니라 공장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강신이 직접 움직이는 편이 좋았다.
적외선 방사기는 U.M.A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좋은 장치였지만, 문제는 압력 센서였다.
특정 무게가 올라가면 땅에 묻은 센서가 작동하는 형식의 물건이었다.
이 물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걸 직접 땅에 묻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요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센서를 묻으면 뱀의 경계를 살 수가 있었다.
반면, 강신이 혼자 설치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센서의 크기가 크면 쉽게 U.M.A가 움직이는 걸 감지할 수 있겠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센서가 작으면 U.M.A를 감지하는 게 어려워졌다.
또한, U.M.A가 뱀과 인 걸 생각하면 그만큼 적은 무게도 감지할 정밀한 센서가 필요했다.
그런 센서는 미세한 차이도 감지해 오작동을 많이 일으켰으며, 무거운 무게가 갑자기 올라가면 고장 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러한 문제점을 회사에서 개량해준다고는 이야기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 됐다.
“팰로우님이 압력 센서를 개량해서 보내면 새벽에 순찰조들이 구역을 나누어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쪽에 센서를 설치하는 것으로 하죠.”
“그 외에 뭔가 해야 할 일은 없나?”
“표적을 감시하는 건 말 안 해도 이미 하고 계실 테고….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리폰에게도 사람을 붙여주세요.”
“그렇게 하지.”
* * *
다음날.
강신의 예상과는 달리 적외선 방사기와 함께 개량된 압력 센서가 숙소로 도착했다.
“으아…. 이걸 하루 만에 만드셨네….”
김대리가 질색하며 박스에 담겨 있는 압력 센서들을 바라봤다.
개량하는 것 자체는 권영식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양산품이 아닌 이상 그 많은 양을 철야로 만들었을 연구원들을 생각하면 김대리가 질색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본부에서 보내온 적외선 방사기와 압력 센서는 그날 바로 설치됐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야행성인 U.M.A가 포착되었다.
삑- 삑-
김대리가 보고 있는 노트북과 연결된 압력 센서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는지, 살짝 상기된 김대리는 옆에서 대기 중인 강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책임님, U.M.A 확인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순찰조를 보내 볼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없습니다.”
김대리의 질문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U.M.A의 움직임을 찾기 위해 압력 센서를 설치하긴 했지만, 설마 첫날에 바로 위치를 포착하게 될지 몰랐다.
아직 U.M.A를 잡을 준비가 미흡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하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정보를 더 모으는 것이 낫다는 게 강신의 판단이었다.
“조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아직 준비가 부족해요. 그보다 U.M.A가 움직이는 속도와 하루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움직이는지 계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김대리는 아쉬워했지만, 강신이 시키는 대로 압력 센서가 반응하는 시간대를 나누어 속도를 계산했다.
‘포획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 탐욕을 기르는 뱀이 공장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이야.’
강신은 김대리가 계산한 U.M.A의 속도와 하루 이동 거리를 계산했고, U.M.A가 타깃을 사냥하기 위해 공장 내부로 진입할 시점을 예상했다.
그리고 U.M.A를 포획할 장치들을 공장 사람들 모르게 구석구석 설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그렇게 그날이 다가왔다.
U.M.A가 평소보다 공장 주변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이는 곧 사냥을 시작한다는 뜻이었다.
강신은 작전 시작 전, 숙소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마치고 요원들을 한번 둘러봤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U.M.A를 포획하든 놓치든 오늘이 이곳에서 마지막 날입니다. 여러분들이 그간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꼭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강신이 요원들 앞에서 말했다.
요원들도 모두 강신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기껏 고생했는데, 그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그들도 원하지 않았으니까.
강신은 요원들의 비장한 표정을 살피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표정을 보니, 더는 말이 필요 없겠네요. 그럼 작전을 시작하죠.”
강신이 작전 시작을 알리자, 요원들이 각자 장비를 들고 배정된 위치로 이동했다.
강신과 김대리는 보호 장비를 입고 함께 움직였다.
둘이 향한 곳은 강신의 고모부가 운영하는 삼화 정밀의 공장이었다.
시간은 아직 초저녁이었지만 겨울이어서 점점 해가 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모두 일이 끝났을 시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삼화 공장은 이 시간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나, 인기척이 들려오는 건 아니었다.
강신과 김대리는 태연하게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내부에는 이태수가 평소 입는 작업복 대신, 오래 입어 해진 정장 차림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태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강신과 김대리에게 비굴하게 다가왔다.
공장 직원이 봤다면 전혀 이해되지 않을만한 상황이었지만, 강신과 김대리는 그저 덤덤할 뿐이었다.
“제 조카가 대리님을 편하게 모셨는지 모르겠네요.”
이태수가 못 미덥다는 듯이 강신을 보며 말하자, 김대리가 불편한 기색으로 헛기침을 했다.
“크흠, 편하게 왔습니다. 그보다…. 공장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군요? 장비도 부실해 보이고…. 이래서 제대로 물건을 만들 수 있을런지….”
김대리가 신랄하게 공장을 비판하자, 이태수의 미소에 살짝 금이 갔다.
그러나 이내, 다시 원래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장이 작아도 디테일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원하시는 도면만 보내주신다면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오차 없이 정밀하게 금속을 깎아드리겠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이태수는 마치 이전부터 성신과 거래를 이어오고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나도 처음 이 사실을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지…….’
이 이야기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강신이 성신에 입사하기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성신은 강신을 회사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다.
계열사 전체에 연락을 돌려 강신이 성신 계열 그룹사에는 입사하지 못하게 손을 써놓기도 했다.
그 외에 다른 것들도 준비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신의 고모부가 소유한 삼화 정밀이었다.
이태수가 소유한 삼화 정밀은 다른 공장에 비해 품질이 월등하게 좋은 것도 아니면서 단가를 비싸게 불렀다.
그런 공장을 누가 이용할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공장의 주인인 이태수가 인색하기까지 하니, 공장이 제대로 운영될 리 없었다.
쇠락의 길을 걷던 공장을 구덩이에서 꺼낸 게 바로 성신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성신은 금속 가공을 삼화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맡겼고, 그렇게 삼화는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성신이 다른 곳보다 비싼 삼화를 이용한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오로지 강신 하나 때문이었다.
비록 강신을 영입할 때 써먹지 못한 패였지만, 성신은 손해를 감수하고도 아직 그 관계를 계속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